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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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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기사] 프랑스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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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지리통을 꽤 신나게 듣고 있다.  알게 된 사실 중 하나.  생각보다 많은 피곤들이 우리 주변에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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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검색






 
“위대함은 아무도 모르는 어떤 것, 그것을 향하는 길이다.”
- 앙드레 말로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1937~, 유럽대학원(EGS) 교수)는 『뉴 레프트 리뷰』지에 기고한 The adventure of French philosophy (New Left review 35, September-October 2005)에서 현대 프랑스 철학 전반에 관해 논했다. 바디우는 이 글에서 현대 프랑스 철학의 기원, 특성들, 일반론 등을 정리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위상과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바디우는 누구인가?

바 디우는 1937년에 모로코에서 태어났으며, 1958년에는 프랑스와 알제리 사이의 전쟁을 반대하여 연합사회당 설립을 주도했다. 1967년부터 루이 알튀세르와 교류했으나, 68혁명 이후에 결별하고 마오주의를 받아들였다. 바디우의 주저는 1988년 출간된 『존재와 사건』(L'Etre et l'Evenement, 1988, 국역본 2013년 출간)이며, 그는 이 책에서 수학의 집합론을 바탕으로 ‘수학적 주체론’을 수립했다.

철학적으로 바디우는 프랑스의 제도권 혹은 주류 철학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데리다도 프랑스에서는 제도권 철학자가 아니다. 바디우나 데리다가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이유는 프랑스의 제도권 철학계로부터 인정받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이론이 문학이나 문화 비평의 이론으로서 미국에 소개된 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에게 알려진 대부분의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들뢰즈, 푸코, 리오타르, 랑시에르, 바디우 등)은 파리 8대학에 있었는데, 파리 8대학은 프랑스의 중심부의 화려한 대학이 아니라 변방에 있는 대학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대 프랑스 철학’이라고 불리는 독창적인 사유들이 제도권 철학의 중심부가 아니라 중심 바깥의 ‘주변적인 곳’에서 출몰했다는 점이다.

바디우가 이야기하는 「프랑스 철학의 모험」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주변적인 특수성’에서 ‘보편성’이 출몰한다는 진리의 맥락 말이다. 당연하게도 바디우는 「프랑스 철학의 모험」이라는 글을 철학의 보편성과 특수성에서 출발시키고 있다. 그에 따르면 (그 자신이 증명하고 있듯이) 모든 철학은 항상 보편적인 것을 추구하며, 그 보편성은 특수성에서 출몰한다.


여러 데카르트들의 싸움

현대 프랑스 철학에는 두 가지 갈래가 있다. 한 갈래는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이며, 다른 갈래는 레옹 브렁슈빅(L. Brunschvicg, 1869~1944)이다. 이 두 갈래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다.

1911년에 베르그송의 옥스포드대학 강의가 『사유와 운동』이라는 논문집에 수록된 것이 하나의 출발점이고, 1912년에 브렁슈빅의 『수리철학의 여정』이 출간된 것이 다른 하나의 출발점이다.

비 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이 두 저작은 존재에 대한 방향 설정이 다르다. 베르그송은 존재와 생성의 일치를 주장했으며, 기본적으로 삶의 철학 내지는 우연성의 철학을 주된 철학적 입장으로 한다. 베르그송의 이 경향은 20세기 내내 이어지고, 들뢰즈에 와서 정점을 이룬다.


반면, 브렁슈빅의 철학은 개념의 철학이다. 개념의 철학이란, 철학을 어디에 근거지울 것인가의 문제에 해당한다. 브렁슈빅은 철학이 정초되는 지점을 수학 그리고 철학적 형식주의로 파악한다. 이러한 브렁슈빅의 경향은 레비스트로스, 알튀세, 라캉 등으로 이어져 내려오며, 바디우에 와서 정점을 찍게 된다.



[삶의 철학 - 개념의 철학]

이 대립되고 분리된 두 경향이 20세기의 시작인 것이다. 그리고 현대 프랑스 철학은 이 두 경향의 논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는 ‘주체’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가령 육체와 관념의 관계가 그렇다. 육체와 관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주체란 무엇인가? 이러한 것들이 현대 프랑스 철학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기본적인 원리에 해당한다.

이 문제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를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프랑스 철학의 적(敵)을 헤겔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적(敵)은 데카르트로 보아야 한다. 헤겔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데카르트만큼 현대 프랑스 철학에서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없다. 결국 모든 현대 프랑스 철학은 데카르트의 유산인 것이다.

어째서 데카르트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 것일까? 왜냐하면 데카르트는 모더니티 안에서의 ‘주체’의 범주를 창안했으며, 이는 사물의 물리학과 주체의 형이상학 양쪽의 문제에 동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수많은 철학자들만큼 많은 숫자의 데카르트들이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 프랑스 철학의 일반적 특징

그렇다면 이제 데카르트의 유산을 이어받은 현대 프랑스 철학의 일반적 특징을 알아보자.

첫 번째 특징은 독일 철학을 재전유한다는 것이다. 많은 프랑스 지식인들이 알렉상드르 코제브(Alexandre Kojeve, 1902~1968)의 헤겔 강의를 듣고 영향을 받았으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라캉, 레비나스, 장 뤽 낭시 등은 후설과 하이데거 현상학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데리다는 후설에서 출발해서 헤겔에 이르기까지 독일 철학에 관한 최고의 주석가였다. 이들 철학자들은 독일 철학을 재전유함으로써 개념과 실존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했다. 그럼으로써 해체론, 실존주의, 해석학 등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는 독일 철학을 프랑스 철학의 장 위에서 새롭게 다룬 결과에 해당한다.

두 번째 특징은 과학적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반성과 인식의 모델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에 반해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은 생산과 지적 활동의 형식으로 과학을 말한다. 즉 이들이 말하는 것은 어떤 창안 혹은 전환의 모델로서의 과학인 것이다. 이때 과학은 반성적 인식이 아니라 창조적인 사유의 실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따라간다면 과학은 예술의 창조 행위와 버금가는 것이 된다. 현대 프랑스 철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과학은 인식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된다.

세 번째 특징은 ‘정치적인 것’이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에 철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는 행위의 문제이고 철학은 개념의 문제이므로,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은 철학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개념과 행위의 관계를 탐색하려 했다.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푸코, 알튀세르, 들뢰즈 모두 철학자임과 동시에 정치적인 활동가였다. 그들은 실제로 정치적인 활동을 했으며, 개념과 행위의 새로운 관계를 정치 행위 속에서 찾았다. 정치를 통해 이들은 개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집단적인 실천으로서의 행위를 모색했던 것이다.




네 번째 특징은 삶과 예술의 새로운 형식에 대한 탐구이다. 이는 모던한 작용으로서, 철학을 현대화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예술은 이전의 예술과 완전히 이질적인 것으로 변화했다. 이는 아방가르드를 떠올리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삶의 모습, 양식들, 문화적 태도 같은 것들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했다. 현대 프랑스 철학은 이러한 변화에 많은 관심을 표한다. 그리고 철학을 그러한 모더니티에 근접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예술적 형식들, 사회적 형식들, 삶의 형식들을 창안하려고 한다.


철학은 다른 형식의 창조

그리하여 철학은 다른 형식의 창조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철학 자신의 형식이 문제가 된다. 현대 프랑스 철학은 개념들의 사용에 있어서, 이전의 전통 철학이 사용한 맥락과 다르게 된다. 즉 개념을 운용하는 형식 자체가 변화한 것이다. 이는 철학과 문학 사이의 관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제 철학과 문학이 융합되며, 이전과는 아주 다른 글쓰기가 나타난다.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은 자기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상당히 노력하고, 그 일환으로 참신하고 새로운 문장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제 대다수의 철학자들은 철학자이면서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문학과 철학 자체가 구분 불가능하게 되며, 이것은 기존의 전문적인 철학 혹은 전문적인 문학과 궤를 달리 하는 것이다.

현대 프랑스 철학이 밟고 있는 이러한 지점은 개념과 삶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 지점이며, 이른바 ‘글쓰기의 고향’과 같은 장소에 해당한다. 이것이 현대 프랑스 철학의 글쓰기이다. 궁극적으로, 개념과 삶의 구분을 폐지한 실천 형식으로서의 새로운 글쓰기는 새로운 주체 개념의 창안과 관련 되어 있다.

그리하여 주체를 둘러싼 철학적 지형은 변한다. 데카르트적 주체, 즉 이성적, 반성적, 의식적 주체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현대 프랑스 철학의 주체는 이전보다 훨씬 애매하고 모호해졌으며, 데카르트보다 훨씬 넓은 모델이 된다. 즉 주체는 미리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생산과정 내지는 어떤 창조 행위와 유사한 지점에 서 있다. 이른바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은 주체를 ‘과정’ 속에서 사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은 반성적 주체, 미리 주어진 주체, 미리 전제되어 있는 주체에 대해 죽음을 선고하고 지워버리지만, 단순히 그것으로 끝내지는 않는다. 주체의 죽음은 주체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의 시작인 것이다. 예를 들어 푸코는 말년에 다른 주체의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그것이 이른바 ‘자기 배려의 주체’이다.

현대의 주체는 주체 형성의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체화의 주체’라고 불리는데, 이 새로운 주체의 모델을 강력하게 제시한 것이 바로 정신분석이다. 정신분석은 의식 바깥 즉 무의식을 통해서 주체의 범위를 더욱 넓힌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프랑스 철학은 주체 문제에서 정신분석과의 논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프랑스 철학과 정신분석의 논쟁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양가성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를 참조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이론의 노정을 걷는다.


정리하자면 현대 프랑스 철학은

1. 개념과 실존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2. 철학을 여러가지 모더니티에 근접시키려 한다. 그리하여 철학은 더 이상 순수학문이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간다.

3. 앎의 철학과 행위의 철학 사이의 대립/분리 자체를 폐기한다. 앎과 실천 행위를 분리한 칸트와 달리, 앎 즉 인식은 그 자체로 실천이며 또 다른 생산과정이다.

4. 철학을 직접적으로 정치의 장에 위치시킨다.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은 모두 철학적 투사인데, 이는 정치에 대해 반성하거나 판단하는 의미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이다.

5. 반성적 주체 모델을 폐기하고 새로운 주체의 모델을 사유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신분석학과 교류하며 치열하게 논쟁한다.

6. 새로운 철학적 스타일을 창조한다. 철학과 문학이 구분될 수 없는 수준으로 철학적 글쓰기를 수행한다. 이것은 철학자와 작가가 구분되지 않았던 18세기 프랑스 철학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현대 프랑스 철학은 이전 철학과 다른 것을 욕망한다

현대 프랑스 철학의 본질적인 욕망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그것은 바로 ‘철학적 글쓰기’라는 실천 형식을 창안해내는 것이다. ‘철학적 글쓰기’는 단순히 관념적인 작업이 아니라 어떤 실천 형식에 해당한다. 이렇게 현대 프랑스 철학에 들어서면 철학의 욕망 자체가 변화한다. 즉 현대 프랑스 철학의 시기는 철학이 다른 것을 욕망하게 되는 시기인 것이다.



바 디우는 이러한 현대 프랑스 철학의 맥락 속에서 자신의 진리 철학을 개진한다. 바디우는 현대프랑스 철학의 주된 분기였던 실존적 생기론과 개념적 형식론을 주체의 문제로 종합하며, 결국 진짜 삶이라는 것은 진리 안에 있는 삶, 어떤 이념이 있는 삶으로 파악한다. 이것은 결국 사유하는 삶이며, ‘거리’와 ‘관계’를 반추하는 삶이다. 즉 법칙성, 국가, 권력 등과의 ‘거리 두기’를 사유하는 것, 그리고 ‘관계 아닌 관계’ 즉 예외를 사유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전과 다른 것을 욕망하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일반 지형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지형도를 파악한 후에야 비로소 바디우 철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어떤 존재론의 윤곽, 그리고 그 존재론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바디우의 진리 철학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바디우는 어떻게 현대 프랑스 철학의 분기를 종합하고 있는가? 또한 바디우는 서구 철학이라는 큰 틀에서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가? 현대 프랑스 철학에 관한 최전선의 문제 속으로 지금 바로 뛰어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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