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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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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시각: 2013.03.26 20: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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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 작정을 작성하다.
『 사람들의 정원 시간의 정원 - 이민혁展 』

Lee Minhyuk Solo Exhibition :: Painting






▲ 이민혁, 꿈꾸는 정원, 162.2x130.3cm, Oil on Canvas, 2012-2013





전시작가 이민혁(Lee Minhyuk)
전시일정 2013. 04. 03 ~ 2013. 04. 23
관람시간 Open 11:00 ~ Close 18:00(일요일 휴관)
∽ ∥ ∽

CSP 111 아트스페이스(CSP 111 Art Space)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88-55
T. 02-3143-0121
blog.naver.com/biz_analyst






사람들의 정원 시간의 정원 - 이민혁展
CSP 111 아트스페이스

이민혁 작가는 서울의 일상적인 단면을 거대화폭에 현란한 색채들이 난무하는 듯한 빠른 필치로 그려왔습니다. 제1회 개인전인 ‘도시여행, 흘러가는 사람들’을 시작으로 ‘나는 바바리코트를 입고 서울여고로 간다’, ‘관공서’, ‘한강, 불처럼 숨쉬다’, ‘the Snow’ 등 매 개인전마다 관심의 시선을 구체적으로 표명하며, 거대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문제를 주제로 다루어왔습니다. 이민혁 작가는 평범한 일상, 스쳐 지나기 쉬운 장면들이지만, 누구나 한번은 경험하고 공감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 -사회적 갈등, 익명성과 존재, 끊임없이 가속화되는 경제개발과 상업주의의 팽배, 홈리스와 부랑자, 자살, 폭력, 그리고 유흥과 섹스에 탐닉하는 군중 속의 고독- 등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특유의 풍자와 역설, 유머의 장면들로 옮겨냅니다.

▲ 이민혁, 나눠지고 가져가고 가져온 시간, 162.2x130.3cm, Oil on Canvas, 2012-2013


▲ 이민혁, 다섯 개의 고속도로, 162.2x130.3cm, Oil on Canvas, 2012

이민혁의 독특한 화법인 색 물감들의 뒤얽힘, 난무하는 필치의 속도감과 더불어 특유의 공간 구도법은 보는 이를 화면 안으로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숨 막힐 듯 화려하고도 역동적인 화필과 토해내듯 쏟아내는 화력은 현대사회의 속도감과 시각적 욕망, 소비문화 행태를 닮아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작가 이민혁은 자유로운 상상과 구상력, 빛과 온기가 느껴지는 시각적 환상을 통해 자신의 세심한 관심과 진득한 애정의 손길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염시키며, 사회를 향한 말없는 대화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 이민혁, 민중의 정원, 162.2x130.3cm, Oil on Canvas, 2012


▲ 이민혁, 사람들의 정원, 387.8x112.2cm, Oil on Canvas, 2012


▲ 이민혁, 시리고 뜨거우거나 있거나 보이지 않는, 116.7x91, Oil on Canvas, 2012

제27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및 관객이 뽑은 인기작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이민혁 작가와 함께 동시대인들에 대한 한결같은 시선과 따뜻한 애정이 담긴 진정한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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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and Night 데이앤나잇


이정展 / LEEJUNG / 李晶 / photography.installation   2013_0328 ▶ 2013_0417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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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_Day and Night #8_C 프린트_235×176cm_2012
</dl>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108c | 이정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328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번지 Tel. +82.2.745.1644 www.oneandj.com

사랑과 구원에의 갈망 ● 전작 '아포리아(Aporia)'는 황량한 풍경 속에서 빛을 발하는 네온 글자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막다른 길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이 시리즈는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해 지속적이고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던 내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네온이 갖는 인간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매력이 텍스트에 대한 나의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촉발시켰기 때문이었다. '아포리아'에 담겨진 사랑의 말들의 이면에는 언제나 화자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데, 여기서 이 화자는 풍경 속을 떠돌며 네온과 맞닥뜨리는 가상의 주인공이다. 이 1인칭 화자의 시점을 빌어서 '아포리아'는 마치 여행하듯, 슬픔과 갈망의 자취를 그려왔다. <dl><dt></dt>
이정_Day and Night #1_C 프린트_140×175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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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_Day and Night #3_C 프린트_175×14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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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_Day and Night #7_C 프린트_168×210cm_2012
</dl> '아포리아' 시리즈에 나오는 말들이 소유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욕망을 담고 있다면, 그 수많은 욕망들은 결국 하나의 의미로 통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아포리아'라는 여정의 끝이 궁금해졌다. 사랑의 언어들을 해체하여 덩어리로 만드는 작업은 바로 그러한 질문들에서 시작되었다. 신작 '데이앤나잇(Day and Night)'은 덩어리가 된 사랑의 언어들을 통해, 인간의 궁극적인 갈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바다라는 상징적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의 덧없는 욕망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기 위해 모든 네온 설치와 촬영은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검은 바다 위에 마치 표류하듯 떠있는 네온 덩어리들을 통해 구원을 꿈꾸는 인간 내면의 자화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dl><dt></dt>
이정_Day and Night #9_C 프린트_176×22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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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_I Dream Of You, From the Series Aporia_C 프린트_170×136cm_2012
</dl> 이번 시리즈는 특히 'God'과 'Love'라는 두 개의 단어를 중심으로 하여 진행되는데, 이는 단테의 신곡에 대한 나의 해석을 반영한 것이다. 단테는 신곡에서 참된 신앙과 사랑을 통해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수많은 'God'과 'Love'를 마치 복제품처럼, 혹은 더미처럼 그려냄으로써, 혼돈에 빠진 내면을 담아내고자 했다. 태초에 신은 낮을 빛으로, 어둠을 밤으로 이름 지었다. 어둠 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네온글자들을 통해, 불멸의 빛을 꿈꾸는 인간의 갈망과 마주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이정 <dl><dt></dt>
이정_산유화-김소월 시 Sanyuhwa-The Poem Flowers on the Hills by Kim Sowol_ C 프린트_148×185cm_2012
</dl> A Longing for Love and Salvation ---

미장센


연출된 장면들展   2013_0328 ▶ 2013_0602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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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수스만|루퍼스 코퍼레이션 Eve Sussman|Rufus Corporation_ 알카자르의 89초 89 Seconds at Alcazar-「뒹구는 개 Video still-Dog Rolls」_ 비디오 Video_00:10:00 반복상영 loop_2004_부분 ⓒ Eve Sussman|Rufus Corporation
</dl>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영상 / 이브 수스만|루퍼스 코퍼레이션_양 푸동 영상설치 / 아다드 하나_진기종 사진 / AES+F_그레고리 크루드슨_토마스 데만트_정연두 강연회 1차 / 2013_0328_목요일_02:00pm 아티스트 토크(이브 수스만) / 큐레이터 토크 2차 / 2013_0418_목요일_02:00pm 아티스트 토크(정연두) / 미장센의 경계와 지평 미디어 체험 프로그램 : Ready Action 레디 액션 관람료 기획전_일반 7,000원/초중고생 4,000원 상설전_일반 10,000원/초중고생 6,000원 Day Pass(상설+기획전 패키지)_일반 13,000원/초중고생 8,000원 * 예약제 없이 편리하게 Leeum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20인 이상 단체 예약 필수(관람료 할인)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삼성미술관 리움 그라운드갤러리 Samsung Museum Of Art Leeum 서울 용산구 한남동 747-18번지 기획전시실, 야외정원 Tel. +82.2.2014.6900 www.leeum.org

현대미술에서 미장센의 활용 ● 이야기를 끌어 가는 도구로 영화의 미장센은 대사나 편집이 없이도 하나의 장면 속에 풍성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데, 화면 속에서 인물의 몸짓이나 눈빛, 자세와 동선들은 그 자체로 수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사진이나 영상의 배경을 채우는 조명, 세트와 소품들은 전체 분위기와 줄거리를 지배하는 시각요소로 작품전체의 톤을 결정한다. 연출장면의 구성에서 화폭에 등장하는 모든 부분들이 숨겨진 의미들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화면 안에서 단순한 동작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평범한 사물도 도상학적 해석의 여지들을 준다. 또한 조작과 가장에 의지하는 연출된 구성은 그것이 실사이미지라 할지라도 현실세계의 재현보다 환상의 세계를 탐구하며 초현실적인 감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교묘하게 연출해 낸 장면들은 사실 재현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몽환적인 아름다움과 초자연적인 기괴함으로 관객을 무의식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논리를 뛰어넘어 작품의 맥락에서만 설명이 가능한 초현실성은 그 불가해함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이 전시의 작가들이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이미지를 실사나 모형으로 재현하여 보여 주었을 때, 관객들은 그 안에서 읽어 낼 수 있는 줄거리를 따라가며 이해하려는 충동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다. <dl><dt></dt>
그레고리 크루드슨 Gregory Crewdson_장미 아래서 Beneath the Roses 무제 Untitled_잉크젯 프린트_148.6×227.3cm_2007 © Gregory Crewdson, Courtesy Gagosi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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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푸동 Yang Fudong_다섯번째 밤 The Fifth Night_7채널 비디오 설치_00:10:37 반복상영 loop_2010_부분 ⓒ Yang Fu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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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푸동 Yang Fudong_다섯번째 밤 The Fifth Night_7채널 비디오 설치_00:10:37 반복상영 loop_2010_부분 ⓒ Yang Fu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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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드 하나 Adad Hannah_//////1초의 절반////// //////Half a Second//////_ 12개의 HD 비디오와 모니터, 목재, 페인트, 섬유 등_가변크기_2013 ⓒ Adad Han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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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드 하나 Adad Hannah_//////1초의 절반////// //////Half a Second//////_ 12개의 HD 비디오와 모니터, 목재, 페인트, 섬유 등_가변크기_2013 ⓒ Adad Hannah
</dl> 일상과 무의식 ● 이렇게 환상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은 전통회화의 시각적 정보전달과 차별화되는 정신분석학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영화적인 미장센은 일상적인 광경이라도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수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그 아래 숨겨진 무의식의 혼돈을 암시하는 강렬함을 가진다. 그레고리 크루드슨(Gregory Crewdson)의 사진이나 아다드 하나(Adad Hannah)의 영상처럼 전시에서 보이는 연출된 장면들은 대부분 주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이다. 그러나 그 평범한 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 불길하고 긴장된 분위기는 우리의 의식을 뒤흔드는 힘을 가지고 보는 사람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여러 카메라가 하나의 장면을 포착하지만 전체를 볼 수는 없는 양 푸동(Yang Fudong) 영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진기종이 모형을 나열하여 만든 드라마는 카메라의 눈을 통해 보았을 때 남녀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통속적인 내용으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레고리 크루드슨(1962년생, 미국)의 대규모 사진 작품은 사진 한 장짜리 영화라고 불린다. 작가는 영화감독처럼 다양한 전문스텝의 도움을 받아서 세트와 조명, 소품을 준비하고 배우들을 섭외하여 작품을 촬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은 사후에 디지털 가공을 거쳐서 작가가 원하는 완벽한 모습으로 다시 조정된다. 작가는 미국 지방도시의 일견 평범해 보이는 정경을 조심스럽게 재현하면서 현실에 스며 있는 불가해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였다. 일상적인 순간 같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사진 속 장면들은 스릴러에서 멜로드라마까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이 속에서 장편극영화 한편의 줄거리를 읽어 낼 수도 있다. 양 푸동(1974년생, 중국)의 작품은 7개의 스크린에 담은 흑백영상으로 한여름밤의 조용한 풍경을 보여 준다. 역사 깊은 상해영화제작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을 여러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한 작품은 전시장에서 17미터 길이의 장관으로 펼쳐진다. 자신만의 내면세계에 침잠한 듯한 사람들의 사연과 여러 화면을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는 차분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하나의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여러 번 반복 감상하기 전에는 드라마의 일부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관객은 인물들이 교차하는 공간을 분석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스스로 구성해 낼 수도 있다. 아다드 하나(1971년생, 캐나다)는 공간구성과 영상의 관계를 설치 작업으로 보다 복잡하게 꾸민다. 공간 안에 배치된 12개 모니터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영상에서 보이는 장면의 미스테리를 풀어 낼 수 있다고 생각 하지만, 마지막 화면 자체가 연출된 무대임이 드러나면서 어디까지가 연출인지를 일부러 구분할 수 없게 하였다. 영상 속 장면은 그 강렬함으로 관객을 끌어들이지만 이것들은 결국 꾸며 낸 연출이며, 우리는 영상과 무대세트를 보면서 이 장면에서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실제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 전시의 또 다른 설치작품인 진기종(1981년생, 한국)의 경우는 축소모형을 통해서 장면구성의 인위성을 더 뚜렷하게 보여 준다. 레일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는 카메라가 세트 모형들을 통과하며 만들어 내는 모니터 속 드라마는 남녀간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통속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시장에서 보이는 것은 다양한 재료를 모아 만든 수공 모형들의 나열일 뿐이다. 원래 모형은 완성작을 위해 미리 만들어 보는 준비 과정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자체가 완결된 작품으로 끊임없는 카메라의 동작에 따라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dl><dt></dt>
정연두 Jung Yeondoo_새-B 카메라 The Bird-B camera_이면화 사진_106×106cm_2013 ⓒ Jung Yeon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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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두 Jung Yeondoo_새-B 카메라 The Bird-B camera_이면화 사진_106×179cm_2013 ⓒ Jung Yeon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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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S+F_트리말키오의 연회:황금배의 도착 The Feast of Trimalchio:Arrival of Golden Boat_ 디지털 프린트, 디아섹_295×495cm_2010 © AES+F, Courtesy of MAMM and Triumph Gallery, Moscow
</dl> 역사의 활용 ● 벨라스케스의 명화를 알지 못하고 본다면 이브 수스만|루퍼스 코퍼레이션(Eve Sussman|Rufus Corporation)의 작품은 바로크 시대 궁정을 배경으로 한 무대극의 한 장면으로 볼 수도 있다. 히치콕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관객은 정연두의 사진에서 정교하게 연출된 이면화의 내용을 추측할 수 밖에 없다. 그림과 영화가 쌓아 온 시간의 무게들은 이렇게 기존의 명작을 빌어 온 현대미술 작품들에 깊이를 더해준다. AES+F가 고전문학을 소재로 만든 장관들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회화와 자본주의 광고 사진같은 극단을 결합해 내며, 서구의 현대사가 담긴 기록을 재현하는 토마스 데만트(Thomas Demand)의 경우도 그 역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종이로 만든 모형일 뿐이다. 정연두(1969년생, 한국)의 사진 작품은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을 재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자체가 만들어 낸 환영이다. 정면과 옆면이 하나의 이면화(diptych)를 이루는 구성에서 정면은 컷아웃 레이어로 겹겹이 쌓아 연출한 영화 속의 한 장면이고, 측면은 실제 상황을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적인 기록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 두 장면 모두 연출된 구성물이다. 제아무리 사실적으로 보이더라도 영화는 인공적으로 조작한 픽션인데, 교묘한 영화적 연출기법에 설득된 관객은 영화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현실이라고 착각 하게 된다. 토마스 데만트(1964년생, 독일)의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실제 현존하는 공간을 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과 똑같게 수공으로 만든 구조를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다. 작가는 사진 속 광경을 종이 모형으로 만들고 이를 촬영하여 다시 사진으로 제작하였다. 동굴과 같은 자연풍경이건, 파이프오르간이라는 인공물이건 이 이미지들은 관광엽서나 신문기사 같은 대중 인쇄매체를 통해 알려진 역사의 일부일 뿐이다. 엄청난 노력으로 등신대로 재현되었지만 인물과 세부가 부족한 모형은 사진으로 찍었을 때 묘한 이질감을 전달하며, 보는 사람들에게 사진과 모형, 실재와 재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러시아 작가 그룹인 AES+F는 디지털 이미지 시대에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영웅적인 서사를 활용하여 신자유주의 시대의 모순과 풍요를 화려하게 그려 낸다. 여기서는 고대로마의 이야기인 『사티리콘』에 등장하는 퇴폐적인 연회 장면을 현대의 휴양지 호텔 합성사진으로 재현하여 보인다. 급격한 자본화의 영향으로 전통가치관이 흔들리고, 물질적인 환락이 넘치는 사회 상황에서 이들이 그려 낸 이국적인 장면들은 전통회화의 도상을 그대로 본 따서 광고사진과 고전미술이 교차하는 스펙타클의 접점을 찾아낸다. 이브 수스만(1961년생, 미국)|루퍼스 코퍼레이션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영화로 재현하여 전통회화와의 연결고리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으로 수많은 미술사가들의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이 그림은 수백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동감을 가지고 있으며, 작가는 이 장면의 앞뒤 상황을 동영상으로 재연함으로써 자신만의 해석을 보태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그려 넣은 화가 벨라스케스와 그림 밖에 있지만 화면 안으로 등장하는 왕과 왕비 등, 「시녀들」을 흥미롭게 만드는 회화와 현실의 관계가 영상을 통해서 재구성될 때 관객은 그림 속 장면의 자연스러운 재현에 다시 놀라게 된다. ■ 구경화전시 프로그램 1. 전시 연계 강연회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전시 연계 강연회로, 한국 공예품들의 찬란한 예술성과 함께 영화적 연출을 보여주는 '미장센'의 의미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시간 * 강연회 참석자는『미장센』展 무료 관람 강연회 프로그램 1차 일시 : 3.28(목) 14:00~16:00       장소 : 리움 강당       주제 및 강사 : - Artist's Talk (이브 수스만)                           - Curator's Talk (구경화, 삼성미술관 Leeum 책임연구원) 2차 일시 : 4. 4(목) 14:00~16:00       장소 : 리움 강당       주제 및 강사 : - Curator's Talk (조지윤, 삼성미술관 Leeum 책임연구원)                           - 금과 은의 미술 (최응천, 동국대 교수) 3차 일시 : 4.18(목) 14:00~16:00       장소 : 리움 강당       주제 및 강사 : - Artist's Talk (정연두)                           - 미장센의 경계와 지평 (서현석, 연세대 교수) 신청 방법 기간 : 1차 3.14(목) ~ 3.28(목), 2차 3.21(목) ~ 4. 4(목)          3차 4. 4(목) ~ 4.18(목) 대상 : 일반인 200명(선착순 마감) 신청방법 : 홈페이지(www.leeum.or.kr)에서 접수 문의 : 02)2014-6900 2. 미디어 체험 프로그램 : Ready Action(레디 액션) 미장센의 '의도적으로 연출된 장면'을 관람객이 직접 구성해보는 시간으로 배경과 오브제를 선택하여 영화적 장면을 구성하고 자신의 이미지가 들어 간 영화 속 장면을 제작하여 대형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간 기간 : 기획전 기간 中 장소 : 리움 키즈 & 패밀리 워크샵 룸 대상 : 어린이와 일반 관람객 참가비 : 무료 3. 가족 워크숍 : 이야기 들려주는 금관 세계에 2개 밖에 없는 가야금관을 중심으로 가족이 함께 선조들의 역사, 문화 교류, 문학, 공예기법 등을 배우는 시간 기간 및 프로그램 구성 기간 : 3. 30(토) ~ 6. 2(일)(주말 10:00 ~ 12:30, 총 20회) 신청 : 3. 26(화) ~ 6. 2(일) 대상 : 회당 4가족 (3人가족 기준) 참가비 : 1가족 당 3만원(1인 추가 시 1만원 최대 4인) 구성 : 10:00 ~ 10:40 (40')   금속공예와 가야 금관 이야기          10:40 ~ 11:20 (40')   금은보화展 가족워크북 활동          11:20 ~ 12:30 (70')   '이야기 들려주는 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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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꿈을 묶다


김영섭展 / KIMYOUNGSUP / 金英燮 / installation 2013_0402 ▶ 2013_0630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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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_스케치
</dl>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91113f | 김영섭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07_일요일_07:00pm_B2 동그라미방 주최 / 서울특별시주관 / (재)서울문화재단(시민청) 관람시간 / 09:00am~09:00pm / 월요일 휴관 서울특별시 시민청SEOUL CITIZEN HALL서울 중구 세종대로 110 B1 소리갤러리Tel. +82.2.739.5811www.seoulcitizenshall.kr

사운드아트를 전문으로 전시하는 새로운 공간 '소리갤러리' ● 지난 1월, 개관한 시민청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1~2층에 조성되어 있는 시민소통문화공간이다. 시민청의 '청(聽)'자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에 새겨야 한다는 의미로, 관청 '청(廳)'자가 아닌 들을 '청(聽)'자를 사용한다. 지하 1층에는 기획전시실인 '시민청갤러리',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뜬구름 갤러리'와 '미디어월', 그리고 사운드 아트를 선보이는 '소리갤러리'를 만나볼 수 있다. <dl> <dt></dt>
김영섭_Inter-view 꿈을 묶다展_서울특별시 시민청_2013
</dl> 소리갤러리는 '경청'을 주제로 한 시민청의 상징성을 담아 '소리'를 전문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로 서울과 서울시민의 삶을 주제로 한 사운드 작품들을 기획하여 상시로 전시가 되는 공간이다. 소리갤러리의 작품들을 통해 시민청은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현대미술의 장르지만 미술계에서 10여 년 전부터 활성화되어 온 사운드아트를 시민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소리갤러리에서는 서라운드 레코딩 시스템(5.1채널)으로 수집한 소리 콘텐츠들을 12개의 스피커를 통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3개의 방으로 구성된 튜브형의 공간에는 각기 5개/5개/2개의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어 각 방에서 잠시 머물러 작품을 감상한 후 이동하면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dl> <dt></dt>
김영섭_Inter-view 꿈을 묶다_스피커 케이블, 스피커, 혼합재료_가변크기_2009
</dl> 오는 4월부터 3개월간 전시될 소리갤러리 상반기 기획전시는 김영섭 작가의 2009년 작품 'inter-view 꿈을 묶다'에서 시작되었다. 김영섭 작가는 기존 작품에서 2008년부터 서울시민들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딱 한 단어로 이야기 해주십시오.'라는 질문을 던지며 약 200여명의 서울시민에게 인터뷰한 내용을 화분형태의 오브제를 통해 가시화 시켰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전시 개막 전 시민청에서 같은 방식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채집하였다. 2008년과 2013년에 채집된 개개인의 꿈이나 소원은 수많은 단어로 공간내에서 울리게 되는데 관객들은 개개인의 꿈을 듣다보면 '가족', '행복', '직업', '돈' 등 유사한 단어들을 발견하면서 개인의 꿈은 서울이라는 도시사회의 제도나 문화에 영향을 받은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인의 품고 있는 꿈이나 소원은 그들의 정서나 문화현상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고 말한다. <dl> <dt></dt>
</dl>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 작업에서 개인의 꿈을 통해 서울이라는 특정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의 특성을 보다 세분화한다. 전시의 구성은 기간에 따라 크게 세 개의 파트(4월, 5월, 6월)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 파트에서는 시간의 변화를 통해 서울의 시간성을 들여다 볼 수 있다. 2008년과 2013년, 5년의 기간을 사이에 두고 채집된 시민 개개인의 꿈의 변화를 통해 도시서울의 환경적, 문화적 변화를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채집 대상의 변화를 통해 사회성을 살펴본다. 아이들이 품고 있는 '꿈'과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기대하는 '꿈'을 동시에 인터뷰 한 내용을 동시에 연출함으로써 아이와 부모의 가치관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문화나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변의 영향을 받아 사회성이 형성된 어른과 그에 비해 영향을 적게 받은 아이의 인터뷰를 통해 도시생활에 따른 사회성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두 번째 파트부터는 스피커 오브제가 마지막 공간에 설치되는데 자유롭게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꿈과 고정된 오브제를 통해 전달되는 부모들의 '꿈'을 동시에 들을 수 있다. 소리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오브제인 스피커는 부모들의 사회나 문화를 통해 형성되는 가치를 나타내는 사회적 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지막 파트는 꿈이라는 단어의 목적성에 대해 돌아보는 전시로 채집된 인터뷰 내용과 서울시 곳곳을 오가는 전철의 안내멘트를 연계한다. 꿈이란 개인의 인생 목표이자 목적을 반영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채집된 꿈들의 모호성을 통해 꿈이 목적성을 담고 있는지, 아니면 막연하게 다가오는 비목적성을 나타내는지 관객에게 되묻는다. 지하철의 안내멘트 중 목적지를 제외한 사운드는 바쁜 도시인들의 삶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또한, 전시 기간 중에는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연계프로그램도 함께 진행이 되는데,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소리'라는 소재로 설치작업을 하는 김영섭 작가의 작품들과 이번 소리갤러리 프로젝트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시민인터뷰 프로그램 '시민의 꿈을 듣다'는 개막 전과 전시 기간 중 총 7회 진행되며, 관객의 대답은 작품으로 구현되어 소리갤러리에 전시된다. ■ 이화정 ■ 부대행사○ 작가와의 대화'소리'라는 소재로 설치작업을 하는 김영섭 작가의 작업들과 이번 소리갤러리 프로젝트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리!- 대상 : '사운드 아트'가 궁금하신 모든 시민- 일시 : 04.07(일), 05.07(화)- 시간 : 오후 7시~8시 30분- 장소 : 시민청 지하 2층, 동그라미방 ○ 시민인터뷰 '시민의 꿈을 듣다'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서울시민들의 목소리가 작품으로 구현됩니다.- 대상 : 작품에 참여하고 싶으신 모든 시민 (* 4월은 아이와 부모)- 일시 및 장소   03.26(화) / 03.29(금) - 워크숍룸   03.30(토) - 동그라미방   04.07(일) / 04.26(금) - 바스락홀   05.07(화) / 05.16(목) - 바스락홀- 시간 : 오후 1시~5시 ---

김춘재展 / KIMCHOONJAE / 金春載 / painting 2013_0402 ▶ 2013_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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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재_낮 Scape_캔버스에 유채_194×130.3cm_2013
</dl>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1112i | 김춘재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12:00am 갤러리 현대_윈도우 갤러리GALLERY HYUNDAI WINDOW GALLERY서울 종로구 사간동 80번지Tel. +82.2.2287.3500www.galleryhyundai.com

세계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의 불완전한 감각과 인식이 억지로 원인과 결과를 나누어 사건과 사고를 구성시킬 뿐, 본질은 空하다. 우리는 환경을 선택적으로 구성시키는 것에 익숙하다. 너른 땅이 있으면 집을 짓고, 밭을 만들고 길을 만들어 거주지로서의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환경이 확장되면서 도시가 만들어지고 국가가 된다. 우리는 이렇게 '세계'를 구축시켰고 이것이 일상이 되었다. <dl> <dt></dt>
김춘재_밤 Platon's cave_캔버스에 유채_194×130.3cm_2013
</dl> 집 앞에는 길이 있고, 옆집이 있으며, 약간 기울어진 전봇대와 그 옆에 주차된 자동차, 하수구, 부스러진 계단, 아스팔트, 가로수, 높은 빌딩, 버스, 고가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지나치는 주변은 모두 우리의 편의가 만들어낸 콜라주이다. 나는 거꾸로 풀어보려 했다. 이미지들은 내가 지나쳤던 사물들이다. 각각 시간과 공간이 다른 것들이 하나의 공간에 콜라주 되었고, 이것은 나의 개념이 주관적인 취향에 따라 무작위로 구성한 '세계'이다. ■ 김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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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심리적 공간


조미영展 / CHOMIYOUNG / 趙美英 / installation   2013_0402 ▶ 2013_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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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_심리적 풍경-시영아파트_폼보드, 재활용 상자 종이_가변설치, 90×350×18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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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30915a | 조미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02_화요일_05:00pm
송파구 전시지원 작가공모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예송미술관 서울 송파구 삼전동 62-2번지(백제고분로 242) 송파구민회관 1층 Tel. +82.2.2147.2800 culture.songpa.go.kr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지도 ● 같은 높이로 공간에 둥 떠 있는 섬들, 그리고 도시 구조물들이 이루는 풍경은 정확한 반영 상을 수평면 아래에 드리운다. 고요한 수면에 비치는 풍경의 투영물로 보이지만, 상층부의 구체적 현실과 짝패를 이루는 실재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섬이나 도시를 참조하여 만든 인공 구조물들의 실제 그림자는 따로 존재한다. 그곳은 '그림자'가 또 다른 그림자를 낳는 거듭되는 반사의 공간이다. 풍경화 된 구조물이 떠있는 장소에 들어선 관객은 투명한 반사면으로 가정되어 있는 수평선 아래의 공간에 몸을 담그는 셈이 된다. 정신분석학 등에서 보편화된 심리적 지형도에서, 하부의 공간은 무의식의 영역이다. 그래서 풍경은 동시에 심리적 공간이 된다.『섬-심리적 공간』이라는 부제로 열리는 조미영의 전시는 한 공간에 여러 차원을 동시에 배열한다. 수평선 위에서 돌덩이처럼 흩어져 있는 작은 대륙들은 그 아래에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그 핵심부에서 분출되는 힘을 매개할 것이다. ● 수평면 위에서도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대상들은 시점에 따라 일렬을 이룬다. 흩어짐과 정렬이라는 양가적 구조와 형태는 무질서와 질서, 무의미와 의미라는 개념 쌍을 파생시킨다. 작가가 심리적 공간으로서의 섬을 발견한 것은 대학생 때 MT에 가서 잘못 내린 섬에서 비롯되었다. 작은 섬의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그녀는 '지구는 정말 둥글구나'를 새삼 느꼈다. 계획에 없이 불시착한 그 장소는 세상의 중심이 되었고, 어린 왕자의 행성 같은 장소가 되었다. 섬과 하나가 된 그녀는 그것을 둘러싼 거대한 우주와도 하나가 된 신비한 체험을 한다. 세상이 확 열린 듯한 이 순간은 작가에게만 일어난 심리적 사건이며, 잊혀지지 않을 현존의 체험이다. 이후 번잡한 지금 여기의 현실을 벗어나, 자신이 비롯된 원초적 시공으로 되돌아가려는 욕망은 작업을 추동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흩어진 섬들은 각 개인을 상징하고, 아래의 반영상은 의식이라는 상부구조를 떠받치는 무의식이며, 궁극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 존재들은 현실계, 또는 집단 무의식 같은 비유로 확장된다. ● 섬이 심리적 공간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작업의 시초가 되었던 것이 공간에 글자를 이루는 여러 획들을 배치하여, 어느 각도에서 보면 하나의 단어를 이루게 했던 이전의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꿈」(2008년 처음 제작)이었지만 점차「삶」,「길」,「섬」등의 언어-사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언어적 요소가 약화되고 사물 그자체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개념을 이루는 추상적 구조는 사물의 형상을 취하면서 심리적인 공간으로 변모했다. 무의미하게 흩어져 있는 사물들이 어느 시점에서 의미로 변하는 순간을 섬에 다가가는 실제의 체험--섬은 멀리서 보면 일렬로 존재하는 듯이 보이지만, 다가가면 여러 지점들로 흩어진다--과 중첩시킨 것이다. 글자작업은 스티로폼에 아크릴 칼라를 입혔지만, 섬과 도시 풍경의 외피는 버려진 종이박스의 박피로 이루어져 있다. 언어/추상은 사물/구체로 변모하면서 야생적인 느낌이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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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_심리적 풍경-시영아파트_폼보드, 재활용 상자 종이_가변설치, 90×350×18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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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폐기물에 남아있는 시간의 흔적은 박스에 있는 4-5계열의 단촐한 색조의 변주를 보여주면서 취약한 스티로폼 몸체를 뒤덮는다. 그것은 서로 다른 이질적 재료가 접 붙은 것이지만, 마치 화장안한 맨얼굴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조미영의 작품에서 새로운 실체는 이접의 산물이다. 본질과 접 붙은 반사상조차도 이질적이다. 대칭이 아닌 반전상이기에, 같은 형태를 똑같이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거울상처럼 닮았으면서도 약간 다를 수밖에 없는 반전상은 동일자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끌어들이는 시뮬라크르이다. 건물이나 섬 같은 구조를 그 반전상과 더불어 정교하게 재현한 것들은 육중해 보이는 외관에 비해 가볍다. 마치 얼음이나 바위조각 등으로 이루어진 토성의 고리들처럼, 기기묘묘한 입자들은 얇은 띠를 이루는 부유물처럼 미지의 중심을 향해 공전하는 듯하다. ● 풍경은 안정된 수평면을 가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느 시점에서만 달성되는 것이며, 한곳에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헤집고 다닐 관객에게,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덩어리들은 공중에 붕 띄워진 어지러운 부유물로 다가온다. 조미영의 작품은 섬이고 도시 풍경이고 안정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그녀의 작품이 물리적이면서도 심리적이기 때문이다.「시영아파트-심리적 풍경」은 작가가 유년기를 보냈던 실제 공간을 모델로 했지만, 재건축으로 곧 사라질 것이다. 청년기에 강렬한 현존의 체험을 안겨주었던 섬 역시 사실적 지형은 아니다. 세 공간으로 나뉘어 설치된 작품에서, 섬은 물론 도시도 실재하지 않는 풍경이다. 도시풍경의 경우 스카이라인은 더욱 불안정한데, 도시에 가정된 수평면은 홍수 같은 재난 상황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실제로 아파트 1층에 살던 어린 시절 스티로폼 둥둥 떠다니는 홍수를 경험했고, 지금도 물이 새는 작업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 도시는 물 근처에 세워지지만, 제어되지 않는 물은 재난이다. 물론 이렇게 계획에 없던 것들은 모든 것이 소수의 이익을 향해 체계화되고 있는 억압적 질서로부터 탈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식의 토대를 이루는 무의식 또한 마찬가지다. 유토피아 섬은 물론, 유토피아적 비전으로 구축된 근대도시 역시 폐허와 멀지 않다. 도시 구조물 역시 섬처럼 고립된 인간을 상징한다. 복잡한 각을 가진 크고 작은 덩어리들은 군체를 이루며, 어느 순간 조화로운 우주로 질서화 된다. 마찬가지로 하나씩 만들어진 작품들은 어느 날 한데 모여서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그러나 고립은 연결의 선재 조건이다. 고립은 연결을 요구하고, 연결은 다시 고립을 요구한다. 하나의 소우주 같은 자족성을 지니는 섬이나 집은 고립된 공간이기도 하다. 근대에 강화된 공적/사적 영역의 대립은 양 영역 모두를 소외시켰다. 특히 출산과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에게 이 재생산 과정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어느 중요한 시기에 모든 공적 영역에서 물러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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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_섬-심리적 공간_폼보드, 재활용 상자 종이_가변설치, 500×800×200cm_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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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노동이 아니면 살기 힘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도 이 그림자 영역으로 후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공적 영역에서 투명인간이 되다시피 한 그녀들은 사적 영역에 보호/유폐되곤 한다. 첫 개인전 이후 근 10년 만에 열리는 이 전시는 작업실이라는 그녀만의 작은 성소에서 제의처럼 수행해왔던 수년간의 작업들을 공적인 무대에 올리는 기회이다. 그것은 단지 제도화된 예술 활동의 재개라기보다는, 그녀로서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작업이다. 물론 잃어버린 시간 되찾기는 특정 과거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펠릭스 가타리가『기계적 무의식』에서,『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프루스트의 예를 들 듯, '찾기'는 과거에로가 아니라, 창조적 행위 속에서 미래를 구축하고 증식하는 방향으로 향한다. 주체는 자신의 과거와 관련하여 수동적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틈새와 균열 같은 불연속적 공간은 조화로운 연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창안을 도모하는 작가의 제 1 관심사가 되었다. 섬 자체가 육지와 떨어져 있는 불연속적 공간으로, 그것은 고립무원이자 자기 보호적인 공간이다. 그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집인데, 우리는 집에서도 섬과 같은 상반된 감정을 경험한다. 사방이 물에 에워싸인 섬은 모태 속의 태아 같은 상태는 잃어버린 낙원이자, 토마스 모어가 그린 유토피아처럼 어디에도 없는 섬이다. 그 섬은 시간 밖에 존재한다. 그것은 '무의식처럼 시간으로부터 벗어나' (프로이트) 있다. 조미영은 이 모호한 공간을 현실화하고 심지어는 그 그림자마저도 실체화한다. 이중의 환영은 이중부정의 어법이 긍정이 되듯이 그렇게 관객들 앞에 현존한다. 공적/사적 영역을 양극화한 근대에 가정이나 작업실은 그림자 노동(shadow work)이 일어나는 사(私)영역이 되어왔다. 그것들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상시화 된 무임금 노동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억압적 공간이다. 여성의 영역인 집은 여성이자 작가들에게는 결코 평온한 안식처가 아니다. ● 심리적 공간의 가시화로서의 조미영의 작업은 그림자, 곧 '사람들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 (융)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그것은 의식 하부의 어두운 영역을 아우른다. 정신분석은 이미지에 무의식의 내용들이 표현된다고 말한다. '이미지는 정신적 상황 전체에 대한 응축된 표현' (융)이다. 조미영의 작품은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는 하나의 덩어리로서 나타나는데, 그것은 상/하의 관계 뿐 아니라, 도시/자연의 관계에도 해당된다. 양자의 관계는 매우 불안정하여, 안정감은 어느 순간에만 이루어지는 절묘한 균형으로 이루어진다. 조미영의 작품에서 집이나 섬은 단지 어떤 경험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원형적 상징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최근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것들은 융의 저작들'이라고 말한다. '융에 의하면 한사람은 섬처럼 홀로 독립되어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심연 어딘가에 단단히 연결되어 공통의 무의식을 기반 위에 살아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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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_섬-심리적 공간_폼보드, 재활용 상자 종이_가변설치, 500×800×200cm_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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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사상은 의식 속에서는 분리되어 있는 것들이 무의식 속에서는 융합되어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으며, 삶과 예술 사이에 심연처럼 드리워진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기 위한 작가의 노력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예술가의 영원한 과제란 일상인들에게는 꿈처럼 희미해진 어떤 영역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명하는 것 아닌가. 상하 반전상이 하나로 되어 있으며 흩어진 그것들이 어느 시점에서 조화로운 하나가 되는 작품들은 무의식의 세계를 그림자화 하거나 묻어버리지 않고 의식의 세계와 평행하게 존재하게 한다. 양자는 동일한 비중을 가지고 팽팽하게 공존한다. 융의 가설이 적용된 이 '심리적 공간'은 분열과 갈등보다는 화해와 조화가 두드러진다. 작품들 각각은 이렇게 하나 된 힘으로 되찾은 시간들이 응집된 산물이다. 그러나 조미영의 작품에서 조화와 화해만을 보는 것도 일면적이다. 그것은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계층적 구조, 그리고 하부 구조에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욕망이나 원형이 자연스럽게 표상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 실제로 조미영의 작품에서, 하부의 형태는 상부와 유사한 것이지 똑같은 것이 아니다. 물론 전혀 이질적인 것도 아니다. 양자는 표상이 아니라 상응 관계, 선후가 아니라 평행관계를 이룬다. 현대 예술은 그 출발부터 표상적 세계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을 지속 해왔다. 심리학도 마찬가지이다. 가타리는 들뢰즈와의 공저『카오스모제』에서 고전적 정신분석은 처음 생겨날 때 지녔던 들끓는 풍요로움을 잃어버리고 자아분석, 사회적응 혹은 기표적 질서에의 순응에 다시 초점을 맞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것은 요즘 우리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힐링' 열풍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예술이 단순한 불화가 아닌 것처럼, 화해도 아니다. 무엇보다 예술은 치유의 출발이 될 정상상태가 어떤 것인지 확실치 않다. 거기에는 복귀해야할 원형이 부재하다. 복귀란 시간적, 공간적 선후관계를 전제한다. 그것은 재현주의의 전형적 가정이다. ● 라깡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정신분석학은 재현주의에 근거하는 계층적 질서 대신에, 무의식이나 의식처럼 서로 구별되는 계(order)들이 매듭처럼 한데 얽혀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새로운 모델에서 어떤 관계망은 유지되지만, 방점은 심층에서 표면으로 이동된다. 상부구조와 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하부구조를 가지는 조미영의 작품은 융이나 프로이트의 심층적 모델 대신에, 라깡의 표층 모델로 이동시킨다. 그것은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배후의 실체를 가정함 없이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말하는 듯하다. 거기에는 표상적 행위에 의해 드러나야 할 숨겨진 부분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하나가 풀리면 다른 것도 자동적으로 풀리는 매듭(고리)처럼 팽팽한 긴장관계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페터 비트머는 라깡의 해설서『욕망의 전복』에서, 주체는 실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조미영의 작품에서 섬이나 집은 든든한 하부구조를 가지는 실체적 존재로 다가오며, 원형이나 집단 무의식 같은 상징을 실재화 하는 고전적 정신분석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 그러나 그녀의 작품에서 조화로운 연속성은 어느 한 시점에서만 달성될 뿐이다. 가까이 갈수록 불연속성은 두드러진다. 오히려 불연속성이 더욱 상시적이다. 개별 형태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관계망이 중시되는 설치작품에서 대상들 간의 간극은 더욱 각별하다. 현대의 정신분석자 라깡도 주체를 빈 곳, 실재 속에 있는 불연속으로 파악한다. 이 부재의 장소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항상 아직 실현되지 않은 어떤 것이다. 따라서 주체는 되어감과 관련된다. 고전적인 정신분석에서 가정된 계층화된 세 질서-상징계/상상계/현실계라는 라깡의 구조는 초자아/자아/무의식이라는 계층을 떠오르게 한다-구조는 이제 주체라는 장에서 함께 모여 작용한다. 그것들은 자신들의 이질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주체의 장에서 서로 만난다. 주체의 내부와 외부가 서로 분리될 수 없게 묶여 있다는 것, 외부는 내부의 외부이며, 다시 내부는 외부의 내부라는 사실은 이 세 질서들이 서로 결속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욕망의 전복』에 의하면, 라깡은 세 가지 질서가 서로 얽혀있음을 매듭의 모델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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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_섬-심리적 공간_폼보드, 재활용 상자 종이_가변설치, 400×700×200cm_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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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 주체의 모습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위상학이다. 라깡에게 무의식은 저 깊숙한 안쪽에 은폐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도 외부도 없는 구조이다. 그것은 심층의 질서를 재현하는 기하학적 모델이 아니라, 점차 표면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와 조응하는 보다 유연한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내부와 외부의 이원론은 해체된다. 그러나 매듭이라는 상징적 구조화마저도 극복하려는 새로운 정신분석학의 흐름은 어떤 선험적 해석을 불러올 수학적 요소나 보편적인 상(imago)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흐름의 대표자인 펠릭스 가타리는『기계적 무의식』에서, 주체성이란 초월적 형식체계나 상징체계와는 관계없으며, 그것은 원형적이지도 구조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않다고 말한다. 이제 무의식은 억압된 것의 저장소라거나 상징의 장소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된다. ● 그것은 은폐되어 있는 깊숙한 장소, 또는 머나먼 옛 시절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새로이 건설되고 창안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구조가 아니라, 지도이다. 특정 장소를 찾기 위해서는 위성항법 장치가 요구될 법한 조미영의 작품 속 섬이나 도시 역시 구조보다는 지도와 더 비교될 수 있다. 이 때 지도는 가타리가 말하듯이 모든 차원으로 개방될 수 있고, 또 찢길 수도 있으며, 모든 종류의 몽타주에 적용될 수도 있다. 수평으로, 또는 비스듬하게 이질적인 것들이 접속하며 리좀처럼 나아가는 도시풍경에서 기계적 무의식은 선명하다. 가타리에 의하면 무의식이란 우리 주위의 어디에나, 즉 몸짓에도 일상적 대상에도 우리에게 붙어 다니는 어떤 것이다. 그에 의하면 무의식은 미래로 향한 채 가능성 자체, 언어에서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피부, 사회체, 우주 등에서의 가능성을 자신의 핵심으로 지닌다. 욕망은 결코 미분화된, 비-사회적, 비-정치적 흐름이 아니다. ● 반대로 가장 간략한, 가장 덜 분화된 행동이 외관상 가장 잘 가공된, 가장 의식적인 배치에서 생길 수 있다. 조미영의 작품은 융으로부터 출발(의식)은 하였지만, 작품이 도달(무의식)한 곳은 융이 아니다. 현대도시가 그러하듯이 그것은 어떤 이질적인 구성요소의 집합이며, 이질적인 것들 간의 횡단과 이행이 중시된다. 요컨대 조미영의 작품은 태고의 아득한 신화적 주체가 아니라, '기계적 무의식'에 의해 작동되는 현대적 주체의 모습에 더욱 가깝다. 그것은 새로운 주체성을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배치를 구성해 나간다.『기계적 무의식』에 의하면 배치는 우연이나 보편적인 공리계에 굴복하지 않는다. 욕망은 폐쇄되고 추상적인 구조에 영구적으로 의존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고유한 활동에 맞게 인간생활과 사회생활을 기초지우는 것에 있다. 어떤 공통성을 지닌 기호들, 계열 체의 요소들로 이루어진 조미영의 작품에서 배치란 코드와 영토에 고정되지 않은 흐름들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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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_섬-심리적 공간_폼보드, 재활용 상자 종이_가변설치, 400×700×200cm_2011~2
</dl> Maps to Search for Los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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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


rawart project展 2013_0330 ▶ 2013_0411



 

초대일시 / 2013_0330_토요일_05:00pm

공연 / 2013_0330_토요일_06:00pm, 2013_0406_토요일_06:00pm

참여작가작가 / 강희영_김우진_손민지_임지민뮤지션 / 5D SOUND_Clinch_빨간의자_호소

후원 / 서울문화재단_마포문화재단협찬 / 제이드주최 / 아트페이_로우로우기획 / 아트페이

관람료 / 자율기부입장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01:00pm~09:00pm

 

알 센터R CENTER서울 마포구 창전동 436-24번지 2층Tel. +82.2.518.2891www.rawrow.com


 

봄이 태동하는 3월이면 그간 추웠던 계절을 아쉬움 없이 손 흔들지만, 곧 또다시 그리워하고 만다. 뒤돌아보지 않을 것만 같던 것들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날것(raw)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 나아가 본질(rawart)은 핵심을 이야기하기보다 모든 것을 아우른다. 「rawart: raw와 art의 합성어로 형용사 raw의 가공되지 않은, 날것과 art가 합쳐져 본질을 이야기 하고자 함.」

 

손민지_붉은바다거북 1_캔버스에 바느질, 혼합재료_91×91cm_2011
손민지_붉은바다거북 2_캔버스에 바느질, 혼합재료_91×91cm_2011
손민지_칠엽수_삼베에 바느질,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손민지는 바느질을 매체로 작업을 한다. 바느질은 찢기고 뜯어진, 상처를 봉합하는 치유의 행위로 결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작가는 바늘과 실을 이용해 글을 새기고 그림을 그리며 조각난 면을 잇기도 한다. 조용한 퍼포먼스, 치유의 행위, 부분을 메우는 행위는 지혜롭다. 아름답다,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강희영_흑경정물화_거울에 유채_60×90cm_2013
강희영_Colorful secret_거울에 유채_60×180cm_2012

 

거울은 현실을 직접 비추는 물체이면서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내러티브로 재해석하는 매개이다. 강희영의 거울위에 그린 그림은 틈사이로 비춰지는 자신 혹은 관람자로 하여금 비로소 완성된다. 그림 안에 사용된 오브제에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자아와 정체성 앞에 인간관계의 성찰과 비판을 거울을 통해서 보게 한다. 자신을 들여다보기에는 거울 틈사이의 외곡 된 모습이 더욱 명확하지 않나 싶다.

 

임지민_주목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11
임지민_졸업_캔버스에 유채_130.3×89.4cm_2012
임지민_쌍둥이_캔버스에 유채_116.8×80.3cm_2012

 

심난한 듯 새벽녘까지 방 정리를 하다 우연히 찾아든 사진 한 장에 사진첩을 들여다보게 된다. 두껍고 무거운 오래된 사진첩의 첫 장을 넘기면 가족사진이 나온다. 무언지 모를 기분을 느낀다. 누렇게 변한 오래된 사진에는 따뜻함과 낯섬이 공존한다. 당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사진 한 장을 부탁한다. 타인은 사진 한 장을 남겨두고 사라진다. 그래서 그랬을까 임지민은 사진 속 인물들과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무작정 그리기 시작한다. 가족사진을 비롯해 지인의 모습과 장면들은 기초 소스가 되고, 어느 순간 당연하다고 여겼던 장면들이 작가에게 부자연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김우진_Shark_버려진 플라스틱 의자_92×272×160cm_2013
김우진_Zebra_버려진 플라스틱 의자_170×163×50cm_2013

 

김우진은 만약 사물이 감정을 갖는다면 버려진 것에는 분노와 복수심에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격정적인 감정에 의해 부서지고 파손된 사물들을 세상과 소통을 원한다. 버려진 것에 또 다른 기회를 부여하고 동시에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여 의미를 갖는다.

 

호소(인디뮤지션)
빨간의자(인디뮤지션)
Clinch(인디뮤지션)
5D Sound(인디뮤지션)

 

바느질, 거울, 가족사진, 버려진 물건에는 굳이 연결고리가 없다. 그 자체만으로는 물체, 행위에 불가하다. 그럼 이 작업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매체를 자신으로 삼아 내보이기 위한 내면의 태동은 아닐까. 익지 않은 날것 정도, 봄맞이 기다림 쯤, 그래서 더 순수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 소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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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선 Flowing Eyes


하이경展 / HI,KYOUNG / 河利炅 / painting 2013_0329 ▶ 2013_0428 / 일,공휴일 휴관


하이경_흐르는 시선 Flowing eyes_캔버스에 유채_91×116.7cm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215b | 하이경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329_금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기획 / 스페이스 오뉴월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오뉴월Space O'NewWall서울 성북구 선잠로 12-6(성북동 52번지)Tel. 070.4401.6741www.onewwall.com


 

19세기 파리의 도심에서 보들레르는 산책자를 발견한다. 산책자는 산업화 시대의 부산물인 군중에게 매혹당한 집단의 일원인 동시에 그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양면적 존재다. 흰 연기를 뿜는 기차와 거대한 역사(驛舍)가 대도시적 삶을 경험한 군중을 쏟아놓을 때, 이들 산책자는 쇼핑 아케이드에서 피어오르는 먼지 냄새를 맡고 목로주점에서 매춘부와 도박꾼이 나누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모든 견고한 것이 세속 도시의 공기에 녹아버리는 인상을 화폭에 옮겼다. 산책자의 개념을 처음 묘사한 보들레르의 에세이(『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Le Peintre de la vie Moderne』) 이후, 화가들은 현대적 도시 공간의 충실한 목격자였다.

 

하이경_돌아가는 길 Way back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2012
하이경_느리게 걷다#2 Walking Slowly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12

 

도시 풍경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하이경은 그 선배들을 잇는다. 텅 빈 거리, 가로등 켜진 주차장, 비 내린 언덕길, 가로수 그림자가 드리운 보도, 허공을 가로지르는 전깃줄 등 그녀가 포착하는 모든 장면은 산책자로서 작가가 스쳐 지나간 거대 도시의 한 부분이자 일면이다. 그의 화폭에서 현대적 군중은 모습을 보이지 않거나 흔적만을 남겨놓는다. 하이경의 조경(造景)과 건물 벽, 보도 등은 산책자의 시선이 머문 곳이되 어떤 의미도 거부하는 대상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성당과 종탑이 주제로서 비중을 잃고 단지 빛의 효과와 실험 대상일 뿐이었듯 말이다. 하이경이 그린 도시적 사물은 현장부재증명, 즉 알리바이다. 더욱이 화면을 덮고 있는 사선의 필터는 풍경을 직접 제시하지 않으려는 듯 거리를 유발하고 한편으로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 자신과 화면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경_여기까지만... Until now..._캔버스에 유채_80.3×116.7cm_2012
하이경_맑은 흐림 Clear, but cloudy_캔버스에 유채_80.3×116.7cm_2012

 

이러한 분리와 거리의 구도는 초기작에서 두드러진다. '베란다 풍경'에서는 마주한 아파트 건물에 부딪치고 가로막히는 시점, 문을 향해 곱게 놓인 구두와 외출복 등을 그린 바 있다. 하지만 작가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수록 베란다 시점의 아파트 건물 모듈은 보도블록, 카페 건물 마감재의 모듈로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한다. 정면만 남은 꽉 막힌 화면, 혹은 뻗어있지만 굽은 보도, 어두운 밤 홀로 켜진 가로등이 비추는 나무 등으로 시선이 옮겨가면서 이제 이 모듈은 점점 불규칙해지며 형체를 잃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고요한 도심의 사물 모두가 흔들리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 뒤흔드는 '흐르는 시선'에 당도한다.

 

하이경_겨울 빛 Light of winter_캔버스에 유채_80×80cm_2013
하이경_잠시 서다 Stand for a moment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2

 

하이경의 작업은 최근작일수록 고요하고 어둡다. 하지만 놀랍게도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진동이 느껴진다. 이는 또 다른 알리바이일까? 흘러넘치는 에너지가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작품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맞닥뜨린 언덕은 수고로 다가오지만, 언덕을 적신 빗물이 반사하는 가로등의 반짝이는 불빛은 그 수고를 기쁨으로 바꾼다. 잠시 서서 바라보는 경복궁 옆 돌담은 너무 높아 답답하다. 하지만 굽은 길을 통해 길이 끝나지 않음을, 또 다른 길이 있음을 내보인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의 그림자와 보도블록에 어른거리는 빛은 곧 틔워낼 새잎을 기대하게 만든다. ● 식민지 수도 경성에서 구보 씨는 하루 동안의 배회를 끝내며 "이제 나는 생활을 가지리라… 참말 좋은 소설을 쓰리라"고 독백한다. 목적도 없고, 나섰던 문으로 다시 돌아올 뿐일지라도,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길을 떠나기 전과 달라졌음을 깨닫는 것이다. ■ 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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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ing landscape












류인수展 / RYUINSU / 柳印洙 / photography 2013_0403 ▶ 2013_0409







류인수_Inquiry 001_잉크젯 프린트_43×100cm






초대일시 / 2013_0403_수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3층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풍경의 포괄적 의미는 그 대상에 따라 다양하지만 그 대표성은 단연 '자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연이야 말로 풍경을 말할때 그 순수성을 담보로 하는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자 예술의 영원한 소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경은 그 대상을 자연에 머무르지 않게하고 다양하게 확장하고 스스로 그 영역을 넓혀간다. 도시풍경, 내면 풍경, 심상풍경 등 추상의 영역에서도 풍경은 만족하지 않고 사진과 회화 그리고 시적 영역까지도 그 범위를 국한 시키지 않는다. 류인수의 도시 풍경은 도시와 변두리를 아우르는 풍경의 소재들을 회화같이 그린다. 카메라로 그린 풍경이 사실적인 것은 당연할 텐데 그의 카메라로 만들어진 도시 풍경은 마치 칠판을 지우개로 지운 듯 파편적 이미지들이 안개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도시풍경이 새롭지 않다는 것은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을테지만 뿌연 안개와 변두리의 풍경이 센티멘탈 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 일반적 상상에서 벗어나 그가 보여주는 독특한 방법론이 목격된다. 이것은 도시가 움직임을 잃은 시간대를 통해 정지되고 가려진 풍경을 탐색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드러나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을 찾아내거나 밝히기 위하여 살피거나 찾는 일을 탐색이라고 한다면 궁극적으로 뿌연 도시에서 찾으려고 했던 작가만의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류인수_Inquiry #003_잉크젯 프린트_120×160cm
류인수_Inquiry #004_잉크젯 프린트_120×160cm

공사 현장에서 포크레인에게 살아 남은 소나무 두 그루는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며, 경계를 알 수 없는 바위와 자갈 모래와 먼지들이 크기별로 서로의 발언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희미하게 서있는 알 수 없는 구조물, 페허에 버려진 탈색된 쓰레기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힘만 남아 그 숨소리만 들리는 듯 하다. 작가만의 대상은 이렇듯 답답하고 알 수 없는 호흡으로 일관한다. 현대인의 삶이 그러하듯 류인수 자신도 거대 도시 서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시각적으로 성토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공사 현장을 가리는 거대한 벽은 울창한 산림으로 출력되어 그속의 안개와 풍경을 가로 막고 덤프트럭만 지나갈 수 있는 문만 열어 놓고 있는 작품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한강의 수영장은 그 지점을 알 수 없고 경기장을 추측하는 구조물도 그 형태가 모호하다. 작가가 이를 바라보는 풍경과 내면 세계가 만나는 지점, 이런 설명하기 어려운 피사체의 구체성과 관련이 있는 것은 사진의 기록성과 리얼리티가 작가의 발언으로 위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 표현의 방법으로 찾아 나선 탐색이 안개와 더불어 시각적 일관성을 이루며 그 목표가 오히려 더 선명해진 일종의 반 풍경이 되어 버렸다. 작가의 이러한 탐색은 소위 말하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1864~1946)의 이퀴블란트(Equilibrant)와도 맥락이 닿는다고 할 수 있다. 소위 심상적 풍경이라고 말했던 회화주의 사진의 저항을 대표하는 작품이 그의 탐색풍경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등가'일 것이다. 등가는 풍경이 자연의 기록에서 벗어나 작가의 눈의 비친 인식과 진정성에 관한 문제이다.
류인수_Inquiry #005_잉크젯 프린트_120×160cm
류인수_Inquiry #006_잉크젯 프린트_120×160cm

그렇다면 류인수의 탐색 풍경은 대상의 어떤면이 작가의 인식과 닿아 있다는 말인가? 작가는 스스로의 현실을 풍경에 담고 싶다고 말한다. 아니 녹아서 담겨져서 어쩔 수 없이 넘쳐나는 일종의 질문에 가까운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말한다. 쥐어 짜서 나올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대안을 찾아서 새벽을 달리며 바라 본 도시의 풍경이 자신과의 등가를 이룬다는 것이다. 안개는 일종의 자기 표현이자 드러나지 않고 선명하지 않은 자신의 미래를 상징한다. 미래를 들려다 보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탐색을 통해 단서를 찾으려 하는 쉽지 않은 현실 세계를 보여준다. ● 안개의 등장은 진부한 살롱사진에서 보여 준 자연대상의 유미주의적 사진과는 대조를 이룬다. 왜냐하면 안개는 자연 발생적이며 자연 현상의 하나 이기에 그것이 주는 인위적 분위기는 없지만 늘 보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활동이 없는 도시, 드러나지 않은 풍경, 명확하지 않은 사물과 원경 등은 아무리 대형 카메라로도 그 결과물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안개를 찍으려면 작가의 의도와 관점이 없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개 낀 날 소 찾듯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는 사실은 작품의 여러 군데에서 포착된다. 도시의 폐허에서 작가가 직면한 현실의 흔적들은 여러 사연을 숨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듯 하고, 선명도가 관건인 풍경사진이 안개와 만나는 이상한 행동과 더불어 탐색의 범위를 도시의 변두리로 한정 시키는 이유도 그것 일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는 공간적 단서를 제시하지 않는다. 선명하게 찍히는 대형카메라와 지표면 가까이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뿌옇게 떠있는 현상 뒤의 풍경을 탐색하는 것 자체가 언뜻보면 이치에 맞질 않기 때문이다. 광선의 양이나 성질만 추측할 수 있을 뿐, 장소성은 베일에 싸여 있다. 스스로 만든 이 장막은 작가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나간 시점만 암시할 뿐 그의 사진에서는 비밀스러운 장소로 변해있다. 그가 빨려 들어가려했던 공간적 꿈은 현실과 닿아 있는 안개속의 지평선처럼 그 경계가 모호하다.
류인수_Inquiry #008_잉크젯 프린트_120×160cm

작가가 숨기려고했던 연막은 자신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같은 현실을 바라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막을 통해 현실이 부정되거나 억지로라도 밝은 미래를 꿈꾸려 노력한다. 밝은 미래의 암시는 장막을 걷는 것이지만 찍혀진 풍경은 장막속에서 조차도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가 감추려 했거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구체적 대상은 그가 처해진 여러가지 현실을 반영한다. 희미하고 불 확실한 미래와 불안 그리고 잃어버린 방향성을 사진에 반영 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이 그저 일반적인 유미주의적 사진과 변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랏사이(Brassai 1899~1984)의 밤의 파리가 고감도 필름이 찾아낸 빛 아래의 피사체라면 류인수의 탐색 풍경은 그 빛을 감추는 작업이자 물방울 지우개로 자신의 현실을 지워서 숨기려는 '은폐'이자 탐색을 통해 가리어 숨기려는 '엄폐'이다. ■ 구성수
류인수_Inquiry #011_잉크젯 프린트_120×160cm






The interpre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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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ll among the memories










이지연展 / LEEJIYEON / 李知娟 / painting 2013_0322 ▶ 2013_0422 / 일요일 휴관






이지연_공간을 헤매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라인테이프_116.5×91cm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606g | 이지연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328_일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폼 GALLERY FORM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520번지 롯데갤러리움 E동 3층 Tel. +82.51.747.5301 www.galleryform.com






이지연 작가의『stroll among the memories(기억 속을 거닐다)』展은 작가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던 기존의 작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작업들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기존에 작가가 개인적으로 '기억을 끌어낸 공간'에 대한 작업을 해왔었는데 그러다보니 점차 순수하게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지연_공간을 헤매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라인테이프_116.5×91cm_2013

그동안 기억의 단상을 직접적으로 옮겨왔던 기존 작업방식에 그치지 않고,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상상하던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접근을 통해 만들어낸 이미지 작업들까지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실제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이미지로 해석하고, 심리적으로 느끼는 바를 다시 시각화하고 관객들도 함께 전시를 통해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지연_Exploration of Spac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라인테이프_40.9×60.6cm_2012

작가는 이렇게 작품으로써 무언가를 관객들이 체험하고 나누어 가지길 바란다. 이 무언가가 우리에게 전달되면서 어쩌면 형식상 단순한 공간이미지로만 보일 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다할지라도 궁극적으로 기억 속 그리움으로서의 공간을 넘어 그 공간이미지는 또 다른 무엇으로 바꾸어 자유롭게 설명되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 속 공간이미지들을 관람자와 작품이 만나는 갤러리라는 공적 공간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작가가 상상하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시간성을 가지게 된다. 그와 동시에 작품자체에서 연상하게 되는 둘러싼 공간마저 유동적으로 계속 변화시키며 시공간의 초현실적 경험을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선사할 것이다.
이지연_Exploration of Spac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라인테이프_33×77cm_2012

사실 미술작품의 사회적 역할이 단순히 작가의 일방향적인 생산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주어진 작품을 통해 최대한 다양하게 시간, 공간, 이미지의 결합을 유도하여, 관객이 그것을 체험하고 관객 나름의 상상으로 더 확장된 공간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길 바란다.
이지연_Exploration of Spac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라인테이프_70×160cm_2012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 속 이미지들은 어찌보면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바라보는 그 행위와 같은 방식으로 출발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새로운 확장을 통해 다른 이야기 구조 속으로 우리를 몰고 가는 것이다. 이 전시를 통해 실제하고 경험하는 공간과 더불어 작가가 내적, 외적으로 끊임없이 거닐며 잃어버린 시공간을 상상해내기도하면서 새롭게 찾고자 한다.
이지연_stroll among the memories展_갤러리 폼_2013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는 것,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 그 행위는 단순히 관심을 가지는 것, 무엇을 파악하거나 고찰하는 것의 은유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어쩌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며 내가 이해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그것을 대입시켜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지연_stroll among the memories展_갤러리 폼_2013

이번 이지연_『stroll among the memories(기억 속을 거닐다)』展을 통해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의미를 가짐과 함께 주체와 객체의 경계, 개인과 전체, 본질과 대상 등 모든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분법적인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공간 위에서 순환-반복되고 있음을 많은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갤러리 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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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展 / KIMHYEJIN / 金惠珍 / fiber art 2013_0403 ▶ 2013_0408






김혜진_들여다보기#1_머신 스티치_70×110cm_2011





초대일시 / 2013_040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가이아 GALERIE GAIA 서울 종로구 관훈동 145번지 2층 Tel. +82.2.733.3373 www.galerie-gaia.net






나는 나를 그린다. ● 인간은 내면과 외면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희노애락의 내면 감정들이 밖으로 그대로 표현되기도 하고, 또 다르게 포장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겉으로 보여 지는 외면의 모습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성으로 인하여 점점 자신의 내면의 솔직한 감정들을 숨기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내면과 외면의 갈등의 폭이 더욱 커지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이처럼 삶 속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갈등하는 인간들은 과연 본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삶에 있어서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조형작업의 화두로 삼고 나 자신을 그린다. 자화상은 근본적으로 자아 탐구의 목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얼굴은 내면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내면의 희노애락의 감정들이 얼굴을 통해 표현되며,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보여준다. 자화상은 '보는 이' 와 '보여지는 이' 의 경계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내면적인 예술이다.
김혜진_스며들다 #1_머신 스티치_185×145cm_2011
김혜진_스며들다#2_머신 스티치_175×110cm_2011
김혜진_외면하기_머신 스티치_165×105cm_2012
김혜진_살아나기_머신 스티치_105×165cm_2013

자화상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지는 나의 모습을 살펴보고, 내면의 감정들과의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면과 외면의 갈등문제를 직접적으로 대면하면서 스스로 제기한 문제들을 풀어 나간다. 나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타인이 알 수 없는 나만의 감정과 표정을 찾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본인도 알지 못했던 나만의 감정과 표정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작업은 그동안 말로는 할 수 없었던 솔직한 내면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내면과 외면의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불안을 해소하면서 스스로 치유의 과정을 겪는다. 내면의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성숙한 과정이 나를 찾아가는데 충분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2013. 3) ■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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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굴절과 기억










장화진展 / CHANGHWAJIN / 張和震 / painting.installation 2013_0404 ▶ 2013_0428 / 월요일 휴관






장화진_24 Windows_캔버스에 디지털 이미지, 유채_232×348×4cm_2012





초대일시 / 2013_0404_목요일_05:00pm

관람료 / 성인_2,000원 / 학생 및 단체_1,000 (20명 이상)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1층 Tel. +82.2.720.5114 www.kumhomuseum.com






공간의 굴절과 기억 - 장화진의 근대 건축 연작1. 프롤로그 건축 공간의 변용을 통해 역사와 기억의 굴절을 진단하는 장화진의 최근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두 사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 속 두 건축물은 제각각 자기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기념물이지만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소멸'한다. 1995년 6월과 8월에 걸쳐 두 건축물은 우리 눈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여기서 하나는 일시적으로 사라지지만, 다른 하나는 영구적으로 소멸된다. (중략)
장화진_Empty Space-5_캔버스에 디지털 이미지, 아크릴채색_72.5×72.5×4cm_2012
장화진_Empty Space-6_캔버스에 디지털 이미지, 아크릴채색_72.5×72.5×4cm_2012

2. 조선총독부 프로젝트(2004) ● 역사와 개인적 경험의 괴리감. 장화진은 오래전부터 이 둘의 부조화를 건축 공간을 매개로 시각화해내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주목할 만한 실험은 2004년 성곡미술관 개인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여기서 대단히 무겁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구조선총독부 건물을 다룬다. 그가 조선총독부 건물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의 「작가노트」에 따르면 철거를 둘러싼 거창한 찬반양론 때문이 아니라, 그 스스로의 체험해 온 거대한 건물의 부재가 주는 생소함에서 출발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1996년 8월 15일 중앙청 철거는 분명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지만 광화문 앞을 지나다 보며 커다란 건물이 없어져 버리고 그에 대한 이미지만이 우리에게 하나의 잔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사라진 건물은 문화적 기호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모티브로서 우리의 문화의식, 역사성의 표현으로 의식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장화진) ● 개인의 기억이 집단적 논리에 의해 변형되고 왜곡되는 것에 대한 시각적 언술이 그의 중요한 작업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사라진 건축물에 대한 재현을 시각적 상실에 대한 자기 치유적 행위로 볼 수는 없다. 과거 역사의 편집과 검열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현대미술의 중심 가치였고, 장화진의 작업 역시 바로 그러한 맥락에 자리하고 있다. ● 독일의 경우 2차 세계대전의 폐허로 남았던 독일 제국의회 건물을 재건축하여 통일 독일의 국회의사당으로 삼는다. 여기서 크리스토의 멋진 예술적 선물도 있었고, 영국 건축가 노만 포스터의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뒤이었다. 건물 외벽에는 포탄 자국과 소련 병사들이 새긴 낙서 같은 전쟁의 잔흔도 부분적으로 보존하고 있지만, 새롭게 축조된 중앙의 기념비적인 유리돔은 통일 독일의 번영에 대한 또 하나의 약속으로 보인다. ● 역사적 의의만을 따진다면 구조선총독부 건물은 독일 국회의사당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식민지배라는 비정상적인 상황 하에서 건립되었고, 조선 정궁의 앞머리에 오만하게 자리한 잘못된 출발에 대한 이것의 삭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도 오랜 기간 한국 현대사의 중심지로 자리한 그 건물의 소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또는 사회적 양심을 보여 줄 필요도 있을 것이다. 결국 장화진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인위적인 등장과 인위적인 소멸,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개인의 기억도 여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 장화진은 2004년 전시에서 조선 총독부 건물을 한시적으로 재현하였다. 건물의 실측 도면을 확대해 전시장 벽면에 펼쳐 놓은 것이다. 여기서 그의 작업이 설계 도면을 기초로 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장화진은 초기에는 개인의 기억이 억압되고 집단적으로 변형되는 실상에 대한 저항으로 흐린 사진 영상을 이용하였으나 점차 보다 명확한 시각적 조형으로 선회한다. 일찍부터 그는 사진보다는 원판필름을 더 즐겨 사용했는데 이러한 점도 객관적 이미지에 대한 그의 취향을 읽어낼 수 있다. 결국 그는 기억적 진실을 담기 위해 보다 주관이 배제된 중립적인 이미지를 원했고, 이에 대한 단계적 해답으로 결국 사진보다도 '실측도면'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가 복제해낸 조선총독부 건축물의 미니어처(22×18×30cm) 또한 설계 도면에 근거해 재구성된 것이다.
장화진_Ghost Image (From Sungnyemun)_ Wine Rack, 플렉시글라스, 실크 스크린, 혼합재료, LED 라이트_101×111×56cm_2010
장화진_Interior Space (from Ganghwaeup Chaple)-2_캔버스에 디지털 이미지, 유채_112×162×4cm_2010

3. 광화문과 숭례문 프로젝트(2000/2010) ● 건축물은 물리적 자산이자 정서적 자산이다. 그것이 역사적 문화재일 경우 후자의 의미는 더 배가될 것이다. 그가 일찍부터 「광화문」(2000)에 주목한 것도 지난 백년간 몇 번씩 허물어지고 다시 지어지는 건축적 아이러니 속에서 위협받고 파편화되는 개인들의 정서적 체험을 다시 살려내기 위함이다. ●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조선총독부 건물을 짓기 위해 해체되었다가 6.25 전쟁 때 파괴된다. 1968년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다시 지어진다. 1996년 조선총독부가 헐리면서 경복궁 복원사업이 대대적으로 뒤따르게 되고 이에 따라 1968년의 콘크리트 광화문도 함께 철거된다. 그리고 또 다시 지어진다. 제각각의 논리로 우리의 광화문은 두 번 파괴되고, 두 번 지어진 것이다. ● 장화진의 「Obsession」(34×27×32.5cm)에서 광화문은 구한말에 촬영된 원판 사진에 의해 음각과 양각의 두 쌍의 건축물로 재탄생한다. 겹겹이 중첩되는 사진필름의 레이어는 상자 내부 깊숙이 설치된 백열전등에 의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일한 사진필름의 음화와 양화가 나무상자 속에 켜켜이 쌓여 만들어내는 애매모함은 사회적으로 의도된 망각에 대한 그의 시각적 응답이다. 백열등으로 온오프 되는 그의 광화문 이미지는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우리의 지난 과거를 되돌려 놓는다. 광화문 공간 위에 쓰고 지우고 또 다시 쓰여진 역사를 그는 그렇게 표현해내고 있다. ● 장화진은 앞서의 「광화문」 작업과 같은 맥락에서 「숭례문」을 재현해낸다. 국보 1호 숭례문은 2008년 2월 10일 밤 우리 눈앞에서 참혹하게 사라진다. 일차적으로 한 사회 불만자의 방화에 의해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지만, 크게 보면 무책임한 문화재 행정이 부른 국가적 참사였다. 즉시 시작된 복원 작업의 완결이 이제 목전에 다가 왔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상실된 우리의 정서까지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의 정서적 복원은 이제 상상에 의해 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장화진의 2010년 남대문 작업은 그것의 한 방편이 된다. ●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설계도면을 통해 객관적 이미지로 되돌려 놓는 장화진의 시도는 여기서도 반복된다. 그의 2010년 「Ghost Image(from Sungnyemun)」(101×111×56cm)은 앞서 재구성된 「Obsession」의 광화문처럼 중첩된 이미지로 떠오르지만 견고한 철골 구조물 속에 안치되어 있다. 완전히 사라진 수백 년 역사성에 대한 체념일까, 아니면 그것의 정서적 체험만큼은 이미지화시켜 보다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성찰에 의한 결과일까.
장화진_Red Brick House-1_캔버스에 디지털 이미지, 유채_224×164×4cm_2012

4. 서대문 형무소와 강화도 성공회성당 프로젝트(2008/2011) ● 서울 토박이인 그는 언덕만 넘어가면 볼 수 있는 서대문 형무소가 언제나 낯선 곳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높다란 담이 헐리면서 형무소는 역사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민족의 정기를 바로세우기 위해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되었지만, 같은 논리로 서대문 형무소는 보존된 것이다. ● 1907년 일제에 의해 세워진 서대문 형무소는 독립 운동의 증언대였고, 해방 이후에는 격변하는 한국현대사의 무대가 된다. 1945년부터 1987년 경기도 의왕으로 서울구치소가 이전할 때까지 서울형무소로 쓰이면서 반민족인사와 좌익인사, 그리고 수많은 시국사범들이 수감된 곳이 바로 서대문 형무소이다. ● 그러나 1992년 8월 15일 독립공원으로 말끔히 재단장해 개원한 서대문 형무소에서 과거 역사는 재구성되고 편집된다. 이곳에 투여된 역사적 무게는 완전히 새롭게 재편집된 것이다. 15개의 옥사 중 일제의 폭압을 알리는 건물을 중심으로 살아남게 되고, 특히 이중 김구 선생님과 유관순, 강우규 등 독립 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룬 옥사들은 사적으로 지정되어 영구히 보존되게 된다. 해방 이후의 격변의 현대사의 현장으로써의 기억은 말끔히 지워져 버린 것이다. ● 이렇게 재생된 역사현장을 장화진은 먼저 사진으로 기록했고 그리고 그것을 캔버스에 전사시킨 후 화면에 색을 입혀 나갔다. 건물들은 널따란 잔디 위에 가볍게 올라가 있어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와 건물 사이에 자리한 그물망은 중경의 거리감을 더 강조한다. 그에게서 그물망은 대화가 이어질 정도의 거리감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그에게 있어 망은 고해성사가 벌어지는 공간 속에 자리하는 그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멀게만 느껴졌던 서대문 형무소를 둘러보고 나서 그는 역사 기억의 재구성뿐만 아니라 근대 건축이 시선을 통해 통제를 육화시키는 방식에도 주목하게 된다. 미셀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주장한 '판옵티콘'(Panopticon)의 실체를 여기서 목격한 것이다. 지휘와 통제가 감시자의 일인 시점 하에서 벌어지는 형무소 공간은 건축은 기억의 저장소로 그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증언한다. 서대문 형무소의 건축 공간은 –비록 편집되고 변형되었지만- 건축은 통치와 지배의 정밀한 도구라는 것을 냉정히 일깨워 준다는 것이다. 그가 우리 눈앞에 층층이 쌓아 올린 서대문 형무소의 내부 공간은 그렇게 우리 눈으로 검색된 작동하는 근대 권력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 흥미롭게도 이러한 지배와 통제의 공간감을 장화진은 종교 건축에서도 느낀다고 한다. 비록 감시자의 시선이 천상의 것이라 하더라도 뭔가 외부로부터 감시되는 느낌을 종교적 공간 속에서 감지된다는 것이다. 그가 강화도 성공회 성당을 재현한 것도 이러한 생각의 연장에서 나온 것이다. 전통 가옥의 모습이지만 내부는 철저히 서양 근대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대한 성공회 강화성당은 그에게 너무나 낯설게 다가 왔고, 위로 개방된 공간 속에서 그는 도리어 고립감을 느꼈던 것이다. ● 그는 강화성당의 외부만큼은 서대문 형무소와 동일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중경의 거리감과 그물망의 사용은 두 건축물의 동질적 공간감에 대한 작가 자신의 시각적 발언이다. 그러나 냉철한 외부와 달리 성당의 내부 공간은 파란 색조와 노란 색조로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사방으로 침투해오는 태양 광선에 의해 내부는 신비롭게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 속에 머물었던 100년간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해 화면은 지워지고 다시 쓰여지기를 거듭했고 그렇게 해서 점차 형태는 모호해졌다. 엄격하게 처리된 외부와 정서적 댓구를 이루면서 강화성당의 내부는 한국의 현대사의 흐릿한 기억들을 끄집어는 은유로 전환된다.
장화진_Red Brick House-1_캔버스에 디지털 이미지, 유채_112×162×4cm_2010

5. 건축적 파편들: 간판, 창, 문, 타일 ● 최근 장화진은 청계천의 낡은 간판 속에 자리한 표어 한 세트를 찾아낸다. '맑고 푸르게'가 바로 그것이다. 청계천의 의미가 문자 그대로 들어간 간판은 지금은 거대한 옥외 간판의 바탕으로 사용되다가 일시적으로 간판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는데 그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 것이다. 낡을 대로 낡아 누더기처럼 보이지만 원래 기록된 문자만큼은 신기할 정도로 보존되어 어렵지 않게 '맑고 푸르게'라는 문자를 읽어 낼 수 있다. 그는 이것을 도시 환경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낸 추상과 구상의 절묘한 조화라고 즐거워한다. 그는 90년대부터 도심의 간판을 촬영해 왔는데 그러한 지속적 노력의 결과로 이렇게 흥미로운 시각적 증표를 발굴해 낸 것이다. ● 장화진은 지난 십 수 년 간 서울 속에서 벌어진 건축적 논쟁에 자신만의 논법으로 개입하였다. 「광화문」, 「조선총독부」, 「서대문형무소」, 「남대문 프로젝트」 등이 그 결과물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 속에서 그의 조형 언어는 점차 명료한 방향으로 선회한다. 회화적 표현보다는 설계도면에 입각한 테이핑 작업이나 사진을 이용한 리터치가 여기서 중시되었다. 사라진 건축, 사라진 기억에 대한 명료한 재생을 위한 조형적 선택이었지만, 그의 몸속 깊숙이에는 여전히 그가 청년기 때 시도했던 추상적 실험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맑고 푸르게'가 적힌 낡은 간판을 만나게 되면서 오래전 잃어버린 자신의 작품을 우연한 자리에서 되찾은 듯 반갑게 맞이한다. 그는 이것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옮기는데 여기서 회화적 개입은 최소화시켰다. 그 자체가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 그가 이렇게 제작한 「맑고 푸르게」(2012)는 여전히 건축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근대 건축 연작과 일정부분 맥락을 같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흥미롭게 양식적으로 그의 초기 추상작품을 떠올린다. 그가 찾아낸 이런 낡은 간판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들도 거대한 건축물에 뒤지지 않을 만큼 우리의 정서적 체험을 담아 주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저급문화라는 이름하에 방치되고 폐기되고 있고 그렇게 우리들의 지난 추억들도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장화진에게 마치 초기 순수 추상을 닮은 낡아 버린 그 시대의 간판을 우리들의 잊혀진 과거의 시간으로 회복시키고 있다. ● 사실 장화진의 건축적 관심은 부분과 부분에서 시작하였다.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는 틀과 문, 액자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러한 틀에 대한 관심은 일차적으로 조형적 실험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물로 진화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창과 문, 방 시리즈는 재건축을 앞두고 폐허화된 주택가에서 그가 하나씩 건저 올린 기록물들이다. 실체적 상실에 대한 회화적 복원이 그가 수행하는 작가적 소명이다. ● 이번 전시에서 장화진은 덕수궁 정관헌, 이화여대 본관과 대학원 건물의 바닥에 깔려있던 타일을 모티브로 이용한 작품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조금씩 닮아 없어지면서도 묵묵히 수십 년간 역사의 현장을 지켜오고 있다. 이러한 파편들은 그의 손을 거쳐 시선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무생물의 건축물에게는 새삼스런 관심조차도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위에서 벌어졌을 수많은 이야기에 대해 이제는 최소한이나마 예술적 존경을 표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작가의 제안을 누구도 쉽게 거절하진 못할 것이다. ■ 양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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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








김시내展 / KIMSINAE / 金시내 / printing.drawing   2013_0327 ▶ 2013_0426 / 일,공휴일 휴관





김시내_위대한 설계展_갤러리 압생트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시내 홈페이지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_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압생트 gallery absinthe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0-21번지 B1 Tel. +82.2.548.7662~3 www.galleryabsinthe.com





알랭 드 보통의『행복의 건축』을 예상했다면 김시내의 작품을 절반만 이해한 것이다. 그가 보여주는 현실은 빛 보다는 그림자 영역 속에 놓여 있다. 감추고 싶었고, 인정하기 싫었던 현실을 설계도 드로잉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 인간, 건축, 도시, 시간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담아 낸다. 이렇듯 김시내의 전시『위대한 설계』는 건축적 논리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율배반을 기반으로 인간의 욕망을 그려내는데 집중한다. 재단 위에 빛을 내뿜고 있는 듯 하얗게 탈색된 도형은 건축구조물과 설계도면 사이에서 떠 다니는 환영에 가깝다. 이는 시간 속에서 거대해지고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듯이 증발해 버리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알레고리이다. 그런면에서 작가가 바라본 도시풍경은 이 같은 인간의 욕망들이 집단적으로 생산되고, 연결되고, 소멸되는 현장과도 같다. 산업화, 현대화 속에서 소멸되어가는 옛 흔적들과 그 흔적들을 먹어 치우고 있는 거대자본의 구조물을 보며 욕망의 문제가 개인적 차원이 아닌 집단적, 사회적 차원이라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김시내_Blueprint_디지털 프린트, 드로잉_2013
김시내_Blueprint_디지털 프린트, 드로잉_2013
김시내_Blueprint_디지털 프린트, 드로잉_2013

그런 점에서 김시내의 설계도들은 하나의 현상이 가지고 있을 상반된 의미, 그리고 그 상반된 의미 사이의 간극을 제도하고 있다. 과거에 만들어진 건축 도면 속에서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완성된 건축구조물 속에서 과거의 폐허를 읽어 낸다.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해석이 달라지고, 그 차이의 크기 만큼 새로운 해석이 개입된다. 르코르뷔제의 도면이 과거를, 서울의 아파트 풍경이 현재를, 영화『인셉션』의 도시풍경이 미래를 연상시킨다고 가정했을때, 설계도는 인간의 이성과 무의식 그리고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욕망의 변주이다. 전시장 바닥에 양탄자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머리카락 더미 역시 시간과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의 예이다. 예쁘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치장했고, 그래서 섹시미의 상징이었던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지고 누구의 것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익명성을 획득했을 때 불쾌하고 지저분한 쓰레기로 변한다.
김시내_Eternal Life_C 프린트_2013
김시내_세곡동_아이패드 드로잉_2013
김시내_청담대교_아이패드 드로잉_2013

자본과 기술을 집대성한 체르노빌 원전의 재앙을 건축 설계도를 보며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듯이, 진실은 마치 영화『인셉션』의 가상 도시 이미지처럼 완전한 듯 보이다가 어느 한 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을 만큼 취약하다. 세곡동에서 발견한 비닐 하우스 아이패드를 활용해 수채화를 그리듯 표현하는 동안, 피라미드, 버즈 알 아랍, 타워 펠리스 등 권력, 자본의 상징구조물들은 하얗게 지워버렸다. 김시내의 세상보기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네트워크, 집단지성, 한 개인의 정체성은 거대한 도시의 맥락 안에서 규정되고, 그렇게 규정된 개인의 시선과 상상력은 주어진 맥락을 극복하기 보다는 그 안에 갖혀버리기 쉽다는 사실을 김시내의 작품을 보면서 확인하게 된다. ■ 이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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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s 순간들








이혜진展 / LEEHEYJIN / 李惠眞 / painting   2013_0405 ▶ 2013_0418 / 월요일 휴관





이혜진_샤워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09




초대일시 / 2013_0405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공간 노웨이브 SPACE NO WAVE 서울 강남구 역삼동 601-30번지 Tel. 070.8683.4573 www.space-nowave.com





"풀밭에 누워서, 어제 막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딱정벌레를 한참동안 보고 있으면 그 벌레의 삶이 끔찍한 일로 가득 찬 것 같고 그 미물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 합니다." (체호프 단편선『공포』어느 한 친구의 이야기)
이혜진_울고 가는 여자_캔버스에 유채_60×72cm_2009
이혜진_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시리즈 II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0
이혜진_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시리즈 III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0
이혜진_닿아 있는 경계시리즈 II_캔버스에 유채_145.5×112cm_2010
이혜진_육체의 표면 위로 솟아오르다_캔버스에 유채_91×116cm_2010

팔월의 어느 저녁, 맑고 푸르렀던 하늘은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녹슨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가로등의 노오란 불빛과 울창한 나무의 짙은 그림자가 검게 늘어져 있었다. 싱크대로 돌아와 얼마 전 검은 봉지 안에 넣어둔 감자 두개를 꺼내었다. 감자 군데군데에 손가락 길이만한 싹이 피어나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 찍어 두었다. 감자의 싹을 보면서 약의 후유증으로 푸르게 부었던 눈꺼풀이 생각났다. 부푼 눈꺼풀은 상처의 기억으로 이어졌다. 감자는 상처 입은 곳에 수분을 저장하며 독을 가진 싹을 만들어내고, 마음은 미움과 분노를 만들어 낸다. 방치되었던 감자는 좁은 봉지 안에서 서로에게 독한 것을 뱉고 있었다. 방안의 거울은 초라해진 자기 현실을 되비친다. 나는 칼로 싹을 도려내었고 감자에 더 큰 상처를 만들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끈적거리는 습한 불쾌감을 씻어냈다. 열어 둔 창문으로 옆집에서 고기 타는 냄새가 들어 왔고, 밖의 놀이터에선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2009) ■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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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 사이로 추락한 달






이희명展 / LEEHEEMYOUNG / 李希明 / painting.video.installation 2013_0405 ▶ 2013_0428 / 월요일 휴관




이희명_모호한 시작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62×130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1015e | 이희명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05_금요일_06:00pm

복합문화공간 에무 기획공모 당선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에무 Multipurpose Art Hall EMU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81번지 B2 +82.2.730.5604 www.emuspace.co.kr




'목구멍 사이로 추락한 달'이라는 문장은 나 자신이 느꼈던 정신의 불안, 외로움의 고통을 표현한 문장이다. 영원을 꿈꿔왔던 나를 비웃듯 현실은 지나치게 순간적이며 다변적이었다. 쌓아 올린 유리잔들처럼 조그만 힘에도 나약하게 부서져 버릴 듯이. 어긋난 관계로 인한 인식의 틈이 생긴 후, 가족이나 친구, 훗날 나의 새로운 인연이 될 사람들도 '나의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사람에 대해 기대했던 마음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가린 채 홀로 침잠되었다. 밀려드는 불안정은 소유욕만 부추겼고, 그로 인한 공허감은 더욱 거대해져 갔다. 화해와 공유, 희망 같은 이상화 없는 현실 안에 서 있었다. 이러한 관계의 틈 사이로 인한 소통 불가, 그 외로움에 대한 시선이 내 작업의 출발점이다. 세상을 바라보았던 기존의 안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그것을 재해석 하고자 노력했다. 현실의 냉담함으로 비참하게 가려진 나약한 마음들을 표현하며, 평행선처럼 접점이 사라진 관계에 대해 가졌던 혼란과 착각을 작업으로 대변했다. 자유로울 때는 사방이 문이었지만, 이제 탈출구는 하나이며, 보이는 구멍마저 작아졌다. 과거에 억눌리고 미래에 짓밟히는 가혹한 현실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현실을 통해 가장 인간다운 본성이 발현되어 꿈틀거린다.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강력한 울림, 그 생생한 내면의 진동을.
이희명_밝혀지지 않은 얼굴_종이에 유채, 아크릴채색_117×91cm_2012
이희명_위대한 탄생_단채널 영상_00:03:24_2012
이희명_Meat_스컬피에 과슈, 닭뼈_2×7×2cm_2009

최근 회화를 통해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이성과 본능의 조화, 그리고 이 양극화의 조합으로써 생기는 일종의 호기심에 관한 것이다. ● 예전에 나는 하나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사물이나 오브제를 혼용한 설치작품이나, 주제에 충실한 이미지로 이루어진 회화작품을 작업하며 이성의 열매를 갈구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방식이 오히려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을 제한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하나의 주제를 위해 모든 이미지들이 종속되어버린 작품에는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리하여 명백한 서술 구조의 탈피를 위해 추상화를 실험하였다. 확실한 외형으로 배경과 분리되었던 인물의 상투적인 묘사를 왜곡된 형상으로 표현하며, 그 불확실성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미지를 해체함으로써, 각각의 형상이 지닌 물질적 구조의 한계점을 이동시키며, 새로운 차원이 이끌어내는 설렘에 중독되었다. ● 그러다 최근에는 '소통'이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추상화를 연구하다보니 내 안의 표현(즉 내 안의 감각, 감정)에만 갇혀버려서, 관객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작품이 상실한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자기 말만 하려는 대화는 재미없지 않은가.
이희명_Soul City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30×162cm_2012
이희명_인공인간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62×130cm_2012
이희명_불확실한 방문객_캔버스에 유채, 과슈, 아크릴채색_117×91cm_2012

이렇게 회화의 여러 가지 표현 방법 연구를 통해, 나는 이미지들 사이의 오류로 탄생하는 즐거움, 즉 '호기심 유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 이미지들이 방향을 잃을수록 오히려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는 확장 되어갔다. 정답을 잃어버린 수수께끼는 그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소재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러한 양상은 삶이 담아내는 '유동성의 재미'를 추구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결과물들은 자연스럽게 '모호한 결론'을 가리킨다. 삶이란 것은 확정되는 것이 없기에 모든 존재의 경계는 불투명하며, 과정이 과정을 낳는 행위 안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수많은 오류 속에서 흥이 피어난다. ● 본능적 메아리와 / 지휘봉의 손짓으로 이루어진 / 오류가 남발하는 / 미완의 자작곡을 위하여! ■ 이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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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사물과 기억을 기록하다 Hologram, Archiving the object and its memory




이주용展 / LEEJUYONG / 李柱龍 / installation 2013_0408 ▶ 2013_0630 / 월요일 휴관



이주용_Reflection Hologram by Pulse Laser 홀로그램, 사물과 기억을 기록하다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주용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08_월요일_04:00pm

기획 / 국립중앙도서관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전시실 THE NATIONAL LIBRARY OF KOREA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산60-1번지) Tel. +82.2.3483.8845 www.nl.go.kr



홀로그래피 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록해 온 기억과 사물의 수집 그리고 신체의 제스처에 대한 탐구에 주목한다. 시간은 흐름이다.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오브제를 통해 축적되기도 하고 그 오브제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사물은 시간의 흐름 속에, 시간 속에 있다. 인간의 신체 또한 사물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 인간이 사물과 다른 점은 기억을 통해 사물을 수집하고, 그 사물이 속해 있던 시간 또한 수집된다. 이처럼 기억을 통해 사물을 수집해 나가는 과정,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세계와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이 곧 기억의 진화이다.
이주용_Reflection Hologram by Pulse Laser 홀로그램, 사물과 기억을 기록하다_50×32cm
이주용_Reflection Hologram by Pulse Laser 홀로그램, 사물과 기억을 기록하다_45×45cm

홀로그램은 이런 문제를 탐구하는 데 적합하다. 홀로그래피는 그리스어 Holos(완전한)와 Graphos(기록하다)의 합성어이다. 이는 홀로그래피가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기록된 사물에 대한 완전한 시지각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기록된 사물의 형태와 위치, 시공간 등 복합적인 정보가 담겨있다. 따라서 홀로그램은 단지 형태와 위치와 같은 평면적 기억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한 개인의 역사성 포함하여 확장시킨다. 그것이 곧 홀로그래피가 갖는 시간성, 역사성의 차원이다. ● 비록 사물은 침묵하더라도 시간 속에 있기에, 자신의 역사를 갖는다. 신체 또한 사물로서 침묵하지만 몸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체감한다. 이처럼 홀로그래피는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는 사물과 신체의 역사를 드러내는 언어다.
이주용_Reflection Hologram by Pulse Laser 홀로그램, 사물과 기억을 기록하다_45×45cm
이주용_Reflection Hologram by Pulse Laser 홀로그램, 사물과 기억을 기록하다_45×45cm

이런 생각을 좀 더 확장시키자면 우리를 둘러싼 자연, 그리고 세계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사물로서 인간의 신체와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기억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따라서 혼돈스러운 기억 속에 세계의 자연스러운 질서가 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 이러한 질서를 드러내 보이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의 신체와 사물을 수집하여 사각 틀 안에 배치한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기억을 채집하여 질서 있게 나열하는 행위이며,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만들어 냄으로써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 ● 어느 한적한 강가에서 만난 돌은 상류로부터의 기억을 담고 있다. 그 돌과 마주한다는 것은 주체적 입장에서 돌의 기억을 채집하는 것이다. 그렇게 채집된 돌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 전체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돌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면서 새로운 기억을 전해준다. 떠오른 기억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차원의 기억이 등장함으로써 뜻하지 않은 생각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자연에서 수집한 사물의 시간과 공간을 통해 그려지는 과거 혹은 현재의 시간의 기억에 대한 궤적은 한 지점에 머물러 있을 수도, 미래로 확장될 수도 있다. 이 단편적인 사물의 파편은 불특정 다수의 기억을 담고 있는 부분으로서의 전체이며, 전체이자 부분이기도 하다. 홀로그램을 통해 이처럼 불규칙한 기억의 궤적을 수집해 나가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이주용_Reflection Hologram by Pulse Laser 홀로그램, 사물과 기억을 기록하다_32×50cm

85개로 구성된 이번 홀로그램 설치 작업은 생성되면서 규칙적으로 발산되는 빛을 통해 조형적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설치된 받침대 구조물에는 검은 유리가 조심스럽게 배치되어 있고 그 속에 비물질적인 형상들이 숨겨져 있다. ● 이미지(형상)는 신체와 사물의 언어체계에 있어 기억의 문자이다. 기억을 들추어 내기 위해 수집한 문자로서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기억된 신체의 이미지, 오래된 장서, 불균형한 상태의 불상, 토기, 일상적 사물, 근대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오브제, 전통적인 복장을 한 소녀, 어딘가에 굴러다니다가 찾아낸 동전, 이름 없는 돌, 동물의 뼈, 박제된 동물 등. 이처럼 오랜 시간 수집해 온 사물들의 홀로그램 이미지를 통해서 관람자들은 사물의 배후에 숨겨진 세계의 질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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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please take good care of mom




김희조展 / KIMHEEJO / 金喜照 / painting 2013_0409 ▶ 2013_0429



김희조_엄마를부탁해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716b | 김희조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09_화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미 GALLERY MEE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17번지 네이처포엠 312호 Tel. +82.2.542.3004 www.gallerymee.com



나의 가족과 내 아이들은 내 그림 속에 반려동물로 표현된다. 그것은 나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사랑스러운 존재임과 동시에 끊임없이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고단한 존재임의 간접 표현인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이렇듯 이중 구도 속에 나의 본질을 흐려 놓기도 한다. 머리카락 뒤에 가려진 눈을 통해 단절과소통, 시련과 쾌락, 사랑과 무관심, 슬픔과 기쁨의 이중적 하모니를 맞춰가며 나의 본질을 찾고 찬란한 미래를 꿈꾼다. ■ 김희조
김희조_엄마를부탁해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3
김희조_엄마를부탁해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13
김희조_엄마를부탁해Ⅳ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13
김희조_엄마를부탁해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45.5cm_2012
김희조_엄마를부탁해Ⅵ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12
김희조_엄마를부탁해Ⅶ_캔버스에 드로잉_24.5×24.5cm×2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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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ing! Visual Art in Taiwan(轉動藝台灣)








2013_0409 ▶ 2013_061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3_0409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궈웨이궈_궈전창_라이주천_롄젠싱_루밍더 루셴밍_류궈쑹_리샤오징_리시치_린밍홍 메이딩옌_샤양_셰훙쥔_쉐바오샤_야오루이중 양마오린_양스즈_예주성_우톈장_위안광밍 위펑_장용춘_좡푸_주밍_주웨이바이_천제런 천순주_취더이_허우쥔밍_후쿤룽/황진허/황즈양

주최 / 서울시립미술관_국립대만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주말,공휴일_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 뮤지엄데이 운영 : 매월 2회(첫째, 셋째주 화요일) 밤 10시까지 연장 개관

서울시립미술관 SEOUL MUSEUM OF ART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서소문동 37번지) Tel. +82.2.2124.8942 sema.seoul.go.kr





2011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대만미술관은 전시교류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2년 국립대만미술관에서 한국현대회화의 변화상을 조망할 수 있는 KOREAN PAINTING NOW展을 개최한 데 이어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만의 현대미술의 흐름과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Rolling! Visual Art in Taiwan展을 개최한다. ● 195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만 현대 미술의 각 세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며, 회화에서 미디어, 설치까지 총 32점의 다양한 작품들은 동시대 대만 미술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과 예술적 면모를 나타낸다. 근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동아시아 권의 국가로서 유사한 점을 지닌 한국과 대만이 예술창작에서 보여주는 차이를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며 대만 현대 예술의 발전과 인문정신에 대한 국내 관람객들의 이해를 증진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샤양 HSIA Yan_전시회의 개막 Opening of an Exhibition 주웨이바이 CHU Wei-bor_탐색 Probing

샤양의 추상화를 보면 우연적 기법과 초서식 선을 사용하면서 중국의 민간 종교, 글자형태, 필법, 인물 조형의 영향을 드러낸다. 주웨이바이의 경우 서양 추상화를 바탕으로 동양의 인문정신과 심리적 체득을 모색하였는데 이는 노장사상과 선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류궈쑹 LIU Kuo-sung_우주는 나의 마음 Universe is My Heart No.6 리시치 LEE Shi-chi_본위-직선 Original Position I-Line 주밍 JU Ming_태극 Tai Chi

류궈쑹은 동양 미학과 서양 예술 사조의 영향을 받아 수묵화의 새 길을 모색하였으며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표현 방식을 창조하고 이를 '현대수묵화'라 명명하였다. 회화에서는 전통적인 지•필•묵을 중심으로 기법의 실험과 추상 형식의 탐색을 통해 1960년대 '광초(狂草)식 추상'을 선보였는데 '우주는 나의 마음'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리시치는 1958년 창립한 '현대판화회'의 발기인으로 '본위'는 그의 작품 주요 개념으로 서구 현대 예술의 개념과 기법을 끌어와 전통 예술에 변화를 꾀하면서도 시종일관 민족성과 전통 미학을 저변에 두고 있다. 사각형과 원의 증감을 표현하는 열 폭의 그림을 배열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였다. 주밍은 민족 정신, 전통 문화, 생활 체험 등에서 동양 미학이 예술 창작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태극 시리즈'에서 이를 간략한 '형태'로 표현하였으며, 조형, 양감, 생동감과 우연적 형태를 통해 복잡한 사물을 단순한 규율에 따라 표현하여 자연스러운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의 가치관을 드러내었다.
좡푸 TSONG Pu_도처를 노닐다 Rambling Everywhere 후쿤룽 HU Kun-jung_여름 조합 Summer Composition 취더이 CHU Teh-I_대립 Confrontation

좡푸는 일찍이 1980년대 재료의 실험을 통해 독창적 풍격을 완성하였다. 80년대 중반 발표한 '격자그림'은 평면의 캔버스 위에 작은 격자무늬라는 기본 구조를 선택하면서도 붓 대신 도장으로 색을 입혀 작가 특유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내었다. 후쿤룽은 1980년대부터 기하학적 추상화에 매진하였다. 색채와 조형을 이용해 시각적 구성을 빚어내는데, 즉흥적 직관에 기대면서도 세밀하게 디자인된 듯한 구도와 형태, 색채의 운율을 만들어낸다. 취더이는 이성적 전개에 기반한 추상화를 그린다. 이성적 전개와 감성적 필치를 더해 질감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은 형태와 색채가 중심이 되는데 작품의 구축에서부터 계획, 비율 결정, 실제 작업에 이르기까지 서구의 추상 개념과 기법적 연구를 융합하였으며 현실에서의 경험을 철학적 개념으로 끌어올려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장용춘 CHANG Yung-tsun_수묵변법 시리즈 Variations of Ink Painting Series 예주성 YEH Chu-sheng_예언 Prophecy 루밍더 LU Ming-te_도시 이미지 The Metropolitan Image

장용춘은 1980년대 '수묵변법 시리즈'로 미니멀리즘의 조형 및 설치 기법에 기반하여 전통 수묵의 재료, 기법, 표현 형식, 공간 형태 등에서 대담한 실험을 진행하며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재료의 운용에 있어 하나의 재료에만 집착하지 않고 중국화의 두루마리 개념을 사용해 수묵화를 아크릴 박스에 그려 넣었는데 종이의 말린 중심 부분이 뽑혀져 나와 돌출된 부분에서 다양하게 변화하는 먹의 결이 표현되었다. 예주성의 작품은 작가의 생명 사상과 세계관을 담고 있는데, 그는 환경 및 생태에 주목한 선구적 작가로 특히 사람과 환경의 관계를 조명한 작품이 많다. 그의 작품을 통해 질서와 무질서의 힘,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경험할 수 있다. 루밍더는 자연과 생활 환경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작품에서는 주로 기호, 토템, 오브제를 뒤섞어 사용하며 불규칙한 배열을 통해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방법으로 포스트 산업 시대의 현실과 의미를 탐색한다.
우톈장 WU Tien-chang_대만의 상처 1호 Taiwan Trauma No.1 양마오린 YANG Mao-lin_진리 1989 Truth 1989 메이딩옌 MEI Dean-e_삼민주의로 중국 통일 The Three Principles (of the People) Reunite China

우톈장은 대만 계엄령 해제 전후 사회 비판에 적극적이었던 작가로 손꼽힌다. 1986년부터 '대만의 상처'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신표현주의 기법과 거칠고 분방한 필치 및 조형을 통해 계엄 시기 백색 테러가 자행된 상황 속에서 상처 입고 우울한 정서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양마오린의 역사, 문명, 문화에 대한 관점은 초기 작품에서부터 이미 드러난다. 계엄령 해제 전후 대만은 강압적인 통치 분위기가 점차 해체되면서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군중의 힘이 폭발하고 사회적 무질서 상황이 나타났으며 물리적 폭력, 격렬한 충돌 등의 방식으로 저항 의식이 표출되었다. '게임 행위' 시리즈는 울퉁불퉁한 근육의 인물이 맹렬하게 부딪히는 장면을 통해 1980년대 후반 대만 내 극렬히 끓어오르던 사회 운동과 민중의 힘, 그리고 강압적 통치 분위기에 대한 저항과 조소를 표현하였다. 메이딩옌은 다다이즘과 개념미술 기법을 차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그는 문화권의 울타리를 벗어나 동서양 문화의 차이 및 동서양의 교류로 발생하는 문제, 대만 현대 정치 및 문화에 숨어 있는 역사 문제와 정체성의 혼란 등에 날카로운 해석을 가한다.
천제런 CHEN Chieh-jen_군사 재판과 감옥 Military Court and Prison

천제런의 비디오 작품은 현대인의 생존 상황에 주목한다. '군사 재판과 감옥'은 계엄 시기 정치범에 대한 재판과 구금이 진행되었던 현장을 다룬 것인데, 천제런은 허구의 정치범이 허구의 '감옥'에서 실업자, 외국인 신부, 이주 노동자, 유민 등과 만나는 모습을 통해 대만 사회가 계엄에서부터 백색 테러, 냉전, 가공업 경제를 거쳐 계엄령의 해제에 이르는 역사적 궤적을 그리고 있다. 사람과 사회 체제, 현실 사이의 충돌을 드러낸다.
허우쥔밍 HOU Chun-ming_수신 Gods Searching

허우쥔밍은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금기를 다루면서 글과 그림을 병렬로 배치한 고서의 형식을 차용했다. 그의 작품에는 권계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지만 이는 종교의 법열과 지혜 대신 적나라한 성욕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자아 구속 신앙으로 설정함으로써 성을 금기시하는 터무니없는 윤리적 가르침을 비판한다.
양스즈 Emily Shih-chih YANG_붕괴 Collapse 쉐바오샤 Ava Pao-shia HSUEH_망(網)에서의 깨달음 Awakening at the Net

양스즈는 현실 세계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장면을 포착해 풍경과 물상을 추상화된 개념 세계로 전환하여 작가 자신의 내면과 정신을 투사하는 한편 개인과 외부 세계의 관계를 드러낸다. '붕괴'에서는 건축물과 허물어진 건축 자재를 포착하였는데 표현된 것은 풍경과 시각적 관찰 경험이지만 공간, 필치, 색채의 중첩, 명암의 표현 등 모든 부분에서 작가 개인의 감정 기복과 모순되는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쉐바오샤의 작품은 이성적 변증과 감성적 경험을 혼합해 추상화에 일상용품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유기와 기하, 회화와 공업품간의 대화를 이끌어낸다. 이로써 추상화와 현실 세계의 상호 작용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다의적인 현실 상황을 반영한다.
궈웨이궈 KUO Wei-kuo_바나나 나무 아래 Under a Banana Tree 셰훙쥔 Juin SHIEH_해부 Dissection 황즈양 Huang Ji-yang_천령은 Three Marks – Matrix No.1 위펑 Yu Peng_정허환신 Meditation within the Void

궈웨이궈의 90년대 초반 작품은 주로 환유법을 차용해 사회가 야기하는 속박과 억압을 고발하였다. 1997년 이후부터 '자화상'으로 내재적 자아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였고 고전적 사실주의와 초현실을 혼합한 기법에 상징과 은유를 더해 자기애와 나르시시즘 등을 표현하는 한편 40세 들어 삶의 애환을 느끼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해부하고 인생과 존재 의의에 대한 회의와 곤혹감을 드러내었다. 셰훙쥔은 추상화를 통해 여성의 내재적 특징을 묘사하는 한편 신체와 의식 사이에 있는 혼돈 공간을 탐색하면서 여성의 넘치는 생명력을 환기시킨다. 황즈양의 회화는 전통 수묵화에서 나타나는 주제와 형식의 제한을 탈피하여 유기적 생명 영역에서 생명의 내재적 힘과 존재 법칙을 탐색한다. '천령은(千靈隱, THREE MARKS)' 시리즈는 원시 세포와 같은 토템의 흔적을 통해 추상적 운율의 배열을 만들어내었다. 형태는 유기적이지만 구체적 형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으며 원시적 힘을 내포하는 '천령은'은 영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생명의 자연 규칙에 대해 철학적 해석을 내린다. 위펑의 전통 산수화는 구도를 변화시켜 화면에는 바람도 샐 틈 없이 빽빽이 들어찬 가운데 구불구불한 오솔길과 버드나무 그늘이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정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현대 생활 모습을 일부 가져왔지만 시공을 초월하고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이질적 풍격은 유유자적한 정취 중 '현실에 맞서는' 반어적 풍자의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위안광밍 YUAN Goang-ming_사라져가는 풍경-경과 II Disappearing Landscape – Passing II

위안광밍은 대만 비디오 아트의 전위 인물로 1986년부터 비디오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개인적 경험을 날줄과 씨줄로 하여 현대인의 정신 세계, 심리 및 존재에 대해 깊은 성찰을 진행하는 동시에, 시의적 영상을 통해 시간과 지각, 기억에 대한 경험을 토로한다.
루셴밍 LU Hsien-ming_그녀에게 경배를 Adoration for Her 롄젠싱 LIEN Chien-hsin_해변 낙원 A Seaside Paradise 천순주 CHEN Shun-chu_바람 속의 기억: 논밭 Remembrance in the Wind: Fields 리샤오징 Daniel LEE_밀림 Jungle

루셴밍의 작품은 주로 사람을 중심으로 도시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다루면서 현대 사회의 생존 환경과 인문 정신을 성찰한다. 침울한 색감, 양각, 과장된 비율의 심원 투시를 통해 최신 건축물의 위용을 표현하였고, 도시 생활의 냉혹함과 생존 공간의 파괴로 인해 생기는 소외감, 답답함 등을 드러내었다. 롄젠싱은 인문적 성찰을 내포하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공업의 발전이 자연에 끼친 폐해를 성찰한다. 작품에서 수려한 시골 풍광을 묘사하여 자연의 존엄성과 무한함을 노래하는 한편 청산녹수 중 황폐한 문명의 폐허를 그려 공업의 발전이 자연에 끼친 폐해를 성찰한다. 천순주의 설치 사진은 주로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여 가족의 역사와 성장의 기억을 통해 개인과 땅, 고향의 관계를 묘사한다. 작품에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소멸하는 것들에 대한 향수가 있으며 또한 시공의 변화 속에서 농업 사회를 빠르게 대체하는 공업 문명에 대한 경각과 성찰이 있다. 리샤오징은 90년대에는 컴퓨터 그래픽과 리얼리즘을 결합한 인물 위주의 사진 작품을 다수 발표하였는데 그 중 '혼합종'은 디지털 이미지 창작의 핵심이 되는 개념이다. 그의 디지털 이미지는 중국 전설과 불교 신앙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에 대한 관찰을 융합하는 한편 대도시의 생활상 및 인간의 내면에 잠재하는 야만성 등을 그려냈다
궈전창 J. C. Kuo_'95~'96년의 기록: 총통•부총통 '95-'96 Chronicles: President & Vice President 황진허 HUANG Chin-ho_서양에 몰입하다 Rapture to the West 야오루이중 YAO Ruei-chung_수신(獸身)공양기념비 Barbarians Celestine: The Monuments with the Sacrifices of Faunas

궈전창의 작품은 격동하는 대만 사회에서 제재를 취하며 주로 사회와 문화 현상을 반영하는데, 선명한 시각적 효과와 극적 효과를 이용해 현 사회의 다양성, 갈등 및 모순을 표현하였다. 작품에서는 1996년 직접 선거를 통해 총통과 부총통을 선출한 이정표적인 민주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화려한 이미지를 통해 대만의 들썩였던 선거 분위기를 전달한다. 황진허는 대만의 하위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든다. 불교 및 도교, 민속 문화 등을 차용한 작품이 많으며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 과장되고 왜곡된 윤곽, 꽉 찬 구도를 통해 대만 통속 문화의 왕성한 생명력을 표현하는 한편 이를 통해 본토 생활 경험의 시각적 미를 표현해내고 있다. 야오루이중은 오랫동안 대만 대중의 천태만상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그는 인문적 시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와 설치 기법을 동원해 국토와 역사, 정체성을 성찰하고 비판하였으며 현대인의 의식 저변에 깔린 인문학적 성찰을 모색하였다.
라이주천 LAI Chiu-chen_명과 암의 투쟁 The Fight Between Bright and Dark Force

라이주천의 작품은 대만 신세대 예술가의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0년 이후 세계적 소비 문화를 대표하는 '장난감'을 작품에 담아 축소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었다. 그의 작품은 만화적 표현 방법과 회화성이 공존하는데, 그가 주목하는 것은 서사 구조가 아닌 표상적 진실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하는 회화적 문제이다.
린밍홍 Michael LIN_무제-모임(철학/건축학)Untitled - Gathering (Philosophy/Architecture) 린밍홍 Michael LIN_무제-모임(음악/공학)Untitled - Gathering (Music/Engineering)

린밍홍은 대만 전후에 유행한 패턴의 일부를 확대하거나 복사하여 지역 색채가 농후한 패턴을 만들어내면서 대중의 일상적 기억을 직접적으로 불러일으킨다. 또한 포용적 분위기에서 작품과 참여자가 상호 작용하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최근 작가는 여럿이 협력하는 창작 모델을 발전시켜 참여자의 개성을 매개로 작품에 유기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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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Shortends: Seoul_01








손영모展 / SONYOUNGMO / 孫永謨 / video 2013_0410 ▶ 2013_0414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1214c | 손영모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1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고이 갤러리 KOEE GALLERY 서울 종로구 궁정동 29-2번지 B1 Tel. +82.2.723.7922 www.koeegallery.com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는 동명의 가상 라디오프로그램의 존재를 가정하고, 프로그램의 오프닝 파트를 시각화하기 위해 서울 북촌 일대를 일요일 오후 8시 이후에 기록한 촬영분을 후반작업 과정을 거쳐 멀티채널 프로젝션 형식으로 설치한 작업이다. 일요일 오후 8시 이후의 북촌은 고요하다. 주말이 주는 짧은 여유에서 벗어나 월요일이면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시민들이 각자의 사적인 공간으로 숨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겠지만, 나에게는 마치 일주일 동안 지칠 데로 지친 서울이라는 한 인격체가 유일하게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일요일 오후 8시 이후의 북촌은 아름답다. 그 시간 인근을 배회하다보면 관광객들로 포화상태이던 보통 때와 달리, 묘하게도 인간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한 드라마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밤의 어둠과, 그 어둠을 어둠으로 존재하게 하는 도시의 불빛,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평상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그룹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모호하지만 명확한, 반대로 명확하지만 모호하기도 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짐작하고, 상상하다가 급기야 재창조하고자 하는 욕구에 시달리기에 이른다. 보통의 생활인들이 월요일 출근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어떠한 연유로 사적인 공간이 아닌 도시의 핵심에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따라서 나는 일정기간 동안 일요일 밤 8시 이후의 북촌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촬영을 시작한다. 여기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카메라가 비추어야 할 부분이 역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망원렌즈로 사람들 자체를 멀리서 촬영한다거나, 혹은 프라임렌즈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직접 무엇인가를 취재하는 개념이라기보다, 그들이 지나가버린 자리-지금은 비어있는-에서 느껴지는 감정 혹은 감상을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카메라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주인공인 장면들을 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촬영을 통해 포착한 여러 시민들의 드라마는 나의 사적인 노트에 틈틈이 기록되어 작품 제작을 위한 정보의 초기단계로 역할하게 될 것이다.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북촌 내 각 로케이션에서 촬영된 분량들은 일련의 후반작업과정을 거쳐 갤러리 내에 설치된 다중 플랫폼 (3-channel)에 재생된다. 문제는 영상에 덧입혀지는 사운드인데, 이 작업이 일면 서울시민들에게 헌정하는 러브레터와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생각하기에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라는 가상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고, 감미로운 목소리의 프로그램 진행자가 시그널 음악과 함께 읊는 여러 버전의 오프닝 멘트를 제작하여 사운드 트랙으로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감상자들은 매주 일요일 밤 8시에 시작되는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라는 가상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이 시각화된 영상을 다중 채널로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한편, 로케이션 촬영 과정에서 눈에 띈 인물들의 드라마를 재구성할 때, 주된 방법론으로 삼을 부분은 나루세 미키오 (1905-1969)라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의 영화감독이 마지막 목표로 삼았다가 이루지 못한 흰 배경막과 흰 옷을 입은 인물들을 통한 드라마의 구현이다. 내러티브 필름을 만드는 이들은 스토리텔링을 위해 보통 배우와 대사 등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들을 제외한 미술적 요소에 많은 부분을 기대게 되는데, 이는 가끔 너무 지나친 나머지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구현하고자 하는 스타일에 따라 미술은 분명 필수요소로서 기능하기도 하지만, 작품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나는 최대한 인위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극예술의 원재료만으로 드라마를 구축해보고자 한다. 특히, 전시되는 공간이 소위 단채널 비디오에만 집중하게 하는 영화관이 아닌 이상, 감상자들이 작품에 개입하고 빠져나오는 시간이나 의도가 다분히 능동적일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작품의 한 단면 혹은 일부분만으로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불필요한 미술적 요소의 배제를 통해 소위 감상자를 작품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손영모_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 ( Shortends: Seoul_01)_ 멀티채널 영상설치, HD 사운드_00:20:00_2013

배우들은 디자인이 과하지 않은 무채색 의상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한 후,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를 통해 쓰인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오직 인물들 간의 관계와 그것들로부터 파생된 감정만을 재료로 연기하게 될 것이다. 배경에 존재하는 것은 단지 흰색의 벽면일 뿐이다. 밝기와 대비만 존재하는 화면, 주위의 지형·지물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연기와 장면이 탄생하게 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차례의 연기실험일 수는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 관객들은 매주 일요일 밤 8시에 시작되는 당신과 함께하는 일요일 밤이 좋아라는 가상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이 시각화된 멀티채널 비디오와, 극영화 스타일로 재현된 세 가지 이야기가 자아내는 흑백화면의 대비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지점을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 손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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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reciating the detail. 4 stories.






게하르드 그로스展 / Gerhard Gross / photography   2013_0410 ▶ 2013_04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공휴일_11:00am~07:00pm / 4월23일_10:00am~12:00pm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오스트리아에서 오랫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해 온 게하르드 그로스 (GERHARD GROSS)의 전시가 2013년 4월 10일 수요일부터 23일 화요일까지 2주간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룩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일상에 대한 미묘한 변화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은 사진 작품들로 구성될 예정으로 낯선 이의 창문을 촬영한 「Freeze frame 2006/2007」 시리즈와 일상적 생활에서의 순서나 시스템 공통된 기준들에 대해 작업한 「Study of the refusal of order: The Butterfly Effect 2010/2011」를 선보일 예정이다.

첫번 째 시리즈인 「Freeze frame 2006/2007」 시리즈는 한밤, 익명의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사건들을 낯선 이들의 창문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름 모를 도시의 거주자들의 사생활을 훔쳐보기 형식으로 포착해낸다. 그의 이미지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그가 거주하는 공간의 물건들이나 가구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관람자들에게 그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타인이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상을 훔쳐보는 것을 통해 인간은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작가의 이미지들을 통해 유리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에 상상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호기심과 단편적인 환영을 느끼게 된다.

두번 째 시리즈인 「Study of the refusal of order: The Butterfly Effect」 시리즈는 일상적 생활에서의 순서나 시스템 공통된 기준들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두 달 간격으로 바구니에 담겨진 내용물들이 변화과정을 기록했다. 바구니의 내용물들은 은밀하게 처음의 질서로 배치되기도 하고 뒤바뀌기도 하는데 작가는 이러한 오브제들의 행동양식들을 포착해내고자 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사건들을 재구성하고 있는 작가는 이러한 담담하고 객관적인 기록을 통해 현대적 감수성과 오브제에 대한 몰입 등을 시각화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게하르드 그로스작가는 오스트리아에서 18회이상의 개인전 및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룩스는 게하르드 그로스의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의 계속적인 반복과 그 미묘한 변화에 대한 작가만의 특별한 시각을 만나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갤러리 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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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cter episode 1






원성원展 / WONSEOUNGWON / 元性媛 / photography   2013_0411 ▶ 2013_0509 / 월요일 휴관




원성원_성격의섬 The character islands_C 프린트_147×195cm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513g | 원성원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1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트사이드 GALLERY ARTSIDE 서울 종로구 통의동 33번지 Tel. +82.2.725.1020 www.artside.org




이미지로 이해하고, 이미지로 치유하고 ● 원성원은 이미지를 다룬다. 그의 전공이 조각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이미지를 다루는 것을 넘어 각각의 개별 이미지로 레이어와 스토리가 있는 통합 이미지를 조각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에게 이미지란 자신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이면서 동시에 대상을 상징하고, 추상하고 그리고 분석하는 도구다. 이미지 조각가. 그가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과 전개하는 내용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그를 가장 그답게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 작가는 사람들의 성격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적응하는가에 따라 드러나는 개인적 특성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자신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어떻게 자신이 사회를 이해하고 타자와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이는 일종에 자신을 위장할 수 있는 위장술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것과 함께 그 위장술을 발전시켜 사회성을 촉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각자의 성격은 자신을 남과 구별하게 만드는 요소임과 동시에 그 성격으로 인해 사회성이 제약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럼으로 자신에게 두드러진 성격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감춤으로써 보다 더 사회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 각각의 성격들을 동물들과 결부시켰다. 그리고 그 성격을 이해하려 선택된 동물들을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원성원_완벽한정원 The perfect garden_C 프린트_138×195cm_2013
원성원_자존심의다리 The bridge of ego_C 프린트_138×195cm_2013

유난히 집에 집착하는 성격이 있다. 작가는 그 병적인 집착을 갈매기에 비유했다. 수평선 너머로 달이 지고 바다는 언제 거대한 파도를 일으킬지 모르게 잔뜩 성이 나있다.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집들을 위태로운 배위에 싣고 표류한다. 육지에서는 재산일지 모르지만 바다 위 위태로운 저 집들은 오히려 없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집착이다. 시작점을 알 수 없이 얽혀있는 밧줄에만 의지한 채 표류하는 집처럼 집착은 그 대상으로부터 오히려 공격 당할 수 있다. 놓지 못하는 손으로는 그 어떤 것도 잡을 수 없다. ● 자신들만의 세계를 고집하고 나눌지 모르는 성격도 있다. 닭이면서 공작이기를 바라는 허황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작은 텃밭이라도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멀쩡한 산을 깎아 누구든지 다 볼 수 있도록 텃밭을 만들었다. 꾸몄다가 더 적절한 말일 것이다. 과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타인의 눈과 말만을 신경 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자신들의 잣대의 눈이고 말이다. 수 십 년 동안 자라온 소나무보다 당장 자신의 텃밭에서 수확한 호박이나 고추가 더 자랑스럽다. 무엇이 더 소중한가에 대한 판단은 오직 과시할 수 있는 대상인가 아닌가에 달려있을 뿐이다. 공작과 닭이 서로 마주볼 수 없듯이 분수에 맞지 않은 과시는 서서히 자신의 주변을 황폐화 시킬 것이다.
원성원_장남의 별아파트 The star apartment of the eldest son_C 프린트_180×144.5cm_2013
원성원_졸부의 텃밭 The kitchen garden of a parvenu_C 프린트_138×195cm_2013

당장이라도 불길이 치솟을 것 같은 건조한 들판.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들판 사이를 여러 개여 다리들이 이어주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 철로 만들어진 다리 그리고 더 단단한 흙으로 만든 다리들이 순차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흙다리를 제외한 나머지 다리들은 얼음으로 얼어 버렸든지 불에 타 버렸든지 이제 다리로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안이 훤히 다 드려다 보이는 비닐 하우스에 살면서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면서 이 올빼미와 불곰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자존심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상처를 받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자존심은 타인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지 자기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사회 속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드러나는 자존감이야 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이며 신뢰일 것이다. ● 유럽식 완벽한 정원에는 빨간색의 눈금자가 놓여있고, 주변은 쓰레기로 덮여있다. 그리고 그 정원에는 사슴들이 우아하게 노닐고 있다. 사슴은 완벽주의자의 가장 신성한 존재다. 만약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너구리라고 하더라도 눈금자의 직선에만 맞으면 사슴처럼 그 완벽한 정원에서 노닐 수 있다. 작가에게 완벽주의란 이렇게 자신만이 인정될 수 있는 법칙 안에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 법칙을 타인에게 강요하면서 주변의 쓰레기들을 감춘다. 완벽주의자에 의해 여전히 푸르고 깍듯이 정리된 정원은 저 멀리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눈보라에 의해 곧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오직 완벽주의자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완벽은 곧 자신의 불완전을 감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만약 완벽하다면 우린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성원_집착의 방주 The ark of obsession_C 프린트_125×195cm_2013

천문학자를 꿈꾸던 장남은 아파트를 짓는다. 더 가까이 별을 관측하고자 고층의 아파트를 짓고 있는 장남은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꿈을 접었다. 가족들은 그의 꿈보다는 그의 책임감이 흔들릴까 적당히 그를 위로한다. 여전히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가족은 자신들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장남에게 현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책임감이 강한 장남은 멀리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자신의 꿈을 현실과 맞바꾼다. ● 작가는 집착, 자존심, 과시, 완벽주의 그리고 책임감 등 병적으로 악화될 수 있는 인간들의 성격을 이미지화했다. 이는 단순히 작가의 조형적 감성을 넘어 분석하고 이해한 결과로서의 이미지다. 따라서 작가는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삶을 그리고 관계를 이해했다. 이는 또한, 작가의 치유면서 곧 관객들의 치유가 될 것이다. 과연 나의 성격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 임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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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Action






벤 리버스展 / Ben Rivers / video.installation   2013_0411 ▶ 2013_0509 / 월요일 휴관




벤 리버스_Slow Action_16mm, 4 channel HD video, color and black&white, sound_00:40:00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_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두산갤러리 서울 DOOSAN Gallery Seoul 서울 종로구 연지동 270번지 두산아트센터 1층 Tel. +82.2.708.5050 www.doosangallery.com




두산갤러리 서울에서는 4월 11일부터 5월 9일까지 영국출신의 작가 벤 리버스의 영상작품 『Slow Action』을 두산인문극장 2013* 기획 시리즈의 자연사적 접근을 소개하는 빅라이프 세트에서 선보인다. 벤 리버스는 문명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황, 잊혀지고 버려진 장소와 그런 상황에서 인간을 포함한 각기 다른 종(種)이 생태계 안에서 진화해 가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 왔다.
벤 리버스_Slow Action_16mm, 4 channel HD video, color and black&white, sound_00:40:00_2010
벤 리버스_Slow Action_16mm, 4 channel HD video, color and black&white, sound_00:40:00_2010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Slow Action』은 네 개의 채널에서 영상이 동시에 상영되는데, 각기 다른 지역에 위치한 네 곳, 대서양의 아프리카 서북구 부근 카나리제도의 스페인령 섬 란자로테, 일본의 나가사키 해안에 위치한 섬 군칸지마, 태평양 중남부에 위치한 섬 투발루, 그리고 영국의 서머셋에서 촬영되었다. 이 작품은 후기 종말론적인 공상과학 영화의 형식으로 다큐멘터리, 민속 연구, 허구적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공상과학 소설의 작가이기도 한 마크 본 슐레겔의 상상력이 넘치는 글과 벤 리버스의 시적인 영상이 오버랩 되어 지금은 실재하지만 곧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장소에서 가까운 미래에 있을법한 가상의 유토피아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지구, 생명, 인간의 역사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고 상상력을 더해 21세기의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만든 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경한 체험을 가져다 줄 것이다. * 두산인문극장 2013은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색하기 위해 '빅 히스토리'라는 큰 틀에서 천문학, 생물학, 지질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등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다양한 학문들을 한 자리에 모아 공연, 전시, 학술 및 교육 프로그램을 포괄하는 두산아트센터의 통합적인 기획이다. ■ 두산갤러리 서울
벤 리버스_Slow Action_16mm, 4 channel HD video, color and black&white, sound_00:40:00_2010
벤 리버스_Slow Action_16mm, 4 channel HD video, color and black&white, sound_00:40:00_2010
벤 리버스_Slow Action_16mm, 4 channel HD video, color and black&white, sound_00:40:00_2010



Doosan Humanities Theat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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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DNA : 한국 현대미술 연속 기획전






세 번째 이야기-니키 리_정연두展   2013_0411 ▶ 2013_0531 / 월요일 휴관




니키 리_The Hip Hop Project(1)_디지털 프린트_75×101cm_2011



작가와의 대화 / 2013_0411_목요일_03:30pm

진행 / 니키 리_정연두_신형철 문학평론가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서울문화재단_태광그룹 주최,기획 / 일주학술문화재단_선화예술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일주&선화 갤러리 ILJU&SEONHWA GALLERY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226번지 흥국생명빌딩 3층 Tel. +82.2.2002.7777 www.iljufoundation.org www.seonhwafoundation.org




감독과 배우로서의 작가, 기록으로서의 사진 ● 사진은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1839년 사진의 발명은 회화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촉발하며 모더니즘 시대의 수많은 이즘(ism)을 태동시켰습니다. 행위(performance)와 이벤트, 해프닝, 일시적인 설치 등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전시하는 것이 가능해 지면서 미술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이 난해하다고 여겨 지는 것은 이렇게 다양해진 미술의 내적, 외적 지각변동 때문입니다. 더불어 오늘날 사진기술의 발달로 '잘 찍는 기술'은 더 이상 작가들만이 구현하는 것이 아니기에 단지 잘 찍었다고 해서 작품으로서의 지위가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니키 리_Hispanic Project (20)_디지털 프린트_71×54.1cm_1998
니키 리_The Yuppie Project (4)_디지털 프린트_54×71.5cm_1998
니키 리_The Tourist Project(13)_디지털 프린트_101.5×75cm_1997

『황금 DNA』두 번째 전시에서는 기술의 숙련이 아니라 지적 사유로서 회화작업을 하는 박미나와 정수진의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세 번째 전시에서는 단순히 찍는(take) 사진이 아니라 만드는(make) 사진으로서 니키 리와 정연두의 연출 사진들을 보여 주고자 합니다. 2000년대 초반 니키 리는「Project」시리즈로 뉴욕 미술계의 '무서운 아이'로 떠올랐습니다. 다양한 하위문화들을 직접 체험하고 기록한「Project」시리즈 작업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문화적 층위의 다양성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정체성이 고정적인지 학습 가능한지를 반문합니다.「Layers」시리즈 작업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길거리 화가들이 그려 준 작가 자신의 초상화를 겹쳐져 보이도록 합성, 촬영한 것으로 각 도시마다의 특징이 묘하게 드러납니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2007)' 역대 최연소 수상자였던 정연두의 초기 작업「내 사랑 지니」와「원더랜드」시리즈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꿈이나 유치원생의 그림을 가설 무대와 분장으로 구현하고 사진에 담은 작품입니다. 거기에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아직도 꿈을 꾸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정연두_Bewitched #1_C 프린트_150×120cm×2_2001
정연두_Bewitched #10_C 프린트_150×120cm×2_2003
정연두_Afternoon Nap 낮잠_C 프린트_203×168cm_2004
정연두_I Want to be a Singer 가수가 되고 싶어요_C 프린트_80×96cm_2004

작가 정연두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무대와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모델을 캐스팅하여 작업을 완성하는 일종의 감독형 작가입니다. 니키 리는 낯선 문화 집단 속에 들어가 수주 또는 수개월간 그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그 문화에 동화된 자신의 모습을 담는 배우형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이들의 작업을 기록(document)할 따름입니다. 미술사학자 강태희는 "과장되고 연출된 리얼리티를 사진이라는 가장 '리얼'한 매체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은 종래의 사진 문법을 의도적으로 해체하고 전혀 새로운 사진 읽기의 틀을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사진이 그렇듯 현대미술은 무릇 드러난 매체의 표면보다 그 배후와 이면을 더욱 잘 살펴야 합니다. ■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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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밍 필름






Performing Film展   2013_0411 ▶ 2013_0615 / 일요일 휴관




빌리 도르너Willi Dorner_위 아래 사이 Above Under Inbetween_퍼포먼스_00:50:00분_2009 © Lisa Rastl



초대일시 / 2013_0411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스테파니 오뱅+아르노 바우만 Stéphanie Aubin+Arnaud Baumann(프랑스) 마갈리 샤리에 Magali Charrier(프랑스/영국)_지나 자르네스키 Gina Czarnecki(영국) 빌리 도르너 Willi Dorner(오스트리아)_니콜라 플로크 Nicolas Floc'h(프랑스) 윌리엄 포사이스+티에리 드 메이 William Forsthye+Thierry De Mey(미국/프랑스) 알랭 그스포너 Alain Gsponer(스위스)_데이비드 힌튼 David Hinton(영국) 쉘리 러브 Shelly Love(영국)_질리안 웨어링 Gillian Wearing(영국) 라마티크 Rammatik(Rannvá Káradóttir and Marianna Mørkøre페로 아일랜드/영국)

후원 / 코리아나 화장품

관람료 / 일반_3,000원 / 학생_2,000원 / 단체(10인이상)_1,000원 할인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Coreana Museum of Art, space*c 서울 강남구 신사동 627-8번지 Tel. +82.2.547.9177 www.spacec.co.kr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코리아나미술관은 2013년 첫 기획전으로 『퍼포밍 필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 연극, 무용 등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신체 움직임을 무빙 이미지로 제시하는 미디어 영상 전시이다. 질리언 웨어링과 니콜라 플로크 등 예술가의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비디오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윌리엄 포사이스와 빌리 도르너와 같은 전위 안무가와 영상 아티스트의 공동작업, 데이비드 힌튼과 알랭 그스포터 등 영화감독 및 영상작가들이 제작한 필름 등 14점의 영상작품들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와 무빙 이미지의 미학적 연관성과 현대 사회문화와 상호작용하는 수행적인 몸(performative body)의 의미에 주목하고자 한다.
윌리엄 포사이스 William Forsythe, 티에리 드 메이 Thierry De Mey_하나의 평평한것, 재생된 One Flat Thing, reproduced_00:30:00_2006 ©William Forsythe & Thierry De Mey
지나 자르네스키 Gina Czarnecki_Spine_00:18:00_2006 © Mark Savage, Courtesy AV Festival
지나 자르네스키 Gina Czarnecki_세포들 Cellmass_00:18:00_2007 © Gina Czarnecki l

『퍼포밍 필름』전에서 퍼포먼스와 무용, 연극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들을 '몸짓의 시각언어'라는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우선 퍼포먼스와 무용이 서로 접합하면서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요한 순간을 차지해갔던 역사적, 그리고 현재적 사실에 근거한다. 카바레 볼테르에서의 열정적인 다다 퍼포먼스가 수잔 페로테(Suzanne Perrottet) 등의 당대 전위 무용과 적극 연합하였고, 1960년대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가 저드슨 무용단(Judson Dance Theater)의 중심인물로서 이본느 라이너(Yvone Rainer),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시몬 포티(Simon Forti)와 교류하며 현상학적 신체에 주목하였던 미술사의 장면들을 추억한다면, 그리고 자비에 르 루와(Xavier Le Roy)와 얀 파브르(Jan Fabre),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 등의 안무가 미술관 곳곳에서 출몰하는 작금의 현상들을 떠올린다면, 더 나아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대규모 미술관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무용과 현대미술' 전시를 바라본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현대미술과 무용이 어떠한 대화와 에너지를 공유했느냐가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의 지향점은 퍼포먼스와 무용, 연극 등을 통합하는 비물질성으로서의 몸짓 언어가 무빙 이미지와 연동되면서 어떻게 우리의 지각을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유와 해방의 언어로서 어떻게 우리 몸과 삶에 침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데에 있다.
라마티크 Rammatik_마그마 Magma_00:05:19_2010 © Katrin Svabo Bech, Rammatik
마갈리 샤리에 Magali Charrier_트랄랄라 Tralala_에니메이션_00:05:06_2006
질리안 웨어링 Gillian Wearing_페컴에서의 춤 Dancing in Peckham_ 비디오, 사운드_00:25:00_1994 © the artist, courtesy Maureen Paley, London

Fluid Body ● 무대라는 실제 공간이 아닌 영상이라는 압축된 시공간에서 대안적 방식으로 제시되는 퍼포밍 바디들은 배역이나 인물로서가 아니라 시각적 디자인으로 재구축된다. 카메라 프레임의 복잡한 유영과 이미지 프로세싱은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공간, 퍼포머들의 시선교환과 미묘한 긴장까지를 세심하게 포착해 낸다. 또한 파편화된 신체나 세포의 형상 등 복합적인 접합과 비정형으로 신체 이미지를 변이시키기도 한다. 숨겨진 신체 세부 공간을 들추는 카메라의 눈은 신체를 둘러싼 '시각적 무의식의 세계'를 건져 올리면서 새로운 지각경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생물학적 한계와 인공 자연의 이분법을 초월하고 시간과 공간의 논리성에 도전할 수 있는, 무빙 이미지로 재구성된 신체는 살아있는 실체보다 더 '유동적인 fluid' 신체를 구성한다. 예로, 윌리엄 포사이스의 안무공연 「One Flat Thing」을 티에리 드 메이가 영상으로 번안한 「One Flat Thing Reproduced」은 실제 무대에서는 포착하기 힘든 미궁의 공간 속으로 카메라를 침투시켜 땀과 숨소리, 아이 컨택을 포함하여14명 댄서들 움직임의 미세한 텍스츄어를 건져 올린다. 카메라 프레임의 위 아래 복잡한 흐름은 더 많은 지각을 용인하면서 화면을 하나의 거대한 무질서의 극장으로 만든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상 설치 작가 지나 자르네스키의 영상 작품 「Cellmass」는 카메라의 눈을 통한 시각적 무의식의 영역을 상기시킨다. 호주 댄스 시어터 무용수들의 신체 이미지들은 조합되고 상호작용하여 세포와도 같은 복잡한 덩어리를 이루면서 질감이 풍부한 타블로를 만들어낸다. 복합하게 얽힌 신체들은 흐르고 증식하고 돌연변이하는 새로운 신체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이미지의 세계에서 백일몽과도 같다. 이 작품은 또한 유전, 진화, 병 등 인간을 둘러싼 생물학적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빌리 도르너 Willi Dorner_셋 인 모션 Set in Motion_비디오 퍼포먼스_00:20:00_2012 ⓒ Lisa Rastl
알랭 그스포너 Alain Gsponer_구역 나누기 Der Zonenplan_00:01:00_2010 ⓒ Alain Gsponer
스테파니 오뱅 Stephanie Aubin, 아르노 바우만 Arnaud Baumann_보드게임_00:04:00_2010

Performative Body ● 『퍼포밍 필름』 전에서의 움직이는 신체가 영상으로 코드화된 몸이라 할지라도 전시작품 중 상당수는 공공 영역에서 '수행'된 실제 퍼포먼스를 근간으로 한다. 퍼포머들의 몸은 지각적 대상이라기 보다는 현실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주체로서 공적 공간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몸들과 상호 반응하며 사회적 맥락을 획득한다. 중요한 것은 신체 자체가 아니라 '수행하는 몸'이 현재 사회 문화적 지점과 연결고리를 가진다는 것이고, 또한 그것이 관람자의 신체 속에서 사회적 심리적 반응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쇼핑센터라는 공공장소에서 춤추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에 몰입해 있는 질리언 웨어링의 비디오 퍼포먼스 「페컴에서의 춤(Dancing in Peckham)」은 공공의 영역과 사적 영역이 충돌하는 지점에 대한 신체 퍼포먼스적 탐구이다. 공적 공간 내에 개입한 신체 퍼포먼스는 빌리 도르너 안무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한정된 무대가 아닌 공공 장소에서의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 존재와 그들을 둘러싼 도시 내 외부 환경의 유기성을 언급해왔다. 퍼포머들이 도시 공간 곳곳이 침투하여 '수행'한 신체-설치로 도시주민들이 주변의 건축환경을 재사유하도록 초청한 「도시공간에서의 신체(bodies in urban spaces)」로부터 가구 오브제와 퍼포머의 인터랙션으로 의미가 완성되는 「위 아래 사이(above under inbetween)」에 이르기까지 빌리 도르너의 안무적 퍼포먼스는 그 방점이 신체 자체에 있기 보다는 인간 존재와 내외로 연결된 환경과 오브제들에 있다. 즉 그의 퍼포먼스는 우리의 모든 사회적 행위들과 몸짓들이 주변 도시 환경의 모든 건축적 오브제들과 연쇄고리를 형성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현실참여적이고 정치적인 신체 퍼포먼스의 '수행적' 특성은 알랭 그스포너의 「구역 나누기(Der Zonenplan)」에서 극에 달한다. 이 작품은 그린피스 캠페인의 일부로서 스위스 신축예정인 핵발전소의 건설을 반대하는 집단 퍼포먼스 영상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지원자들의 플래시 몹을 촬영한 것이다. 핵발전소 증축의 위험성에 동감한 수천 명의 자발적 참여로 '수행'된 「구역 나누기」 퍼포먼스는 SNS를 통해 핵 위험성에 관한 격렬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공공투표를 이끌어내었다는 점에서 수행적인 몸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쉘리 러브 Shelly Love_클링 필름 Cling Film_0
2013.04.08 19:47:14 / Good : 300 + Good

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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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r than banana 바나나보다 낯선








스타스키 브리네스_백민준 2인展  2013_0328 ▶ 2013_0503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잔다리 GALLERY ZANDARI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82.2.323.4155 www.zandari.com





갤러리 잔다리는『Stranger than banana』展을 3.28-5.3일까지 개최한다. 짐 자무쉬(Jim Jarmusch)의 영화『Stranger than paradise』에서 차용한 전시제목『바나나보다 낯선』은 외적인 모양에서 오는 유쾌한 대상으로서의 바나나와 그것의 상징성, 즉 이면에 보이지 않는 구조가 가진 중의적 의미를 대비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행위가 진지한 태도를 보여줄 때 더 예술성이 있다고 믿는 단선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가벼운 웃음 속에 본질을 포착한 작품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 사람들은 웃음을 좋아하고 거기에 속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폄하하고 웃음이 주는 위트와 명랑함에 거리를 두려 한다. 그리고 웃음은 일면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의 진지함과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예술도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대상을 통해 본질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웃음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현실의 진지함이나 인간내면의 본질이 암시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에서 위트가 생겨나고, 예술의 자율성도 확보된다. ● 우리가 '웃음'이라 일컬을 때에는 내면에서 유발되는 웃게 만드는 감정, '웃음의 감정 laughter emotion'을 말한다. 이것에는 '익살스러움', '우스꽝스러움', '비웃음', '천진난만함', '유쾌한 감정' 등 다양한 종류들로 구성되며, 이는 굉장히 복잡한 인간감정의 층위를 나타낸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예술의 자율성과 맞닿아 있는 지점, 어떤 대상이 희극적인 것으로 표출되는 위트의 감정을 말한다. ● 웃음에 대해 이론적으로 고찰한 요아힘 리터(Joachim Ritter)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우스꽝스러움이란 기존의 질서체계나 규범에 대립되는 것, 하찮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규범적이거나 진지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엇을 암시하거나 삶에서 긍정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웃음은 무겁고, 사소한 것을 삶의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의 긍정화"라고 표현될 수도 있다. 일종의 해학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어릿광대의 바보스러운 말과 행동에는 그것을 넘어서는 삶의 본질이 담겨 있다. 이로써 관객들은 유쾌함과 함께 내면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 이와 같이 위트나 익살은 암시와 소재를 통해 진지함을 불러일으킬 때 바로 희극적인 힘을 갖게 된다. 이는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상에서 보이지 않는 소재가 갖고 있는 본질을 끄집어내어, 사람들의 상상력을 일깨우고 삶의 질서를 융합하는 가교역할을 할 때 예술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스타스키와 백민준은 허구적 존재인 캐릭터 혹은 일상의 사물들을 차용하여 복잡다단한 인간내면의 심리와 삶의 본질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웃음미학의 관점으로 접근될 수 있는 작가들이다.
스타스키 브리네스_Silent instruments_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 아크릴채색_147×147cm_2010
스타스키 브리네스_Matter of_종이에 에나멜 페인트, 유채, 파스텔_70×50cm_2009
스타스키 브리네스_In other word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파스텔, 크레용_147×147cm_2010

베네수엘라 출신의 작가 스타스키 브리네스(Starsky Brines)는 원색의 강렬한 색채감으로 다소 우스꽝스럽고 괴기스러운 형체들을 창조해 낸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있을 것만 같은 형상들은 조커처럼 분열된 모습을 하고 있어 마냥 웃음 지을 수 만은 없는 뭔가 섬뜩한 느낌마저 전해준다. 광대의 얼굴에서 볼 법한 빨간 코를 달고 있는 생쥐 같은 형체들은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접한 만화 캐릭터들이다. 자세히 보면 이들이 권총을 들고,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결코 유쾌하지 않은 복잡한 모습을 하고 낯선 호기심을 자아낸다. ● 스타스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형상들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에 어떤 공포감을 던져주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체가 주는 캐릭터들의 무존재성이 인간의 불안과 뒤틀린 심리를 내포하는 데에서 연유한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 이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을 보며 많은 상념들이 떠올랐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색채와 형태의 뒤엉킨 형상 속에서 인간내면의 분열감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백민준_백팔염_혼합재료_19×12×10cm×108_2012
백민준_설념_혼합재료_53×52×50cm_2012
백민준_춘희_혼합재료_46×50×25cm_2013

백민준(Baik MinJune)은 작업에서 미키 마우스와 같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이콘들을 통해 관람객의 시선을 친밀한 느낌으로 사로잡는다. 작가가 차용한 상징적 캐릭터들에는 시대가 원하는 것과 정제된 것, 정서와 욕망 등이 모두 결집되어 있다. 우리들의 현재적 삶이 투영된 대상들을 통해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며, 자신을 타자화하여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세속의 삶에 치이고, 서글픈 인간 존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지만, 아이콘의 유쾌한 모습 이면에 담긴 자기자신을 마주함으로써 수행의 길에 동참하게 된다. ● 작가는 캐릭터만 대상화한 게 아니라, 하찮은 대상들에도 가치를 불어넣는다. 즉 멸치에 존재감을 부여한다거나, 팝콘을 아름다운 벚꽃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일상에 널린 바나나를「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앨범자켓으로 제작하여 '대상을 발견'한 앤디 워홀처럼, 백민준의 작품들은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서 존재성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예술의 영역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 받게 될 때가 우리의 삶을 직시하는 순간이지 아닐까. ● 그렇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우스꽝스러움과 예술의 진지함이 교류하는 긴장감 속에 인간본연의 공포, 외로움, 불안과 슬픔 등을 포착할 수 있다면 희극과 예술의 경계에 서서 삶의 본질을 대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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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me tower_ decode-encode




김성호展 / KIMSUNGHO / 金聖虎 / painting 2013_0406 ▶ 2013_0505 / 월요일 휴관



김성호_decode-encode_반사유리, 은경, LED, 책, MDF_가변설치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511c | 김성호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13_토요일_04:00pm

후원 / 경기도_광주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영은미술관 Young Eun Museum of Contemporary Art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8-1번지 제4전시장 Tel. +82.31.761.0137 www.youngeunmuseum.org



서로 다른 시 공간 속에 다양한 시점들로 들여다 본 사물들이 부유하고 있고, 그 공통 소재는 '책' 이며 그들은 서로 반복되거나 중첩되어 하나의 영속성을 지닌 탑을 이루기도 한다. 작품 속의 책들은 어디로부터 기인하였으며, 어떠한 의미와 개념들을 상징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작가의 유년시절. 도서관에 대한 크고 작은 잔상들과 추억들이 축약된 이미지로 간직되었다가 표현된 것이기도 하고, 작가를 둘러싼 책들 속에서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어떤 것을 찾아 끊임 없이 순례하고 있는 대상 일런지도 모른다. 이는 다음의 작업노트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김성호_decode-encode_반사유리, 은경, LED, 책, MDF_가변설치_부분
김성호_decode-encode_반사유리, LED, MDF, 아크릴 거울_가변설치

모든 사물들은 일반적으로 각기 고유의 목적성을 지닌 채로 존재하지만, 이를 바라 보는 주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목적,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작가 김성호의 작품 속 주 소재인 '책' 또한, 그 본연의 목적성을 지닌 의미가 아닌 작가만의 다양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한 것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소소한 즐거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김성호_decode-encode_반사유리, LED, MDF, 아크릴 거울_가변설치
김성호_volume tower_캔버스에 유채_390.9×162.2cm_2013

이번 『김성호 개인展_Volume tower_decode-encode』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속에 담긴 내재적 의미를 깊숙하게 파악하고 느끼기 보다,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고 경쾌한 느낌과 작가 특유의 위트 넘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표현 장르에 있어 기존의 회화 작품과 새로운 설치 조형 작품들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작가가 늘 생각해오던 다양한 생각과 의미들을 좀 더 직접적으로 흥미롭게 보여주는 특별한 구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펼쳐 놓은 무한의 세계 속에 자유롭게 부유하고 있는 확장 공간을 통해 즐겁고 유쾌한 상상을 교감할 수 있기를 기대 한다. ■ 영은미술관
김성호_volume ville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13


나는 책들을 구성 하고 그리는 과정을 통해, 체계(體系) 너머의 어떤 지점을 찾으려 하며, 책의 크기나 표지의 색상, 글자의 형태 등의 표면적 형상만을 놀이 하듯 몸이 원하는 질서에 따라 선택하고 배치함으로써, 책이 지닌 내재적 의미를 지워낸다. -중략- 책 사이 사이 등장하는 장난감은 책을 배경이나 밟고 선 바닥으로 보이게 만들어 책들이 지니고 있는 내용적 가치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장난감을 중심으로 한 통합된 내러티브를 만들어 책이 가졌던 본래의 의미 체계를 더욱 모호하게 한다.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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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숙_Tore Svensson 2인展




2013_0416 ▶ 2013_0427



Tore Svensson_Brooch From series 27 square cm Steel_지름 6cm


초대일시 / 2013_0416_화요일_06:00pm

갤러리 담 기획展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나는 과거 20여 년 동안 장신구를 가지고 기하학적인 작업을 해왔다. 나의 많은 작업들이 오랜 시간을 걸쳐 완성된 것들이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현재진행 중인 작업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작업의 시작과 끝에 명확한 구분은 없다. 이 시리즈는 표현과 내용을 약간씩 변화시켜 구성한 것이다. 나는 주로 철을 이용해 작업한다. 철은 내가 추구하는 결과와 완벽하게 부합하는 속성과 특질을 가지고 있다. 작업을 통해 얻은 여러 결과들 중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표면이다. 나는 에칭, 단조, 도금, 그리고 최근에는 색깔을 적용하는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표면에 변주(variations)를 일으킨다. 나는 환경으로부터 현재진행 중인 작업의 영감을 얻으며 이를 절대적이며 필연적인 요소(the absolutely necessary)로 환원시킨다.
Tore Svensson_Brooch-From series 27 aquare cm Steel gilt_7×7cm
Tore Svensson_Brooch-From series 27 square cm Steel gilt silverplated _8×7.5cm
Tore Svensson_Bowl 218-Iron_6.5×11.5cm

그릇에 관하여 ● 철을 가공해 그릇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는 많은 시간을 요하는 고된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즉 그는 수천 번 금속을 단조질해야 한다. 20여 년 동안 나는 하나의 단순한 형태 만을 추구해 왔다. 내가 매년 제작하는 몇 개의 그릇들은 이전 것들과 비교할 때 크기나 형태 면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이 그릇들의 외형은 내가 이전에 오랫동안 했던 작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린시드유를 발라 불을 가하면 쇠의 표면이 검게 변한다. 일부 작품에서는 이 검은 표면을 가로질러 금줄이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표현은 재료의 사용을 보여주기 보다는 우리의 생각을 담기 위한 것이다. ■ Tore Svensson
소진숙_Calendar (1week to 20 week) Jan-April kalopanaxpinnar(엄나무)_ gold leaf+ painted acyle color, old Koreans papper_2013
소진숙_The memory of ancient times I_Old Korean wool make hand big spool, old paper, gold leaf and painted black ink_69×16×2cm_2013

엄나무와 실패 ● 이번 작품은 한국에 들어와서 영은 미술관 YMPA 작가로 2년 있는 동안 연구한 한국이미지 중 민속자료를 찾아서 만든 작품 중 일부를 보여 주는 전시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일본 4,5년, 스웨덴에 가서 2년만 있으려고 했던 것이 30년을 넘게 머물게 되면서 한국을 늘 그리워하면서 지냈다. 한국에 올 기회를 받고 미술관에 있으면서 한국적인 것을 찾는데 재래식 시장들을 들러 보는 중 중부시장도 돌았다. 길을 누군가에게 물으니 모퉁이를 돌면 생선냄새가 나는 쪽을 가면 된다 하여 걸어가는 중 먼 옛날의 그리운 향수를 느끼는 냄새가 나는 중부시장 입구를 도착했는데 우리네 식의 소박한 시장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시장을 어슬렁거리다 약초를 파는 듯한 가게가 눈에 띄어 들어가 보니 엄나무가 눈에 띈다. 상상의 날개가 머릿속을 스치면서 엄나무를 보았다. 삶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힘들다. 예술은 아름답지만 삶은 힘들다. 나는 이것을 일기를 쓰듯 달력을 만들기로 하고 자료를 한 가게에 있는 것을 한 다발을 사서 예쁜 것만 골라내니 얼마 안 된다. 이것을 다듬고 갈고 색을 칠하니 하루에 엄나무는 아름다운 하루가 되어 나타난다. 이번 작품은 1- 4월까지 20주로 계속해서 1년을 만들려고 생각한다. ● 실패 작품은 나는 섬유를 다루던 작가로 실패는 나에게 자연스러운 재료다. 조선시대의 문양없는 실패는 우리 어머니들이 가족들의 옷을 짓는 등잔불 밑에서 바느질 하는 소박한 여인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것에 쓸 수 없는 서당의 서책을 사서 오려 실처럼 말아서 붙이니 적격이다. 먼 옛 모습을 보는 기분이다. 옛 것을 현대화시켜 작품화 한 것이다. ■ 소진숙
소진숙_The memory of 3 ancient times 2012_ Old Korean thread spool, old Korean paper, gold leaf_38×56×5.5cm_2012

갤러리 담에선 스웨덴 금속작가 Tore Svensson과 스웨덴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진숙 작가와의 2인展을 준비하였다. 스웨덴 작가 Tore Svensson은 유럽에서 활발한 전시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Tore Svensson 작가는 최근 들어서는 철에 대한 물성을 가지고 수천 번의 망치질을 통해 평면인 철판이 반구의 그릇으로 변해가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작업에 따라서는 구멍을 내기도 하고 금을 붙이거나 하여 린시드유를 바른 후 마감처리 한 작품이다. 이번 우리나라에서 선보이게 되는 전시에서는 철을 주재료로 기하학적 분야를 소재로 한 브로치와 Bowl 작업이 전시될 예정이다. ● 소진숙의 작품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지된 형상에서 재충전 된 에너지를 볼 수가 있다. 소진숙은 작품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얇고 투명한 면은 가는 철사로 흔적을 남기며 짜고 그 위에 또 한 겹 한 겹을 겹쳐 놓고 이에 색감을 더하고, 금박을 씌우며 때론 불로 태우기도 하고 또 바늘로 이어서 그 형태를 잡아간다. 그런 방식으로 탄생한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가 고향이라 여기는 아름다운 한국과 스웨덴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는 한국의 고전적인 재료까지도 도입,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소진숙은 100년 된 얼레와 오래된 한지 고서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이번 전시에 그것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 마치 스웨덴과 한국이 소진숙이라는 작가를 통해 만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작품을 하나 하나에 많은 공과 애정을 쏟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데 그와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지만, 어느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도 않는다. 이런 지리적인 습성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일정한 영역으로 되돌아 오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할 수 있다. 그 영역에는 엄청한 힘이 존재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동시에 기본적인 사상의 흔들림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스웨덴의 작가들 중에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스웨덴의 공예 범위를 국경 밖으로 넓혀서 새로운 흥미와 호기심을 이미 많은 관람객과 애호가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임무가 저희 작가들에게 있다고 봅니다"라고 스웨덴의 공예작가인 오사 로크너는 말한다. ● 소진숙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한 작가로 전 세계에서 활발한 작품활동과 전시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대표적인 박물관에서도 그녀의 작품은 전시 소장되고 있다. 그 중 몇몇 예를 들자면은 뉴욕의 MAD (Museum of Art and Design)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과 오사카 박물관과 또한 요떼보리의 뢰스카 박물관 등이다. 1978넌 이후 주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주로 거주하면 작품활동을 끊임 없이 한 소진숙은 최근에는 2년간 영은 박물관에서 객원 예술가로 활동을 하였다. 그 2년간 태동한 작품을 이번 전시에 선 보인다. 소진숙은 스웨덴 공예작가협회의 회원이다. 총 회원 수는 93명이며 회원 선발은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외부 선발위원회의 심의 거쳐 이루어진다. ● 소진숙 작가는 한국 방문시 시장에서 발견한 엄나무를 다듬어서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때로는 한지종이로 싸서 소중한 시간을 표현한 「카렌다」작업을 선보인다. 또한 오래된 실패에 실 대신에 종이를 감아서 옛 분위기가 느껴지는 오브제 작업도 출품 예정이다. 소진숙작가는 수도여자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교토시립미술대학과 스웨덴에서 회화를 전공하였다. ■ 갤러리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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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차이 Familiar Difference




이승재展 / LEESEUNGJAE / 李承宰 / photography 2013_0417 ▶ 2013_0423



이승재_7days-Wall1_잉크젯 프린트_100×137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승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3_041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2:00pm~06:00pm

더 케이 갤러리 THE K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6번지 Tel. +82.2.764.1389 www.the-k-gallery.com blog.naver.com/thekgallery




차이와 반복 ● 일상은 사소하고 지루하다. 매일 매일 마주치는 내 방의 벽과 천장, 바닥, 창, 침대 그리고 내가 지내는 공간과 그 안의 모든 사소한 사물들로 이루어진 나의 시각 생활은 참 평범하고 지루하다. 하지만 이런 일상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면에 있어서는 강력하다. 너무 자주 마주치기 때문에 곧 잊어버릴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장면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비루하고 지루한 일상에 둘러싸여서 삶을 영위하고 마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동일한 것들의 무한 반복 안에서 살아야만 한다. 어떤 강력한 혁명이 일어나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삶을 지루하게 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만드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계속되는 '반복'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그 '반복'이 차이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한 것같다. 동일한 것들을 한 발짝 물러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동일하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그 반복적인 바라보기를 사진적인 과정으로 드러낸 것이 이 작업이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서 내가 오랜 시간을 보내는 생활의 장소를 바라보았다. 모든 장면들은 나의 집과 작업실의 한 귀퉁이다. 그 안에서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행위를 반복했고 그 행위의 반복을 통해 차이가 발생했으며 이 것들을 모아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 이승재

이승재_Wall1-201210041500_잉크젯 프린트_60×50cm_2012

「잘 살고 있지? 어디쯤이야?」 불현듯 드리워진 멍에에 몇 번을 짓눌리고, 몰아치는 칼바람에 풀썩 주저앉을라치면 우리는 '내게 삶은 왜 이리 가혹한가, 어째서 나는 남들처럼 살지 못할까...' 밍밍하게 마음으로 읊조린다. '남들처럼 산다는 것...' 겸손하고 소박하게 들린다. 허나, 단언컨대, 그 누구도 '남'들처럼 살 수 없다. '남'이란 것이 얼핏 흔하디흔한, 보편적이며 구체적인 어떤 실체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서 '남'이라 함은 변화무쌍하고 번식력 막강한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이기에 그렇다. ● 그렇다면, 남들처럼 살 수 없다면, 나답게 살면 될 테다. 참으로 그럴듯하고 만만해 보이지만, 그러나, 아차!스럽게도 우리는 '나'를 잘 모른다. 세상은 우리에게 '나'를 통찰할 기회를 제 때 제공하지 않았고, 기껏 찾아낸 '나'라는 것의 실상은 '남'을 통해 투영 된 '욕망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허세 쩐다. 가진 자의 편리가 만들어 낸 의식세계가 워낙이 공고하게 굳어있기에 그럴 테고, 진정한 민주(民主)의 결여가 불러 온 참사가 아무렇지 않게 세상에 만연해 있기에 그럴 테다. ● 애타게 '나'를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끊임없이 '남'을 지향한다. 우리는 이렇듯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고 있다. 둘 모두를 품에 안기엔 둘 사이의 간극이 꽤나 아득하고, 둘 모두를 놓아주기엔 한 번 뿐인 삶이 그저 통탄스럽다. 이 둘 사이의 경계에서 안간 힘을 다해 매달려 때로는 이리저리 나부끼고 때로는 여기저기 부대끼며 그 막연한 절충안을 찾아가는 답 없는 여정... 결말은 뻔하지만 끝내 답을 알아 챌 수 없는 이 아리송한 여정이 어쩌면 삶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초입부터 이승재가 불러온 잡념들을 두서없이 지껄여 봤다.
이승재_7days-Floor3_잉크젯 프린트_100×135cm_2013

Sunrise Sunset ● 해와 달이 서로 하늘을 공유한다. 낮의 따사로움은 생산을 부추기고, 밤의 고요함은 휴식을 안내한다. 밝음은 물질을 비춰 앎을 이끌고, 어둠은 정신을 보듬어 얼을 깨운다. 태초로부터 음양(陰陽)은 조화로우며 이 둘의 어울림은 이 땅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는 거대한 자연의 섭리이며 세상만물은 이에 순응한다. ● 하지만, 얄팍한 인간의 이기심만은 이 거대한 흐름에 딴죽을 걸었다. 인간은 자신들의 이익을 가늠해 음양에 선악(善惡)이라는 이름을 덧 씌웠고 세상 모든 것들을 양 갈래로 줄 세워 편을 갈랐다. 앎을 통해 얻어진 의식은 합리라는 미명하에 세상을 재단했고, 얼을 통해 길러진 무의식은 미신과 오류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세상의 구석으로 내몰렸다. 시나브로 획일화된 집단의 논리는 돌처럼 굳어갔고 무한한 개인의 잠재력은 촛불처럼 사그라졌다. ● 음양을 대척점에 두고 얄팍한 지식으로 세상 모든 것을 이쪽저쪽으로 분류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모든 게 조화로웠던 그 때, 음양이 번갈아 자리를 양보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의식과 무의식이 포옹하며 한 데 뒤엉키던 그 때를 망각했다.
이승재_Floor3-201303051600_잉크젯 프린트_60×50cm_2013

7days ● 지구가 남과 북을 축으로 비스듬히 한 바퀴를 돌면 하루다. 달은 지구를 가운데에 두고 원을 그리며 지구 주위를 돈다. 달이 지구의 주위를 온전히 한 번 돌 때, 지구는 대략 서른 번의 자전을 한다. 한 달이다. 마치 달이 지구에게 그러하듯 지구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해의 주위를 돈다. 지구가 해의 주위를 돌아 처음 떠난 자리에 되돌아오기까지, 지구는 삼백예순다섯 남짓의 자전을 거듭하고, 달은 열두 번 가량 지구의 주위를 돈다. 한 해다. 이렇듯 '연월일(年月日)'이란 굵직한 시간개념은 땅과 하늘의 움직임, 거대한 자연의 흐름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여기에 불쑥 끼어든, '주(週)'라 불리는 7일의 시간개념은 아니다. 이 녀석은 오롯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 졌다. ● '주'는 자연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일곱 날을 반복한다. '주'는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비롯해 양치기를 하며 풀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던, 농경사회의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연의 변화에 덜 민감했던, 옛날 옛적 유대인들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정착된 시간개념이다. 그들 스스로가 원죄(原罪)를 저지른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라 여겼던 유대인들은 그 원죄의 벌로서 물질적 노동을 감내했고, 창조주 여호와의 노동 패턴을 본 떠 여섯 날의 노동과 하루의 안식(安息)을 반복했다. ● 유대교에서 갈려 나온 기독교가 로마제국을 거쳐 유럽의 아이디어를 지배하고,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열강들이 식민지 쟁탈에 열을 올리게 되면서 '주'라는 인위적 시간개념은 중동의 마른 땅을 벗어나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 오늘날, '주'는 거대 자본과 손을 맞잡고 우주만물의 거대한 흐름, 개개인 각자의 생체리듬과는 무관하게 세상 사람들에게 대여섯 날의 노동과 하루 이틀의 휴식을 강요한다. 짜증난다.
이승재_7days-Wall2_잉크젯 프린트_80×135cm_2013

In and Out ● 그 어디에도 인간만큼 안과 밖의 경계에 민감하고 익숙하게 길들여진 창조물은 없다. 인간은 바닥을 올려 습기를 눌렀고, 담을 쌓아 바람을 막았으며 천정을 올려 하늘을 가렸다. 이렇듯 인간은 인공의 산물을 통해 자연과의 구분선을 그었고 안과 밖의 경계를 만들었다. ● 안과 밖. 들어오면 안이고 나가면 밖이다. 물질이 안에 있으면 담기거나 갇히는 것이 되고, 밖에 있으면 버려지거나 자유로운 것이 된다. 정신은 안으로 숨어들수록 고통스럽지만 자유롭고, 밖으로 드러날수록 개운하지만 구속받는다. 안에 있음은 고립을 종용하지만 안전을 보장한다. 밖에 있음은 소통을 허락하지만 위험을 동반한다. ● 안과 밖은 명확한 경계를 이룬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경계선 위에는 대뇌 전두엽까지 멍 때리게 만드는 아이러니들이 산재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아이러니들을 짊어진 채 경계에 바짝 눌어붙어 밖을 경외하며 안에 숨어든다.
이승재_Wall2-201301021040_잉크젯 프린트_50×60cm_2013

Bracketing ● 카메라 좀 깔짝거려 본 사람들 대다수는 브라케팅(bracketing)의 개념을 알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잠깐, 이승재의 작품과 전시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승재의 작품을 마주한 사진 문외한들의 구글링 노역을 덜어주고자, 친절한(?) 필자가 구차한 설명을 덧붙인다. 브라케팅? 별 거 없다. 쫄지 말자.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려면 적당히~ 빛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브라케팅은 빛의 양이 많고 적음에 따른 결과물들의 묶음이자 바로 그 '적당히~'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정도면 나름 명료하고도 명쾌한, 네이버 지식in 내공 15점짜리 설명이다. ● 참고로, 가장 그럴듯한 그림을 빚어내는 빛의 양을 두고 '노출이 적정하다' 표현하고, 빛이 필요 이상으로 많을 경우 '노출 과다', 반대의 경우를 '노출 부족'이라 말한다. 이때! '과다'와 '부족'을 결정하는 '적정'이라는 기준은 카메라에 내장 된, 혹은 별도의 노출계가 피사체의 빛 반사율 18%를 측정해 정한다. 허나 이 기계적 수치가 완벽한 적정을 담보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진정한 적정은 촬영자의 마음속에 있는 거~죠! 때문에 브라케팅을 한다. 노출계가 제시하는 적정을 기준으로 빛의 양을 달리해 동일한 장면을 여러 장 촬영하고, 그 중에서 촬영자의 마음속에 꿈틀대는 '나름'의 적정을 골라내자는 거다. ● 그런데 요거~, 말이 쉽지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특히나 작가정신 투철한 열혈 사진가에게는 그 선별작업이 고역에 가깝다. 얼핏 고만고만해 보이는, 별 거 아닌 차이에서의 갈등은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소녀시대에서 제일 예쁜 멤버를 찜하는 일만큼이나 고통스럽다. ● 이승재는 새벽과 황혼을 빌어 음과 양, 의식과 무의식의 교차점에 주목한다. 또한 일곱 날, 인간 스스로의 강요에 의해 규정지어진 '주(週)'라는 인위적 순환을 밀착한다. 그리고 천정, 벽, 바닥, 창을 통해 안과 밖의 경계에 놓여 매달리고, 나부끼며 부대끼는 흔하디흔한 그 무엇들을 갇힌 자의 시선으로 주시한다. 여기에 이승재는 브라케팅이라는 사진언어를 적용한다. ● 경계 위에 놓인 탈색 된 피사체들이 밝고 어두움을 달리해 새벽과 황혼, 일곱 날을 아우르며 정처 없이 헤맨다. 이승재가 나지막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짐작해 본다. 누군가의 편리에 의해 규정되고 확장되어진 음양의 이별과 일상의 쳇바퀴, 그 굴레를 견디며 무구(無垢)한 자아와 강제(强制)된 욕망 사이에서 그 말도 애매모호한 '적정(適正)'을 찾아 떠나는 무명씨들의 여정..., 결국엔 너와 나의 삶... ● 집에 가는 길에 잊고 지내던 그대에게 전화 한 통 걸어 물어야겠다. '잘 살고 있지? 어디쯤이야?' ■ 김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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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간유리, 스텐골조, 철대문, 가변크기, 2013


바다에 섬을 띄워 그 위로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땅보다 하늘에 가까운 건물이다. 파도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싶은 사람들은 건물에서 쉽게 빠져나와 바다로 간다. 집 안에서도 찬란한 야경을 볼 수 있다. 들어가 보고 싶은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그 앞에서 사진도 찍는다. 여기까지는 해운대 얘기였다. 조혜진도 <섬>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었다. 아파트 앞엔 물이 흐르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간유리로 지었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섬>은 캄캄하고 조용하다. 불이 켜지기 전까진 누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조혜진의 첫 번째 개인전 <변두리>는 투명했다. 바람에 날리는 비닐을 보면, 꼭 ‘나’ 같아서 투명한 것들에 자신을 투영했다고. 그만큼 하려는 얘기가 선명했다. 아직 어리고 작업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느끼는 대로, 보이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다. <섬>은 내가 본 세상이지, 내 얘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까 해운대 얘기는 아니었다.




△ 섬, 간유리, 스텐골조, 철대문, 가변크기, 2013


유리를 다루다 보면, 다치거나 하진 않나요?
조금씩 찔리고 박히는데, 견딜만한 정도예요. 요즘은 현관문에 끼울 유리를 조금씩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품의 소재가 단순히 재료 이상으로 주제와 이어져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지난번 전시에서는 산 동네의 집을 페트 용기로 만들어서 투명하게 드러냈고, 이번에는 안에서 뭐든 할 수 있는 주상 복합 건물을 불투명 소재인 간유리로 가뒀어요.
20대 때는 제 처지가 불만족스러웠어요.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엄마가 부끄럽고, 제가 대학원까지 나오긴 했는데, 그때까지 전시를 한 번도 안 했어요. 좋은 회사도 못 다니고. 항상 자존감이 너무 낮다 보니까 길에 날아다니는 비닐이 보이면, 저게 꼭 나 같다는 생각을 맨날 했어요.

투명인간 처럼이요?
네. 투명하고 잘 안 보이는 것들을 보면 제가 꼭 그런 거예요. 보이지도 않고 존재감도 없는 그런 사람. 그래서 투명한 집에 저를 투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 작업이 저한테는 거의 자화상 같아요. 작업하면서 해소가 많이 됐어요.

 

△ 변두리-가변크기(9m x6m x6m 공간에 설치), 페트필름, 재활용 페트용기, 2011
 

첫 전시 <변두리>에서는 어머니가 살던 창신동 산동네 이야기를 했죠.
엄마가 그 길에서 물지게를 나르고 생활했던 얘기를 해 주셨는데, 그게 계기였어요. 친구랑 산책할 때마다 막 재미있게 다녔던 그 길이 엄마의 얘기를 듣고 난 후부터는 마냥 낭만이 서린 장소는 아니었어요. 자료 사진을 찍으러 창신동에 갔을 땐 산이 반으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반은 집들이 모여 있고, 나머지 반은 다 밀어 버려서 흙만 남은 상태였어요.

전시할 땐 그 집들을 공중에 띄워 놓으셨죠. 어머니가 살아온 지난 세월의 무게를 덜어내고자 했던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유령 같았어요. 그 동네가 전혀 인정을 못 받고, 아무 데도 발 붙이지 못하고, 보이지도 않은 채 떠도는 것 같았어요. 밀면 사라질 수밖에 없을 만큼 미약하고. 그렇게 누군가가 지워가고 있는 것이 내가 엄마의 과거를 부정하고 지웠던 거랑 똑같다는 생각이었죠.


△ 변두리-가변크기(인체 실물 크기), 페트필름에 바느질 2011
 

빈 동네가 분명한데 게다가 주변의 벽과 사람까지 다 투명해서 더 쓸쓸하더라고요.
집을 실컷 만들고 났더니 이제 엄마 얘기를 하는 건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그 뒤로 또 부딪친 게 이 동네(대림동) 사람들이었어요. 오면서 보셨겠지만, 동네 느낌이 좀 다르잖아요?

간판, 사람들 말소리, 다 중국말이에요.
중국 교포들한테서 엄마를 보는데요, 60년대 이농민이나 저 사람들이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돈 벌려고 여기 와 있는 거잖아요.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저 사람들이 너무너무 싫은 거예요. 저 사람들이 동네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풍경을 막 바꿔 놓는 게. 한 동네 살아서 저도 한 묶음으로 보일까 봐 더 싫었어요.

작업 노트에 쓰셨죠. 어머니의 과거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인정했고, 대림동에 사는 중국교포들을 만나면서 타자의 배제를 확인했다고.
그러니까 나보다 약간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싶은 그 마음이 잘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그게 잘 안 돼요. 전 더 나은 위치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되게 크고요.

당신의 작업 과정의 끝은 항상 ‘나’로 향하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 <섬>에서도 ‘나’를 확인하는 순간이 있었나요?
아니요. 첫 작업 때까지는 주제 속에 제가 너무 많았지만, 이번 작업은 저랑 별로 상관없어요. 간유리는 내가 보는 세상이지, 이 작업이 ‘나’는 아닌 거예요. ‘아기’ 같아요. 처음에는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시각이 외부로 향하잖아요. 그 과정인 것 같아요.



 

지난 전시와 이번 전시 둘 다 주거 공간이라는 점은 같지만, 투명했던 산동네에서 불투명한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주제로 넘어가요. 두 작업의 성격이 극과 극을 달리죠.
대비되긴 하는데,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잠깐 목동에 있는 하이페리온이라는 주상복합아파트에서 과외를 한 적이 있는데, 일단 거기 가면 바깥 쳐다보는 게 좋더라고요. 시야에 걸리는 게 없으니까 정말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고 되게 부럽더라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산동네의 간유리가 생각났어요. 창이 소통의 의미라면, 그 투명한 주상복합 통유리는 더욱 그래야 하잖아요, 근데 이게 일방적이라는 것에 기분 나쁘고, 불쾌하고. 산 동네는 그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서 짠한 거예요. 햇빛도 훨씬 덜 들지, 시야는 말할 것도 없이 확보 안 돼지. 그렇게 대비가 되면서 심통 맞은 게 또 나온 거죠. ‘저 사람들이 저렇게 높이 보고 멀리 보는 것 같아도 진짜를 보는 게 아니다’는 생각.

조형물 아래 설치해 놓은 수조가 일종의 거울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물은 우선 관람자와 작업과의 ‘거리감’을 생각한 거였어요. 내가 저 아파트 앞을 지나다니지만, 내가 사는 데가 아닌 이상 거리감이 느껴지잖아요. 위압적이고요. 하이페리온에 들어갈 때도 안에서 “들어오세요”라고 허락을 해줘야 들어갈 수 있는 게 처음엔 너무 싫었어요. 전 의식을 되게 많이 하는 사람이어서, 그게 창피하고 짜증나는 거예요. 들어가면 젊은 남자들이 항상 양복 입고 인사까지 해 줘요. 그거 어차피 거주민 한테만 하는 인사면서. 그러다가 나갈 때는 내가 나오는 모습을 누군가 보면 여기 사는 사람인 줄 알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은근히 뭔가 으쓱했어요. 나갈 땐 그냥 나가니까. 그래서 물에 비치는 건물처럼 나도 건물도 다 신기루 같다고 생각했어요.

모두 다 금방 사라질 것처럼요?
네. 사실은 잘 알고 있거든요, 내가 저 아파트에 살게 된다고 해도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요. 너무 잘 알죠. 알면서도 끊임없이 그런 것에 대한 욕구가 생기잖아요.

실제 하이페리온 아파트 주변에도 호수가 있었나요?
아니요.

만약 이렇게 간유리로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면, 거긴 누가 살까요?
밖을 볼 수 없고, 실제 주상복합 아파트처럼 열고 닫을 수 있는 공간도 요만큼 밖에 없다면, 거기엔 진짜 나쁜 사람들이 들어가서 고생 좀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자기네들끼리 왔다 갔다 할 순 있겠지만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요즘엔 말도 안 되는 범죄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 보면 화가 나요. 정말 사람이 이상하다, 이상하다 싶다가,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섬>에 들어가 살면서 속 터지고.

만들고 나니, 속이 좀 편하던가요?
네. 좋더라고요. 충분히 만족스럽게 표현했다, 이건 아니어도 내가 하려고 했던 말만큼은 다 해서 시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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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 轉換 : Turn Inside Out 2013. 4. 24 – 5. 12

참여작가: 강상훈, 권혜안, 김소희, 김제나, 김하영, 박경종,
박혜정, 이지연, 이채은, 장영원, 전현선, 폴 카잔더
Featured Artists: Youngwon Jang, Hyunsun Jeon, Paul Kajander,
Sanghoon Kang, Hayoung Kim, Jena H. Kim, Sohee Kim, Haeahn Kwon,
Jiyoun Lee, Hyejeong Park, Shawn Park, Chaeeun Rhee








2008년 11월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에서 시작한 옆집갤러리는 2013년 4월 강남구 신사동으로 옮기면서 「전환 : 轉換 : Turn Inside Out」을 주제로 이전移轉 첫 전시를 프로젝트 부름(부름은 “부르다”에서 가져온 것으로 초대와 제안의 의미를 담아 시작의 신호를 알리는 생성어로 명명됨)과 함께 준비하였습니다. 특이 사항은 이번 공동 기획의 전시를 시작으로 강남구 신사동 576-9번지의 공간은 옆집갤러리와 프로젝트 부름이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한 공간에서 두 개의 갤러리가 서로 번갈아 가며, 때로는 공동기획으로 전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동시대 미술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집이 갤러리이기보다는 갤러리가 활동하는 역할과 그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초하여 기획된 사업입니다. 현실의 보편적 사고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많은 일이 작가의 상상력 안에서는 가능한 일로 이루어지고 그러한 제시가 세상의 나아갈 길에 영감을 주듯이, 옆집갤러리와 프로젝트 부름이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으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제 옆집갤러리와 프로젝트 부름의 새로운 시작에 미술계의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

현실세계로부터 수집된 정보는 기억, 판단, 지각 등의 과정을 통하여 개별적 사고를 세워, 현재의 한 지점의 인식의 모습을 갖거나 미래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신활동은 정보의 전달 혹은 관계의 형성을 위한 언어로 정리되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데, 그것은 마치 역행하지 않는 물리적인 시간의 강에 띄운 배가 거스를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일방적인 의사 표명을 제외한 소통을 전제로 한 대화에서의 사고의 전개는 수 많은 외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데, 대화에 참여한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물론 우리의 의견에 반응하는 타인의 미소, 창 밖에 지나치는 자동차의 경적, 앞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가 나와 가까웠던 누군가와 닮았다는 것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아이의 딸꾹질…, 심지어는 아침에 먹고 나온 유산균의 유통기한이 지났을지 모른다는 의심과 저 앞 촌스런 녹색 벽에 걸려 있는 기울어진 액자는 왜 아무도 똑바로 하지 않는가 하는 못마땅함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개별적인 정신활동으로 세워진 사고가 소통의 단계에서 갖는 의도하지 않은 우연성의 개입으로 또 다른 방향성으로 전개되듯이, 시각예술에서의 작가의 활동은 종종 저장하지 않은 문서를 소실하여 새로 써 나가는 듯한 불확실성을 담보로 전환轉換된 국면으로의 완성된 이미지를 보여 주곤 한다. 그것은 사고와 이미지가 서로 위치를 바꾸어 가며 상호작용하는 형태의 모습이다.

권혜안은 “특별함은 일상에서만 찾을 수 있다(The extraordinary is only found in the mundane)”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작가는 갱지, 종이상자, 신문, 테이프, 비닐봉지와 같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결국 폐기되는 재료를 통하여 언어가 일으키는 혼돈과 비언어에 의한 명확함 사이의 모순을 말하려 한다. 어렸을 때부터 공상과학 만화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박경종은 태평스러움과 진지함의 중간 어디쯤에서 다시 한 번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도로써 회화라는 매체에 중심을 두고 설치와 영상을 병행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강상훈은 자극에 노출되어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모습을 나선형의 맴도는 막대사탕으로 묘사하고, 시사 속 인물 혹은 사건을 가정한 모형을 찍은 사진과 같이 전시하여 실제와 허구의 진실을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이채은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초현실적인 우연의 풍경을 주목하는데, 콜라주 형식을 빌어 현실의 의미와는 다른 다원의 의미를 만들거나, 사물의 외곽을 결정짓는 외곽선 밖의 극명한 그림자가 드리운 여백의 공간에 집중한다. 그로써 작가에 의한 현실의 풍경은 유쾌하거나 감성적인 공간으로 가공된다. 전현선은 이야기 전달의 가능성, 즉 내러티브의 구성을 회화의 범주 안에서 질문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어린 시절 읽은 동화에 주목하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백한 사건의 일직선적인 진행이 아닌 사건의 전후를 보여주는 듯한 모호한 장치를 통해서 새로운 회화의 이야기를 만든다. 김하영의 작품은 무수히 많은 점과 선으로 반복되는 빛의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바탕에는 깊이 있는 색이 있다. 가늠할 수 없는 큰 에너지를 담고 있는 가는 선들은 작은 점으로 응축되는 지점을 만들며 낯선 도형의 모습을 형성하는가 하면 서로 교차되어 지나치며, 확장되는 색의 공간으로 뻗어가기도 한다. 박혜정의 그림은 기억을 더듬어 꿈 속에 담긴 환상의 보여 주는데, 최근의 작업은 나아가 그 꿈을 만들어내는 더 근원적이고 실제적인 심리의 바탕을 다룬다. 그것은 마치 이미 정확히 알고 있던, 하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어떤 대상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김소희는 작가와 대리체험자라는 1인 2역의 자화상 작업에 관심을 두고, 2008년 자살을 주제로 한 <Why>전에서 60년대 복고적 스타일의 인상적인 흑백 사진을 선보였으며, 다음 작업인 <Wings of Desire>에서는 자살을 선택한 한 인간이 천사로 재탄생된 후 겪는 혼란과 고통, 그리고 다시 인간이 되길 바라는 과정을 트루컬러 이전의 70년대 아날로그 색조로 제작하였다. 김제나의 작품은 대담한 선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다면체를 통한 추상을 담고 있다. 반복되는 평면과 과장된 원근감은 실재할 수 없는 공간의 형성을 통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단일이 아닌 다원화된 시점은 공간의 요철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으며, 건축적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건축적 논리의 시야와는 다른 유희의 환영을 보이고 있다. 2013.04.11 14:20:28 / Good : 413 +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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