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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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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각: 2014.04.27 16: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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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그날 _이성복


그 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
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 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 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치는 노인과 변통(便桶)의

다정함을 그 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 +

배 안에 있던 이와, 배 밖에 없던 당신을 위해. 생각난 시. 나름 弔詩 라 사료되어 옮김.
아마도 이번 한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멍청하고 한심하게 말라버린 시간이었던 듯하다.
// 밥 말리의 war가 계속 리플레이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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