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당하거나 인구에 회자되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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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 작성시각: 2012.03.18 12: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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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섬 Heat Island


장선아展 / JANGSUNA / 張善雅 / photography 2012_0228 ▶ 2012_0325 / 월요일 휴관


장선아_The Long Way Home_사진_130.3×97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장선아 홈페이지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11:00pm / 월요일 휴관   카페그라폴리오 서울 마포구 상수동 86-30번지 Tel. +82.2.326.5393 www.grafolio.net

  열 섬 Heat Island - 보편적인 질문에 관하여 ● 퍼포먼스의 단면은 아니에요.풍경도 정물도 아니죠. 설치라 하기엔 너무 당연한 부분이 있고요. 단상이라 적기에는 그곳에서 그치지 않았어요.  
장선아_열 섬_사진_145.5×112.1cm_2012
장선아_From 2009-2012_사진_90.9×72.2cm_2012
장선아_From 2007-2012_사진_90.9×72.2cm_2012
장선아_예민한 의식_사진_130.3×97cm_2011
장선아_열대야_사진_116.8×97cm_2011
장선아_The Long Way Home_사진_130.3×97cm_2011
  사진 작업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럽네요. 현대미술에 묻어가기에는 지루하고, 의도나 개념은 감수성 저 아래에 모셔 두려구요. ■ 장선아 --------

심심한 위로


변윤희展 / BYUNYOONHEE / 邊允希 / painting 2012_0313 ▶ 2012_0426 / 일,공휴일 휴관


변윤희_부킹의 현장_장지에 혼합재료_130×162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820d | 변윤희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316_금요일_05:00pm 2012 안국약품 신진작가 공모展 주최 / 안국약품(주)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AG GALLERY AG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993-75번지 안국약품 1층 Tel. +82.2.3289.4399 www.galleryag.co.kr

  머릿속으로 작품을 구상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시각화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생긴다. 그것은 작업의도가 불분명해서가 아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내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이러한 것들이 화면 곳곳에서 다른 이미지들과 조합되어 보여 질 때에 그것은 이미 이전의 생각과 다른 의미로 작용하게 된다. 이번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나조차도 느끼지 못했던 나의 진심을 느끼는 순간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가슴 벅찬 무언가가 차올랐으며 진부한 표현을 빌자면 작가에게 있어 작업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었다.  
변윤희_100살까지 사세요._장지에 혼합재료_162×260.6cm_2012
변윤희_결혼해도 괜찮아_장지에 혼합재료_162×260.6cm_2012
변윤희_돌리고 돌리고_장지에 혼합재료_130.3×97cm_2012
  이 번 나의 작업에 대한 소재는 '경조사'에 관한 것들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대해 강조했던 과거 작업에서 좀 더 사회적 측면에서 폭 넓은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했던 나의 바람과 이 '경조사' 라는 주제는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렇듯 조금은 막연하게 시작했던 작업은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보통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조사'는 화려하고 즐거움 속에서 행해지는 잔치나 혹은 무겁고 침울한 상태의 장례를 떠올릴 것이다. 나 또한 단순하고 일반적인 생각으로 돌잔치, 결혼식, 고희연과 같은 흥겨운 잔치는 밝고 재미있게 표현을 하고 장례식은 어둡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작품을 대면했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하게 되었다. 기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모든 작품들이 화려함 속에서 오묘하게 슬픔을 잠재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알 수없는 먹먹함과 우울함에 젖어 있었던 때가 많았다.  
변윤희_영식씨 파도_장지에 혼합재료_42×29.5cm_2011
변윤희_졸업하는 날_장지에 혼합재료_130.3×97cm_2012
  올해 나는 29살이 되었고 작년부터 빈번하게 생기는 주위 사람들의 결혼 소식과 부고 알림에 직접'경조사'에 하객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허상 속에 비춰진 삶을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내 그림 속 군상은 어릴 적에는 그 어떤 꽃보다 환하고 아름답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시간이 흐르고 통과의례와도 같은 의식들을 거듭할수록 사람 자체의 빛은 잃고 배경이 그들을 지배하는 듯 보인다. 졸업식은 그것으로서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난에 우울한 졸업식이 될 수도 있고 결혼식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게 되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음에 대한 공표이며 죽음에 더욱 가까워진 고희연 잔치는 '최후의 만찬'인 듯 성대한 잔치로 부모를 위로한다. 고인을 기리는 자리에서는 오히려 당사자들은 담담해진다. 상조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치루는 상주와 한 쪽에서 화투판을 벌이는 조문객을 보고 있자면 고인에 대한 상실감보다는 그 모습들 때문에 서글퍼진다. 이렇듯 너무도 주관적인 견해지만 나에게 있어 '경조사'의 의미는 점점 Blue Day로 인식되고 있다. 나는 현재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작업이 나의 솔직한 심정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내 작업이 표현한 어떠한 잔치풍경에도 난 환상을 심어주지 않았다.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이 진짜다. ■ 변윤희 --------------

Decoding Scape


이정록展 / LEEJEONGLOK / 李正錄 / photography 2012_0317 ▶ 2012_0505


이정록_Decoding Scape 01_C 프린트_120×160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309b | 이정록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317_토요일_05:00pm 한미사진미술관 기획展 SPECTRUM 5 주최 / 한미사진미술관 후원 / 한미홀딩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1:00am~06:30pm   한미사진미술관 The Museum of Photography, Seoul 서울 송파구 방이동 45번지 한미타워 20층 Tel. +82.2.418.1315 www.photomuseum.or.kr

  한미사진미술관의 7인 연속기획전 SPECTRUM , 그 다섯 번째 전시 - 작가가 만난 풍경, 자연의 의미를 풀어내고 소통을 시도한 이정록의 신작 시리즈 'Decoding Scape' ● 한미사진미술관의 연속기획전 SPECTRUM의 다섯 번째 전시는 이정록의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신작들은 작가가 설정한 최소한의 연출로 자연과 환경, 땅의 힘과 경이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기존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 위에 '언어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삽입하여, 우리 삶 속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신화적이고 영적인 세계를 작가만의 철학으로 더욱 다채롭고 강렬하게 시각화하였다.  
이정록_Decoding Scape 04_C 프린트_100×150cm_2011
이정록_Decoding Scape 11_C 프린트_100×160cm_2011
  작가에게 말과 언어란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 그 이상이다. 그것은 단지 인간이 고안해내고 약속한 기호 체계가 아니라 사물이 그 안에서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하게 되는 '존재의 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정록의 'Decoding Scape' 시리즈 안에서는 우리가 발음하는 자음과 모음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조합되어 마치 생명을 가진 신화적 존재처럼, 사진 프레임 안에 공존하는 사물들과 단일한 풍경을 구성한다.  
이정록_Decoding Scape 15_C 프린트_160×120cm_2011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하여 소리 문자인 한글을 뜻 글자로 읽어내고 상형문자로 봄으로써 그 속에서 자연의 의미를 풀어내고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자연을 관찰하고 더 나아가 그것과 공명하여 그 언어적 본질을 읽어내어 한글기호로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작업과정 중에 그가 바라본 풍경이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며 그 풍경을 한글에 기초한 그만의 언어로 해석하여 그 결과를 필름에 기록함으로써 대상과의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이정록_Decoding Scape 24_C 프린트_120×160cm_2011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언어성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이 언어를 '말함'으로써 사물은 창조되고 인식된다. 작가는 개개 사물에 붙여진 이름들이 그 존재의 언어적 본질을 발견해 내어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에, 그 '이름' 자체가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고, 그리하여 인간은 사물, 자연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정록_Tree of life#3-8_피그먼트 프린트_90×120cm_2011
이정록_Tree of life#4-4_피그먼트 프린트_120×160cm_2012
  SPECTRUM 展 소개 ● 『SPECTRUM』은 한미사진미술관의 연속기획전으로 미술관이 주목하는 7인의 작가 임 택, 김재경, 김옥선, 화덕헌, 이정록, 난다, 최중원을 소개한다.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본 기획전은 개별 작가들의 독특한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동시에,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빛깔로 구성된 한국 현대사진의 현재를 심사 숙고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이 연속기획전은 2011년 10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한미사진미술관 20층에서 계속 전시된다. ■ 한미사진미술관     ----------    

나무 속, 그 비밀에 관해 Wood - It's myterious Inside


이승은展 / LEESEUNGEUN / 李承恩 / painting 2012_0321 ▶ 2012_0327


이승은_시작인거죠_1/10_마뜨료슈까에 채색_29×14.5×14.5cm_2009
  초대일시 / 2012_0321_수요일_05:00pm 후원 / 주한 러시아 대사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목인갤러리 MOKIN GALLERY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82.2.722.5066 www.mokinmuseum.com

  이승은이 우리에게 보내온 마뜨료슈까의 연인들 ● 마뜨료슈까는 달걀 모양의 인형 안에 작은 인형이 겹겹이 들어있는 러시아 민속인형이다. 양파처럼 한 꺼풀 드러내면 그 안에 똑같은 모양의 인형이 들어 있다. 단순하면서도 정감이 가고, 그러면서도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나무의 재질은 참피나무. 그래야 터벌어지지 않고 뒤틀리지 않는다.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가 바로 이 피나무를 두고 노래한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자라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많이 자란다.  
이승은_꽃날_1/30_마뜨료슈까에 채색_42×21.5×21.5cm_2011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다. 100여 년 전 러시아의 한 기업가의 아내가 남편을 따라 일본에 갔다가 그곳에서 평소 보던 것과는 모양이 다른 배불뚝이 목각인형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이 인형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러시아 전통의상을 입힌 처녀의 모습으로 제작해 러시아에 들여왔다. 그리고 러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해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아 러시아를 대표하는 인형이 되었다. ● 그리고 100년 지난 다음 한국의 한 상사맨의 아내가 남편을 따라 모스크바에 갔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그곳에서 이제까지 보았던 것과는 다른 배불뚝이 인형을 만난다. 러시아 민속의상을 입은 인형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아주 색다른 것들도 있다. ● 제일 바깥에 푸틴의 얼굴로부터 시작해 차례로 옐친, 고르바초프, 체르넨코, 안드로포프, 브레즈네프, 스탈린, 그리고 제일 안에 인형세트의 씨앗처럼 땅콩 크기만한 레닌이 그려져 있는 것도 있고, 그 무렵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클린턴의 경우 부인인 힐러리보다 한때 그의 애인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의 얼굴을 두 번째에 그려 넣어 그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풍자하기도 한다.  
이승은_마중가는 길_1/50_마뜨료슈까에 채색_67×28×28cm_2012
  예술은 그것이 어느 분야의 것이든 그 예술가의 남다른 상상과 열정의 소산이다. 러시아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마뜨료슈까를 러시아의 민속인형으로만 보고 관광상품으로만 대할 때 한국의 한 동양화가는 거기에 러시아적인 것과 동시에 가장 한국적인 것을 결합하면 어떨까를 생각했던 것이다. 이질적인 두 요소의 융합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의 창조다. ● 그는 아무 그림도 그리지 않은 마뜨료슈까 세트를 들여와 거기에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담기 시작했다. 그의 초기 작업시절 나는 그의 블로그를 통해 그의 마뜨료슈까 작업이 이미 매우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작업은 매우 신들려 있었다. 이 러시아 민속인형이 100년 전 일본 목각인형에서 출발해 한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콘이 되었듯 그는 러시아에 가 있는 동안 가장 러시아적인 마뜨료슈까를 통해서 가장 한국적인 작업, 그리고 가장 자기다운 작업을 할 수는 없을까 연구하고 모색했던 것이다. 나는 그의 블로그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고 깊어지는 그녀의 작업광경과 그때그때의 결과물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오늘 우리에게 '마뜨료슈까의 연인'을 보내온 이승은이다.  
◁ 이승은_약속 있어요_마뜨료슈까에 채색_56.5×25×25cm_2010 ▷ 이승은_그리다가_마뜨료슈까에 채색_55×24.5×24.5cm_2010
  그는 동양화를 전공했는데도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면 우리가 동양화에 대해 막연한 환상처럼 가지고 있는 '일필휘지'와는 전혀 다른 풍의 그림을 그린다. 나의 화단 교류가 넓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나는 이승은만큼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게 그림을 그리는 동양화가를 거의 본적이 없다. 예전에 삽화 작업을 할 때에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질릴 정도로 꼼꼼하게 작업했고, 그것이 단색 삽화인데도 그녀의 그림은 늘 화려한 색상들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했다.  
이승은_스치다가_마뜨료슈까에 채색_46×21.5×21.5cm_2012
  이번 전시회에 나온 '마뜨료슈까의 연인'들 역시 그렇다. 우리가 잘 아는 황진이도 있고, 매창도 있고, 계월향도 있고, 홍장도 있다. 이승은의 '연인'은 화려한 색감의 섬세함으로 그들의 생의 아픔과 예술적 혼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위로한다. 그래서 이 '연인' 시리즈가 보여주는 색감의 화려함은 언뜻 그들이 가졌던 기예만큼이나 도발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화려함 속에 오히려 이들 가슴 밑바닥에 쌓여 있는 슬픔의 우물 같은 처연함이 배어 있다. ● 화가에게 그림은 곧 그의 마음이다. 저 양파 같은 저 연인들의 제일 깊숙한 가슴 속엔 오직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그녀들의 사랑이 숨어있다. 열고, 열고, 또 열어도 다 열리지 않는 조선 연인들의 사랑과 향기와 그리고 화려하여 더욱 처연한 생의 근원과 같은 슬픔이 있다. 예술의 슬픔이며 연인의 슬픔이다. ■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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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기  간 : 2012.03.08 ~ 2012.05.02

1. 전시개요 전시작가 강민수, 구본창, 석철주, 성석진, 이이남, 정광호, 정헌조, 조성연, 최영욱 (총 9명, 가나다순) 일 시 2012. 3. 8(목) - 5. 2(수) 56일간 장 소 일우스페이스 전시작품 회화, 조각, 사진, 공예, 미디어 50여 점 오 프 닝 3월 8일 목요일 오후 4시
2. 전시소개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1층 로비에 위치한 일우스페이스(一宇SPACE)는 추운 겨울을 지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봄을 맞이하여 2012년 3월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展을 오픈한다. 오는 3월 8일(목)부터 5월 2일(수)까지 56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일우스페이스(02_753_6502) 기획의 그룹 전시로, ‘달항아리’를 소재로 한 회화(석철주, 정헌조, 최영욱), 조각(정광호), 사진(구본창, 조성연), 공예(강민수, 성석진), 미디어(이이남) 등 다양한 장르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일우스페이스의 독특한 공간과 만나 한층 높은 격조의 미감을 선보이게 된다. 백색의 고요함과 마음에 내려앉는 순수한 미감을 전하는 청아한 달항아리에 대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미(美)라고 하면 신라의 금관과 고려 청자, 조선의 달항아리를 들 수 있다."며 "달항아리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중간에 이은 부분이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게 다듬지 않는 달항아리는 형태가 심하게 이지러진 것도 있고, 기교에 집착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깊은 맛을 낸다. 이런 까닭에 은은하고 고고한 아름다움, 흑과 백, 채움과 비움, 단순하지만 강렬한, 너그러움과 온화함, 관조와 성찰, 본질적인, 형태의 근원을 추구하는, 완전한 입체이나 보기에 따라서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생성과 소멸, 단아함 단출함 무기교의 단순함, 자연적 우주적 에너지와 같은 특징들로 표현되고 설명된다. 흔히,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한다. 이점을 생각해볼 때 달항아리의 여유로운 자태로부터 우리는 인생의 흐름을 연상하고, 삶에 대한 자세를 성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새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의 달항아리를 보며 자신의 운이 기울고 있다고 느껴질 때는 잠시 내려놓고, 차오름을 느낄 때는 있는 힘껏 도약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찾고, 달항아리의 고요한 미감을 통해 활짝 꽃필 봄날을 희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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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너머 풍경


김장섭展 / KIMJANGSUB / 金壯燮 / photography 2012_0321 ▶ 2012_0408


김장섭_Beyond Landscape_BY15-안면도_시바크롬 프린트_100×150cm_1997
초대일시 / 2012_032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9:00pm / 토_10:00am~06:00pm / 일_11:00am~06:00pm 금산갤러리 KEUMSAN GALLERY 서울 중구 회현동 2가 87번지 쌍용남산플래티넘 B-103호 Tel. +82.2.3789.6317 www.keumsan.org

우리들의 리틀-빅맨, 김장섭의 개인전에 부쳐서 ● 작가 김장섭이 쓰러졌다. 작년 가을 학기가 시작되려던 막바지 여름에 나의 동료 김장섭이 뇌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개인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모처럼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내려는 준비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언제나 한결같은 부드러움과 은근한 비판적 재치가 번득이는 섬세한 담화와 유머로 좌중을 파고들던 그다. 그 침착하기가 얄미울 정도로 담담한 의식의 균형을 보여 많은 이들로부터 믿음을 받아오던, 흐트러짐이 없는 당대의 멋진 '신사'가 자신의 이해와 섭생은 도모하지 않던 기질이 한계에 달했던 것인가? ● 그의 학생들은 언제나 그에게 열광하였다. 학생들을 사로잡는 기질이 돋보이는 예리한 언변과 은근한 막말도 그의 입을 통해서 발하면 특유의 매력으로 발산했기에, 언제나 엄격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카리스마에 노출되면 그럴수록 더욱 빠져드는 것이다. 나보다 한 참 후배이지만 현실감 없는 나에게는 마치 선배처럼 든든하게 위안이 되던 그런 친구가 아닌가.
김장섭_Beyond Landscape_BY27-구례_시바크롬 프린트_100×150cm_1997
김장섭_From Landscape_FL06_디지털 프린트_55×150cm_2005~9
일찍이 학창 시절부터 누구보다도 가장 두드러진 예리한 감성으로 독보적인 작업 활동과 주목을 받았고, 이미 7~80년대 가장 괄목할 만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화단의 주류에서 돌아앉아 버리고만 김장섭. 동시에, 사물과 형상의 '즉물적 지각'에의 관심을 유보한 채 '이미지의 지속'이라는 문제로의 전향은 어떤 정황에서 그의 반골적 현실 사정과 아주 절묘한 카운터파트를 이루는 모습이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풍경을 인식의 대상으로 끌어들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사진작업으로 누구도 깨우치기 어려웠던, 풍경의 존재를 '변화와 운동의 지속태'로 풀어내는 형식실험, 이미지를 '시간의 존재방식으로의 현전의 기억'이라는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그때까지 사진가들이 생각지 못한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오래 전의 입체작업 또한 지금 돌아보아도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그런 감성적 힘이 아직도 생생하고 벅차게 나의 지각을 일깨우며 다가온다. 그 또한 근래, 입체작업의 감각도 다시 새롭게 일으켜 세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 언제나 친구들과 제자들을 좋아하고 도제적 엄격함이 몸에 밴 그였지만 동시에 헌신적이었던 것과 달리 막상 자신을 돌보는 데는 항상 인색했던 그가 언제 자리를 박차고 우리 테이블로 다시 돌아올 것인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밖에. 이제 그의 후진 양성에 질긴 집착의 끈은 풀리는가? 너무나 안타깝다.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언제나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생활보다 앞서서 제자와 친구, 그리고 일과 작업에만 관심을 쏟아왔던 '못된 가장' '리틀-빅맨'. 오늘날 어떤 면에서 희귀종이 되어가는 드문 사례의 '나쁜 가장'. 술과 담소를 사랑했던 그를 오늘 내가 새삼 회고하는 팔자가 되었다. 지역에 박혀서 서울을 외면했던 나를 화단 데뷔로 이끌어 낸 사람도 작가 문범과 그였다. 모난 데가 없이 부드러운 그의 인격은 나와는 엄청나게 대조되지만 언제나 나를 잘 받아 주곤 해서 잘 어울릴 수 있었다. 간혹, 그가 거나하게 취할 때마다 하는 소리가 있다. "홍선생 제자들은 한결같이 싸가지가 없어." 나도 되받아 친다. "나부터 그렇고, 싸가지 없게 되길 바랐어"라고. 이런 점에서 우린 많이 다르지만 잘 어울려서 마시곤 한다.
김장섭_From Landscape_FL10_디지털 프린트_55×150cm_2005~9
김장섭_From Landscape-III_FT28-일산_디지털 프린트_90×120cm_2011
"여보쇼, 그 많은 팬이 기다리질 않나. 어서 당신과 한 판 쌔리려고." "6월, 재수술 후 어이 만나서 한 잔, "쌔리세!" 오늘도 재활병원에서 걸음마부터 새롭게 몸 학습을 수행하고 있는 친구를 대신해서 전시 초대말을 부탁받은 것이 이런 모습이 되었다. 많은 격려와 회향심을 바라면서. ■ 홍명섭 -----------------

+-×÷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2012_0313 ▶ 2012_0331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2_0314_수요일_07:00pm 참여작가 / 구민정_김하림_박혜선_유한숙_정주용 주최 /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대학원 기획 / 한계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라운지 비하이브 BEㆍHIVE 서울 강남구 청담동 78-5번지 Tel. +82.2.3446.3713~4 www.artbehive.com

사칙연산의 기호는 함축적 이미지이다. 지시적 의미에 빠져 정답만을 찾으려 한다면, 당신은 위 이미지가 두 개의 막대기로 구성된 기발한 표현이라는 것을 놓치고 만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막대기가 긴가 짧은가 굵은가 가는가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려한다. 숫자에는 어차피 관심도 없다. 빈 공간과 공간을 더하고, 잇고, 가르고, 나누는 속에서 여러분들은 우리가 드러내고자 하는 다양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전시에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주어진 전시 공간의 물리적 환경 조건을 이용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시공간은 화이트 큐브가 아니다. 이것은 기회이기도 하다. 공간과의 관계를 적절히 풀었을 때, 기존 갤러리가 줄 수 없는 특별함을 이번 전시공간은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설치조건을 넘어 기획의 방향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작가들은 따블로 형식의 작업과 함께 비디오, 벽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전시공간에 대한 고민과 즐거움을 작업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위 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대학원 재학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들은 분명 다양하고 독특하다. 하지만 같은 공간 비슷한 조건 속에서 고민을 나누고 있는 사이라는 점에서, 이들만의 특성을 발견해보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 한계륜
구민정, 김하림_+-×÷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구민정, 김하림_+-×÷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_부분
나의 작업은 이미지가 콜라주 된 가공된 풍경이다. 실재하는 사물을 표현하되, 서로 상관없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연결되거나 결합됐을 때 낯선 형상이 만들어 짐에 주목한다. 선택되는 이미지들은 평소 나에게 조형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들을 끌어오게 된다. 기능 보다는 형태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디테일 표현에 주력한다. ■ 구민정
구민정_도로록 도로록_벽에 오브젝트, 캔버스에 드로잉_가변크기_2012
김하림_풀_아크릴 패널_가변크기_2012
관심은 자연적인 패턴에 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언뜻 보기에는 똑같은 것들의 반복이지만그각각의 모양이 완전히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같은 유전자를 지니더라도 각각의 개체들이 차이가 생기는 것은 그 발생과정이나 성장과정에서 내적, 외적인 영향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체는 성장-분열-복제의 과정을 거쳐 증식한다. 이것은 크게 보면 또 하나의 성장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크기를 키우고 개체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규모를 더하여 특정 공간을 장악하거나 외부로 퍼져나가며 그 영역을 넓힌다. ■ 김하림
박혜선_Untitled_패브릭_가변크기_2012
작업에 있어서 나의 주된 관심은 도형의 가장 기본을 이루는 요소와 형태이다. 작업을 하기 전에 참조하는 것이나 계획은 없다. 내가 고려하는 점은 공간과 형태들의 크기, 모양, 복잡성 등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이루며 그것들이 서로 긴장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이다. ■ 박혜선
유한숙_저 사람은 날 싫어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2cm_2011
유한숙_어차피 너희는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65.1cm_2011
처음 마주하는 모든 것이 불안하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쉽지 않고, 방안에서 홀로 익숙한 그림만 반복해서 그리며 살아갔다. 권태로움을 이기고자 밖으로 나와 그림을 그린다. 낯설음을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바꾸어 보려 했다. 그러나 소극적인 행동은 반복된다. 그림들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여기 나를 좀 봐주세요.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기대보단 포기가 쉽고 빠르다. 스스로 안 되는 것이라고 정해놓은 것만 해보기로 한다. 만화를 그려야지. 캔버스에 일기를 써봐야지. 욕을 해야지. ■ 유한숙
정주용_1+1=田_NO.4_construsion Ⅰ_종이에 흑연_90×90cm_2012
정주용_1+1=田_NO.4_construsion Ⅱ_종이에 흑연_90×90cm_2012
세상에는 수만 가지 사물들이 존재한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사물의 존재 목적, 용도보다는 그것의 생김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네모난지 혹은 동그란지, 표면에 어떤 무늬가 있는지, 서로 다른 것들이 조립되어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내는지에 관한 관심들 중에 나는 특히 새로운 조합에 대해 집착하게 되었다. 내재적인 특성은 배제한 채 오로지 사물의 이미지만을 소재로 삼은 드로잉은 변형과 왜곡을 통해 정체불명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또한 그것들은 제3, 제4의 이미지 재구성을 위한 재료로써 또 다시 사용된다. 이번 작업은 "BE·HIVE"라는 독특한 전시 공간 안에 배치되어 있는 사물들의 이미지를 소재로 하였다. ■ 정주용 -----------------------

기민정_유한이展


2012_0314 ▶ 2012_0410



초대일시 / 2012_0314_수요일_06:00pm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 기획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10:30am~08:00pm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 Gallery yedam Contemporary 서울 종로구 삼청동 26-2번지 Tel. +82.2.723.6033

소위 절대적이라고 지칭하는 것들의 지속성은 얼마 만큼인가? 그리고 그것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절대적'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절대성에 관한 이러한 질문들은 종교와 현실, 혹은 이상과 현실 간의 부딪침이 일어나거나 그 사이에 간극이 나타난 국면에서 활발히 논의되던 것이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절대성에 관한 논의의 행태가 변화하고 있으며 그 빈도 또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절대성에 관한 논의의 대상이 종교나 신과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들로부터 물질적인 것으로 바뀌어가고, 절대성보다는 상대성에 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상당부문 기인한다. 현재 절대적이라고 믿어지는 속성들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면서도 아주 사소한 이유들로 인해 한순간에 증발되어 버릴 수도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지젝(Slavoj ?i?ek)의 저서 제목처럼 우린 『무너지기 쉬운 절대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그 '절대성의 절대적이지 않음'에 기민정, 유한이 두 작가의 시선이 머무른다.
기민정_Gula Series No.1_디지털 프린트_2012
기민정_Gula Series No.2_디지털 프린트_2012
기민정_Gula Series No.3_디지털 프린트_2012
십자가, 식충식물, 마리아, 붉은 색, 작은 사람들... 기민정 작가의 「Gula」 시리즈는 현실의 탐닉과 절제의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 Gula(굴라)는 라틴어로 본래 '목'이라는 뜻이나 가톨릭에서는 '탐식의 죄'를 의미한다. 탐닉들 중 작가는 '식욕'을 가장 생욕적이고 생리적인 현상이며 이를 통해 육체의 무게가 지탱됨을 인식하게 된다고 보았다. 사실 종교적 의미에서 탐식을 포함한 여러 욕구들은 죄의 원인으로 규정되어왔으며 이성을 발휘하여 절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은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욕망을 추구하고, 외부로부터 주어지고 강요된 미의 잣대에 맞춰 몸과 얼굴을 변형해 나가는데 다름 아니다. 절제라는 것도 더 이상 종교적이거나 이성적인 의미로서가 아닌 물질 사회에 자신을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지며 특히 식욕은 그 변형된 절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이 되고 있다. 작가는 종교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참 의미를 가진 절제의 현실이란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이러한 모순적인 현실을 식충식물과 여러 오브제를 통해 보여준다.
기민정_역사, 캔버스에 유채_130×190_2010
기민정_도착, 캔버스에 유채_130×190_2010
식충식물은 식물에게서 동물적인 탐식의 욕구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상식의 경계가 무너진 대상이다. 이런 경계의 허물어짐에서 우리는 새로운 느낌과 불편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이러한 감정은 욕구의 충족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의 단편적인 면을 제 3의 대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불편함인 것이다. 이성적 절제의 상징물인 십자가, 마리아상, 그리스도상 등의 오브제가 함께 구성되면서 모순적 상황은 단적으로 제시되며 앞서 언급한 불편한 감정은 극대화된다.
유한이_Black Cloud_장지에 채색_130×190cm_2011
유한이_이름의 바깥_장지에 채색_79×129.5cm_2011
유한이_얼룩진 구름의 하루_장지에 채색_130×160cm_2012
쉽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도시. 유한이 작가는 '레고'를 이용하여 화폭에 자신만의 도시를 건설한다. 도시의 색은 무지갯빛처럼 화사하고 그 모양은 장난감 블록으로만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신기하고 귀엽기 그지없다. 도시 하늘에 머무르는 구름 역시도 구름과 거품이 혼합되어 진짜와 가짜 사이의 느낌을 오고 간다. 이런 가상의 도시에서 뚝딱뚝딱 블록들로 빠르게 지어진 건물들의 속도만큼 그 해체, 사라짐도 용이하다는 것을 우린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해체와 사라짐은 화폭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도시의 익숙하거나 오래된 풍경 혹은 주변의 여러 현상들은 쉽게 사라지고 해체된다. 그렇다고 해서 익숙하거나 오래된 기존의 것들이 절대적 가치를 가진 대상들이라고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요점은 그 무엇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에 있다. 더 나아가 작가의 관심은 빠른 생성보다는 빠른 소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품구름은 소멸의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재이다. 도시의 하늘에 흩뿌려진듯한 거품구름은 비눗방울처럼 '톡'하면 바로 터져버릴 것만 같다. 그 방울방울 사라진 구름은 건물의 화려한 색감과는 대조적으로 잿빛이다. 소멸은 곧 잿빛이고 불현듯 아주 갑작스럽고 쉬운 방법으로 찾아온다. 작가의 말처럼 도시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의 삶은 농담 같다.
유한이_위태로운 지향_장지에 채색_143×74cm_2012
유한이_積雪生光_장지에 채색_160×130cm_2011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우린 '무너지기 쉬운 절대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민정, 유한이 두 작가를 포함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소위 절대적 기준이라는 잣대와 실제 그 절대성의 속성들이 무너지는 일련의 현상들을 만나게 된다. 두 작가의 작품은 이런 현실에 대한 경고를 시각적 즐거움과 맞닿을 수 있는 접합점을 통해 적절히 녹여내었다고 본다. ■ 박우진 ---------

미미의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이미연展 / LEEMIYEON / 李美娟 / painting 2012_0321 ▶ 2012_0327


이미연_미미의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_장지에 채색_65×162.2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126e | 이미연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32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라메르 GALLERY LAMER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82.2.730.5454 www.gallerylamer.com

미미~, 너는 알고 있니 ● 지금의 핑크색 작품이 시작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작업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던 시기에 엄마와 들른 동네 마트, 우연히 지나치던 완구코너에서 옛 친구를 만난다. 그것은 바로 인형들의 집이었다. 마론인형 미미, 쥬쥬, 바비... 특히 '미미의 집'은 세상에서 원하는 건 모두 갖춰져 있던 마법 상자와 같았다. 그 애들은 가슴 깊이 묻어뒀던 비밀도 함께 나눈 나의 반쪽이었다. 실제 그녀들의 나이도 1982년 출시됐으니 작가와 동년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때 나눴던 얘기들, 세상의 가장 큰 행복을 공유했던 그 친구의 얼굴조차 가물가물 흐려졌다. 대신 '어른'이란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뭔지 모를 허전함은 어찌 채울 수가 없다. 마치 구멍 난 모래주머니에 모래 한줌씩을 쉼 없이 계속해서 집어넣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마구 가슴 뛰고 설레던 행복감을 드디어 그 '인형의 집'에서 다시 찾은 것이다.
이미연_미미의 Hair Accessory_장지에 분채 과슈_53×53cm_2012
이미연_미미의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_장지에 채색_53×53cm_2011
"미미야, 우리가 그때 불렀던 행복의 세레나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 넌 분명 내 조각난 행복한 기억의 퍼즐을 다시 맞춰줄 수 있을 거야!" 이미연 작가가 스스로 '애어른'이 되어 그린 '미미의 집'은 분명 먼 옛날 꿈같이 행복했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회귀본능의 표현일 것이다. 적어도 '미미의 집'이야말로 이미연에겐 더없이 큰 행복을 선사하는 유토피아의 관문임에 분명하다.
이미연_미미의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_장지에 채색_35×73cm_2011
이미연_미미의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_장지에 채색_90.9×90.9cm_2011
쌓일수록 투명한 전통색감 ● 이미연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잘 버무려진 팬케이크 같다. 이미 한참이나 지난 추억을 다시 길어 올려 그 여운으로 값진 행복감을 얻는다. 작품의 표현기법 역시 작품의 주제와 마찬가지로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그녀의 작품은 얼핏 보면 아주 재기발랄한 현대적인 미감이 돋보이지만, 설상 살펴보면 지극히 전통적인 제작방법을 따른 것이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고 세심함을 요하는 전통 채색기법이다. ●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전통 채색기법은 아주 여러 단계를 거쳐야 완성된다. 겉으로 보이는 색감을 얻기 위해선 최소한 5~6번 혹은 7~8번을 반복해 채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5겹의 얇은 한지가 합쳐진 장지 바탕에 아교와 백반을 섞어 3~5회 가량 아교포수를 하는 것이 첫 시작이다. 그 후에 기본 바탕 색 입히기, 스케치를 장지 위에 본뜨는 작업, 형상을 따라 기본 색 올리기 등을 마친 다음에야 본격적인 채색 작업에 들어간다.
이미연_미미의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_장지에 채색_24.2×33.4cm_2011
이미연_미미의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_장지에 채색_24.2×33.4cm_2011
"요즘 젊은 동료 작가들 사이에선 새로운 재료사용과 실험성 강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저도 자극을 받고 있지만 한국화 재료인 종이와 분채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깊이에 더욱 매료됩니다. 다른 재료들을 사용해봤지만 종이에 분채나 석채를 사용했을 때만큼 제 감성이 잘 드러난 적이 없더군요. 한국화 전통기법에 대한 짝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요." ● 이미연의 작품이 쉽고 가볍게 느껴지는 첫인상과 달리, 볼수록 묘한 깊이감과 정성이 묻어나는 이유가 바로 전통 채색기법을 충실하게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겹치고 중첩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욱 투명하고 선명해지는 전통채색법의 색감처럼, 이미연의 지난 소중한 추억도 한 겹 두 겹 쌓여가면서 그녀가 꿈꿨던 행복한 세상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 김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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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각: 2012.03.20 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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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ulpture by Other Means






2012_0322 ▶ 2012_0411 / 월요일 휴관




가네우지 테페이_Games, Dance & the Constructions #1_사진에 콜라주_92.2×62.2×2.1cm_2011



초대일시 / 2012_0322_목요일_06:00pm

일본작가 그룹展

참여작가 마사야 치바 Masaya Chiba_테페이 가네우지 Teppei Kanueuji 유키 기무라 Yuki Kimura_코키 다나카 Koki Tanaka

후원/협찬/주최/기획 / 원앤제이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번지 Tel. +82.2.745.1644 www.oneandj.com




일본 그룹 작가전을 원앤제이갤러리(대표 박원재/www.oneandj.com)에서 오는 3월 22일부터 4월 11일까지 도쿄 국립 현대 미술관의 가브리엘 리터(Gabriel Ritter)가 기획한 마사야 치바(Masaya Chiba), 테페이 가네우지(Teppei Kanueuji), 유키 기무라(Yuki Kimura), 코키 다나카(Koki Tanaka)의 4인전『Sculpture by Other Means』展을 개최한다 ● 이번 전시는 회화, 콜라주, 사진, 비디오 등과 같이 기존과는 다른 매체들을 이용하여 조각 작업을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참여 작가 네 명의 작품들은 시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사이의 경계 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 경계 지대는 조각을 더 이상 하나의 매체로서 구분해주지 못하는 흐릿한 경계선들에 두루 걸쳐있다. 각각의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이 택한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문제를 직면하고, 이를 대상 중심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 조각으로의 이 같은 전회는 콜라주, 회화, 사진, 비디오 등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시에, 조각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두 가지 역할을 함축한다. ● 네 명의 작가는 서로의 작품을 하나로 묶어줄 만한 독특한 양식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대신 외부 세계를 참조하는 수단으로서 발견된 오브제와 발견된 사진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레디메이드적 요소를 순수한 시각의 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현실 공간을 충만하게 차지하는 물질적 존재감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오브제와 물질성에 대한 이 새로운 관심은 세계 일반과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맺고자 하는 작가들의 바람을 반영한다. ● 마사야 치바(Masaya Chiba)의 회화는 풍경화와 인물화라는 두 장르 사이에 위치하지만, 그의 전체적인 작업 방식은 조각과 회화 양쪽을 오간다. 치바의 초현실적인 공간 속에는 작가가 나무막대기와 파피에 마쉐 기법을 이용하여 만든 희끄무레하고 유령 같은 인물들이 뒤편으로 하염없이 펼쳐지는 자연 풍경을 배경 삼아 등장한다. 작가는 이 인물들에게 각기 고유한 생명을 부여하며, 그것들을 태우거나 데리고 함께 순례를 떠나는 등의 의식儀式 행위를 벌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그는 회화 작업을 위해 조각을 영적인(spiritual) 매체로 활용하는 것이다. ● 다양한 인쇄 매체에서 수집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테페이 가네우지(Teppei Kanueuji)의 콜라주 작업은 하나의 조각 언어를 예기하는 듯하다. 그의 콜라주는 2차원 공간에 표현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중력, 덩어리, 구조 등의 문제들을 건드릴 뿐 아니라 마치 소조처럼 재료를 덧붙여가는 방식으로 구축된다. 「White Discharge」와「Hakuchizu」연작에서는 이 콜라주 작업이 3차원 공간으로 옮겨진다. 두 연작 모두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이 두꺼운 흰색 수지나 하얀 가루에 뒤덮인 채 집적된 모습을 연출한다. ● 사진작가 유키 기무라(Yuki Kimura)는 '발견된 사진'에 소위 "타아他我"와 "그림자"를 부여한 그녀의 주요 연작「Post-disembodiment」(2006)을 소개한다. 사진 속 이미지에서 오려낸 형태를 본 따 만든 나무와 플렉스글래스 패널들은 사진 이미지 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의 층들에 물질적 형태를 부여한다. 곧, 사진 이미지를 의미론적으로 파괴함과 동시에 사진을 위한 새로운 조각 언어를 구축하는 것이다. ● 코키 다나카(Koki Tanaka)의 작업은 물건과 행동의 관계를 탐색하는 비디오와 설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의 비디오는 "별 일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평범한 물건을 가지고 행하는 간단한 제스처들을 기록한다. 그러나 영상의 반복적인 구성과 디테일에 쏟은 대단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 비디오들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의 세속적인 현상들을 주목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무심결에 행해지는 행동들에서 일정한 패턴과 기하학적 형태들이 튀어나오고, 그 결과 마냥 평범하게만 보였던 사물들은 변신을 한다. 그리고 그 일상적 순간들로부터 일종의 현현(顯現)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나카는 이렇게 인간과 사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조각과 퍼포먼스 사이의 모호한 공간을 탐색한다. ■ 원앤제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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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 Out Project






김철유_이수진展 2012_0322 ▶ 2012_0421 / 일,월요일 휴관




김철유_Delta Quadrant 4 (Nowhere #18)_종이에 펜_80×120cm_2011



오프닝공연 / 2012_0322_목요일_06:00pm_뮤지션 하림

참여작가 김철유 (Nowhere展) 이수진 (The Deep Stay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가인갤러리 GAAIN GALLERY 서울 종로구 평창동 512-2번지 Tel. +82.2.394.3631 www.gaainart.com




『In & Out Project_ 김철유, 이수진』은 갤러리의 내부 공간(In)과 외부 공간(Out)을 모두 사용하되 두 작가가 각자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방식을 지칭하며, 내부 전시공간에서는 김철유 작가의 『Nowhere』가, 건물의 파사드를 비롯해 평소에는 숨겨졌거나 가려진 갤러리의 틈새 공간들 곳곳에서는 이수진 작가의 『The Deep Stay』가 펼쳐진다.
김철유_Delta Quadrant 3 #2_종이에 수채_76×112cm_2005

김철유 작가는 중앙대 조소과와 뉴욕 브루클린 칼리지 대학원을 졸업한 후, 그의 첫 개인전을 뉴욕 첼시에 위치한 비영리 미술단체인 큐 미술재단(CUE Art Foundation)에서 열었다. 미국 전역에서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니키리(Nikki S. Lee)에 의해 기획된 이 전시에서 김철유는 자신의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수채화, 펜 드로잉과 함께 건축 드로잉에 쓰이는 두꺼운 도화지에 갖가지 비행물체 모양을 칼로 오려낸 종이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니키리에 의하면, 김철유의 작품에는 그 어떤 다른 작가에 의해서 대체될 수 없을 만한 고유의 독특함이 있고(cannot be done without this artist), 끊임없이 지적인 자극과 흥미를 제공하며(incite my mind), 작가의 아이디어가 시각적으로 충분히 소통될 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exceptional in visual communicability)는 것이다.
김철유_Delta Quadrant 2 #29_종이에 수채_66×137cm_2008
김철유_Delta Quadrant 2 #21_종이에 수채_82×132cm_2006

이후, 2008년 뉴욕 슬레이트 갤러리(Slate Gallery)에서의 개인전과 2009년의 국내 개인전, 그리고 수많은 그룹전을 거치면서 김철유의 작품은 조형적으로 밀도와 깊이를 더해갔지만, 그의 작품에는 여전히 지속되는 원형의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강원도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이미지들, 예컨대 삐라 풍선, 헬기, 낙하산, 미사일에서 파생되고 연상되는 이미지들과 씨앗이나 곤충, 아메바나 암모나이트 조개와 같은 생물체의 기원에 가까운 이미지들이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그 공간에서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펼쳐졌을 작가의 상상력은 하늘 너머의 무한한 공간, 우주로 확장되었고, 미국 유학시절 접한 TV 프로그램 스타트랙(Star Trek)과의 만남은 상상 속의 이미지들을 화면 속에 펼쳐놓을 추동력으로 작용했다. 작품의 제목인 "델타 쿼드런트(Delta Quadrant)"나 전시 제목이 미지의 우주공간을 지칭하는 『Nowhere』인 것은 이런 이유이며, 작가는 "오래된 벽화 같이, 먼 미래의 풍경화 같이, 시간이 무의미하고 공간이 애매한, 마치 꿈 속 혹은 깊은 바다 속 같이 무중력 상태로 부유하는 공간에서 내가 생각하고 보아 온 꿈과 현실, 또는 끝없이 펼쳐진 우주너머의 상상도"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수진_SOFT WALL PROJECT-Flexible inn_자동밴드_가변설치_2011
이수진_SOFT WALL PROJECT-Flexible inn_자동밴드_가변설치_2011

김철유 작가가 프로젝트 기획전의 내부(In)를 담당한다면, 외부(Out)는 이수진 작가의 몫이다.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을 수료한 후, 도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인사미술공간을 비롯한 여러 대안공간의 주요 그룹전을 거친 이수진은 도시의 물리적 지형과 심리적인 표정을 재현하는 데에 관심을 가졌고, 청계창작스튜디오에서의 전시 『Tied up』에서 서울의 오랜 도심지역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의 풍경을 그 지역에서 흔한 재료들을 통해 설치작업으로 보여주었다. 이후 2011년 통의동 보안여관에서의 전시 『유연한 벽』을 통해서 작가는 기존의 파티션이나 페인트들이 다 벗겨진 오래되고 허물어져 가는 6,70년대 건물이라는 특정한 장소를 탐구하되, 재료들을 이용한 설치작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간'이라는 요소와 작가의 신체를 통한 '수행'의 의미가 강조된 퍼포먼스로 발전시켜 나간다. 건물의 외벽을 선으로 채우고, 벽과 문틈 사이로 새로운 벽과 천장을 만들어내며, 재료를 이용해 덮고 채우고 변형하고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기존에 보이지 않던 물질과 장소 그 너머의 이미지를 끌어내며 유연한 공간을 우리 앞에 내어 놓은 것이다.
이수진_SOFT WALL PROJECT-Flexible inn_자동밴드_가변설치_2011
이수진_SOFT WALL PROJECT-Flexible inn_자동밴드_가변설치_2011

이번 전시 『The Deep Stay』는 이처럼 유연한 공간에 대한 탐구의 연장선상인 동시에, 2013년까지 2년 동안 이어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전시의 제목이 잘 보여주듯이 작가는 도시 속에 존재하는 특정한 장소를 찾아 그곳에 머무르면서, 그 공간에 존재하는 요소들을 시각적 혹은 공감각적인 이야기로 구성해내는데 집중한다. 이때의 요소들이란 "공간 속에 존재하는 시간과 사람들, 경험과 관련된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 스며든 다양한 행동과 심리, 생활방식, 지형, 일기를 포괄하는 것"이며, 단지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공간만이 아니라 엄연히 우리 옆에 존재하지만 눈길을 끌지 않는 후미지고 소외된 공간이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지역에서의 장소 특정적인 작업과 수행적인 퍼포먼스가 포함된다. 이번 가인갤러리에서의 전시에서는 자동밴드를 이용한 외벽 설치와 지류상과 종이공장에서 용도 폐기된 종이더미들이 틈새 공간 곳곳에 쌓이고 엉기고 무너지고 흩어지는 광경이 전시기간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 윤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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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의 승리 The Triumph of Daily Life






김한나展 / KIMHANNA / 金한나 / mixed media 2012_0322 ▶ 2012_0429 / 월요일 휴관




김한나_내 통장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1024g | 김한나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322_목요일_06:00pm

후원/협찬/주최/기획 / 아라리오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삼청 ARARIO GALLERY SEOUL samcheong 서울 종로구 소격동 149-2번지 Tel. +82.2.723.6190 www.arariogallery.co.kr




김한나의 개인전이 3월 22일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열린다. 김한나는 페인팅,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작가의 상상 속 내러티브가 반영된 서술 구조의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기존 작업들에 비해 보다 탄탄해진 구성과 색채감으로 현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김한나_게으름 바라보기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 나무사다리_가변크기_2010~2
김한나_일등이 될 거야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2

한나와 토끼 ● 김한나에게 토끼는 단순한 작업의 소재가 아닌 절친한 친구이자 작가의 내면을 지탱해주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작가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함께 지내는 김한나 자신과 토끼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의 이전 작업들은 토끼와의 첫 만남과 의도치 않은 헤어짐 이후에 서로를 그리워하며 찾아 헤매는 여정을 그린 것이었다. 짧은 첫 만남 이후 둘은 원인 모를 강렬함을 느껴 서로를 갈구하며 찾아다닌다. 위험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위장술을 사용해 숨기도 하는 등 여러 고비의 여정들을 거친 후 둘은 끝내 재회하게 된다. 어렵게 만난 한나와 토끼는 뻐꾸기시계 안에 둘만의 평온한 보금자리를 만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한나와 토끼는 불안정하기에 서로를 갈구하며 둘이 함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 관계이다. 작가는 한나의 시점과 토끼의 시점 두 가지를 동시에 드러내어 관람객들에게 그들이 느꼈던 두려움과 불안감 또는 서로가 함께일 때의 안정감 등을 공감하게 만든다. 또한 관람객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장난감 카메라는 토끼와 한나를 지켜보는 3인칭의 시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그들에게 동화되었다가 이내 전지적 시점의 관찰자가 되기도 하면서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를 드나들게 된다. 단편적인 내러티브를 다양한 시점으로 능숙하게 제시하며 공감을 이끌어 내었던 작가가 이번 개인전에서는 다시 만난 한나와 토끼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생기는 단편들을 보여준다.
김한나_도토루에 보낸 편지_캔버스에 유채_90.9×72.7cm×2_2011
김한나_구름에 맞닿은 날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11

일상으로 돌아온 한나와 토끼의 '승리' ● 이번 전시는 어느 날 동네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 후로도 계속되는 동네 주민들의 안부 (오로지 학교 졸업과 취업 여부만을 묻는) 들은 한나와 토끼가 느낀 하루의 소소한 성취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들을 실패한 청춘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주민들의 안부는 이내 위로로 바뀐다. 좋은 학교의 졸업과 대기업의 취업, 연애와 결혼 등 모두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삶의 모습이 아닌 것은 가차 없이 인생의 경로에서 뒤쳐진 것 마냥 건네는 위로 한마디 한마디가 한나와 토끼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한나와 토끼는 조금씩 저축을 하고, 조금 더 자고 싶지만 일어나 운동을 하는 등 일상의 삶 속에서 작은 일들을 하나씩 그리고 함께 해나가고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크고 좁은 목표들만을 꿈꾸기 보다는 어제 그리고 오늘도 삶 속에서 주어진 작은 일들을 해나가며 지금을 충실히 보내는 것이야말로 일상생활에서의 진정한 승리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김한나_잘 자라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11
김한나_바람에 걸리다1, 2_ 캔버스에 유채_53×33.4cm×2_2011

한나와 토끼가 보낸 일상의 단편들은 다채로운 파스텔 톤의 색채와 인물 중심의 독특한 구성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동화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지만 일명 '88만원 세대'라는 현 시대의 청춘상을 꼬집어 읽어낼 수 있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한나와 토끼의 독백조의 작품들은 열심히 현실을 살고 있지만 턱없이 높은 취업의 문턱을 통과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내달리고 있는 현 세대의 청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이전 작업들에 비해 풍부해진 색채감과 깊이감 있는 작품들은 페인팅 28점 외에도 비디오, 드로잉, 조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면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 아라리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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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속의 집






서도호展 / SUHDOHO / 徐道濩 / mixed media 2012_0322 ▶ 2012_0603 / 월요일 휴관




ⓒ서도호_서울 집 / 서울 집 Seoul Home / Seoul Home_실크, 금속 틀_391×1457×717cm_2012



초대일시 / 2012_0321_수요일_05:00pm

전시 강연회 1차 / 2012_0324_토요일_02:00pm~04:00pm_리움 강당 Nic Clear(Greenwich 건축학교 학과장)_우혜수(큐레이터) 2차 / 2012_0407_토요일_02:00pm~04:00pm_리움 강당 서도호(작가)_우정아(포스텍 교수) 신청기간 / 1차_2012_0313 ▶ 2012_0323 / 2차_2012_0322 ▶ 2012_0406 차수당 150명 선착순 마감 / 홈페이지(www.leeum.org)에서 접수

청소년을 위한「전시감상 워크북」 도슨트 전시설명 / 무료, 약 60분 소요 화~일_11시, 1시, 3시, 주말 2시 영어설명 추가

서도호『집 속의 집』展_일반 7,000원 / 초중고생 4,000원 상설전_일반 10,000원 / 초중고생 6,000원 Day Pass(상설+기획전 패키지)_일반 13,000원 / 초중고생 8,000원 * 예약제 없이 편리하게 Leeum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20인 이상 단체 예약 필수(관람료 할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_버스 110, 405, 03, 0018번 한강진역 하차 문의 / 02-2014-6900 / www.leeum.org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전시실 Samsung Museum Of Art Leeum 서울 용산구 한남2동 747-18번지 Tel. +82.2.2014.6901 www.leeum.org




리움 건축물 안에 또 다른 집을 짓다-공간들의 대화, 서도호의 『집 속의 집』 ● 삼성미술관 Leeum은 2012년 첫 전시로 3월 22일부터 6월 3일까지 해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아티스트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집 속의 집』을 개최한다. 로드 아일랜드 스쿨과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하고 2001년 제 49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서도호는 이후 10여 년간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미술관과 서펜타인 갤러리, 도쿄 모리 미술관, 시애틀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백남준, 이우환을 잇는 대표적인 한국 작가로 발돋움하였다.
ⓒ서도호_집 속의 집 – 1/11 – 프로토타입 Home within Home – 1/11th Scale – Prototype_ 스테레오리토그래피_236×183.6×178.1cm_2009
ⓒ서도호_별똥별 – 1/5 Fallen Star – 1/5th Scale_혼합 매체_332.7×762×368.3cm_2008~11

서울과 뉴욕, 런던에 거주하며 유목민적인 삶을 살고 있는 서도호는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집단이라는 '나' 와 '나와 다른 것과의 관계' 그리고 그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 활동을 해 왔다. 서도호를 대표하는 작품「집」은 개인이 가지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자아와 타자, 문화와 문화, 안과 밖 등의 상이한 존재들의 관계 맺음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또한, 지역성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간 '집'을 시공간을 초월하는 관점에서 표현함으로써 공감과 주목을 받고 있다.
ⓒ서도호_투영 Reflection_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 Horizontal fabric_653×211×101cm, 가변크기_2005~11
ⓒ서도호_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A 아파트, 복도, 계단 348 West 22nd Street, New York, NY 10011, USA–Apt. A, Corridor and Staircase_ 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 복도, 계단_245×690×430cm, 245×1240×168cm_2012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를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서울 집/LA 집」을 비롯하여 성북동 한옥과 뉴욕, 베를린의 집 등 작가의 작업 모티브이자 서도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집」시리즈를 비롯하여 공개되지 않은 신작과 조각, 영상 등 다양하게 표현된 작가의 작품들을 같이 전시한다. 반투명한 집이 환영처럼 전시장 안에 떠 있는「서울 집/서울 집(Seoul Home/Seoul Home)」은 오랜 시간 공들여 제작한 신작으로 성북동 한옥 본채를 재현한 집 연작의 완결이라 할 수 있다. 3층짜리 뉴욕 타운하우스의 전면부를 푸른 천으로 만든 「청사진((Blueprint)」은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 전시되었던 작품으로 이번 리움에서는 높이 18미터의 그라운드갤러리 안에 웅장하게 자리를 잡았다. 리움 블랙박스 전시장의 하이라이트로 운명의 바람에 휩싸여 미국으로 날아온 한옥과 아파트의 충돌을 표현한 작품 「별똥별–1/5(Fallen Star–1/5th Scale)」과 두 집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져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순간을 묘사한 작품 「집 속의 집–1/11(Home within Home–1/11소 Scale–Prototype)」도 전시된다. 「별똥별–1/5」은 그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집 내부, 작가가 살았던 집 안을 구성하였던 수없이 많은 물건들을 세밀하게 재현된 흥미로운 작품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보여 질 기회가 없었던 다이내믹한 영상작품「문-리움 버전(Gate-Leeum Version)」과「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A Perfect Home–The Bridge Project)」도 선보여 서도호의 조각 작품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서도호_베를린 집: 3개의 복도 Wielandstr. 18, 12159 Berlin, Germany–3 Corridors_ 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_2011
ⓒ서도호_청사진 (리움 버전) Blueprint (Leeum Version)_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_ 1337.9×663.4×377.4cm_2010~2

또한「집」조각과는 다르게 보이지만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와 경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같은 개념을 보여 주는 서도호의 집합적 조각 작품「인연(Karma)」도 리움의 로비에 설치되어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작가는 리움의 블랙박스가 '건물' 안의 '건물'이듯이 작가 서도호의 '집'을 렘 쿨하스의 '집' 안에 넣어 '집' 속의 '집'이라는 새로운 관계항을 만들었다. 같은 작품이라도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장소 특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작품과 공간이 갖는 상호작용의 결과를 관람객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따라서 리움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의 의도로 해석하자면 모두가 신작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번 서도호의 개인전『집 속의 집』은 2003년 이후 10여 년 만의 한국 개인전인 동시에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리움에서 개최하는 한국작가 개인전으로 집을 중심으로 한 그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조망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지 않는 작품들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함께 상영되어 서도호의 창조적 예술의 여정을 한 눈에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우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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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장작품 2011




NEW ACQUISITIONS 2011展 2012_0327 ▶ 2012_04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김신일_노상균_베르나르 브네_문범_홍명섭_도윤희_윤정미 관람시간 / 10:00am~08:00pm / 토,일,공휴일_10:00am~06:00pm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SEOUL MUSEUM OF ART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서소문동 37번지) 1층 Tel. +82.2.2124.8800 www.seoulmoa.org

참여작가 / 박은하_마티아스 쾨스터_지호준_백지순_황신영_정재호 관람시간 / 10:00am~08:00pm / 토,일,공휴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NAM SEOUL ANNEX BUILDING OF THE SEOUL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Tel. +82.2.598.6247 seoulmoa.seoul.go.kr



서울시립미술관은 3월 27일부터 4월 22일까지 '신소장작품 2011'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난해에 수집한 신소장작품을 일반에 선보이는 자리로 이준, 홍명섭, 노상균, 베르나르 브네, 윤정미 등 현대미술작가의 미술작품 100여점으로 꾸며진다.
김신일_Eye Level, Divided Sight, Individuality_수공제작된 구조물, 에폭시, 폴리스타일렌_ 32.5×199×61.3cm_2010~11
노상균_별자리9<쌍둥이 자리>_캔버스에 시퀸스_218.3×218.3_2010
베르나르 브네_오른쪽에 11개의 수직점이 있는 포화 Saturation with Eleven Vertical points on the right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200cm_2006

신소장작품 2011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이 2011년 한 해 동안 수집한 새로운 소장작품을 일반에 소개하는 연례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수집한 총 257점의 작품 중 100여점을 선별하여 공개한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역사적 작품과 미래지향적인 경향을 담은 동시대 작가들의 대표작품, 그리고 대중친화적인 작품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다양한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올해는 서소문 본관과 남서울미술관의 연계성과 시민의 관람기회를 증진하기 위해 본관과 남서울미술관으로 전시장소를 확대하여 개최였다. 미술관 본관에는 작고작가부터 원로작가, 해외작가,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50여점을 선보이며, 남서울미술관에서는 장르별, 소재별로 다양한 작품 50여점을 소개한다.
문범_Secret Garden#251_black, gol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스틱_194×259cm_2011
홍명섭_탈제_종이에 한지_장지에 한지_116×90×15cm_1984~2009
윤정미_핑크 프로젝트 Ⅱ- 서우와 서우의 핑크색 물건들_사진, 라이트젯 프린트_145.5×145.5cm_2008

2011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요 수집 작품들을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한국현대미술의 대표작으로는 채색화로서 민족회화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박생광의 초기작, 서정적 추상의 대가 이준의 초기작, 하모니즘의 선구자 김흥수의 작품 등 작고작가 및 원로작가의 작품을 비롯하여 송수남, 오숙환, 이여운 등 현대적 동양화의 변이를 살펴보는 실험동양화, 한국 동시대 미술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중심작가 홍명섭, 노상균, 도윤희, 황혜선, 윤정미, 김신일, 활발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공고히 해온 중견작가 박영남, 조문자의 회화작품, 김태곤, 고명근의 입체작품 등이다. 또한 지난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브네를 포함하여 기하학적 추상의 거장이자 네온아트의 선구자 프랑수아 모렐레, 모노크롬 회화로 현대미술 운동에 다양한 영향을 준 스위스 출신 작가 올리비에 모세 등 국제적인 작가들의 작품도 수집하였다.
박은하_나란희 In a Row_캔버스에 유채_193.5×129.7cm_2008
마티아스 쾨스터_Venus Tattoo_알루미늄에 유채_250.5×124.5cm_2008
지호준_환영을 가장한 향연_디지털 프린트_90×169.5cm_2009

남서울미술관은 장르별, 소재별 구분을 방별로 선보여 친근하게 접근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잊혀져가는 장날의 풍경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이흥재의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작품들과 인체, 풍경, 식물과 동물을 그려낸 다채로운 작품, 일상풍경을 팝적인 방식으로 담아내는 박은하, 정재호 등 젊은 작가들의 회화작품, 다양한 재료의 조각, 전통적 필치의 수묵담채화에서부터 사진처럼 극사실적인 한국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방별로 구성, 대중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백지순_Single Woman1_Scrip Writer, Eunyoung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3×87.7cm_2006
황신영_황무지의 꿈-위로 compassion_순지, 석채, 석분_120.5×120.5cm_2011
정재호_Aren't_캔버스에 유채_171.5×122cm_2010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장과 남서울미술관 전관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서울시립미술관 『신소장작품 2011』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지난 한 해 성과를 일반에 공개하고, 소장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도와 흐름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작년에 귀중한 작품을 기증한 주명덕, 황규태의 사진작품은 차후에 기증작가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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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展 / LEESANGKWON / 李相權 / painting 2012_0328 ▶ 2012_0403


이상권_1995~201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0

초대일시 / 2012_03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익숙하고 기이한 - 이상권의 그림들에 대하여 ● 이상권이 오랜만에 개인전을 연다. 17년만인가 18년 만인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반갑다. 그의 작업실엘 찾아가 그림을 본다. 나름 동안인 그도 별 수 없이 제법 중년의 얼굴과 몸을 하고, 여전히 일상적인 중년 아저씨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전에 했던 그의 전시도 비슷한 내용이었고 분위기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18년 전의 그림이 남의 세계처럼 보였다면, 이번의 전시는 자신의 세계, 자기 이야기가 되었다. 18년 전에 내가 그의 전시 서문으로 썼던 글을 다시 찾아 뭐라고 썼나 살펴본다. ● 그의 그림은 앙리 르페브르가 말하는 도시의 일상성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인 셈이다. 앙리 르페브르는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인 일상성은 도시를 무대로 일어나며, 사람들은 그것을 끔찍하게 지겨워하면서도 동시에 거기서 밀려날까봐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교통지옥 속의 출퇴근이라는 강제된 시간, 지겨워하면서도 할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의무의 시간, 그리고 술집과 유원지에서 보내는 자유시간이라는 세 가지 양태의 시간 속에서 헛살고 있다는 것이다. 강제된 시간은 점점 증대되고 자유 시간은 줄어드는 속에서 극도의 권태,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사람들이 일상성에서 떨려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실직의 공포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직은 단순히 돈을 못 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상실감을 동반한다. 이러한 권태, 피로, 공포감을 잊기 위해, 아니 잠시라도 해방되기 위해 사람들은 여가 시간에 기대를 건다. 아마도 술집은 그것이 어떤 형태든 간에 그와 같은 여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장소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위로를 받기에는 세상은 너무 병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상권의 그림은 그것에도 회의적인 것처럼 보인다.'이 세상은 몰락한 백만장자가 기증해준 우리의 병실'이라는 엘리어트의 시귀처럼. ● 인용이 길었지만 그의 그림은 그 범위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놀라운 것이 아니다. 첫 개인전 이후 그의 삶은 삶 자체에 바쳐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청년이 되어 중년이 된 자신을 보며 그에 관해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권_귀갓길_캔버스에 혼합재료_45×116.5cm_2011
이상권_내 말은 그게 아니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9×162cm_2011

그의 이번 전시는 주로 술집과 식당과 거리가 주된 장소이다. 주로 중년 남자들 그곳에 모여서 마시고, 옛날이야기를 하고, 정치가들을 씹고 아니면 혼자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그런 일들이 지겨워서 밴드를 조직하고, 그를 핑계 삼아 또 한잔 하고 노래를 부른다. 배경은 연립 주택과 약간 낡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이면 도로나 골목 초입의 술집이나 음식점, 혹은 거리이다. 그의 작업실이 있는 장소와 비슷해 보인다. 이게 그의 강점이다. 이 상권은 오버하지 않는다. 자신이 뭘 하고, 뭘 알고 있는 지에서 시작한다. 지극히 구체적이다. 그리는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이 뭘 하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할 이야기가 있고 그에 따른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들은 나직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아니 주장 한다기보다 이야기를 걸어온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묘한 설득력이 있어 그림 자체와 인물들의 직업, 배경과 그들이 무슨 말을 나누고 있을까를 상상하게 한다. 즉 일종의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그림들이 가지는 일러스트적 효과와 서사적 성격 때문일 것이다. 즉 그가 그린 장면들은 현실의 장면을 사진 찍듯 옮긴 것도 완전히 상상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그의 그림들은 현실과 그것에 바탕을 둔 허구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배합된 내용들은 일종의 데자 뷰 효과를 낳는다. 언젠가 저런 자리에 내가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몇몇 친구들은 약속 장소에 늦게 오고, 시시한 이야기를 하고, 잠시 이야기가 끊기고, 누군가는 혼자 행복했던 시절을 생각한다. 이 시시함, 그리고 구체성이 굳이 그림들을 시간에 따라 서사적 배열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연상을 하게 만든다. 즉 그의 그림 속에는 한편의 연속된 소설 같은 서사성이 있다. 이 서사는 문자로 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연상을 지속하게 하는 이미지의 서사이다. 비슷한 얼굴과 분위기를 가진 인물들이 마치 캐릭터를 지닌 것 처럼 몇몇 그림에 등장한다. 그것이 그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에 장면들-미장센 속에서 그 이미지들은 기억과 현실 사이에 걸려 그림에 살짝 홀리게 한다. 누군가 봄꽃이 만개한 길로 행복한 출근을 한다. 일하는 장면은 생략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 누군가가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대개 짐작이 간다. 어쩌면 일하는 동안은 그의 삶의 일부가 아니라 강제된 시간일 것이다. 퇴근길에 날나리 여중생과 마주치고, 퇴근 후, 혹은 점심시간에 뭔가를 먹고 마시고, 놀고, 떠들면서 보낸다. 식당과, 술집과 거리에서...
이상권_늦게 온 친구2_캔버스에 유채_80×116cm_2011
이상권_정치면 읽는 남자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11

이러한 삶, 일상은 뭘 지향하는 것일까? 아무도 뭘 지향하는지 모른다. 세속적인 의미에서 행복한 삶일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어떤 생각」속의 남자는 맨발에 턱을 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옛날 생각만 하는 남자」는 또 뭘 생각하는 것일까? 이상권의 그림은 그려진 장면이 아니라 그려지지 않은 장면들이 더 중요해 보인다. 아니 그려지지 않은 장면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림 속에는 고통스러운 장면, 삶의 신산함이 거의 한 장면도 그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그려지지 않은, 말해지지 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에 관해서 알튀세 식으로 일종의 징후적 독해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징후적 독해란 이중적 독해이다. 한편으로는 명백하게 눈에 읽히는 텍스트를 해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기에서 간과되고 결여된 것을 뒤져 숨어 있는 텍스트가 무엇인가를 찾아 읽는 것이다. 이상권이 그림으로 그리지 않은 것, 말하지 않은 것들, 은폐되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삶이 보여주는 모순, 불가해한 폭력, 미래에 대한 공포, 일상의 지리멸렬함일 것이다. 이상권의 그림에서 우선 눈에 띄는 문제 설정은 여가의 시간, 혹은 노동 이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장소들 역시 노동과 가족을 벗어난 곳이다. 술집과 까페와 거리에서 사람들은 잠시 개인이 된다. 아니면 개인이 되었다는, 자신이 주체적 존재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친구와 지인들에 의해 범위는 확대된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들은 일시적인 해방의 장소에서 벗어나 집과, 일터로 되돌아간다. 어쩌면 이상권이 말하고 보여주려는 세계는 바로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지 않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고, 그에 관해 대부분 무심하고,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 다 살기가 힘들어지지만 그 이유가 안보이거나 은폐되어 있는 세계이다. 그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얻는 소소한 위안은 커피잔과 맥주잔과 의자에 있다. 그것은 희극으로 포장된 비극의 세계이다.
이상권_코러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9×130.3cm_2011

이상권의 그림은 현실의 고통에 관해 말하지 않음으로써 뭔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은 회화에 관해서도 유사해 보인다. 물론 이것이 그의 의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리자 필립스가 이십여 년 전에 쓴『이미지 세계: 시각예술과 미디어 문화』에서 말한 이유들과도 일치할 것이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현대에 있어 '재현이라는 것이 개인의 상상력이라는 절대 영역 내에서만 이루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무엇인가를 의미하도록 허용하는 특정한 컨텍스트들 속에서 실현되는 권력의 기구이다.' 라고. 이 말은 오늘날의 화가, 미술가들이 재현하는 세계란 한 개인의 해석이 아니라 그런 해석을 용인하고 허용하는 미술, 혹은 사회적 문맥 속에서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사실 오늘날의 다양한 재현 방식들은 새롭고 낯선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점에 있고, 그것이 가능한 척하는 제스처만이 허용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이상권의 그림들은 알기 쉬운 기법과 배치를 통해 대중적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대중적인 것이 무엇인가, 혹은 우리에게 허용된 재현의 방법의 핵심을 찌른다. 그것은 회화적이되 읽히기 쉬운 외양을 하고 있다. 더 이상 가봐야 별거 없다는 듯이 아는 길을 걸어간다. 물론 이러한 관습적인 이미지 제작방식의 한계도 있다. 너무 익숙해서 여간해서는 이 익숙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잊게 만든다. 즉 익숙함에 너무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상권_행복한 출근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cm_2011

이상권의 그림에서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작업들은「늦게 온 친구 2」나「정치면 읽는 남자1.2」와 같은 그림들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인물들과 풍경을 좀 더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바라본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하는 현실감과, 상상의 분위기가 잘 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제 이상권이 가야할 길, 혹은 그림들의 방향이 그쪽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래전 이상권의 전시 서문에서 나는 레지스 드브레를 빌어 회화란「노동과 광선」이라고 썼었다. 그것은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 노동이란 회화가 떨구어 낼 수 없는 육체성을 의미한다. 아니 신체성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몸으로 느낀 것과 몸으로 다루어야 만들어지는 이미지라는 의미이다. 그 신체성은 감각과 몸이 가진 작가의 의도에 저항하는 물감들의 버팅김까지도 포함한다. 그리고 광선은 그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다. 물적, 외적 조건을 대표하는 광선이라는 말은 문화적, 역사적 무게를 털어버린 회화의 존재적 기반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 말하지 못한다. 회화란 그런 것일 것이다. 아무리 의미 구조화의 그물망 속에 놓여 있더라도 원초적인 뭔가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이상권이 그림에 끌린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다시 그 밀고 당김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가 이제 술집 골목을 나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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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stract in Photography






주명덕展 / JOOMYUNGDUCK / 朱明德 / photography 2012_0328 ▶ 2012_0421 / 월요일 휴관




주명덕_Abstract_photography_Barcelona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818e | 주명덕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32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인 GALLERY IHN 서울 종로구 팔판동 141번지 Tel. +82.2.732.4677~8 www.galleryihn.com




From the scene-The abstract in photography ● 예술가는 열린 답을 향해 스스로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다루는 도구로서의 매체, 자신이 고민하는 삶의 과제, 자신이 몸소 다루어서 빚어낸 작품의 차별적 지위를 위해서, 그들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길을 걷는다. 그들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으며 스스로 완성의 단계를 정한다. 그들의 작업과정은 필연적으로 작가의 고립을 담보로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사람과 사람을 소통하고 교류하게 만든다.
주명덕_Abstract_photography_Barcelona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1
주명덕_Abstract_photography_Bilbao_잉크젯 프린트_145×218cm_2011

주명덕의 신작은 그가 온전히 사진에 충실한 예술가임을 보여준다. 그가 다루는 사진은 관념이 아니라 실제의 사물에 비추어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매개이다. 모든 정보는 사진에 담겨진 대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작가는 그것을 기록하고 감상자는 상상한다. 그가 지난 오십년 가까이 지속해온 작업의 뿌리가 리얼리즘에 있다는 사실은 그의 이번 작업이 지닌 차별성에 대해서 신뢰를 품도록 한다. 주명덕의 신작의 배경에는 어떠한 꾸밈도 없이 대상에 대한 그만의 자신감이 깔려있다. 사진에 찍혀진 대상은 바다이거나 하늘이거나 건축물이거나 벽이거나 땅바닥이거나 혹은 오래된 페인트이다. 사진 속에 담겨진 바는 그 모든 것을 경험시켜주는 매개로서의 빛이다. 그 빛은 때론 강렬한 붉은 색과 푸른 색으로, 때론 흰 벽에 아스라이 드리운 희미한 회색으로 우리의 눈을 자극한다. 주명덕의 사진에서 사진적 소재로서의 대상과 표현의 결과물로서의 색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사진 속의 대상은 그 이름을 드러내며 보이기도 하고 색의 이면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의 사진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주명덕_Abstract_photography_잉크젯 프린트_145×218cm_2011
주명덕_Abstract_photography_잉크젯 프린트_145×218cm_2011

사진은 대상의 외현에 부딪혀서 반사된 빛에 반응하는 물리적 기계장치를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추상회화가 추구하는 관능과 표현이 배제된 절대적 체험으로 사진의 추상성을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주명덕의 사진은 빛을 통한 시감각적 프로세스와 색이나 형태로 구현된 표현요소들을 주춧돌 삼아 추상적 사고를 유도하는 것이므로, 의도되거나 구성된 회화적 추상과는 구분된다. 그의 작품의 추상적 측면은 감상자의 개인적 기억이나 문화적 배경과도 같이 획일화되지 않은 요소들로 인해서 비로소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데,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심리적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교신 혹은 교감에 동참하게 된다.
주명덕_Abstract_photography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1
주명덕_Abstract_photography_잉크젯 프린트_100×150cm_2011

인간의 욕망은 종국에는 자아를 실현하는 것을 향한다고 한다.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자극과 그에 반응하는 나에 대한 경험과 사고가 축적되면서 자신의 세계가 공고해지고 그를 통해서 자신을 외계와 선명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통합의 상태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독립된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 주명덕의 작품이 지니는 차별성은 그의 인생이 통합되는 단계와도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작업 과정에서 겪었을 정서적 체험의 흔적을 최소화함으로써 나의 눈,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외계와의 교신을 감상자와 공유할 수 있는 창구를 극대화하였다. ● 결국 사진가 주명덕으로부터 우리가 함께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장면으로부터 비롯된 대상의 순수한 힘이 나에게 불러일으키는 근원적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스스로를 온전히 아우르는 단계에 들어선 노작가의 신작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타인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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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헨켈이노아트 프로젝트 - 순간의 접착






2012 Henkel InnoART Project - Bond the Moment展 2012_0329 ▶ 2012_052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헨켈이노아트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329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슬기와민_윤동천_홍성민

주최 / 헨켈_대안공간 루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8:00pm

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번지 Tel. +82.2.3141.1377 www.galleryloop.com




모든 분자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워질 경우, 반대로 타자를 밀어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적당한 거리가 서로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궁극적 이끌림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분자인력은 강력할수록 분자들의 움직임이 억압 받는 고체 상태를 만들어내며, 반대의 경우 분자의 자유로운 방랑을 허락하는 기체의 상태를 생성해낸다. 하지만 그 떠돎이 가능해지는 것 역시 분자 사이에 끌어당기는 힘, 인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 힘이 부재할 경우, 세계는 불균형과 혼돈으로 차오르며, 그로 인해 자유로운 움직임은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한쪽의 존재가 다른 쪽보다 크거나, 힘이 셀 경우, 다른 한쪽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흐릿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분자의 세계보다 거대한 인간의 세계 안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슬기와민_Bem-Vindo/Adeus/Bem-Vindo/Adeus, Originally created for the exhibition EXD’11, Lisbon_2011

미국의 저명한 여성 정치철학자, 웬디 브라운은 『관용』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구 권의 통치 담론 중 하나인 '관용'이 지니고 있는 모순과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대외적으로 관용은 차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모두 잘 살 수 있는 가장 인류애적이고도 낭만적인 방법론인 것처럼 등장했으나, 실제로 이를 표방해온 이들은 강하고 거대한 자아를 부정하지 않았으며, 결국 타자들이 지니고 있는 차이성을 '관용'이라는 단어를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고로 관용이라는 것 역시 거짓이자 위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후 브라운은 '민주주의'를 표방했으나, 결국 차이와 불평등을 양산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만 '신자유주의'에 대해 말하였는데, 이의 원리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술기와민_Graphic Identity for BMW Guggenheim Lab, Commissioned by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New York_2011

위의 두 단락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존과 공존하는 이들의 수평적 소통은 일정한 거리 두기와 비슷한 힘의 발휘를 통해서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이에는 공존의 기간 동안, 그 누구도 일방적으로 변질되거나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 또한 숨어있다.
윤동천_Back to the Land of Hope 다시 희망의 나라로_혼합재료_2007
윤동천_Meaningful Objects-Politician Series 의미있는 오브제-정치가 연작_설치_2011

우리는 2012 헨켈 이노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이상적인 '공존'의 순간을 제시하고자 한다. 화학적 상호작용을 일으켜 결합하는 접착제의 경우, 서로 다른 물체의 부분을 녹이고, 서로의 존재에 개입하면서 하나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접착의 방식은 여러 관계망 속에서 우리가 지금껏 행해왔던 '소통'과 '매개'의 방식과 유사하다. 반면 우리가 시도하려는 접착은 서로의 부분을 변형시키지 않고, 사물 자체를 단시간에 붙여 놓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처럼 타 존재 자체를 수용하고, 이해하면서, 순간적으로 접착하는 방식을 도입하고자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접착의 상태'가 아니라 '접착의 시도'이다. 이는 여러 차원의 결합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테면, 기업과 예술계, 교육계와 미술계, 서로 다른 장르, 서로 다른 연령대가 결합하면서 만들어내는 모종의 '충돌', 그것들의 순간이 결합되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실험적 예술의 장이 여기에서 펼쳐진다는 말이다. 기업과 예술계의 결합의 경우, 기존의 일방적 기여방식에서 벗어나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점차 완성되어가는 발전적 방식을 제시하게 될 것이며, 학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은 이들 사이의 간극과 차이를 동등한 방식으로 구현하여 새롭게 드러내 줄 것이다. 또한 작가들의 서로 다른 작업들은 나열이 아니라 변형과 훼손 없이 접착되어 - 실제로 모든 접착의 상태를 그 안에 무수한 빈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고로 접착은 서로를 훼손하며 온전한 하나가 되는 것과 다르다 - 시각적 쾌를 양산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지루한 이해와 소통의 방식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되어온 불평등과 차별을 지양할 것이다. 여러 사람이 지적해온 것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른 것을 보며, "다르다"고 하지 않고, "틀리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누군가가 또 지적한 것처럼, 이에는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른 것을 잘못된 것 혹은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며, 이러한 토대 위에서 빈 공간과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며, 그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어 예술적 언어로 발현하는 것이다. ■ 김지혜
홍성민_EXTRAS 엑스트라_Festival Bo:m, BAIK-CHANG Theater_00:60:00_2011
홍성민_Phantom of the Operalara 오페라의 요령_Spring Wave Festival, ARCO Theater_00:90:00_2007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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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헤세: Spectres and Studiowork




  • 작가: 에바 헤세 (Eva Hesse)



  • 기간: 2012_0228 ▶ 2012_0407



  • 초대일시: 2012년 02월 28일 화요일5시



  • 시간: 오전 10시 00분 ~ 오후 6시 00분
             일요일, 공휴일: 오전10시-오후 5시



  • 휴관일: 없음



  • 장소: 국제갤러리(space1)(서울)



  • 가격: 무료








국제갤러리는 20세기 작가 중 가장 영향력 있고, 비평적 호평을 받는 에바 헤세(1936-1970)의 전시를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다. 에바 헤세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미술사학자 브리오니 퍼(Briony Fer), E. 르완 맥키논(E. Luanne McKinnon)과 에바 헤세 재단 디렉터인 베리 로즌(Barry Rosen)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최근 해외에서 열렸던 헤세 회고전 , * 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번 국제갤러리 전시는 에바 헤세의 두 회고전을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근래에 비평적 관심을 받게 된 해당 전시 작품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에바 헤세 / No title / Cheesecloth, adhesive / 1969 / © The Estate of Eva Hesse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1960년 에바 헤세가 예일대학교 졸업 직후 뉴욕으로 건너가 첫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던 페인팅 작품이 전시된다. 1960년 당시 작가는 무려 48점의 페인팅을 제작하였고, 이 중 20점이 이번 국제갤러리 전시에 선보인다. 에바 헤세 생전 공개되지 않았던 이 작품들은 추상 형태에서 내적 세계를 반영한 반(半)구상 형태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기 동안, 에바 헤세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에바 헤세 / No title / Oil on Masonite / 53.7x42.2cm / 1960 / © The Estate of Eva Hesse

“오직 페인팅을 통해 나를 바라볼 수 있고, 그렇기에 나 역시 페인팅을 끝까지 해내야만 한다.
이것은 내 존재 자체와 완벽하게 상호 의존하는 것이다. (1960년 12월 27일)
“Only painting can now see me through and I must see it through. It is totally interdependent with my entire being.” (December 27, 1960)

이 시기 에바 헤세는 신체 이미지와 마치 유령 같은 모호한 형태 사이를 오고 가면서, 표현주의적 성향의 인간 형상에 주력하기 시작한다. 작품의 거친 표면 처리와 스크래치, 드리핑, 채도가 낮은 색채는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과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초상화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에바 헤세 / No title / Oil on Masonite / 40x30.5cm / 1960 / © The Estate of Eva Hesse

이러한 초기 페인팅은 에바 헤세가 형식적, 개념적 발전을 하는 시기의 고심하던 흔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개인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작품들은 작가의 자화상이면서, 작가의 복잡한 심리를 보여주는 전(全)작들의 초기 지표로써 내면적 고통과 작품활동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이번 전시에는 한국에 최초로 선보이는 소품들이 소개된다. 에바 헤세는 1960년대 미술계를 주도했던 미니멀리즘 속에서 그것을 개인적인 조형 언어로 소화해낸 독창적인 대형 조각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대형 조각 작품들과 함께, 에바 헤세는 라텍스, 유리 섬유, 조각 금속, 와이어 메시, 면직물, 마스킹 테이프, 왁스 등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폭넓은 범위의 실험적인 소품들을 제작하였다.



에바 헤세 / No title / Oil on canvas / 41x40.3cm / 1960 / © The Estate of Eva Hesse

에바 헤세는 생전에 이 작품들을 판매하거나 친구들에게 선물하곤 하였는데, 작가 사후 이 소품들은 스튜디오에 남겨지게 된다. 큐레이터 브리오니 퍼에 의해 ‘스튜디오 워크studioworks’로 명명된 이 작품들은 이전에는 단지 ‘실험 작품(test-pieces)’ 혹은 대형 작품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등 작품으로서 분류가 쉽지 않았다. 수작업으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이 오브제들은 비결정적 형태를 가지며, 재료의 연약한 물성으로 인해 일시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시성은 인간 신체의 나약함을 은유하고 있다. ‘스튜디오 워크studioworks’는 작가의 흔적과 끝없는 실험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에바 헤세 작품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처럼 크게 두 가지로 분류 가능한 작업군을 통해, 이번 국제갤러리 전시에서는 에바 헤세의 작업 경향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하였다. 각 작품들은 ‘물질’과 ‘비물질’, ‘기하학’과 ‘유기학’ 사이의 긴장뿐 아니라 ‘존재’와 ‘부재’, ‘형상’과 ‘정신’ 등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든 개념들을 한데 아우르고 있다. 에바 헤세는 “페인팅은 어디에서 끝나며, 드로잉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라고 물으며, “나의 조각작품들은 페인팅으로 불릴 수 있다.” 라고 답한다. 즉, 이번에 소개되는 전시 작품들은 작가 자신과 작품 세계에 대한 핵심적인 설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에 바 헤세 / Inside I / Inside II / Acrylic, papier-mâché, wood, cord, wire / 30.5x30.5x30.5cm/13.7x18.4x18.7cm / 1967 / © The Estate of Eva Hesse

이번 전시 는 젊고 능력 있는 작가였던 에바 헤세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특히 짧지만 다작을 했던 에바 헤세의 예술 인생에서, 실험성을 보여준 특정 순간에 주목하였다. 국제갤러리와 초빙 큐레이터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연결고리를 갖는 두 경향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현대 조각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헤세의 대담한 작업방식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작가의 자화상을 감상하듯, 그녀의 작업에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전시는 해머 미술관(Hammer Museum, Los Angeles, USA), 뉴멕시코대학교 미술관 (University of New Mexico Art Museum, Alberquerque, USA),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New York, USA) 에서 전시되었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단어 ‘spectre’는 라틴어 ‘spectrum’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령의 이미지’ 라는 의미를 갖는다.

* 전시는 푸릇마켓 갤러리(Fruitmarket Gallery, Edinburgh, Scotland), 캠든 아트 센터(Camden Arts Center, London, UK), 안토니 타피에스 미술관(Fundacio Antoni Tapies, Barcelona, Spain), 온타리오 아트 갤러리(Art Gallery of Ontario, Toronto, Canada), UC 버클리 미술관(UC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California, USA)에서 전시되었다.



에바 헤세 / No title / Papier-caché / 15.5x15.3x8.3cm / 1969 / © The Estate of Eva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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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희展 / CHOMINHEE / 曺旼喜 / painting 2012_0402 ▶ 2012_0407 / 일요일 휴관


조민희_......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8×256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협찬/주최/기획 / ZOOM GALLERY

관람시간 / 10:00am~10:00pm / 토요일_11:00am~08:00pm / 일요일 휴관

줌 갤러리 ZOOM GALLERY 서울 마포구 서교동 384-13 영창빌딩 1층 Tel. +82.2.323.3829 www.zoomgallery.co.kr


실재(實在), 그 '순간의 반복' ● 구름의 윤곽처럼, 늘어진 커튼처럼, 일상이란 그렇게 높낮이를 달리하며 주름지어있다. 그 주름진 커튼 너머 실재(實在)가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실재가 그 안에서 살고 있다. 당겨진 캔버스 천처럼 그 주름진 일상을 펴 보이는 일, 작가 조민희가 그려낸 화면들은 무심한 듯, 형용사를 지우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 위로 끊임없이 침묵의 점을 찍어가는 것이란, 작가가 말하는 '보이지만 읽혀지지 않는 무엇'인가를 표현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
조민희_......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11
조민희_......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1

예술이 모든 시대와 양식을 아우르며 리얼리티의 구현이라는 것에 근거해왔다면, 작가 조민희의 작품은 시각적 리얼리티의 추구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실재의 모습이란 어쩌면 그렇게 더 과장되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가 그려낸 화면들은 과장되어진 실재가 아닌, 과장과 위장의 모호한 경계에서, 실재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정신적이며, 심리적인 리얼리티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그려낸 '그 무엇'은 그래서 보여지는 풍경이나 장면이 아닌, 추상 되어지고, 사유 되어져야 할 그 무엇일 것이다. 그래서 실재의 재현이 아닌, 실재의 현시가 그 하나의 순간과도 같은 찰나의 시간 위에 그려진 화면을 바라보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조민희_......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2×190.8cm_2011
조민희_......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1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은 읽혀지지 않는 기호와 메시지로 마치 우리가 실재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이,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는 우리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한다. 우리는 만나보지도, 누구인지도 모를, 실재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하는 어느 인물의 일상의 한 편린을 바라보며, 그것에 맞는 형용사들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은 실재의 풍경일수도, 혹은 작가가 잘 만들어낸 공간 위에 연출된 장면일수도 있다. 젖혀진 커튼 너머로 잠시 실재를 들여다 보는 그 순간, 우리는 이제 관찰자가 아닌, 그 장면의 서술자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커튼의 안쪽에서 나에게서 실재되었던 반복된 순간들, 그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던 실재들, 그 실재의 표정 앞에서 우리들 삶에 대한 서술형의 문장들 또한 여기 작가에게서처럼, 침묵의 점을 수없이 반복하며 찍어가고 있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조민희_......_종이에 잉크_26×13cm_2012
조민희_......_종이에 잉크_25×34cm_2012

이 시대의 예술은 표면 위에서 일렁이는 효과들이 만들어내는 일루전과도 같다. 그러므로 사진도 아닌, 이 '정지된' 그림들이 담아낼 수 있는 리얼리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또 다른 실재가 있다. 작가가 그려낸 장면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술해나가는 자아를 사유해 보는 일, 시간의 주름들, 그 속에 감추어져 있던 그 무엇을 들여다보는 일, 미술표현이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본질의 현시,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조민희에게서의 실재란, 보여지거나 읽혀지는 것이 아닌, 영원히 반복되는 이 찰나의 순간들 속에서 잠시 커튼을 걷어내어 실재를 바라보게 하는 그 시간에 있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작가는 우리에게, 삶이라는 본질을 향한 묘사의 과정과, 은유라거나 상징을 감추어버린 벽을 잃은 공간들, 완성되지 않은 문장들 속의 명사와 동사들을 남겨둔 것이 아닐까. ■ 김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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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여행 A Belated Trip


정상윤展 / JEONGSANGYOON / 鄭翔允 / photography 2012_0328 ▶ 2012_0403


정상윤_Pohang, Gyeongbuk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30pm

갤러리 싸이먼 Gallery Simon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57번지 상빌딩 6층 Tel. +82.2.333.4536 www.gallerysimon.kr


정상윤의 사진은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여가에 대한 관찰자적인 시선을 통해 삶의 여정 속에서 자아의 존재론적 위치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인간은 여가를 통해 정신적인 안정과 보다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을 지향한다. 정상윤에게 여가는 스스로에게 충족되지 못한 욕망의 메타포로, 이러한 욕망을 타인의 행위를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품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 예술가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과 표현방식으로 끊임없이 인간을 관찰하고 그려내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면 여기서 작가는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사진들 속에서 현대인으로서의 자신의 현실과 욕망, 개인과 군중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녹여내고 있다.
정상윤_Daegu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09

이 사진들 속에 나타나는 장면들 하나하나는 너무도 일상적인 것들로, 보는 이들의 기억 속의 한 단편이거나 대중 미디어 속에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이미지들 중 하나들로 거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자아의 부재 상황을 암묵적으로 환기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일상적인 생활공간 속에서 여가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지는 휴양지나 축제의 공간 속에서 일련의 무리들이 만들어가는 장면들에 동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를 거부한다. 다시 말해 각각의 사진 속의 장면들은 동일한 의미를 고착시켜내기보다는 그 안의 개개인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양산해내도록 한다. 여기에서 작가는 카메라가 현실을 응시하는 롱테이크(long take) 방식의 촬영을 통해 별다른 과장 없이 기록하는 장면들 속에 간혹 사진가와 마주한 인물(들)의 등장시킴으로써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일종의 소격효과가 나타나게 한다.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언급한 '소격효과(alienation effect)'는 관객이 극적 사건에 대해 거리를 갖게 하고 지금껏 당연히 받아들이는 일을 비판적 사건으로 바라봄으로써 냉철한 이성과 비판력을 갖게 하는 것으로 작가는 장면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장치를 통해 이 사진들이 비평적인 기능을 담보하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여가와 관계된 기억을 바탕으로 욕망의 대리 주체인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행복보다는 오히려 '무리 속의 고독' 혹은 '군중 속의 고독'을 자각하게 한다.
정상윤_Daegu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09

'스펙타클(spectacle)'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상품과 그것의 지배 하에 놓인 자본주의의 일상적 삶을 비평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기드보(Guy Debord)가 언급처럼, 스펙타클은 현대 사회에서 삶에 대한 자본주의적 지배의 프로파겐다적 장치로 다중의 의미작용을 취하며 이러한 스펙타클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공간 안에서 스펙타클의 수용자이며 유희의 주체이어야 할 관객은 끊임없이 소외의 과정을 거쳐가며 고립된다 정상윤의 사진은 현대사회에서 대중들이 구가하는 일상적인 휴식과 여가활동 역시 소비적 행태와 맞물리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행위와는 점차 멀어져 가고 개개인은 유리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윤_Boryeong, Chungnam_잉크젯 프린트_120×80cm_2009

'스펙타클(spectacle)'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상품과 그것의 지배 하에 놓인 자본주의의 일상적 삶을 비평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기드보(Guy Debord)가 언급처럼, 스펙타클은 현대 사회에서 삶에 대한 자본주의적 지배의 프로파겐다적 장치로 다중의 의미작용을 취하며 이러한 스펙타클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공간 안에서 스펙타클의 수용자이며 유희의 주체이어야 할 관객은 끊임없이 소외의 과정을 거쳐가며 고립된다 정상윤의 사진은 현대사회에서 대중들이 구가하는 일상적인 휴식과 여가활동 역시 소비적 행태와 맞물리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행위와는 점차 멀어져 가고 개개인은 유리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윤_Jinju, Gyeongnam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09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윌리엄 이글스톤(William Eggleston)의 일상성을 재해석해내는 능력에 큰 관심을 가졌던 마틴 파(Martin Parr)는 자신의 작업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일상성과 컬러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다큐멘타리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사진 작가의 관점임을 명백히 인지시켰다. 마틴 파가 소비 사회의 중류층의 삶에 있어서 진부함을 풍부한 위트와 반어적인 표현 속에서 드러내었다면 정상윤은 딥포커스와 카메라의 고정된 앵글을 기초로 한 다소 중립적인 태도의 관찰자적인 시선을 견지하며 천편일률적인 여가의 양태 속에서 파편화되는 현대인들의 모습들을 통해 현대인의 고립에 주목하게 한다. 이 사진들은 절제된 컬러 속에서도 인공의 색, 문화의 색을 드러내면서 여가 문화의 동질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각을 압도하는 장엄함보다는 이질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들을 나열한다.
정상윤_Daegu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09
정상윤_Gwacheon, Gyeonggi_잉크젯 프린트_65×151cm_2011

현대 다큐멘타리 사진 작업의 중요한 맥락은 주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일상에 초점을 두거나 사적인 일기 형태의 자서전적 작업이 우세하다는 점인데 그 이면에는 다큐먼트 개념의 재정립이라는 측면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다큐멘타리가 현실을 기록하여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그것을 비평적으로 사유하게 하는데 기여한다는 관점에 기초한다. 정상윤의 사진은 문화적인 관점에 입각한 사진가의 주관적인 사진적 시각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요소 그 자체보다는 개개인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내러티브 속에 고립되는 개인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현대인의 삶과 여가문화를 들여다보게 한다. '나'라는 개인은 동양적 관점에서 본다면 수많은 타인으로 이뤄져 있고 '나'는 타인과의 관계와 영향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사진들 속의 타인들의 모습 속에서 자각하게 되는 것은 결국 작가 자신의 혹은 작품을 마주한 관객들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이 사진들은 일상성과 절제된 컬러를 활용한 사진적 접근 방식을 토대로 여가 문화에 다가가며 우리 시대의 보편적 삶의 행태에 나타난 현실의 한 축을 제시함으로써 동시대적인 삶의 이정표를 다시 세워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손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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