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뉴욕에선 이른바, ‘소변기’ 스캔들이 있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이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 자신의 전시장에 소변기를 설치한 뒤,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논란거리가 되었다. 지저분한 화장실에 거주하던 소변기를 예술의 장으로 이주시킨 것이다. 
아크릴큐브 아크릴큐브
 
최근 같은 도시에서 쓰레기 열풍을 일으킨 이가 있다. 뉴욕에 사는 저스틴 지냑(Justin Gignac)은 2001년부터 길거리의 쓰레기를 수집한 뒤 투명한 아크릴큐브에 넣고 이름을 붙여 판매해 오고 있다. 미국의 명문 미술대학 중 하나인 SVA(School of Visual Arts) 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아크릴큐브
 
그는 플로리다에서 병 속에 모래를 담아 판매하는 기념품을 본 뒤 뉴욕에 어울릴만한 기념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냑이 찾아낸 건 엉뚱하게도 거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쓰레기였다. 전세계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 뉴욕, 그곳에 굴러다니는 잡다한 쓰레기들이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새로움과 다양성이 한데 뒤섞인 쓰레기, 그 안에 뉴욕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보았다.
 
두 번째는 자신의 동료가 패키지 디자인의 중요성이나 유용함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을 찾아 패키지 디자인만을 더해 그것을 팔아보기로 했다. 타임스퀘어의 더러운 거리를 살피다 발견한 쓰레기는 가장 좋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반응은 놀라웠다. 2013년까지 1,400개가 넘는 쓰레기큐브가 판매된 것이다. 이 오리지널큐브 이외에도 지냑은 특별한 날이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리미티드에디션 큐브도 제작해오고 있다. ‘타임스퀘어에서 연말 맞이 하기’, ‘뉴욕자이언츠 우승 기념퍼레이드’, ‘뉴욕시에서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첫날’과 같은 제목의 리미티드 에디션큐브는 현재도 작업 중이다.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로리다 모래가 병 속에 담기면 기념품이 되듯, 특별한 날 그 장소에 존재했던 물건의 잔해는 추억이 더해져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기념할만한 시공간적 기념품이 된다.
 
아크릴큐브 아크릴큐브
 
물론 쓰레기를 재활용 혹은 재해석하는 행위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 뿌리는 신사실주의(1960년대 초 파리를 중심으로 일어난 전위적 미술운동)로 시각에 따라 사물은 있는 그대로 얼마든지 예술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지냑이 거리의 쓰레기로 남다른 작품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기념품을 만들기 위해 혹은 패키지 디자인의 중요성을 입증하기 위해서였지만, ‘버려진 것’을 ‘간직 할만한 것’으로 재해석한 지냑의 행위는 기존의 정크아트와는 차별화된 아이디어이다.
 
조금만 생각의 폭을 넓혀 본다면 매일 사용하는 컵이나 사무실 의자가 다른 존재로 변신할 수도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놓쳐버린 것들 지나쳐버린 무언가가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어 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선이 타인의 공감을 얻는다면 지냑처럼 소장하고 싶어지는 무언가가 될지도 모른다.
 
글_ 김지혜
 

사진출처 http://nycgarba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