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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 작성시각: 2012.02.21 18: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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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기사] 제프 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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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는 무엇을 만들면서 시간을 버티느냐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스스로가 감내해야하는 극한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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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트인 컬쳐







<네덜란드 커플> 캔버스에 유채 213.4×274.3cm 2007 (사진: 권현정)
“안녕하세요, 쿤스씨!”
글 | 김재석 기자
 
 


슈퍼스타 제프 쿤스가 내한했다. 그는 세계적인 컬렉터 프랑수와 피노(PPL 회장)의 아시아 첫 소장품전 <프랑수아 피노 컬렉션: Agony and Ecstasy>(9. 2~11. 19 송은아트스페이스)에 초대를 받았다. 쿤스는 무라카미 다카시, 데미안 허스트, 신디 셔먼 등의 참여작가를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편 그의 공식 방한 일정을 하루 앞두고 2011KIAF에 선보일 제프 쿤스의 BMW 아트카가 공개돼 각종 매체를 장식했다. 지난 4월, 그는 서울 명동의 신세계백화점 옥상에 자신의 작품 <성심(Sacred Heart)>의 설치를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바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쿤스는 짧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전시공간을 빽빽하게 채운 취재진의 여러 요구에 장난기 섞인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미술계 ‘슈퍼스타’로서의 면모를 과감히 드러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언론 노출에 조심스러운 프랑수와 피노보다 더욱 ‘사업가’처럼 보였다.

<성심(바이올렛/골드)> 고크롬 스테인리스스틸 투명 코팅 373.3×213.4×121.9cm 2006 신세계백화점 제공
미술계 악동에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가까지
잘 알려졌다시피 제프 쿤스가 처음부터 작가로 미술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아니었다. 인테리어디자인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웨딩드레스를 판매하는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그는 어렸을 적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제작한 ‘작품’을 가게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대학에 진학한 그는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아직도 미술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겠어요. 저는 미술학교에 입학해서야 미술이 인간의 역사 도처에서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고, 모든 것에 열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멤버십 티켓을 판매하는 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3살에 영업직 주임을 맡을 정도로 판매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1970년대 후반, 의미가 알쏭달쏭한 작품을 발표하며 미술계에 데뷔했다. 거울 위에 토끼나 꽃모양의 풍선 인형을 올려 놓거나, 청소기 스피커 커피포트 소형냉장고 등 대량생산된 가정용품을 형광등과 결합했다. 이후 그는 나이키 광고를 차용하거나 증류수에 농구공을 넣은 <이퀄리브리엄> 연작, 고급 위스키 광고를 그대로 가져와 캔버스에 옮기고, 스테인리스로 소형 장식품을 모방한 <사치와 퇴폐> 연작 등을 선보였다. 그의 초기작은 초현실주의부터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워홀의 팝아트,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라이트아트까지 미술사의 여러 양식적 유산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도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면서도 저급한 작품을 의미하는 ‘키치(Kitsch)’와 줄곧 연관됐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이탈리아의 포르노스타이자 국회의원이었던 치치올리나와 함께한 <메이드 인 헤븐> 연작이었다.
남녀의 적나라한 성행위를 미술사적 도상에 맞춰 재구성한 이 작품들은 미술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미술계의 평가는 극단적이었고, 쿤스는 치치올리나와 이혼하면서 아들마저 빼앗겼다. 재정 상태는 악화돼 파산 위기에 놓였고, 작품을 모두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그러나 그가 아들을 위해 제작했다는 거대한 강아지 형상의 꽃무더기 <강아지>를 통해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스테인리스를 최적의 상태로 가공한 <셀러브레이션> 연작으로 대중적 지지까지 확보했다. 풍선 강아지, 사탕, 하트, 다이아몬드, 부활절 계란 형상을 한 작품은 세계 주요 미술관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2007년 11월 열린 옥션에서 그의 작품 <매달린 하트>는 약 250억 원에 낙찰됐다. 생존 작가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이었다.
전세계 주요 컬렉터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쿤스의 사업적 수완은 익히 알려졌다. 프랑수와 피노 회장과도 마찬가지다. 그는 누군가의 컬렉션에 작품이 포함된다는 것 자체가 ‘소통’이며, 작품을 제작할 때 누군가와 소통할 것인지에 따라 자신이 구사하는 조형적 어법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컬렉터는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에요. 동시대 작가로서 내가 살아있다는 의미를 작품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어요. 그걸 나눌 수 있는 컬렉터를 만나 더없이 기쁩니다. 컬렉터는 내 작품의 보호자입니다. 좋은 컬렉션에 들어가면 작품을 잘 보존할 수 있죠.(웃음)” 쿤스는 동시대미술을 감별하는 피노 회장의 안목이 누구보다 본능적으로 날카롭다며 치켜세웠다. “좋은 컬렉터는 예술로 자신이 경험한 바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 합니다. 일종의 관대함 같은 것이죠. 작가 역시 마찬가지에요. 좋은 작가와 컬렉터는 늘 나눔의 정신을 실천합니다. 피노가 마련한 이번 전시는 많은 사람들이 예술로 삶의 반경을 넓히는 교육적인 기반을 제공할 거에요.”

<강아지> 혼합재료 1234.4×1234.4×650.2cm 1992 아롤센 설치 전경
“내 작품은 모든 근심을 제거하기 위한 여행”
제프 쿤스는 이번 전시에 출품된 각기 다른 장르의 세 작품을 직접 설명하면서 ‘욕망’과 ‘소통’이란 단어를 키워드로 삼았다. “세 작품은 모두 어떤 소통을 갈망하고 있어요. 조각품 <부르주아 흉상-제프와 일로나>는 남녀가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죄의식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죠. 마치 마사치오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처럼요. 그러나 제 작품에는 그런 감정조차도 있는 그대로 솔직히 받아들입니다. 회화 <네덜란드 연인>도 마찬가지에요. 일본 목판화에서 막 성교를 시작하려는 장면과 제 자화상이기도 한 원숭이 인형의 모습이 뒤섞여 있죠. 저는 이 작품에서 인간의 본성도 드러내고, 다윈의 진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반영했어요.” 쿤스는 관객이 작품의 의미를 하나하나 정확하게 읽어 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관객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거울처럼 대상이 비치는 평면 스테인리스 작품 <올리브 오일>에서 관객과의 소통은 보다 직접적이다. 그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모습이 사라지면 작품도 끝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은 항상 세상을 대면해야 해요. 항상 다른 사람들과 소통의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쿤스는 자신의 작품 활동을 ‘모든 근심을 제거하기 위한 여행’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생각을 미술에 집중해야 해요. 요즘 젊은 작가들은 이것저것 하느라 작업할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죠. 저는 온종일 미술만 생각해요. 확실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고민을 반복하죠. 아이디어가 확실하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않아요.” 그는 인터뷰 도중 ‘제스처’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이를 지적하며 제스처의 의미를 재차 물었다. 그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행동’이라고 답했다. “모든 미술작품은 제스처에요. 제스처는 내가 인생에서 정말 원하는 것을 하는 일을 말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동시대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그의 활동을 처음부터 살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사업가형 아티스트’인 쿤스는 현재 뉴욕 맨해튼 첼시에 120여명의 직원을 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와 함께 작품 제작상의 문제를 조정하지만, 모든 작품은 그의 철저한 통제 아래 제작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결코 대량생산된 작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나의 페인팅이 제작되는 데 꼬박 6~8개월이 필요합니다. 보통 아이디어에서 최종 작품이 완성되는 데 2년 정도가 걸려요.”
쿤스에게 《아트인컬처》 2010년 10월호의 표지를 장식한 김홍석 작가의 <토끼>를 보여 줬다. 그는 작품을 알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의 제프 쿤스 열기에 그 자신도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한달동안 진행된 신세계백화점의 ‘쿤스 마케팅’은 대성공이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쿤스의 작품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으며 그의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신세계 측은 작년 대비 매출이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라면 가까운 시기에 그의 여러 작품을 한자리에 만나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의 개인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적은 있지만 아직 계획은 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개인전을 열고 싶습니다.” 슈퍼스타 제프 쿤스가 한국에서 펼칠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가슴에 얹은 손> 캔버스에 오일, 잉크 실크스크린 243.3×365.8cm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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