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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 작성시각: 2011.04.01 14: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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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기사] 대가와 댓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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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기사에 동조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고 대가들이 자신 특기에만 안주하는 문제를 단순하게 고답적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계층-중진과 원로에 걸쳐있는- 작가분들이 누리는 배경에 비해 작업 담론의 층위가 너무 얄팍한 층위로만 거론되는 것도 사실이긴하다.  다른 회원 열분들은 어케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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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대가의 도전보다 과거에 머문 시선

한국사진계에는 ‘3대 천왕’ 혹은 ‘빅스리’라고 부르는 작가들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이래 국내 사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온 스타급 작가 배병우(60), 구본창(58), 민병헌(56)씨다. 별칭에 깃든 의미만큼이나 세 작가의 그늘은 짙다. 살롱풍의 예술사진, 일상과 자연의 다큐적 묘사에 집착했던 시선의 틀을 깨고 셋은 1990년대 이후 사진판의 흐름을 스스로 바꾼 이들이었다. 현상과 사물의 이미지 자체에 천착하는 모더니즘적 감수성은 그들이 지닌 결정적인 무기였다. 최근의 행보도 도드라진다. 소나무 작업으로 유명세를 탄 배씨는 올 초부터 중국 대륙 사진 기행에 돌입했고, 구씨와 민씨는 이달 말 나란히 근작이 포함된 회고전 성격의 대형 전시를 열었다. 5년 만에 국제갤러리 신관에 마련된 구본창씨의 개인전(4월30일까지, 02-733-8449)은 엄밀히 말해 회고전도 근작전도 아니다. 독립큐레이터 김성원씨가 만든 이 전시는 피사체의 형식미에 몰입해온 구씨의 사진 인생 태반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그의 수집 편력으로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1층에는 유복한 명문가에서 성장한 유년시절부터 ‘오브제’로 수집한 고급스럽고 독특한 잡동사니 컬렉션들과 80년대 미공개 일상 사진들을 깔고, 2층에 유명 컬렉션에 수장된 도자기, 곱돌그릇, 탈, 문방구 등을 찍은 사진들을 내걸었다. 들머리에 있는 유년기 그의 집 소장품이었다는 청자 항아리와 선풍기, <타임> <라이프> 등의 시사잡지와 패션잡지 <시어스>, <김찬삼 세계일주 무전여행기> 등에서 이미지 표면에 몰입하는 작가만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물건들이 들었던 종이상자 내부의 다양한 명암, 오밀조밀한 격자 얼개 등에서 그가 상자를 바라볼 때 누렸을 시각적 쾌감을 얼추 짐작하게 된다. 특히 88년 올림픽 전후로 큰 카메라 두개를 들고 다니며 찍었다는 서울 거리의 변화하는 풍광과 거리의 간판, 그림 등의 이미지 영상들은 다큐적 기록이 아닌, 풍경 속 대상들의 사물성을 헤집는 날카로운 통찰이 엿보인다. 하지만 감흥은 여기까지. 2층에 나열된 근작 문화재 사진들-한국 탈, 백자, 곱돌그릇들을 찍은 사진들은 먹먹하다. 유년기 수집 편력에서 비롯된 물건 자체에 대한 오브제 취향이 여러 문화재들로 대상을 바꿔 거듭되어 온 사실들을 일러줄 뿐이다. 지금 자기 사진의 한계에 대한 고민과 전망, 앞으로 어떤 작업으로 건너뛰기를 할 것인지 전시는 암시하지 않는다. 2007년 그가 기획한 대구 사진비엔날레 이후 사진판 행사들에 얽힌 대외적 행보에 주력한다는 평이 나왔던 근황에 비춰, 이 전시에는 작가의 연륜보다 이른 퇴행적 시선들이 어른거린다.











 









 










» 민병헌씨의 2008년 작 ‘폭포’.
 

 
 

한미사진미술관의 민병헌 사진전(5월7일까지, 02-418-1315)은 어스름, 안개 같은 풍경 사진으로 성가를 누려온 그의 90년대 이후 작업들을 최근 ‘폭포’ 연작을 중심으로 엮는다. 폭포의 장쾌한 물줄기를 특유의 흐릿한 흑백 톤으로 인화시켜 뽑아낸 근작들은 내려꽂히는 물줄기의 수직성을 벗어나 물 자체의 생생한 질감을 보여준다. 몽글거리는 덩어리 같거나 수정 궁전처럼 갈라지는 폭포줄기의 세부 이미지들이 꿈처럼 피어오른다. 아쉬운 건 작가의 이미지 어법들이 갈수록 고착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는 점이다. 이전 연작 ‘깊은 안개’ ‘나무’ ‘설원’ 시리즈를 함께 비교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자연과 풍경이라는 한정된 소재의 범주 속에서 여백, 농담 등의 절제된 표현과 수공업적 인화 과정 같은, 20년 이상 지속된 민병헌 표 사진의 특성들에 피사체만 바꾸면서 안주한다는 느낌 또한 받게 되는 까닭이다. 한 사진계 기획자는 “작업상 가장 황금기라고 할 시기에 두 작가가 더이상 사진어법에서 새로운 힘과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modified at 2011.04.01 15:04:57 by moderator
modified at 2011.04.01 15:05:43 by mode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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