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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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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각: 2013.03.25 16: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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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기사] 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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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가지는 정치성의 유효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낸시랭-좀 심한 비유지만-은 뭐랄까.  암튼 그런 작업들이 가지는 몇몇의 낮은 수의 짬수를 보면서 깝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근자에 괘않은 한 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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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검색








  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JULIUS VON BISMARCK)










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



지리멸렬한 시대를 기계예술로 해체하다   천안문에 내걸린 마오쩌둥의 초상을 구경하려 안간힘을 쓰는 인파들, 베를린을 방문한 오바마를 보기 위해 장사진을 친 베를린의 시민들. 이 아수라장 속에 역사적 랜드 마크를 방문한 관광객인 척, 매체에 게재할 사진을 촬영하러 온 사진기자인양 슬그머니 잠입한 인물이 있다. 모두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과 당대의 거물들이 열정적인 연설을 펼치는 것을 보고 셔터를 내릴 순간만을 기다릴 때, 그 또한 어떤 순간만을 기다리며, 군중과 함께 카메라를 치켜든다. 그리고 이윽고 터지는 플래시 라이트의 세례. 그 관중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이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이들은 당황하고 만다. 공산주의 아이콘인 마오쩌둥 초상 위에 떠오른 마그리트의 흰 비둘기 이미지, 오바마가 연설을 펼치던 연단 정면의 흰 십자가. 분명 그 장면들을 찍을 때 시각적으로 인지되지 않던 정보들이다. 이 기호들은 어떻게 군중들이 포착한 사진 속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일까? 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꾸민 것인가?   이 의문의 사건 뒤에는 작가 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가 있다. 과학과 예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대중이 세상을 인지하는 시각들을 변형시키는 것에 주력하는 그는 특별 고안 장치로 완성한 (2007)를 통해 일종의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친다.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각 도상들의 물리적 개입은 중국의 공안이나 보디가드 등 어느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오로지 사진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기호의 공격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안문이나 오바마 외에도, 교황의 연설 현장이나 베를린 시장을 겨냥하는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일으킨 사건들은 작가를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로 급부상시켰다. 이를 기점으로 작가는 본격적으로 매드 사이언티스트이자 액티비스트로서 대중매체와 대중 그 자체를 관찰하는 기묘한 예술 활동을 개시해왔다.









, 2008, 잉크젯프린트



  라틴어로 번개를 뜻하는 ‘fulgur’와 동시에 ‘섬광방사기(Flash Thrower)’를 뜻하는 는 낡은 수동식 미놀타 카메라를 변형시켜 만들어낸 특별 장치다. 이 ‘섬광방사기’는 일종의 소형 프로젝터인 셈이다. 외형은 카메라이지만 본래 가지고 있는 ‘찍는’ 기능을 거세시키고, 카메라 속 필름에 내장된 이미지를 플래시와 렌즈를 통해 어떤 표면이든 가리지 않고 투사하는 기계로 재가공한 것이다.   언뜻 보기엔 사진기자가 지닌 일반적인 카메라로 보이지만 이 기계는 작가의 손에 의해 해킹되어 대중매체들에 정보의 실체를 물리적으로 제공해주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대신 거짓 정보의 물리적 개입을 위한 도구가 된다. 









, 2008, 잉크젯프린트



  알 수 없는 기계장치들로 이루어진 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의 작업세계는 ‘현대미술가’ 보다는 게릴라 파파라치, 발명가, 과학자, 공학기술자들의 세계와 더욱 친근해 보인다. 그렇다면 과학자의 마음을 간직하며 예술가로서 행동하는 작가는 어떻게 예술의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되었을까? 본 비스마르크는 분자물리학자들의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했는데, 이는 자연히 작가가 과학자로서의 성향을 띄는 바탕이 되었다. 한때 예술가가 아닌 과학도의 길을 꿈꾸기도 했지만 대중이 직접 오감을 통해 쉽게 이해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무언가를 창조하고, 과학자들이 사고하는 방식에 좀 더 쉽게 인도하기 위해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작가는 기술을 재료삼아 대중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인간의 현실에 대한 표현과 재현을 반복해서 비추며 과학과 예술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현재까지 그가 만들어왔던 기계장치들과 오브제들은 인간의 지각과정과 기억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왔다.   외관에서부터 작가의 과학자적인 면모를 한층 더 부각시키고, 한편으로 종교적인 뉘앙스를 내제하기도 한 은 2007년에 선보인 작품으로 유명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인 GTA(Grand Theft Auto) 내, 버추얼 카메라의 시점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해당 게임은 차를 훔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리 위 상공에서 바라보며 이동하는데, 비스마르크는 헬멧과 그에 달린 하얀 헬륨풍선으로 이루어진 기구를 머리에 쓰고 도시 곳곳을 배회한다. 이때 헬멧 위에 매달려 있는 풍선의 하단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어, 자신의 모습을 GTA의 아바타처럼 인지하게 된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아바타를 쳐다보는 시점은 이를테면 한 세계의 신이 피조물을 바라보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이 헬멧을 쓰는 이는 누구나 그런 신의 시선, 혹은 유체이탈을 한 이들이 자신의 육신을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는 신비한 장면들을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착용 모습, 2007



  한편, 독일 베를린과 린다우 시에 설치되었던 인스톨레이션 작업 (2008)는 단순히 거대 스크린에 떠올려진 스마일 이모티콘으로 치부하기 쉽다. 친숙하고 심플한 형태를 띠고 있는 작품은 실은 유럽 최대의 응용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Fraunhofer Institute)가 고안한 알고리듬이 탑재된 ‘대중 표정 분석기.’









, 2008, 베를린시 설치전경



  작가가 설치한 구조물은 앞을 지나가는 특정한 인물의 표정을 분석하고 웃음을 띤 이가 지나갈 때면 입과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거나, 입 꼬리가 내려가 슬픈 표정을 짓는 등, 평범한 시민들의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거울처럼 비춰주기도 했다. 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혀져버리는 현대인의 얼굴을 거대하게 조명하는 슬픈 기념비이자, 사회발전을 겨냥한 능률과 효율을 올리기 위해 빠른 정보 전달을 요구하고, 또 요구받는 현대사회, 기호화된 우리의 초상인 듯 보인다.        2011년에 발표한 ‘Punishment’ 시리즈는 기존의 그의 작품들이 기계를 통한 일상의 변주를 그렸던 것과는 달리 스위스와 남아공, 미국 등지를 채찍 하나를 들고 여행하면서 유명 관광지의 조각물이나 자연에 채찍질을 가하는 작가의 모습들을 프린트한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는 폭풍으로 인해 거세진 파도가 헬레스폰트 해협 사이를 잇기 위해 짓던 다리를 부숴버리자, 화가 난 고대 페르시아의 세르크세스 왕이 성난 파도, 즉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300번의 채찍질을 가하고 바다에 족쇄를 던지라고 명한 고사에서부터 출발한 작품.









, 2011, 잉크젯프린트, 50 x 75cm



  작가는 여기서 자연재해가 상징하는 신의 무자비한 형상과 이에 대항하는 티끌 같은 인간의 무모함을 현대적인 맥락을 통해 재구성했다. 고대의 신 대신에 사회적 규범이라는 거인에 저항하는 미물 같은 현대의 모습을 나타내고자 한 작가는 거대한 산맥의 봉우리 위에서,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마주하고, 브라질 상파울로의 거대한 예수 상을 대상으로 하찮고 무의미해 보이는 몸짓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PunishmentⅠ’ 展 알렉산더 레비 갤러리(Alexander Levy Gallery) 전시전경, 2012



  사진과 영상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작가의 채찍질은 허무로 가득하지만, 세르크세스 왕이 포세이돈 신에게 처벌을 가한 후 잠잠해진 바다 위에 다리를 세울 수 있었던 것처럼, 언젠가 작가가 상대하고 있는 거대한 신 또한 무릎을 꿇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서 소개된 작품들이 인간의 모습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부터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2012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된 는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둘기를 주제로 삼았다. 스위스 출신의 작가 줄리안 샤리에(Julian Charriere)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자연이 아닌 도시에 거주하면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둘기들의 외관을 변형시키는 것을 통해서 공공의 환심을 사도록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 2012, 잉크젯프린트



  작가들은 이를 위해 코펜하겐 시에 위치한 건물들의 옥상에 비둘기를 유도할 컨베이어 벨트와 식용 색소를 분사하는 스프레이가 장착된 장치를 설치하고, 장치 안으로 들어온 35마리의 비둘기들에게 무해한 색색의 스프레이 색소를 분사했다. 보편적으로 ‘날아다니는 쥐’로 인식되는 도시의 천덕꾸러기 비둘기는 전염병이나 기생충을 옮기고 다니는 것 뿐 아니라 왕성한 번식력으로 세계 곳곳의 대도시에서 해조(害鳥)로 구분되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지저분한 겉모습을 화사한 빛깔의 식용색소로 염색하여 사람들로부터 해조, 더 나아가서는 흉물 취급을 받아왔던 비둘기의 고정관념에 대한 전복을 시도한다. 멀리서 보면 넘실대는 구정물로 보일 정도로 회색의 동물들이 득실거리는 광장을 눈에 띄게 화려한 35마리의 비둘기들이 악센트를 부여한다. 그러나 결국 이 비둘기들은 외관만이 바뀌었을 뿐, 언젠가는 본모습으로 돌아오고, 그 실체는 변함없이 우리가 혐오하며 내쫓기 일쑤였던 그 동물일 뿐이다.   작가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일련의 작품들 중 대다수는 복잡한 기계장치들과 수학, 그리고 과학적 알고리듬을 밑거름으로 삼아 발전해왔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기계들을 이리저리 뜯어 해킹하고 기존의 의미를 지워버리는 등, 변형을 가하며 예술가라기 보단 공학도의 모습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 그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ART@COLLIDE의 레지던시에서 물리학자들과 함께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철학과 과학적 개념들이 복합된 그의 작업은 우리가 지닌 고정관념을 비디오나 오브제, 공공에 대한 개입 등을 수단으로 더 능수능란하게 조작할 것이다. 글=진정윤 퍼블릭아트 기자
사진=Alexander Levy Gallery 제공
2013. 3. 25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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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 프로필>
작가 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는 1983년생으로 독일 브라이작 암 라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와 독일을 오가며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현재 베를린을 기점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실험미디어설계를 전공했으며 뉴욕의 헌터컬리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다. 2009년부터 공간적 실험을 위한 기관(Institute for Spatial Experiments)에서 올라푸어 엘라이어손의 지도를 받고 있다. 2008년부터 세계 유수의 기관들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다. 또한 2008 아르스 엘렉트로니카에서 골든 니카상을, 2010년 Beep Electronic Art Award를 각각 수상했으며 2012년 스위스 CERN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modified at 2013.03.25 16:23:21 by 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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