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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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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각: 2023.12.27 13: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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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Joos van Craesbeeck


주 반 크레스벡Joos van Craesbeeck(1605~1654), <담배피우는 사람The Smoker(possibly self-portrait)> ca.1625, 나무판에 유채, 41x32cm, 루브르박물관, 파리.




주 반 크레스벡Joos van Craesbeeck(1605~1654). 플랑드르의 제빵사이자 화가이다. 17세기 중반 플랑드르 장르 회화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술집 그림과 초상화, 중산층, 하층민을 묘사한 풍속화를 많이 그렸고 종교적 주제의 그림도 조금 남겼다. 네를린터(Neerlinter, 현재 벨기에 플레미시 브라반트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고 이름이 같은 아버지도 제빵사였고 역시 제빵사의 딸인 아내를 맞았는데, 아내 티엘렌스의 가족 중에는 화가와 조각가들이 몇 명 있었다.

반 크레스벡은 네덜란드 풍속화가 아드리안 브라우웨르Adriaen Brouwer의 제자이자 친구로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브라우웨르와 비슷한 느낌으로 때로 빛을 강조하거나 미묘한 조화를 보이는 그림들을 그렸으며 색을 아주 얇게 발라 바탕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1638년 브라우웨르가 사망한 뒤 다른 화가들을 따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앤트워프의 화가들이 그의 예술세계의 주요 원천이 됐다. 갈색과 회색 위주의 화면에 일상적인 주제에 자신만의 해석을 가한 그림들을 그렸고, 후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면서는 브라우웨르와는 좀더 멀어진 성숙한 분위기, 선명한 색채, 새로운 인물 레퍼토리를 보이기도 했다. 



아드리안 브라우웨르Adriaen Brouwer  <표정을 짓는 청년Youth Making a Face> c. 1632–35, 나무판에 유채, 워싱턴DC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담배를 피우다 희한한 표정으로 도너츠(?) 연기를 내뿜는 인물. 흰색 점토 파이프는 당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던 것이고, 끌어안고 있는 유리병 안에 든 것은 술일 가능성이 99퍼센트다. 이렇게 표정이 과한 네덜란드 얼굴 그림들을 '트로니'라고 한다. 트로니(tronie)는 17세기 네덜란드/플랑드르 지방에서 유행했는데, 초상화처럼 특정 인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얼굴을 상상해 그리면서 인물의 표정을 연구한 장르다. '트로니'는 네덜란드어로 ‘얼굴’을 낮춰부른 말, ‘상판때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여인, 군인, 양치기 같은 인물을 설정하고 과장된 표정이나 엉뚱한 모습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초상화와 비슷하지만 풍속 장르화에 해당하며 브라우웨르가 이 장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반 크레스벡이 여기에서 재능을 보였다. <진주 귀고리를 한 여인> 또한 특정 인물을 그린 것이 아닌 트로니라고도 하고,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도 비슷한 시기 트로니를 그렸던 그 동네 화가에 해당한다. 트로니를 즐겨 사들였던 구매자는 아마도 유머감각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부유한 상인들이 아니었을까. 

이 <담배피우는 사람>은 18세기의 판화가 발견되면서 반 크레스벡의 작품으로 인정받기 전까지 오랜기간 아드리안 브라우웨르의 작품으로 여겨졌다. 반 크레스벡의 많은 트로니들이 사실은 자화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자기를 디스하는 자화상이 최소 다섯 점. 예술가를 지식인으로 여겼던 르네상스 시대의 생각을 전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선술집에서 망가져가는 전통적 도덕에 반하는 이러한 모습으로 화가의 방탕한 성격을 강조하려고 했는데, 트로니라고 할지, 예술가의 초상이라고 할지 애매한 부분이다. 




반 크레스벡 <외과병원에서At the Surgeon's(자화상일 수 있음)>





반 크레스벡 <술잔을 움켜쥔 남자의 초상Portrait of a man clasping a drink>




알콜중독자로 묘사한 예들을 보면, 동공이 풀린 상태로 붓고 돌출된 듯한 눈이 강조됐다. 부스스 흐트러진 헤어, 농부의 옷차림 같은 표현에서 농민 풍속장르의 스타일을 보인다. 우습지만 자조적이라기보다 활기있는 이런 그림은 농민층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호의적 태도를 보여준다. 

화가는 나이 오십 무렵 세상을 떠났다. 새해 금연 금주 결심을 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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