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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각: 2011.02.26 2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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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아 Aporia

이정展 / LEEJUNG / 李晶 / photography.installation   2011_0217 ▶ 2011_0317 / 월요일 휴관


이정_Aporia 시리즈-Why?_C타입 프린트_170×136cm_2010
초대일시 / 2011_0217_목요일_05:00pm 기획 / 원앤제이 갤러리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번지 Tel. +82.2.745.1644 www.oneandj.com

황량한 공간에 버려진 말들 ● 텍스트에 대한 나의 관심은 영국유학에서 비롯되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생활을 경험하면서 '언어가 갖는 한계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이러한 고민은 나의 이전 작업 「접경(Bordering North Korea)」시리즈에 반영되었다. 「접경(Bordering North Korea)」에서 나는 북한의 접경지대를 촬영한 풍경사진에 북한의 선전문구('We are happy', 'Our country is the paradise of the people' 등)를 직접 삽입함으로써 북한체제의 비극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이정_Aporia 시리즈-I love you with all my heart_C타입 프린트_160×200cm_2010
「접경」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사진과 텍스트의 접목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되었고, '이미지로서의 언어'에 대해 깊이 매료되었다. 이번에 전시할 「Aporia」시리즈는 롤랑 바르트의 책 『사랑의 단상(A Lover's Discourse)』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롤랑 바르트는 사랑에 빠진 이가 겪는 딜레마에 대해 얘기한다. 만약 당신이 사랑에 빠진다면 상대는 수수께끼의 존재가 되며, 당신은 끊임없이 이유를 찾고 해석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당신의 욕망은 거짓과 갈등, 막다른 길을 야기하고, 당신은 끝없이 이 진부한 표현들을 소비하면서 결국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을 사랑'하게 된다. '너'와 '나' 사이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허공 속에 되풀이되는 사랑의 언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를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시 속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들을 보며 그 이면의 공허함과 쓸쓸함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정_Aporia 시리즈-My heart is yours_C타입 프린트_170×136cm_2010
나는 인터넷이나 TV, 영화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랑과 애증의 표현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한번쯤은 읊조려봤을 이 진부한 표현들은 미디어에 의해 확산되고, 순환되며, 우리의 실제 삶 속에서도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가령, 구글에 'I love you with all my heart'를 검색하면 약 2백만 개의 결과가 나온다) 이 흔하고 상투적인 말들을 이름 모를 황량한 공간에 데려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네온으로 텍스트를 제작하여 풍경에 직접 설치하기 시작했다. 진부한 사랑의 문구들이 황량한 공간을 만나, 통렬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정_Aporia 시리즈-Have you ever loved me?_C타입 프린트_125×100cm_2010
이정_Aporia 시리즈-Till the end of time_C타입 프린트_136×170cm_2010
아포리아(Aporia)는 그리스어로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적막하고 황량한 공간에서 희미하게 퍼지는 사랑의 외침들이야말로 어떤 논리와 철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막다른 길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0여 점의 사진 이미지와 더불어 비디오, 네온 설치 작업이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네온과 풍경, 텍스트가 만나는 이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만의 사랑의 단상에 잠기는, 짧고 강렬한 여행을 경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 이정
이정_Aporia 시리즈-You, you, you..._C타입 프린트_125×100cm_2010
이정_Aporia 시리즈-Only god knows_C타입 프린트_136×170cm_2010
Abandoned words in deserted pl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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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롱展 / Richard Long / land art   2011_0218 ▶ 2011_0402 / 일요일 휴관


Richard Long_Dragon Circle_Black slate and limestone_157 1/2inches or 400cm in diameter_2010
초대일시 / 2011_0218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MC갤러리 MC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1- 13번지 Tel. +82.2.517.4088/9088 www.gallerymc.com

'걷기'라는 행위를 통한 자연의 기록과 채록 ● 세계 각지를 직접 걸으며 현지의 자연물을 이용해 환경에 동화되는 특정한 모양을 만들고 이를 조각 및 사진, 글과 기호 등의 매체에 담아온 영국 태생의 대지미술(land art) 작가 리차드 롱(Richard Long)의 한국 전시가 오는 2월 18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소재 'MC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20대 초반인 1964년 작품 「눈덩이가 지나간 자국(A Snow-Ball Track)」을 야외에서 실험한 이후 약 40여 년 동안 자연을 자신의 예술적 이미지로 삼은 그의 대표작들이 선보인다.
Richard Long_Vermont Georgia South Carolina Wyoming Circle_ Red, white, gray, green stones_291 inch diameter_1987
1989년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리차드 롱은 1967년 「걸음으로서 생긴 선(A Line Made by England)」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제작한 후 '걷기'를 통한 실외 작업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에게 있어 '걷기'는 작가만의 조형언어를 생성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그 자체로 미적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그는 '걷는다'는 행위를 매개로 자연에 대한 동경과 예찬이라는 오랜 화두를 탐구해 왔으며, 이러한 행위는 새로운 형식의 퍼포먼스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문화를 연결시키는 일종의 생태학적 알고리즘(algorithm)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의 훼손 없는 자연주의적 사고와 자본주의적인, 또는 인공적인 것의 인위적인 배제는 여타 미국 중심의 대지미술 작가들과 구분되는 지점으로 규정되고 있다. ● 어느 낯선 곳에 지표를 세우고 나무나 돌멩이를 직선 혹은 원의 형태로 구성한 다음 그 순간의 기록을 전시장으로 가져와 재배열하는 일련의 작업에는 그가 머물렀던 지역에 존재한 찰나의 기억과 자연 공간의 느낌, 인공적이지 않은 여백들이 이입되어 있다. 여기엔 시간과 속도 등의 일시적, 경험적 서사가 투영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론 인간과 자연의 만남에 관한 기록자의 역할을 철저하게 일궈나가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실외 작업을 '보이지 않는 작업'이라 말한다.
Richard Long_Cold Stones_A Fourteen Day Walk In The Sierra Nevada Spain_ Gelatin silver print_111.5×82cm_2009
리차드 롱의 MC갤러리 전시는 '보이지 않는' 실외작업을 '보이는' 실내 작업으로 전환한 것이랄 수 있다. 1968년에 독일 뒤셀도르프 '코퍼나드 피셔'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현재에 이르는 중요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그는 수십 년 간 일관되게 추구하며 이루고자했던 '자연친화적인 태도와 그것의 회복'을 예술로서 새롭게 승화시켜 놓고 있다. 대지로 나가 자연에 포박된 채 걷다가 그곳에서 가져온 재료를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원'이나 '직선' 등으로 설치한 작업,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 대지미술작업의 흔적인 사진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
Richard Long_Sierra Line_A Fourteen Day Walk In The Sierra Nevada Spain_ Gelatin silver print_112.5×82cm_2009
일예로 2010년 신작 「Dragon Circle」과, 1987년 작 「Vermont Georgia South Carolina Wyoming Circle」은 미국에서 수집한 돌들을 일정한 공간에 쌓거나 나열한 것으로, 이는 1969년 뉴욕에서 열린 대지미술 그룹전에서의 작업과 1971년 아일랜드 더불린(Dublin)에 있는 박물관에 갔을 때 보았던 선사시대 돌 조각에서 힌트를 얻은 「콘네마라 조각(Connemara Sculpture)」, 그리고 1988년 사하라에서 제작한 「아침 원(A Morning Circle)」 등의 연장에 해당한다. 이 전시에서는 물론 그의 화력에 고금을 막론하고 등장하는 '원'은 근본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재료를 통한 그 장소성과 연관되는 모습의 반영이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서로 공유되는 지식의 순환'을 뜻한다. ● 조각 외 스페인 네바다에서 14일 동안 도보로 다니며 주워 만든 재료로 제작한 작품을 촬영한 2009년 작 「A Fourteen Day Walk In The Sierra Nevada」를 비롯한 2점의 사진작업도 출품된다. 이 사진들은 그가 행한 대지의 행로 가운데 우연히 발견한 각 지역의 흔하고 고유한 재료를 이용해 원, 나선, 지그재그선 등의 기하학적 형태를 남겨놓고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현상을 기록한 시공의 궤적이랄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사진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작가와 함께 하는 도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그 도보의 기록과 여정에도 동참하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Richard Long_Untitled_Yangtze River mud and pigment on paper_ 15 3/4×12 5/16inches; 40.1×31.2cm_2010
이번 전시에는 주로 우리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간단한 모양들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패턴을 종이 위에 진흙으로 규칙적으로 찍은 프린트 작품들도 내걸린다. 「Untitled」로 명명된 이 연작들은 손가락 프린트 작품으로써, 작가의 손(정학히는 지문(검지))으로 만들어졌으며 2종류의 원료를 바탕으로 한다. 하나는 중국 양쯔 강의 진흙이고, 다른 하나는 윤안(Yunnan)주에서 나는 파란색 안료이다.
Richard Long_Untitled_Pigment on paper_19 1/3×13 2/5inches; 49.1×34.1cm_2010
진흙은 작가가 쓰촨성(사천성)의 양쯔 강가를 걷다가 취합한 흙을 비닐 백에 담아온 것으로, 1971년 그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나선형 흙 작업과 개념적으로 연속성을 지닌다. 또한 1981년 작품 「애번강의 진흙으로 만들어진 벽 작업」을 잇는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자신의 육체와 감성을 모두 이용하여 자연세계와 관련지었음을 이 진흙작업으로 나타냈는데,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에서도 그 독특한 여운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ichard Long_Untitled_Yangtze River mud and pigment on paper_ 19 1/3×13 2/5inches; 49.1×34.1cm_2010
자연 속에서의 진흙을 가져와 자신의 손이나 발을 이용해 대지에서 직접 걷기로 행한 것을 실내에서 다시 재현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는 진흙 작업과 더불어 중국 일부 지역에서 흔하게 쓰이는 파란색 안료로 제작된 작품들도 선보인다. 이 안료는 작가가 중국 윤안 주를 여행하다 발견했다. 작가는 그 파란 색깔의 오묘함에 매료되었고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에도 사용되었다. 한편 출품작 중 빨강, 흰색, 회색, 녹색 돌로 구성된 설치 작품 「Vermont Georgia South Carolina Wyoming Circle(1987년 작)」은 2월 18일부터 오는 3월 19일까지, 그리고 검은색 점암판 석회석으로 제작된 「Dragon Circle(2010년 작)」은 3월 22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 MC갤러리 중국 윤안 주를 여행하다 발견했다. 작가는 그 파란 색깔의 오묘함에 매료되었고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에도 사용되었다. 한편 출품작 중 빨강, 흰색, 회색, 녹색 돌로 구성된 설치 작품 「Vermont Georgia South Carolina Wyoming Circle(1987년 작)」은 2월 18일부터 오는 3월 19일까지, 그리고 검은색 점암판 석회석으로 제작된 「Dragon Circle(2010년 작)」은 3월 22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 MC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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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Manhigh

정치영展 / CHUNGCHIYUNG / 丁致榮 / painting   2011_0216 ▶ 2011_0301


정치영_The Apology Painting I_캔버스에 혼합재료_140×280cm_201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정치영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216_수요일_06:00pm 후원/협찬 / 단국대학교 관람시간 / 10:30am~06:30pm 관훈갤러리 KWANHOO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82.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I / I wish you could swim / Like the dolphins / Like dolphins can swim / Though nothing / Will keep us together / We can beat them / For ever and ever / Oh we can be Heroes / Just for one day
정치영_The Apology Painting II_캔버스에 혼합재료_140×280cm_2011
I / I will be king / And you / You will be queen / Though nothing / Will drive them away / We can be Heroes / Just for one day / We can be us / Just for one day
정치영_I Am Sorry_캔버스에 혼합재료_172×129cm_2011
I / I can remember / Standing / By the wall / And the guns / Shot above our heads / And we kissed / As though nothing could fall / And the shame / Was on the other side / Oh we can beat them / For ever and ever / Then we can be Heroes / Just for one day
정치영_Super Sorry_캔버스에 혼합재료_200×400cm_2011
정치영_William Zabka Painting_캔버스에 혼합재료_172×129cm_2011
We can be Heroes / We can be Heroes / We can be Heroes / Just for one day / We can be Heroes / We're nothing / And nothing will help us / Maybe we're lying / Then you better not stay / But we could be safer / Just for one day ■ David Bowie & Brian Eno




명명할 수 없는 풍경

손정은展 / SHONJEUNGEUN / 孫廷銀 / installation   2011_0211 ▶ 2011_0313 / 월요일 휴관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2층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0123c | 손정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11_0210_목요일_05: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문화재단 관람료 어른,대학생(20~64세)_5,000원 / 학생(초,중,고교생)_4,000원 20인 이상 단체_1,000원 할인 * 65세이상 어르신, 7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관람(까페이용 별도) *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단체관람료가 적용 * 본 요금은 동 기간 전시되는 1관 전시 관람요금 포함 도슨트 설명_매일 2회 (2시, 4시) *단체_사전 전화문의 (T. 02.737.7650)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종료시간 30분 전까지 입장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82.2.737.7650 www.sungkokmuseum.com

『손정은 : 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 ● 성곡미술관은 2011년 첫 중견·중진작가 집중조명으로 『손정은:명명할 수 없는 풍경』展을 개최합니다. 2010년 『김영헌:Electronic Nostalgia, Broken Dream』展과 『박화영:C.U.B.A.』展에 이어 선보이는 이번 집중조명 전시에는 무어라 명명할 수 없는 세상의 모든 왜곡된 남성권력과 억압기제 등에 대해 가하는 작가의 날선 비판이 가득합니다. 부산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와 기획전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손정은의 작가적 역량과 고민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성곡미술관은 시장과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이들과 비평적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창작 지평을 묵묵히 넓혀가는 중년의 작가들을 주목하고 응원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성곡미술관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3층_2011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3층_2011
연출(mise-en-scène)1. ● 『손정은: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은 손정은의 일인 심리극(psychodrama)이자, 작가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미술치료(Art Therapy)과정으로 이해된다. 주지하다시피 심리극이란 '사회에 대한 부적응, 혹은 인격 장애의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방법으로서의 연극'을 말한다. 손정은의 작업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이러한 심리극의 형식을 취한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억압기제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지적하고 극복하고 치료해나가는 치유과정이다. 연극의 무대와도 같은 독특한 설치작업과 극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손정은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한다. ● 다소 의외지만, 심리적·시각적 충격이 강한, 이른바 쎈 그의 작업과는 달리 손정은은 실제로는 생선 몸통에 바늘하나 찌르지 못하는 여린 심결의 소유자다. 전시장에는 썩어 가는 것들과 박제된 것들이 가득하지만, 정작 작가는 생닭을 잡지도 못하며 껍질을 벗겨낸 닭을 감히 만지지도 못한다. 당연히 작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름 돋는 리얼한 작업 과정은 지인과의 협업으로 간신히 마무리한다. 누군가에게 그러한 가해 행위는 스트레스 해소책일 수 있으나, 정작 작가 자신에게는 그러한 것을 지켜보는 시각적 경험조차 커다란 스트레스였다. ● 손정은은 스스로 그러할 수 없음에 대해 적당히 고통 받고 불안해했다. 자라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부조리와 사회의 모순구조, 왜곡된 남성권력과 가부장적 권위와 제도에 대한 지적과 고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원망스러웠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하나둘 용기를 내어 작업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의 양태로 규정지을 수 없는 이들 '명명할 수 없는 풍경'들을 제한된 매스(mass)와 형식으로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손정은은 현장중심의 프로젝트성 전시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고 그의 작업도 차츰 무대미술과도 같은, 연극적인 형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2. ● 총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편의 사이코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심리극 형식이 시각예술과 결합한 이른바 미술심리극 프로젝트다. 일반 전시회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형식 언어가 손정은의 독특한 감성과 어우러져 한편의 연극무대 연출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무대, 현장, 합창 순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3층에서부터 시작해서 1층에서 마무리된다. 3층은 「제1장」 무대 : Pornographic Love 사라진 비밀, 2층은 「제2장」 현장 : The Easter Boys "너는 젊고 아름답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1층은 「제3장」 코러스 : The spring station of melancholia 라는 소주제로 각각 개성이 분명한 풍경들을 일반에 선사한다.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3층_2011
전시 도입부에 해당하는 3층은 이번 심리극의 제1장에 해당한다. 제목은 '무대'다. 손정은의 심리극이 시작된 배경 징후들을 제한적으로 읽을 수 있다. 주제는 「Pornographic Love_사라진 비밀」이다. 전시 전체로 보면 이 공간의 연출 키워드는 '우울과 멜랑콜리아(melancholia)'로 보인다. 손정은 개인의 정신운동이 지연되거나 또는 격정이 두드러진, 혹은 심한 죄책감이 나타난 멜랑콜리아적인 징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왜곡된 남성권력과 가부장적 제도, 억압된 여성성(gender/sex)에 대한 노골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이 충돌하고 순결과 욕정이 대립한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작업들을 순서 없이 던져 놓았다. 미장센(mise-en-scène)이 가장 강한 곳이다. 신작 중심의 다른 공간에 비해 이곳 제1장은 코리아나미술관, 쿤스트독갤러리, 부산비엔날레 등에 부분적으로 소개가 되었던 오브제들이 일부 신작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2, 3장을 이해하는, 나아가 전시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발(始發)공간이다. 지난 5년을 돌아보았을 때, 손정은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압축하고 있다. 당시 그의 고통은 가면성 우울, 반응으로서의 우울이 아니라, 명백한 우울이었으며 각각의 작품들마다 이같은 작가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짙은 여운으로 남아 있다.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2층_2011
2층은 제2장 '현장'으로, 주제는 「The Easter Boys "너는 젊고 아름답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이다. 이곳은 찬란한 그러나 눈부시지 않은 손정은의 비밀 정원이다. 3층이 처녀의 방(자궁)을 의미한다면 2층은 창녀의 방(자궁)이다. 전시된 장면들은 3층 제1장 입구의 캐비닛에 전시되어 있는 배가 부른, 거짓 임신한 여성의 배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사진들은 가상적인 자궁 안에서 탄생된, 연극적으로 연출한 것들이다. 손정은은 그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수백의 사진을 통해 은유적으로 풀어냈다. 그것은 집창촌 작은 방에서 벌어지는 성애장면의 은유일 수도 있고 창녀들의 자궁에서 만나는 수많은 남근들의 모습을 뒤튼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시장은 온통 분홍이다. 남성을 기다리는 묘한 표정의 작은, 붉은 침대가 놓여 있고 방은 대체로 어둡다. 실제 촬영이 진행된 곳과 분위기가 아주 흡사하다. 30년이 넘은, 재개발이 결정되어 이주가 시작된 곧 헐릴 예정의 아주 낡고 작은 아파트의 작은 방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손정은의 씨크릿 가든, 그곳은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분홍빛 공간으로 모델과 작가의 쫓고 쫓기는 주문과 반응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황홀한 공간이었다. ● 손정은은 여성을 쓰지 않고 남성을 모델로 했다. 이들 남성은 프로가 아닌 일반인들로 작가의 지인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여러 형태로 꽁꽁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심리극에서의 역할 바꿔하기로 이해된다. 그는 모델의 몸에 절대로 직접 손을 대지 않았다. 또다른 남성 어시스턴트의 도움으로 모델을 완벽하게 포박했다. 실제지만, 실제가 아닌 연기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조력자와 목도자를 둔 엄격한 작업이었다. 촬영도 작가가 직접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손정은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이런저런 성적 차별과 억압의 상태로부터 입은 상처를 조금씩 회복해 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자들의 도움을 받아 남자들로부터 받은 자신의 오랜 트라우마를 치유한 것이다. 이번 전시가 개념적인 측면은 물론, 준비과정에 있어서도 여자와 남자의 성이 상호 교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이나 자연물도 상처를 입어야 향기가 더욱 진해지는 법이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프로젝트인 셈이다.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1층_2011
1층 제3장은 손정은 심리극의 마지막장 '코러스'다. 그는 「The spring station of melancholia」를 노래한다. 이곳은 3층이나 2층처럼 직?간접적인 응징의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다. 포용과 화해, 용서로서의 의미가 강한 어머님의 방(자궁)이다. 이곳에서도 분홍의 꽃은 등장한다. 이들은 거즈를 붉게 물들이며 진하게 여성성을 드리운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3점의 사진작품 중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베일을 쓴 아버님의 초상」에서는 그토록 거부했던 절대권력으로서의 남성권력, 가부장제를 용서하고 위로하려는 듯 남성을 부드럽게 품어 안고 있다. 공격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모성으로 위로하고 보호하려는 의미의 장치다. 아버지라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의미하기도 하고 가부장제에서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남근상으로서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입구에는 전리품 같은 여성들의 두상이 즐비하다. 가마에서 성형한, 기기묘묘한 모양의 용처를 알 수 없는 성형한 도자기들이 건물 골조 위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제사, 제의적인 느낌이 강하며 무덤 속 발굴 현장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마치 흐린 날 늦은 오후 납골당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보기에도 섬뜩한 여성두상들은 누군가에게 쥐어뜯긴 입을 열어 합창을 한다. 웅웅웅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소리를 모으고 있다. 중성적인, 흡사 포유류의 원시적인 울부짖음처럼 들린다. 폭력을 뛰어 넘는 용서와 화합, 관용과 포용의 합창이 울린다. 심하게 실어증을 경험했던 작가가 오버랩된다.
손정은_명명할 수 없는 풍경_The Unnamable Scenery展_성곡미술관 2관 1층_2011
3. ● 손정은은 왜곡된 남성권력에 대한 거부감과 그것에 대한 복수, 응징을 거쳐 화합과 용서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치유과정을 특유의 연출기법으로 보여주었다. 자신이 온몸으로 거부해온 기성의 왜곡된 절대권력과 규율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조형적?현실적으로 지적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유약했던 자신에 대한 분명한 심리치료과정으로 작용했다. 작업을 통해 심리적으로 담대해지는 예술적 치유를 경험했다. 그 어떤 의학적, 종교적 치유보다도 효험이 있는 이 과정은 말 그대로 미술치료에 다름 아니다. '명명할 수 없는 풍경'이란 종교와 권력, 가부장적 제도 등과 같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런저런 억압기제, 또는 내부에 존재하는 자기모순을 말한다. 이들은 손정은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신경증에 실어증을 앓을 정도로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죽음의 문턱도 경험했다. 그러나 일방적인, 보이지 않는 세상의 폭력과 왜곡된 권력, 불합리한 제도 등으로 가득한 일상은 그를 더욱 강하게 했다. 손정은이 가진 물리적 힘은 약하지만, 심리적?예술적으로 선하고 강한 힘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손정은식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어린 시절 경험한 몇몇 죽음도 그에게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이자 작업의 직접적인 모티프가 되었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신내림을 받듯이 손정은은 자기연출의 심리극 작업방식을 받아 들였다. 상상력이 지나치게 앞서가는 자신을 걷잡고 작업은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손정은의 이번 연출은 대상에 대한 과장된 자기동일시(selfidentification) 감정, 혹은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없었던 자격지심과 자책감, 트라우마를 하나하나 치유하고 다스린 미술치료과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 박천남





미지와의 조우

문나展 / MOONNA / 文羅 / installation   2011_0209 ▶ 2011_0302 / 월요일 휴관


문나_UndertheSnow_퍼포먼스 비디오_02:24_200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문나 홈페이지로 갑니다. 작가와의 대화 / 2011_0226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조선 GALLERYCHOSUN 서울 종로구 소격동 125번지 Tel. +82.2.723.7133 www.gallerychosun.com

이 전시는 마치 흩어진 파편을 모아둔 지하실 같다. 이것과 저것,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와 사이, 주인이며 손님, 이상과 현실, 그 모든 경계선에서 이방인으로 위태롭게 살고 있는 작가의 지난 작업들의 조각들이 벽에 붙어있다. 손에 든 무거운 도록은 잊어버리고, 구겨진 종이, 주머니에 있던 오래된 메모를 챙기는 기분이면 이 전시를 흥미 있게 볼 수 있다.
문나_미지와의 조우_C 프린트_11.5×21cm_2010
제 작업들은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데 겪는 개인적 어려움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한 개인으로 그것을 넘어선 인간 존재로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란 쉽거나 단순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여러 가지 사회적 고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찾게 됩니다. 이를테면 한 개인은 소속되어 있는 특정 사회와 세계의 구조 틀 안에 있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여성성, 사회적 상황과 그것을 넘어 인간 삶의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삶과 죽음 등의 문제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문나_TheBirth_비디오_00:05:55_2011
이 고민들은 퍼포먼스 동안의 모습들을 드로잉, 비디오, 사진 등의 방식을 통해 보여주게 됩니다. 작품 속 작은 미동이나 약간의 차이들은 다양한 문제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표현을 거쳐 일상에 숨겨진 정치성들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문제점들과 소통합니다. ■ 미지와의 조우
문나_Sw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연필_12×15cm_2010
문나_CloseEncountersoftheThirdKind_종이에 연필_39×48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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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허구 : 경계를 넘나드는 다큐멘터리

2011 일민미술관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정기상영회   2011_0215 ▶ 2011_0227 / 월요일 휴관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502e | 2010년 정기상영회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일민미술관 ILMIN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번지 제1전시실 Tel. +82.2.2020.2055 http://www.ilmin.org/


일민미술관은 2011년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정기상영회 『진실과 허구 : 경계를 넘나드는 다큐멘터리』를 마련합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흔히 '연출되지 않은 사실', '객관적 진실'을 기대합니다. '사실적이고 진정성을 가진 기록'이라는 그 의미처럼 다큐멘터리는 진실/사실만을 기록한다는 오래된 신념이 존재해 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굳건한 전통과 함께 논픽션, 다큐멘터리 드라마, 페이크 다큐, 모큐멘터리 등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세상을 말하고 보여주는 다큐의 새로운 흐름들도 존재합니다. 기존 다큐의 개념이나 전통과 교차하고 충돌하는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흐름들은 리얼리티,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구분, 새로운 차원의 리얼리티라는 의미들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이항대립을 해체하는 보편적인 흐름 속에서, 2000년대 이후 한국 독립다큐멘터리 진영 역시 고전적 다큐멘터리의 범주를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실과 허구 : 경계를 넘나드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실을 담아내는 여러 방식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 일민미술관
고양이가 있었다 House of the Freshness_안건형_116min_2008

1. 고양이가 있었다 House of the Freshness | 안건형 | 2008 | 116min ● 갑이는 해운대 주변 횟집의 아들이다. 주변에 횟집이 많이 늘어나 장사가 안되고, 그래서 식구들 모두 돈이 부족해 힘들어한다. 부엌에서 일하는 이모님은 황혼이혼을 했다.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고, 그래서 희망도 없다. 아직 어린 조카 호성이는 항상 새로운 놀거리를 찾아 다닌다. 갑이의 어머니는 편찮으시다. 운동을 해서 나아지기를 갑이는 바라지만 어머니의 관심사라고는 횟집의 장사와 아들의 결혼뿐이다.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집과 장사를 물려주어 집안이 살아나길 빌지만, 갑이는 그걸 바라지 않는다. 어느날 갑이는 길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주워오는데...
택시블루스 Taxi Blues_최하동하_105min_2005

2. 택시블루스 Taxi Blues | 최하동하 | 2005 | 105min ● 서울에는 2만여 대의 법인택시와 4만여 대의 개인택시, 도합 7만여 대의 택시가 시내를 누빈다. 보통 12시간 근무, 주야 2교대로 근무하는 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20-30회 승객을 태워야만 8-10만 원대인 사납금을 채우고 잔돈푼을 가져간다. 그렇게 그들은 서울 구석구석을 달리고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옆자리 혹은 뒷자리에 앉힌다, 2003년 8월, 난 그 7만여 대의 택시 중 한 대를 몰기 시작했다.
목두기비디오 Mokdugi Video_윤준형_53min_2003

3. 목두기 비디오 Mokdugi Video | 윤준형 | 2003 | 53min ● 이야기는 한 여관의 몰카에 찍힌 이상한 물체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인터넷에서는 이 물체가 틀림없이 귀신일거라는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하고, 이 소문을 들은 한 피디가 소문의 실체를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떠도는 영상과 상황을 바탕으로 이 여관이 회기동의 한 여관임을 알아낸 그는 그곳을 찾아가 그 영상이 찍힌 방을 수색한다. 여관의 주인과 주위 사람들을 취재하던 중 그는 이 여관의 주인이 20여 년 전 부산에서 일어난 충격적 일가족 살인사건의 가족의 집을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부산 일가족 살인사건의 발생지인 폐가를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끔찍한 진실을 알아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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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추말리기 Making Sun-dried Red Peppers | 장희선 | 1999 | 54min ● 70대인 할머니와 50대인 어머니, 그리고 20대인 딸. 3명의 여성이 각기 다른 경험과 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한 가족 안에서 살고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서로를 가장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하지만, 한 개인이기에 앞서 가족 안에서 주어지는 역할들이 서로를 억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마다 초가을이면 아파트 옥상 한구석에서 연례행사로 치뤄지는 '고추 말리기'. 이 행사를 통과하는 할머니와 어머니, 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16mm 카메라와 6mm 디지털 카메라로 함께 찍기 시작한다. 다큐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양식, 그리고 사람과 영화, 여성과 영화, 현실과 드라마 이 모든 것을 유쾌하게 그리고 솔직 담백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가 시작된다.
에로틱번뇌보이 Erotic Chaos Boy_최진성_80min_2005

5. 에로틱 번뇌보이 Erotic Chaos Boy | 최진성 | 2005 | 80min ●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랑이 있다. '빡센 사랑'과 '엄청 빡센 사랑'. 시작은 원래 빡세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엄청 빡센 사랑 이야기가 되어버린 나의 에로틱 번뇌 스토리. 하긴, 언제는 사랑이 럴럴했었나. 이 영화를 보는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시나요?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말하는 것처럼 간주되어야 한다.

일민미술관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 일민미술관은 사회적이며 동시대적인 시각문화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미술관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시사성이 있는 영상작품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 아카이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민미술관 다큐멘터리 아카이브는 2002년 신설된 후, 270여 편의 국내외 주요 다큐멘터리와 100여 편의 비디오 아트를 소장, 관리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소장 작품 편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아카이브는 일반인들에게는 평소에 접하기 힘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상영기회가 제한된 비상업적 다큐멘터리 감독과 제작자들에게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알리는 기회의 장소로 활용됩니다. 다큐멘터리 아카이브의 소장 작품들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며, 교육적 자료로 무상 제공되거나 미술관의 전시관련 프로그램을 위한 자료로 사용됩니다. 다큐멘터리 아카이브는 일민미술관 4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개인 모니터, VCR/DVD Player, Headset, VCD 감상을 위한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갖추고 있고 다큐멘터리 관련 서적을 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영회를 개최하여 보다 많은 관객들과 함께 국내외 주요 다큐멘터리를 관람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 아카이브 이용방법 - 이용장소_일민미술관 4층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 이용시간_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 토, 일 오전 11시-오후 4시 - 이용방법_일민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ilmin.org/에서 검색하거나 아카이브에 방문 하여 비치된 목록을 통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일민미술관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이용은 무료입니다.




Decoding


김병준_김지연_서이겸_이정희展   2011_0215 ▶ 2011_0227 / 월요일 휴관


김병준_your portrait 1_캔버스에 유채_259.1×193.9cm_2010

초대일시 / 2011_0215_화요일_06:30pm

참여작가 / 김병준_김지연_서이겸_이정희

전시기획 / 김호경

Opening Concert / 어쿠스틱밴드 '셋이서'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CSP111 ArtSpac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88-55번지 현빌딩 3층 Tel. +82.2.3143.0121 blog.naver.com/biz_analyst


『Decoding』展은 CSP111아트스페이스 전시지원프로그램으로 세상을 향해 날개 짓을 시작하려는 신진작가 김병준, 김지연, 서이겸, 이정희와 함께 기획한 전시이다. decoding은 '해독'이란 뜻으로 코드화된 기호를 푸는 과정을 말한다. 작가는 세상과 자신의 경험을 그들의 심리 방식으로 작업에 기호화 시켰다. 그들의 기호는 판독의 단서가 되는 형상을 균형과 조화 속에서 제시하면서도 불투명한 채로 남겨놓고 있다. 그들만의 무의식 기호의 재현성을 작품을 통해 관람자와 공감하고자 한다. 관람자는 작품 속 기호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쳐 상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김병준_your portrait 2_캔버스에 유채_259.1×193.9cm_2010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의 물질적 욕망은 너무나도 거대해지고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물질 만능사회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왜 밝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너무나도 흔한 고민이지만 풀기 쉽지 않다. 지금 우리의 얼굴 속 표정은 어떤 모습을 짓고 있을까?(김병준) ● 김병준의 작품은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하나의 은유적 자화상이다. 작가는 작품 속 인물과 대면하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벼워 보이면서도 무거운 그의 붓질로 나타내었다. 관람자는 작품의 크기에 압도되고 그의 기호화된 이야기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것이다.
김지연_∞-A_캔버스에 혼합재료_193.9×259.1cm_2010
김지연_∞-B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162.2cm_2010

'유토피아'란 '없는'과 '장소'라는 두 말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로서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반면 '디스토피아'란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허구성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모습을 가리킨다. 나는 화면 속에서 즐거움과 어두움, 즉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상속의 제 3의 공간을 만들어 내어 제시한다. 내가 제시하는 제 3의 공간속에서 느껴지는 그 공간의 느낌은 경쾌함이나 즐거움일 수도 있고 우울함, 암울함일 수도 있다. 이러한 느낌은 나와 같이 결핍으로 인해 욕구를 충족하기를 원하는 사람 혹은 이런 것들에 대해 전혀 생각도 안 해본 제 3자가 어떤 시각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낌과 내용은 결정되어 질 것이다. (김지연) ● 김지연의 「∞_ space(무한공간)」작업에 표현된 '나'는 나의 결핍된 부분을 채우려는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원하고 상상하던 공간을 만들어 대리만족을 하며 관람자가 해석 하는 방식에 따라 공간 속에서 욕구와 희망을 상호교환 하려한다.
서이겸_가장 지루한 질병_캔버스에 유채_162.2×162.2cm_2010
서이겸_가장 지루한 질병_캔버스에 유채_146×146cm_2010

내가 겪는 정신적 상처는 신체적 상처로 드러난다. 언젠가부터 내몸에 짓이겨진 문신처럼 남은 흉터가 존재 한다. 흉터 자체만으로 정신적 상처가 되지 않았지만 성장하면서 그 흉터들은 나에게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이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정신적 상처가 되어 간다. 이 현상들은 타인에게 비춰질 때 더욱 심화되기도 하고, 조금은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깨끗이 나을 수 없게 한다. 스티커를 붙였다가 떼인 자국처럼, 화상을 입은 듯 한 자국처럼 내 몸에는 원하지 않는 문신들이 새겨졌다. 나는 그 흉터들이 싫지만 굳이 치료하거나,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는 나 자신이 나 자신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것이고, 이는 세상을 보고 읽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나도 모르게 항상 관조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이겸) ● 서이겸은 자신의 상처가 타인에게 비춰질 때 치유되는 경우와 심화되는 경우의 순환적 과정을 색채 리듬감으로 표현해 낸다. 관람자는 무의식 안에 억압 되어있다가 현재 영향을 미치는 프로이트의 사후성 논리에 따른 해석과정을 경험 할 수 있다.
이정희_VOGUE GIRL JUNE 2010 P260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0
이정희_VOGUE GIRL JUNE 2010 P261_캔버스에 유채_193.9×259.1cm_2010

그림 속 인물들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인물간의 구성과 포즈들이 경직되어있다. 이들은 잡지 속에 존재하는 모델들이다. 눈에 익숙하고 흔한 잡지 속 인물들을 재조명하여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통해 작가 자신이 포함된 젊은 세대의 감성과 고민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쩌면 젊은 세대를 통틀어 말하기보다는 그들을 '나'화 시켜서 절제된 듯 한 표정 속에 내가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들을 담아 계속해서 나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잡지이미지의 인물은 옷과 가격을 제시하는 수단으로 존재하지만 작품에서는 인물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암시한다. (이정희) ● 이정희는 모든 사건과 일을 가볍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습관적인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을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절제된 표현으로 '젊은이들' 그 자체를 담았다. 기호로 암호화 된 잡지 속 모델의 이미지를 작가의 작업 방식으로 해석 하면서 관람자가 또 다른 식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 이번전시는 관람자 개개인의 자유연상을 통한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해독의 수단으로 작가들의 드로잉, 음악, 일기, 꼴라주가 함께 하는 복합적인 전시 공간을 이룬다. 미술작품과 공연으로 확장된 예술 공간 속에서 관람자는 보고 듣는 경험으로 해석하며 창조적 활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김호경




The Competition

강민석展 / KANGMINSEOK / 姜岷汐 / painting   2011_0219 ▶ 2011_0225 / 월요일 휴관


강민석_경쟁 Comptition NO.3_혼합재료_60×130.3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강민석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219_토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맥 GALLERY MAC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1510-14번지 웰컴하우스 2층 Tel. +82.51.744.2201 gallerymac.kr


멀리서 바라보는 도시는 자유로움 속에 평등과 법규, 절제와 규칙 등의 성격을 가진 채 살아있어 보인다. 규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도시 안의 수많은 자동차들은, 각기의 꿈과 희망을 위해 체계적이고 계획적이며 반복적인 행동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대변하며, 이는 복잡한 도시 속 사람들의 획일화 된 이미지를 또한 나타내기도 한다고 느낀다.
강민석_경쟁 Comptition NO.2_혼합재료_60×162.2cm_2011
강민석_경쟁 Comptition NO.1_혼합재료_60×162.2cm_2011
강민석_나타나다 Come in sight_혼합재료_130.3×60.9cm_2010

이 자동차들은 서로 경쟁하듯 삶 속에 목표의식을 가지고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고, 나아가 사회의 내면적 고뇌를 탐구하고 윤리적 고찰하는 과정마저 보여지고 이는 내가 보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느끼곤 한다. 또한 이 과정들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기대, 흥분을 안겨주며, 목적지 다다를수록 발생하는 갈등, 모험, 도전을 통해 이상향에 다가가는 감각적 충족을 주기도 한다.
강민석_웜홀 Worm hole_혼합재료_116.8×116.8cm_2010
강민석_도망치기쉬운방법 Easy way out_혼합재료_79.5×130.3cm_2010
강민석_블랙홀 Black hole_혼합재료_87×116cm_2009

이러한 감각적 충족은 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터널, 놀이기구, 크레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나는 그 속에서 즐기면서도 떨어져서 관찰하며 또한 감각적 충족을 또한 추구하고 충족한다. 나는 내가 왜 이러한 것을 추구하고 충족하는지 아직 그 분명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그것에 의해 충족된다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아직은 나열된 나의 아이콘들의 의미를 찾아가며, 나는 내가 왜 이러한 것들에 왜 관심을 갖는지 알고 싶다. 아는 것은 내가 경쟁에 민감하며, 나의 사회적 나이는 내게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말해준다는 것이다. 경쟁, 그 속의 다양한 감각들, 그리고 바라보는 나. 현재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는 나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 그것을 나는 지금 그리고 있다. ● '나는 달리고 있고, 경쟁 중이며, 또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 강민석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 Abyss

왁구바리셰이크展   2011_0219 ▶ 2011_0301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_3채널 비디오 설치_2011

초대일시 / 2011_0219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 권재한_최윤희_이동훈_임경미_노종남_이상규

관람시간 / 12:00pm~08:00pm

플레이스막 placeMAK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9번지 1층 Tel. +82.17.219.8185 www.placemak.com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 막연하다. 막연한 연못에 무엇이 빠졌을까? ...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오래된 연못이 지금도 어딘가에 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현대인)들이 겪는 가장 막연한 고통은 무엇일까? 왁구바리셰이크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현대인들을 괴롭게 하는 연못 속의 침전물을 “불안”으로 꼽았다. 불안은 두려움 전의 정신적인 지속상태로 암암리에 우리를 괴롭힌다. 의식하지 않는데 의식하고 있는 것, 두려운 줄 몰랐는데 두려워 하는 것 등이다. 왜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여러 종류의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앞서 불안이 현대인을 괴롭게 하는 요소라 했지만 사실 왁구바리셰이크가 이야기 하는 불안은 현대인들이 늘 상 괴롭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너무나 빨리 스쳐가거나 너무 깊숙한 곳에서 베어 나와 무엇인지 모르겠는, 안개 같은 것이기도 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_3채널 비디오 설치_2011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_3채널 비디오 설치_2011

불교에서 보는 고통의 원인은 무명(無明)으로서 무명이란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해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바로 고통의 원인' 이라는 자기 지시적(Self-referential) 구조를 지니고 있어, 실제로 고통을 벗어나기 전에는 무명이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도록 되어있다. 우리가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다만 문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R. May에 의하면 공포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위험에 대한 반응인 반면에 불안은 불 특정적이며 애매모호하며 대상이 없는 위험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이처럼 공포는 위협을 주는 대상을 알고 있어서 위협적인 상황에서 대응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지만 불안은 그 대상이 모호해 스스로 자각 하고, 대응하기보다 오히려 오관이 희미해져 현기증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모름으로 불안이 형성된다.
Abyss-KM_설치_2011
Abyss-DH_설치_2011 / Abyss-YH_설치_2011

이에 왁구바리셰이크는 불안의 시작을 알아보고자 했다. 극명한 해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왜?' 라는 질문만으로도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작가들은 불안의 연못을 만든다. 관객들의 눈앞에 놓여 진 연못은 특정적인 불안을 담고 있다. 무명(無明)하여 겪는 불안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경제적 현실 속에선 현대인들에게는 사치일 수 있다. 하지만 꼭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근원적인 불안의 심연에서 수면위로 코를 내밀어 숨 쉬어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Abyss-JN_설치_2011

왁구바리셰이크는 '왁구바리'라는 명사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 주로 평면 작업을 해온 6명의 작가로 구성된 단체다. 그들은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평면 작업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작업을 위해 단체를 만들어 프로젝트들을 직접 기획/진행 하고 있다. 프로젝트들은 작가 단체인 왁구바리셰이크 뿐만 아니라 작가들 개개인의 작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작품의 소재나 내용, 실현 방식 등에서 다양한 실험을 가능케 하고 전시의 공간을 연구한다거나 작업의 관계에 대한 연구, 심지어는 작품 담론의 깊이를 쌓아가는 데 있어서도 작가들의 단체 활동은 활성제이자 각성제가 된다고 말한다. 앞선 두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 플레이스막에서의 작품 활동도 6명의 작가들에게 좋은 반향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 막걸리
Abyss-JH_설치_2011
Abyss-SK_설치_2011

현대인들은 고독한 군중의 사회 안에서 어딘가에 잠재하고 있을 내면적 불안을 안고 산다. 운과 환경, 사고, 병과 죽음의 공포, 우연과 뒤늦은 발달, 적절한 시운과 불행 모든 것이 불안의 대상이며 개개인에게 있어서 그 기분들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내재된 불안의 무엇이라 설명하기 힘든 그리고 예측하기 힘든 불측지연이라는 말로 짧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연못 속에서 연못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그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지 또한 역시 막연한 일이다. 우리는 작업의 결과물에서 사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다. 결국 불안이라는 정서는 행복한 일상 안에서도 함께하는 것이며, 하이데거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불안을 느낀다고 했으니... ■ 왁구바리셰이크




머물지 않음...MONOXIA


고석명展 / KOHSUKMYUNG / 高錫銘 / photography   2011_0223 ▶ 2011_0301


고석명_북해도_사진_67×100cm_2010

초대일시 / 2011_022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인간이란 혼자 와서 홀로 가는 것, 그러기에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 봅니다. 자연에서 나뭇잎 하나 같은 것 없이 제 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듯이 개개인도 자기의 독특한 개성으로 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 평소 인간의 고독한 모습에 관심이 많은 저는 이번에 여성 특히 중년 여인의 고독에 촛점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고석명_역삼동_사진_67×100cm_2010
고석명_여의나루_사진_67×100cm_2010

일반적으로 우리 여성들은 젊은 날 결혼, 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으로 자기 희생과 봉사를 하면서 정신 없이 지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40대 후반이 되면 시간적 여유가 생겨 이제까지의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이어 갈 것인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때 함께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고 하더군요.
고석명_여의도_사진_67×100cm_2010
고석명_화도면_사진_67×100cm_2010

중년 여성들이 이렇게 외로움에 빠질 때 주로 가는 곳은 어디일까, 그럴만한 곳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고궁을 찾기도 하고, 강변을 거닐기도 하며, 버스나 기차를 타고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고, 종교나 문화 공간의 문을 두드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진기를 들고 그런 곳을 찾아 가 보았습니다.
고석명_강남_사진_67×100cm_2011
고석명_봉은사_사진_67×100cm_2011

그곳에서는 아주 간혹 누구도 동반하지 않은 여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뒷모습은 앞모습이 숨기고 있는 속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더군요. 인간의 뒷모습에는 거짓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요. 여인의 고독한 모습은 이미 많은 예술 작품을 통하여 표현되어 왔습니다. 같은 주제이나, 저는 초보자의 풋풋한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서,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머물지 않음...MONOXIA』라는 제목에 걸맞는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마련하였습니다. ■ 고석명




About shatter

권선展 / KWONSUN / painting   2011_0211 ▶ 2011_0228 / 일,공휴일 휴관


권선_about shatter4_캔버스에 유채_163×97cm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06:30pm / 일,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스페이스 SONGEUN ART SPACE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2번지 Tel. +82.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재의 나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다. 여간해서 뚫릴 것 같지가 않은 벽 앞에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미래를 기획하거나 과거를 회상할 때 또는 이미지를 떠올려 작업을 하고자 할 때 이러한 기분은 회색빛 레이어를 한 겹 씌워놓은 것처럼 시야를 흐리게 한다.
권선_about shatter3_캔버스에 유채_163×97cm_2010
권선_Dermatoglyphics - birds_유채, 카멜레온 잉크_각 61×61cm_2009
권선_dermatoglyphics-butterfly_유채, 카멜레온 잉크_각 120×120cm_2010

나의 작업실은 새로 리모델링을 하였다. 어느 날 작업실에 앉아 벽의 한 구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내 눈으로 벽의 균열이 들어왔다. 깔끔한 벽면에 웬 균열? 하며 잘 들여다보니 벽체 구석구석 더 많은 균열들이 있었다. 균열이 난 자리엔 페인트들이 일어나고, 일어난 페인트 밑으로는 시멘트 구조물이 보였다. 나는 균열 간 페인트들을 손톱으로 떼어내며 페인트칠을 하기 이전의 벽체-본래의 벽체 혹은 벽체의 본질-를 마주하고 앉았다. ● '답답하게 놓임'을 인간의 본질이라도 되는 듯이 수용해오던 나는 문득 이 답답하게 '처해있음'의 원인을 물어가기 시작한다. 답답한 "처해있음"에서 나는 어떠한 행위를 할 수 있을까?
권선_About shatter 5_캔버스에 유채_163×97cm_2011
권선_About shatter 6_캔버스에 유채_163×97cm_2011

인간은 그들이 속한 사회의 문화적 경험과 규범을 통해 행동양식이 규정지어진다. 사회집단의 규범, 도덕, 가치, 신념 등의 문화가 전승되는 과정을 통해 한 집단의 개체로 존재가치를 부여받은 뒤에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타인의 기대를 의식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은 개인의 사회성을 발달시키고 사회적 참여를 가능케 하는 의사소통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다-그것이 발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구축된 사회적 특수성에 위배되는 자들은 특수한 환경에 강제로 영입되어 재사회화 된다. 작은 분자의 단위로 이루어진 경험의 축적 중 현재의 시스템에 맞지 않는 몇 개의 분자들은 버려진다. 결국 인간들은 자신의 특수한 본질을 거세당한다. 이렇게 수용적인 세계의 이미지로서 조명하고 그것을 컨트롤하기 위한 작업은 파시즘, 군국주의 같은 이데올로기에서도 발견된다. 극단적인 전체주의는 개개인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마치 소화시키기 편한 유동식과 같은 인간세상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들은 결코 부서지지 않을 인간세상의 구조물을 지은 듯하지만 그것 때문에 유약해져서 세계는 한꺼번에 깨부술 수도 있고 당장 깨부숴지지 않더라도 주변의 다른 환경적 조건들에 반응하여 조금씩 서서히 부서져 내린다.
권선展_송은 아트큐브_2011 권선_About shatter_설치_180×75×75cm_2011

나는 '처해있음'의 답답한 기분으로부터 출발한 사색의 과정을 페인팅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떼어내는 행위를 하며 결과적 이미지로부터 역(易)추적하는 방법으로 내가 느낀 기분과 그에 대한 일종의 사적인 투쟁(해결은 아닐지라도)의 행위를 보여준다. 본 작업에서 나 역시 콘크리트 벽의 한 면을 하나의 색으로 칠하는 전체주의적인 행위를 한다. 그러나 처음엔 벽체와 일체화 된 듯 보이던 페인트는 빛에 의해 변색되고 습도와 온도에 반응하면서 벽체로부터 균열을 내며 떨어져 나간다. 나의 작업은 이렇게 우리의 본질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변화되며, 어떤 상황으로 소멸되는가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 과연 우리는 어떤 색안경에 둘러싸여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벽의 페인트를 떼어나는 나름의 투쟁적인 행위를 통해 다소 선언적인 생각에 이르렀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유예된 우리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바깥 껍질부터 벗겨내는 소멸의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고... 비록 우리 삶의 이미지가 너무 복잡하고 많이 채색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無)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어 보자고... ■ 권선




Authentic

김성윤展 / KIMSUNGYOON / 金晟潤 / painting   2011_0224 ▶ 2011_0327 / 월요일 휴관


김성윤_Running Deer Shooting, Chris Crick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1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225g | 김성윤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224_목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 2011_0224_목요일_05:00pm 참석 / 전유신_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현대_16번지 GALLERY HYUNDAI 16 BUNGEE 서울 종로구 사간동 16번지 Tel. +82.2.722.3503 www.16bungee.com


수공(手工)으로 만들어진 근대 올림픽 기념초상화 ● 김성윤의 작업은 초창기 근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현대적인 초상화의 형식으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본래 고대 그리스인들이 제우스 신에게 바치는 일종의 종교행사로서의 운동경기에서 유래한 고대 올림픽이 근대적인 올림픽으로 재탄생한 건 1896년의 일이고, 올림픽이 국제대회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건 1908년 제4회 런던 올림픽에서부터 였다고 한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렸던 제1회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와 선수들의 수는 13개국 311명에 불과했다고 하는데, 김성윤의 말에 따르면 기록사진을 통해 본 초기 올림픽은 지금의 올림픽과 비교하면 시골 장터의 떠들썩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그런 것이었다. ● 김성윤의 작품은 스포츠의 활기와 강인함을 드러내는 경기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아니라 경기 후에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기념초상화의 형식을 띄고 있다.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트로피를 한 손에 들고 있거나 자신이 출전했던 경기를 상징하는 기념물과 함께 진지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소위 쫄바지로 불리는 몸에 딱 달라붙는 하의나 내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있는 그들에게서 현대적인 스포츠 영웅의 카리스마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초기 근대 올림픽에는 유니폼이랄 것이 없었고, 전문 직업 운동선수가 있었던 것도 아닌 만큼 지금의 전문화되고 고도로 과학적인 스포츠의 제전인 현대적 올림픽에 익숙한 우리에게 초기 근대 올림픽은 낯설고도 어설픈 코미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김성윤은 초기 올림픽 기념사진들을 보았을 때 자신이 느꼈던 어설픔, 옛스러움,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운동복을 입은 남자선수들이 불러일으키는 기묘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 중 하나였던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 : 1856-1925)가 그렸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으로부터 이번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 사전트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19세기 말 파리로 이주해 작업했던 초기 인상주의 화가 중 한 사람으로, 특히 유럽 상류사회 인물들의 초상화로 이름을 알린 작가이다. 아카데믹한 화풍에 기반하면서도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색채와 기법을 도입했던 그는 1894년 발표한 『마담 X』가 보여준 대담하고도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파리 사교계에서 퇴출당한 화가이기도 하다. 사전트의 생전에 근대 올림픽이 시작되었고, 당시 초상화의 대가였던 사전트가 올림픽 영웅의 초상화를 그린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은 시대적 연결고리만으로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상상일 수 있지만, 100여 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사전트와 올림픽 기념초상화를 연결시키는 건 흥미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김성윤_Chris Crick Mimicking deer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0
김성윤_Club Swinging, Steve Wilson_캔버스에 유채_193.9×112.1cm_2010

김성윤의 상상 덕에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 속에서 공존하게 되었다. 초상화 속 인물들은 김성윤의 그림 속 모델들이기도 하지만, 사전트의 눈과 손으로 그림을 그려보려는 김성윤의 붓끝에서 100년 전 사전트의 화실에서 그의 주문대로 자세를 취하고 자신이 그려지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봤을 사전트의 모델로 되살아나,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 속에 놓이게 된 것이다. 김성윤은 이것으로도 모자라 올림픽 기념사진 속 인물들을 사전트의 화실에 있던 모델들과 똑 같이 살아 숨 쉬는 인물들로 대체한다. 그의 그림 속에서 근대 올림픽의 선수들로 분한 모델들은 실은 작가의 친구이거나 이태원에서 찾아낸 사진 속 이미지와 가장 닮은 외국인 모델들이다. 사전트의 화실에서 모델하기의 어려움과 불만을 토로했을 사전트의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김성윤의 모델들 역시 때로는 화가에게 왜 이런 민망한 의상을 입어야만 하는지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는 살아있는 인물들로, 김성윤은 실존하는 모델들의 그 불만까지도 화폭에 포착하여 그 현장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 모델들이 착용하고 있는 운동복과 소품들 역시 작가가 직접 한 땀 한 땀 제작한 것들이다. 작품의 배경은 물론 경기의 상징물 등 거의 대부분의 소품이 그의 손에 의해서 제작된 것이다. 재현의 밑바탕이 되는 사진 이미지가 고스란히 존재함은 물론, 소품들을 상상에 의해 창조하거나 또는 디지털 합성이미지로 제작한 후 재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성윤은 작품 속의 무대와 소품을 모두 수공으로 제작한 후 사진으로 촬영해 다시 회화로 재현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Swimming Obstacle Race, Susumu Nobuhide』에서 배경에 등장하는 창의 이미지 역시 작가가 직접 벽 위에 그린 후에 다시 재현한 것이고, 커튼과 모델이 입고 있는 옷과 모자 모두 작가의 손으로 제작된 것이다. 근대 올림픽 기념사진 속의 인물들을 소품과 배경이 갖추어진 무대 공간속으로 불러내 100년 전의 기쁨과 환희를 재연시키고, 그것을 사진의 재현과 회화의 재현이라는 이중의 재현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그 덕분에 그의 작품은 근대 올림픽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배경지식이 없이 접할 경우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20세기 초의 복고풍 패션을 입은 채로 세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들을 그린 것으로 보일만큼 현대적으로 재현되었다. ● 이미지를 합성한 후 재현하는 대신 직접 소품을 제작하고 무대를 연출한 후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을 거쳐 대상을 재현하는 것은 소품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각도나 음영의 차이조차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김성윤의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것을 통해 그는 자신이 옛날 사진을 너무 손쉽게 재현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디지털 합성이나 이미지의 차용과 조합, 편집을 통해 작업하는 다른 화가들이 모두 무성의하고 게으른 화가들은 아닐 것이다. 다만 김성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회화적 재현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자신과의 대화의 과정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성윤_Figure skating, John Foster_캔버스에 유채_193.9×112.1cm_2010
김성윤_Gunfighter, Vianney Griffon_캔버스에 유채_193.9×112.1cm_2010

초기 근대 올림픽 기록사진은 단순히 과거의 한 순간을 포착한 스냅사진이 아니라 무수한 역사적 사실과 기억을 전달해 주는 매개체이다. 김성윤의 작품을 통해 재현된 올림픽 근대사진들은 장애물 수영이나 비둘기 사격, 달리는 사슴 쏘기처럼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올림픽 종목들을 기록한 다큐멘트이며, 올림픽 유니폼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 무엇보다 구 일본 제국 시대에 사용된 일본군의 군기이자 현재 일본 자위대의 군기인 욱일승천기와 일장기가 선명하게 드러난 운동복을 입은 인물이나 일본 군복을 입고 장총을 메고 있는 인물의 초상화는 일본이 20세기 초에 벌써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읽어볼 수 있게 해주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은 1912년 스톡홀름 하계 올림픽부터 올림픽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일본이 올림픽에 첫 출전하기 시작했던 그 시기는 이미 일제 강점기가 시작된 이후였기 때문에 그 사실을 떠올린다면 그림 속의 욱일승천기나 군복 등을 단순한 예술적 재현의 결과물로만 읽어내기에는 지속적으로 복잡한 역사적 코드가 개입하게 됨을 부인할 수 없다. ● 올림픽 역사 사진은 회화를 통해 재현된 이상, 올림픽의 역사만을 증거하는 다큐멘트 즉, 기록물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한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는 컨텍스트로 진입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만, 단순한 다큐멘터리 기록 사진에 불과한 근대 올림픽 사진들이 김성윤의 손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현됨으로써 오히려 더 복잡한 컨텍스트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Gunfighter, Vianney Griffon』 속의 사격 선수는 근대 올림픽 선수의 초상이라기 보다는 그의 의상과 소품 또는 총을 겨누고 있는 행위로 인해 미국의 서부시대 카우보이의 현대적인 버전 즉, 현대 미국문화의 한 단면을 그린 것이라고 해도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근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초상사진이라는 문맥과는 전혀 다른 문맥으로 컨텍스트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 김성윤의 작업은 올림픽의 역사라는 과거를 현재화한 즉, 현재화된 과거의 한 장면들이다. 예술적 가치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재현의 코드가 내포될 수밖에 없는 주제인 셈이다. 올림픽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지닌 다양한 문화, 정치적 코드에 한국과 일본의 과거의 역사와 올림픽의 상관관계, 올림픽 기록물들에서 보이는 20세기 초 서구 세계의 문화, 정치적 코드에 이르기까지 김성윤이 구축한 컨텍스트 안에는 무수하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과 재현의 개념에 대한 질문들이 내포되어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또 다른 컨텍스트를 형성해 가게 된다.
김성윤_Authentic展_16번지_2011

김성윤은 올해 2월에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고, 16번지에서의 이번 전시가 생애 첫 개인전인 새내기 작가이다. 김성윤을 직접 인터뷰하기 전에 그에 대해 전해들은 사전정보는 이런 정도의 것이었고, 인터뷰를 통해 비로소 작품과 작가를 동시에 첫 대면할 수 있게 되었다. 김성윤의 작품과 작가를 만나는 그 순간, 그 장소에서 작가에게 가장 먼저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이 시대에 구상회화를 그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고민하기를 강요당한 적은 없는지 하는 것이었다. '회화의 복권'이라는 말이 지나간 유행어처럼 들릴 만큼 회화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설치미술이나 미디어아트가 대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아무래도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연배의 작가가 구상회화 그것도 초상화라는 장르로 자신의 첫 개인전을 연다는 점에서 김성윤에게 무엇보다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들이었던 듯하다. ● 한 큐레이터는 자신의 글에서 "굳이 그림이 무엇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하는지 반문하면서도 그래도 결론은 언제나 구상화가 단순묘사는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상이든 구상이든 풍부한 표현미는 그림의 덕목이자 특징이다. 그러나 그런 표현이란 생경하고 새롭지 않으면 결국 그리기의 기술을 보거나 보이려는 것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들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구상화에 좀 더 치열한 작가의식이란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고 묻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성윤이 아니더라도 이시대의 구상회화는 이러한 질문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게 하는 시대적 운명을 타고났다. 게다가 작가로서의 출발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갤러리 현대'의 '16번지'에서 한다는 것과 구상회화의 복권이 전 세계 미술시장의 급성장과 일정부분 그 맥을 같이해왔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맞물려 이제 막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그에게 조금은 성급할 수도 있을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 김성윤은 대구 출신으로 국민대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온전히 대구 지역에서 미술학도로서의 교육을 받아왔는데, 여전히 회화와 구상미술의 세가 강한 지역 미술계의 특성상 회화중심의 교육을 받았고, 그 때문인지 회화에 대한 편애의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대학 진학 후에는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라 부를 만큼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실험적 미술의 경향을 접할 수 있었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도록 권유받고 실제로 영상 작업을 해보기도 했지만 회화에 대한 선호를 부정할 수 없어서 결국 회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김성윤은 인터뷰 내내 '대구?영남권 미술계'라는 말을 몇 번이나 사용하면서 그 지역적 영향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드러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회화의 기본을 가르쳐 준 곳이 그곳이지만 특유의 지역적 특수성을 벗어나서 새로운 회화에의 시도를 해보고 싶고 회화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기도 했다. ● 김성윤은 회화의 재현이 갖는 의미에 대한 고민과 그의 의도와는 다른 문맥들로 파생되는 것에 따른 재현의 다층성에 대한 고민 사이에서 아직은 재현의 본질과 위상에 대한 고민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작가를 처음 만나자마자 던졌던 질문 그대로 김성윤의 재현에 대한 진중한 고민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성윤의 작업이 재현이라는 방법론을 기반으로 하는데 따라 발생하는 필연적인 재현의 컨텍스트에 관해 그의 심도있는 고민과 명확한 시선이 좀 더 작품 속에서 드러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작가인 만큼 앞으로의 작업에서 김성윤의 보다 다양한 고민의 흔적들을 확인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전유신
김성윤_Portrait of Smoky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10

Hand-painted modern Olympic portra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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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국환展 / SONKUKAN / 孫國煥 / painting.photography   2011_0225 ▶ 2011_0306


손국환_Partier-1_디지털 프린트_100×94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손국환 홈페이지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10:00pm

소노팩토리 SONOFACTORY 서울 마포구 동교동 204-54번지 태성빌딩 1층 Tel. +82.2.337.3738 www.sonofactory.com


책상서랍을 열고 그 안에 키우던 사슴벌레를 찾는다. 서랍 가득 이파리들이 시들어버렸고 그 벌레는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 아무리 풀을 뒤적여도 보이지 않는다. 내 기억 여덟 혹은 아홉 즈음이었다. ● 그 사슴벌레는 서랍 뒤와 책상 사이 공간의 어둠 속에서 나를 응시한다. 벽에 바짝 붙어서 아무리 손으로 떼어 내려 해도 발가락에 힘을 주며 버틴다. ● 컴퓨터 앞이다. 오늘도 무언가를 생산해낸다. 만들어간다.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들, 어지럽다. 어떤 기억 속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오늘은 그 어둠 속 벌레이다. 인간을 흉내 내는 곤충들이다. ● 디지털 복원에 의해 재구성된 거대한 벌레들은 실제 같아 보이지만 기억이 만든 흉내 내는 Fake이다. 수많은 데이터의 조합으로 복원된 아름다운 허상뿐인 Nature이다. ■ 손국환

손국환_Lier-1_디지털 프린트_50×88cm_2010_부분 손국환_Lier-1_디지털 프린트_50×88cm_2010

이미지 채집 : 가상 데이터-곤충 만들기 ● 모더니즘 이후 최근까지의 예술 흐름을 보자면 관객들에게 감상적 차원을 넘어 분석과 해독의 과정을 요구하는 듯하다. 물론, 미적 체험의 기준과 범위는 분명 그 예술이 위치한 시대적 맥락을 반영하여 변화할 수밖에 없겠지만, 과거 시각적 쾌(快)를 추구했던 시대와 비교해보자면, 현대 예술은 여러가지 복선이 깔린 비밀 문서처럼 해독의 과정을 필요로하는 기표와 상징의 덩어리로 변모해가고 있다.
손국환_Visitor_디지털 프린트_90×130cm_2010
손국환_Runner_디지털 프린트_70×110cm_2010

손국환의 작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솔직하며 담백하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곤충 이미지는 실제 곤충의 모습을 매우 높은 배율의 매크로렌즈로 촬영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상하다. 곤충들은 마치 인간처럼 서있거나 팔장을 끼고 있고 흡사 모자까지 착용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관객들도 지금 보고 있는 이미지가 실제 이미지가 아니라, 컴퓨터로 합성된 가짜 이미지인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최근 실사같은 디지털 합성 이미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기에 이러한 순간에 느끼는 괴리감은 실제로 그리 크지 않다. 흥미로운 지점이라면, 우리들은 이미 가상 이미지를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한 장의 사진이 현실 이미지인지 합성된 가짜 이미지인지 그 진위 여부가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때와 비교해보자면 사뭇 놀라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진위 여부 자체보다는 그러한 이미지가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되는지가 오히려 중요해졌다. 따라서 손국환의 작업을 보며 그가 왜 곤충을 모티브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또한 합성되는 과정은 어떠한지를 추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손국환_Partier-2_디지털 프린트_100×94cm_2011
손국환_Partier-3_디지털 프린트_100×94cm_2011

그렇다면 그가 이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프로세스를 살펴보기로 하자. 작가는 최종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몇 가지의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자연의 일부분인 곤충의 선택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길러보았던 곤충들에 관한 기억을 떠올려 그 생명체에 대한 감정을 가상적으로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있어 곤충은 유년 시절의 향수 어린 기억이자 자연의 모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작점이 최종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다소 기계적인 과정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의 딱딱함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 번째는 선택한 곤충에 관한 이미지 채집 단계이다. 작가는 단순히 실제 곤충의 모습을 그래픽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수많은 동일 곤충의 이미지를 채집하여, 디지털적으로 꼴라쥬한다. 이 과정에서도 감성적 차원이 개입한다. 곤충 도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정형화된 사진이 아닌, 사진을 찍은 개인들의 감정과 시각이 녹아있는 이미지들을 주로 채집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은 첫 번째 단계와 연결되어 왠지 모를 따스하고 친근한 감성들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지막 단계에서 작가는 만들어진 형태에 자연의 텍스쳐를 주입하여 최종 이미지의 색과 질감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지닌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경외감은 최종 결과물의 표면이 되어 다시 재생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정서가 작품을 제작하는 각 단계에서 투영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
손국환_Flinders_디지털 프린트_72×72cm_2010

위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 이미지는 매우 실제적으로 보인다. 의인화된 표정과 동작을 통해 우리는 손국환의 작업이 가상화된 이미지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의 디테일은 매우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작품 속에 나타난 곤충들은 실제 곤충이 아닌 인공적 대체물이다. 작가는 이러한 대체 이미지를 만들면서 곤충 이미지로 대표되는 사람들의 기억을 채집하고 저장한다. 그리고는 시각적으로 재구성하여 마치 현실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미지가 객관적 사실을 담고 있는가의 여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그의 작품속에 나타난 이미지는 특정 기표로서 상징 언어를 담고 있는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관람객들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아주 따스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의 과정을 공유한다면 감상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당신이 지닌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작품을 통해 떠올려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손국환의 작품은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 유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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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AND ANATOMY -인체 속에 꽃 된 자연

김정옥展 / KIMJUNGOK / 金正鈺 / painting   2011_0302 ▶ 2011_0308


김정옥_오후의 기억_장지에 분채_162×130cm_201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0812c | 김정옥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30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동덕아트갤러리 THE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B1 Tel. +82.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나는 사람과 관계하는 모든 것이 어떤 점에서 사람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거시적(巨視的)으로 보거나 미시적(微視的)으로 보면 그 모습이 인체와 닮은 것이 많다. 그 동안의 나의 작업의 시각은 인체를 통해 자연의 오브제(objet)를 연상하는 투사(投射)방식이었다. 즉 이 양자의 형태적ㆍ내적 유사성을 찾는 데서 출발하여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김정옥_얼굴_장지에 분채_165×130cm_2010

인체가 연상의 출발점이 된 것은, 나의 알레르기 체질로 인한 몸에 대한 무의식의 반응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보다 주된 동기는 우연히 리얼한 해부학 사진을 접하고서부터였다. 자연 풍경을 닮은 몸속은 나로 하여금 존재의 생장(生長)과 소멸(消滅)이라는 자연의 질서를 생각하게 하였고, 해부된 인체의 응시를 통해 그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대상을 보는 시각'에 관한 문제가 보다 명확해졌다.
김정옥_솟아나는 기억_장지에 분채_162×130cm_2010

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모티프는 서양 해부학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학에 '망진(望診)'이란 말이 있듯이, 나는 보이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연상과 상상을 통해 내 자신의 몸에 대한 느낌으로 자연을 바라본다. 연상과 상상, 즉 몸과 자연을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명체로 인식하는 것은, 동양의 시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김정옥_솟아나는..._장지에 분채_132×195cm_2010
김정옥_심장의 기억_장지에 분채_132×195cm_2010

인체와 자연의 닮은 점을 찾아 가면서 그 속성 또한 유한(有限)하다는 면과 '솟아나는 욕망'면에서 닮았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작업에서, 식물은 인체와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인체에서의 핏줄처럼 식물도 영양분을 전달하면서 끝없이 생장하고자 한다. 나는 해부된 몸속의 각 기관(器官)을 하나의 사물(事物)로 간주하여 자연물과 연결해 표현함으로써 인체와 자연의 모호한 경계를 형상화하고, 그 안에 내재된 유한한 삶과 식물의 생장 욕구같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려했다. 특히 측백나무과 식물은, 동 서양에서 죽음과 관련 있는 나무로 전해진다. 그림 속 측백나무는 죽음의 상징으로, 모든 욕망의 촉수가 결국 죽음의 공간을 향한 생장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측백나무의 녹색과, 나뭇가지처럼 솟아오르는 핏줄의 붉은색을 통해 자연 안에 내제된 인간의 유한함을,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인간의 욕망과 생의 의지를 나타내고자 했다.
김정옥_솟아나는..._장지에 분채_129×89cm_2010

자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러나 인간의 경험은 매우 개별적이고 주관적이다. 사실 몸으로부터 자연을 바라보고자 했던 시각은 식물의 잎맥과 나뭇가지를 보고 인체의 뻗어가는 힘줄을 연상하면서부터였다. 이러한 작은 발견은 나로 하여금 소소한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 원동력이자 상상의 원천이 되었고, 더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문제를 되묻게 했다. 그러나 나에게 몸과 자연 안에 내제된 다양한 생명의 속성가운데 과연 무엇으로 인간의 본질을 규정지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나의 작업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영원한 구도(求道)의 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몸을 통해 자연과 세계를 이해한 다음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반복된 여정은, 내가 관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영원한 나의 성찰이자 내 몸의 기억에 대한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정옥




On The Stage

손승범展 / SONSEUNGBEOM / 孫昇汎 / painting   2011_0302 ▶ 2011_0308


손승범_음흉한마술사_장지에 채색_145×112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손승범 블로그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더 케이 GALLERY THE K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6번지 Tel. +82.2.764.1389 www.gallerythek.com blog.naver.com/gallery_k


흰분칠의 사내 ... ● 양쪽으로 쳐진 큰 눈으로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지만 유난히 작고 굳게 닫힌 입은 우리에게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광대분장을 하거나 마술을 하는 우울하고 무표정한 얼굴의 무대 위 인물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치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듯하다. ● 작품의 주된 소재인 서커스와 마술은 현실사회를 대변하는 하나의 場을 의미한다. 그 안에서 연기하며 때로는 실수를 연발하는 어리 숙한 광대와 마술사의 모습은 다름 아닌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다.
손승범_어설픈서커스_장지에 채색_200×130cm_2011
손승범_Show_장지에 채색_163×262cm_2010
손승범_A Tangle Show_장지에 채색_163×131cm_2011
손승범_Slip_장지에 채색_79.5×131cm_2011
손승범_Magic_장지에 채색_131×163cm_2010
손승범_꼭두각시_장지에 채색_91×117cm_2010

객석의 관객들은 그들의 어설픈 무대를 비웃거나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모순된 행동을 보인다. 화면 밖을 응시하면서 외부(대중)의 눈치를 살피는 이러한 주인공들은 치열한 경쟁구도와 반복되는 패턴 속에 적응하기 위하여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이처럼 이번 전시의 메시지는 극(劇)적인 순간에 다가오는 불안에 당황해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는 불특정다수의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현대사회의 삶에서 동반되어지는 불안한 감정을 떨칠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대중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고리가 되기를 원한다. 결국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동시대 현대인에게 점차 소멸되어가는 인간적 세계에 대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이 일상의 마음을 넘어 감각 깊숙히 작용하길 바라는 것이다. ■ 손승범


 
2011.02.26 23:02:55 / Good : 302 +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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