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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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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각: 2014.04.28 20: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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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interview] 정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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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기대치가 높은 작가.  앞으로의 작업이 더 기대가 되어 인터뷰를 좀 꼼꼼히 보았으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스스로에 대한 명확한 도큐멘트의 진술이 좀 더욱 축척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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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검색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추천
3040 Y-Artist
(5) 사진작가 정희승

 정희승(40) 작가는 일상적 소재를 끈질기게 탐구해 낯설게 하는 기법의 사진을 선보이는 사진작가다. 서양화를 전공한 뒤 사진을 접하면서 사진이 자신의 성격에 맞는다는 걸 발견해 다시 사진을 공부했다.
거꾸로 놓인 의자나 전등, 낡은 나무 계단, 동그란 얼룩, 죽어있는 벌 등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대상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카메라 프레임에 담아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의미를 짚어보게 하는 작업을 주로 보여준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리 저리 생각해보지만 그 의미를 쉽게 알아채기는 어렵다. 

  관람자는 사진 속에 담긴 메시지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정작 정 작가는 “의미를 담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사진은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탐구의 다름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울 상암동 난지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 작가를 만나 작업 철학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편집자 註>














사진작가 정희승. 좋은 작가의 기준을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 확립’으로 꼽은 정 작가는 재현의 도구가 아닌, 사진의 본질에 대해 끈질기게 탐구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 영국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돌아와 ‘예술가의 Sensibility’(2008),   ‘Unphotographable’(2011), ‘부적절한 은유들’(2013) 등의 전시로 주목받았다. 자신의 작업을 설명한다면.
▲ 2008년에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와서 그때 이후 계속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인물사진 연작을 했다.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감정에 몰입해가는 과정을 촬영하는 작업이었다. 그 작업은 초상사진에 있어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과연 인물의 내면성을 포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초상이라는 매체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데 기계적인 이미지로 내면을 표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서 시작된 작업이었다. 그 작업을 하다가 정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내게는 큰 작업적 변화가 시작된 지점이다. 인물사진 시리즈는 내가 콘셉트를 정하고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 미리 정해놓은 상태로 짜여 진 구조 안에서 만든다. 연작이다 보니 동일한 포맷에 인물만 바뀌는 작업이다. 짜여 진 틀에서 작업하다보니 결과물이 정해져있었다. 무엇을 찍고 무엇을 다룰까가 아니라 어떻게 작업을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정물사진을 하게 된 것은 내가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내 작업실에 있는 사소한 물건을 찍기 시작했다. 그걸로 뭘 해야겠다는 목적을 가진 게 아니었고 무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거였다. 사물 사진이 쌓이면서 좀 더 우연적이고 충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에 흥미를 더 갖게 됐다. 그게 나중에는 점점 나의 방법론이 된 것 같다.
- 회화를 전공하고 난 뒤 사진을 다시 전공하고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부모님을 졸라 미술학원에 갔고 예고를 거쳐 미대에 진학했다. 그림 그리는 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으니까 당연히 화가가 돼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가서는 그림에 대한 흥미가 시들었다.  소위 컨템포러리 아트라는 게 내가 생각했던 거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러면서 그림 그리는 거 자체가 겁이 나기 시작했던 거 같다.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고. 그런 와중에 사진을 접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자료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사진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전공했기에 사진은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으니까 사진이 도대체 뭔지 본질적인 것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Untitled>, 2013, Archival pigment print, 82.5 x 110cm



  지금도 사진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페인팅을 전공했기에 사진의 특수성에 주목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상이나 주제보다는 사진 자체에 호기심이 많았다. 사실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이가 드니까 그림의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데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게 두려운 게, 그림은 굉장히 피지컬(육체적, 물질적)하다. 캔버스와 내가 직접적으로 대면한다. 그러나 사진은 대상과 나 사이에 카메라가 있다. 나와 대상 사이에 카메라가 있는 게 편하다. 내가 뭔가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기보다 좀 더 소극적으로 관찰자 입장에 있는 게 더 편안하다. 기질적인 것 같다.
- 2008년부터 꾸준히 사진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에 대한 개념정리를 한다면.
▲ 의미가 고정된 게 아니라는 것이 사진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사진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진이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지 모색하는 작업을 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했던 ‘부적절한 은유들’ 전시 중 황동으로 만든 튜브 오브제를 전시했다. ‘대시’(Dash)라는 제목인데 19세기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와 연관시킨 작업이다. 그 시인의 시에 대시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나온다. 19세기의 전통 관습으로 봤을 때 대시라는 단어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였을 거다. 그 자체로 아무 의미도 없지만 의미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작업이 튜브 형태인 것은 어떤 것들을 연결하려는 의미였고, 속이 비어있다는 것은 의미가 부재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이는 사진을 다루는 내 태도와 연결돼있다. 사진의 의미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미의 중요성으로 제시된 것을 중시한다.









<Untitled>, 2013, Archival pigment print, 120 x 175cm



- 의미를 담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작가의 의도와 의미가 담기게 되지 않을까.
▲ 휴지 곽 두개를 놓고 찍었을 때 휴지에 뭔가 의미를 부여해서 찍지는 않았다. 대상을 관찰해서 찍는 과정 속에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대상을 배치하고 거기에 어떤 생각, 의도, 충동이 담기지만 그게 사진의 의미는 아니다. 보통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은 작가의 의도가 작품의 의미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의미가 뭐냐고 물어보고 작가가 대답하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업이나 의미라는 건 자세히 관찰하면서 내가 사물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될 때 발생하는 것 같다. 그걸 관객에게 굳이 강제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건 나와 대상의 1대1의 관계다. 내 작업을 보는 감상자들도 그렇게 봐주면 좋겠다.

- 관람객에게 굉장히 많은 걸 열어두는 작업으로 봐도 되나.
▲ 그렇다.

- 지난해 다음작가상 수상기념전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었다. 당시 전시가 화제를 모았는데, 작품 철학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에서 정물사진의 연장선상인 작업을 전시했다. 남편이 어려서부터 살았던 단독주택을 작업실로 썼던 때가 있었다. 남편이 청소년기부터 대학시절을 보낸 집인데 가족이 분가하면서 비어 있어 거기서 작업을 했다. 그 공간은 굉장히 특별한 공간이고 작업할 때 고립된 상황이었다. 그 집에서 살던 시기의 가족들을 나는 알지 못하기에 집 안에 존재하지만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것들이 사진에 영향을 줬던 것 같다.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인물도 오랜 시간 동안 수줍은 여자였다. 20년 가까이 집밖을 안 나가고 유령처럼 살았던 사람이다. 시의 의미도 명확하지 않고 해석에 따라 가능성이 열려있고 오랫동안 봐야 한다.










<Curtain>, 2013, Archival pigment print, 215 x 158cm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보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중시한다. 오래 관찰하고 오래 촬영해 그중 하나를 골라낸다. 그런 지점들이 내 작업과 잘 맞물렸다. 그래서 낡은 주택 공간과 디킨슨의 시가 ‘대시’라는 작업으로 연관됐다. 또 식물사진도 있는데 식물도 결국은 사진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다. ‘스틸라이프’라는 제목은 정물이라는 뜻도 있지만 ‘스틸’이라는 정지성과 ‘라이프’의 지속성이라는 두개의 시간 개념이 담겨있다. 그게 나에게는 중요한 작업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가시적으로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지만 변화하는 존재인 식물이라는 대상을 사진에 대한 메타포로 이해했다.
- 작가들은 전시를 하고 나면 또 다른 작업적 방향을 얻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전시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나.
▲ 이달 말에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룹전 ‘아트스펙트럼’ 전에 참가한다. 올해 1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최근 전시 설치를 마쳤는데 아트선재센터 전시 때 만들었던 책이 모티브가 됐다. 전시도록으로 만든 책이었는데 전시도록의 의미라기보다 도록을 빙자한 책이었다. 그 책이 ‘아트스펙트럼’ 전의 모티브다. 전시의 모든 요소들이 그 책의 구조와 관계가 있다. 책의 구조를 건축적으로 해석해서 전시로 재구성했다. 사실 책이라는 오브제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다. 책이 하나의 오브제로 어떻게 경험될 수 있고 그것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책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책에 실린 사진을 회전문으로 표현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에 따라 공간이 변화하는 오브제를 표현했다.










<Untitled>, 2013, Archival pigment print, 138 x 180cm



- 현재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관심 분야는.
▲ 가장 최근 작업이 책과 관련이 있는 작업이어서 그런지 책에 관심이 많다.
- 평소 책을 많이 읽나.
▲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몇몇 글들을 자세히 읽는 정도다.
- 어떤 책을 주로 읽는가.
▲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에서 전시할 때 밀란 쿤데라의 소설 ‘웃음과 망각의 책’에서 영향을 받았다. 배우 오달수씨와 촬영한 인물 사진 비디오 작업이었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시나 소설에서 양감을 얻게 되는 때가 있다. 이번에는 드니 디드로라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철학자이면서 소설가다. 그가 쓴 소설 중에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라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과 연관된 작업이 이번 리움미술관 전시에 포함돼 있다.
- 그렇다면 작업에 있어 영향을 받은 작가는 누구인가.
▲ 런던에서 공부할 때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심취(心醉)해서 봤다. 타르코프스키 영화에 사물들이 공중부양(空中浮揚)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나온다. 사물들이 둥둥 떠다니고 사람들도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등장하는데 그 이미지들은 전체 내러티브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그게 뭘 의미하는지 감독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평론가들이 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한다. 그 장면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그게 설명이 된다면 그 장면의 에센스가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설명되지 않는 상태로 있는 게 맞다. 타르코프스키 영화에 영향을 받아 정물 사진을 찍을 때 매달아 놓고 찍곤 했다.
  또 칼 드레이어의 ‘잔다르크의 수난’이나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영화도 좋아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얼굴들을 유심히 봤다. 내 작업이 배우들의 연기를 다뤘기에 영화에 등장하는 강렬한 얼굴의 이미지를 수집했다.
- 작가노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 가장 많이 등장하는 빈도수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게는 ‘본다.’는 단어가 중요하다. 사진은 본다는 것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뭔가를 본다는 게 사물의 외형을 파악하는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예술에는 하나의 예술이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예술이 존재한다. 다른 작가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 각자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하나로 얘기하기 어렵다. 다 개별적인 것이고 그걸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도 다양하다. 작가들과 미술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하는데 어느 성공 사례를 따라간다고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결국 자기만의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고유함,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면 실패 확률이 높다.
- 한국 미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컨템포러리 아트는 자기 정체성을 세일즈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정체성과 개인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들을 작업을 통해서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내느냐의 문제다.  모든 사람들은 다 독특한 존재들인데 그중 어떤 작가가 두드러지는 것은 자기의 개인성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했느냐의 문제다. 그런 게 가장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돼야 한다.









<Untitled>, 2013, Archival pigment print, 50 x 67cm



- 한국미술이 국제성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작가로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미술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현재 굉장히 곤란을 겪는 작가들이 많다.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미술시장이 불안정하고 탄탄하지 못한 것이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 40대에 접어들고 보니 40대 작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30대 후반부터 작가들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겪는다. 위기감도 많이 느끼고 여러 가지로 불안해진다. 그래서 ‘미디 커리어’ 작가들이 작업을 쌓아놓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 그런 건 전혀 없다. 그냥 작업을 계속 하는 거지 뭐가 되려고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좋아하는 어떤 작가처럼 되고 싶다 그런 마음은 있다.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 중에 토마 압츠 (tomma abts)라는 화가가 있다. 독일 태생인데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화가다. 작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을 고치고 또 고치며 작은 그림을 1년에 하나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작가로서 계속 실험하고 여행하는 여정인 셈이다. 어느 지점에서 끝나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 행위를 통해 완성되는 페인팅이다. 작지만 밀도 있고 복잡하고 층이 풍부한 그림이다. 작업의 의도를 이야기 할 수 없지만 굉장히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업이다. 사진과 페인팅은 워낙 다른 매체이기는 하지만 나도 그렇게 뭔가 명확히 제시하는 작업이 아니라 시간이 걸려도 탐구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활동해 나갈 계획인가.
▲ 지난 2월 런던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결과는 시간이 걸려야 나타날 것 같다. 한국에서도 7년 정도 활동하니까 작업이 조금 알려졌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유럽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작업적 측면에서는 특별히 뭘 야심차게 생각하거나 계획하는 건 없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다음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뭔가 발견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Dead Bee>, 2013, Archival pigment print, 80 x 106.68cm



  정희승 작가는 스스로 ‘미디 커리어’ 작가라고 소개했다. 젊은 작가도 중견 작가도 아닌 그 사이에 존재하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작가들은 작가군 중 가장 불안과 고민에 시달리는 그룹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지키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작업의 깊이와 완성도를 획득하는 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떤 주제를 담아내려 하기보다 사진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의 내면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신의 작업이라는 정 작가는 결과 보다 과정을 즐기며 또박또박 자신이 만든 지도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글 ‧ 사진=김효원 스포츠서울 기자 hwk@artmuseums.kr
작품사진=작가제공
2014. 4. 28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3040 Y-Artist 추천사유>
  수많은 사진전의 서문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말들은 사진 이미지를 이해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이 말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잘 알면서도, 나중에 결국 이 말들을 취소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한 결과이다. 실제로 바르트는 사진의 본질이 결국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카메라 앞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할 뿐, 그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희승은 최근의 개인전 <부적절한 은유들>에서 바로 사진의 이러한 본질을 드러냈다. 오늘날의 수많은 사진들이 무엇을 어떻게 재현할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은유적인 매체로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다분히 개인적인 매체인 사진의 특성을 작업으로 옮겼다. 소재 지향적 사진 작업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진의 본질에 다가서고자 하는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미술평론가 장정민>




<정희승 프로필>
  1974년 생. 홍익대 회화과 졸업, 런던예술대학(LCC) 사진과 학사 및 석사 졸업. 2008년 ‘예술가의 Sensibility’(쌈지아트마트), 2011년 ‘Unphotographable’(두산갤러리), 2011년 2013년 다음작가상 수상 전시 ‘부적절한 은유들’(아트선재센터) 등의 전시를 열었다. 2013년 제11회 다음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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