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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 작성시각: 2011.03.20 06: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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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박찬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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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박찬경의 작품보다 더 나은 글이라고 생각된다.  예술가는 사회적으론 좀 피곤한 객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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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문화칼럼] 미술가와 어부
한겨레


미 술대학 수업 중에 한 학생이 ‘미술가의 사회적 지위’를 주제로 작품을 하면서 조사한 것을 발표했다. 결혼중매회사에서 신랑 후보의 직업별 등급을 매기는데, 미술가는 최하위 등급이거나 ‘기타 등급’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기타 등급’에는 ‘어부’도 나란히 끼어 있었다. 화가나 어부가 주는 낭만적인 느낌은, 결혼과 같은 냉정한 현실세계에서 금물이다. 그러니까 결혼이 낭만적인 연애의 결과라는 것이 루머가 된 것과 같이, 사람들은 낭만보다는 낭만을 살 수 있는 능력을 더 원한다.

미술가는 경제 기준으로 따지면 실업자나 마찬가지다. 유럽에는 예술가에게 실업수당을 제공하는 나라도 있다니, 예술가가 정말 직업인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예술가란 어떤 상징적인 직업인 것 같다. 예술을 매일 한다는 뜻에서 직업은 직업이지만, 수입은 없다는 점에서 실재하는 직업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직업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매일 땅만 판다거나 하늘만 쳐다보는 것이 실제로 직업일 수는 없을 텐데, 이것이 현대미술가가 하는 짓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어부와 미술가는 전혀 다르다. 어부는 자연에서 자원을 끌어내는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미술가란 멀쩡한 물건도 망가뜨려서 의미나 상징을 만드는 데 몰두하는, 꼭 필요한지 불확실한 존재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예술가에게 이렇게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은 고객에게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정보회사가 잘 모르는 사실은, 예술가도 때로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학에서 ‘상징자본’이란 말을 쓴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상징은 오늘날 큰 잠재력을 지닌 상품이 되었다. 그 상징의 힘은 대단한 것이어서, 예술가가 찢어지게 가난하다고 하면 그의 예술이 더 비싸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사교생활은 부자처럼, 일상은 거지처럼 사는 작가가 동서고금에 많이 있다.

상징자본의 특징은, 상징체계의 꼭짓점에 올랐을 때만 자본이 된다는 것에 있다. 연간 미술시장이 수천억원 규모라고 해도, 그 덕을 보는 작가는 극소수이다. 상징자본이 평등하게 분배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빨리 직업을 바꾸는 편이 낫다. 문제는 그 ‘상징독점자본’이라도, 정말 그것이 예술로서도 그만큼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예술작품의 가치와 환금가치는 생선의 맛과 가격이 대체로 부합하는 것과 달리, 서로 잘 맞지 않는다. 상징자본이 소수의 작가와 제도에 몰려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정말 걸작을 양산한다면, 예술실업자들도 꿈을 갖고 실업상태를 견딜 만할 텐데 말이다. 예술가란 명예를 음식으로 착각하는 자들이거나, 적어도 그런 척은 잘하니까.

그러면 작품의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결정하는 자는 누굴까. 이상주의자는 관객이라고 할 것이고, 현실주의자는 권력이라고 할 것이다. 나는 이보다는 조금 덜 원칙적인 주장을 하려고 한다. 그것은 우선 기자고, 비평가다. 미술의 가치란 결국 사람들이 그것에 관해 쓰고 말하면서 형성된다. 상징자본이 그냥 자본이 아니고 예술가가 어부와 다른 이유는, 글과 말이 그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십여년 동안 한국의 미술은 규모가 커졌고, 꽤 다양해졌지만 미술 저널리즘과 비평은 눈에 띄게 퇴보했다. 미술 잡지도 옛날 것이 낫다. 미술 전문기자는 거의 없다. 비평가가 기사 기획에 참여하고, 비평가의 글을 자주 실어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여 문화의 최전방에서 싸워왔다는 그 미술이 세상에서 가장 심한 상투어의 장막에 둘러싸이게 된 것일까. 예술가가 어부와 동급이라는 건 오히려 영광이나, 이건 좀 못 참겠어. 미안.

박찬경 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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