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자리 사랑의 그림자 그대를 지키는 기사가 되리 ![]() 이러한 설정은 중세 궁정풍 기사도 문학의 고전적인 구성이다. 유명한 기사도 문학 작품인 <아서왕 이야기>에 등장하는 렌슬롯과 귀네비어 왕비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이며,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같은 작품들 역시 유사한 맥락으로 여겨진다. 진정한 기사에게 필요한 것 - 귀부인 ![]() '돈키호테'는 인위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는 적당히 농가의 처녀 한 명을 선정, 자기 마음대로 섬기기 시작한다. 심지어 그 처녀는 돈키호테가 자신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돈키호테는 기사의 기본 덕목을 충실히 갖추기 위해, 있지도 않았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억지로 시작했던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기사나 귀부인이 된다 ![]() 이런 일방적인 짝사랑 역시 대중가요나 문학작품의 단골 주제가 되어 왔다. '그녀를 가질 수 없다'거나, '보내야만 한다'는 내용의 노래는 아마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 재생산될 것이다. 이런 노래는 '아무도 모르게 지켜주겠다'는 굳건한 다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를 가지지 못하거나, 보내야만 하는 이유는 대부분 '그녀를 위해서,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기사도 문학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사랑의 유효기간 ![]() 왜 기사의 사랑과 짝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 그것도 열렬한 마음으로 지속될 수 있는가. 그 사랑이 그토록 소중하고 아름다워서일까?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사랑의 대상은 있되 사랑을 이룰 방법이 없는 상태는, 강한 리비도가 발생할 환경은 되지만 해소할 길은 차단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여인과 사랑에 빠져 강한 정신적 에너지가 형성되었지만, 사랑을 실천하여 리비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기사는 이 정신 에너지의 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주어진 것은 하나뿐이다. 그 에너지만큼 더 열심히 그녀를 보필하는 것. (이를 '승화'라고 한다) 그러나 그 결과 둘의 관계는 더욱 헌신적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사랑의 에너지도 더욱 커지게 되는 순환 고리에 갇히고 만다. 이론적으로, 기사의 사랑은 이런 이유로 긴 시간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인 짝사랑도 마찬가지다. 한편, 돈키호테는 이 안타까운 사랑의 순환 고리에 들어가기 위해, 없는 사랑을 스스로 기획해낸 셈이다. 방부 처리 ![]() 그러나 이러한 사랑은 상대방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 자체에 의한 사랑이라는 혐의를 갖게 된다. 사랑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충족되지 못하기에 사랑을 끝낼 수 없는 상태. 그러나 그럼에도 '영원한 사랑'이라는 이데아에 근접한, 아름다운 이야기로 여겨진다. 이것이 세계의 문학사를 아우르는 방부 처리된 반 쪽짜리 사랑이야기들의 뒷모습이다. 누군가가 사랑을 실현시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면서도, 깊은 짝사랑에 취해 있다면. 그 사람은 기사도 문학의 한 페이지를 완성시키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넌지시 그 사람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다. 그대의 사랑에 장점이 있다면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돈키호테의 시도와 유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written by Joe (braincase@artnstud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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