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ulpture by Other Means
2012_0322 ▶ 2012_0411 / 월요일 휴관
- 가네우지 테페이_Games, Dance & the Constructions #1_사진에 콜라주_92.2×62.2×2.1cm_2011
초대일시 / 2012_0322_목요일_06:00pm
일본작가 그룹展
참여작가 마사야 치바 Masaya Chiba_테페이 가네우지 Teppei Kanueuji 유키 기무라 Yuki Kimura_코키 다나카 Koki Tanaka
후원/협찬/주최/기획 / 원앤제이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번지 Tel. +82.2.745.1644 www.oneandj.com
일본 그룹 작가전을 원앤제이갤러리(대표 박원재/www.oneandj.com)에서 오는 3월 22일부터 4월 11일까지 도쿄 국립 현대 미술관의 가브리엘 리터(Gabriel Ritter)가 기획한 마사야 치바(Masaya Chiba), 테페이 가네우지(Teppei Kanueuji), 유키 기무라(Yuki Kimura), 코키 다나카(Koki Tanaka)의 4인전『Sculpture by Other Means』展을 개최한다 ● 이번 전시는 회화, 콜라주, 사진, 비디오 등과 같이 기존과는 다른 매체들을 이용하여 조각 작업을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참여 작가 네 명의 작품들은 시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사이의 경계 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 경계 지대는 조각을 더 이상 하나의 매체로서 구분해주지 못하는 흐릿한 경계선들에 두루 걸쳐있다. 각각의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이 택한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문제를 직면하고, 이를 대상 중심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 조각으로의 이 같은 전회는 콜라주, 회화, 사진, 비디오 등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시에, 조각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두 가지 역할을 함축한다. ● 네 명의 작가는 서로의 작품을 하나로 묶어줄 만한 독특한 양식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대신 외부 세계를 참조하는 수단으로서 발견된 오브제와 발견된 사진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레디메이드적 요소를 순수한 시각의 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현실 공간을 충만하게 차지하는 물질적 존재감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오브제와 물질성에 대한 이 새로운 관심은 세계 일반과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맺고자 하는 작가들의 바람을 반영한다. ●
마사야 치바(Masaya Chiba)의 회화는 풍경화와 인물화라는 두 장르 사이에 위치하지만, 그의 전체적인 작업 방식은 조각과 회화 양쪽을 오간다. 치바의 초현실적인 공간 속에는 작가가 나무막대기와 파피에 마쉐 기법을 이용하여 만든 희끄무레하고 유령 같은 인물들이 뒤편으로 하염없이 펼쳐지는 자연 풍경을 배경 삼아 등장한다. 작가는 이 인물들에게 각기 고유한 생명을 부여하며, 그것들을 태우거나 데리고 함께 순례를 떠나는 등의 의식儀式 행위를 벌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그는 회화 작업을 위해 조각을 영적인(spiritual) 매체로 활용하는 것이다. ● 다양한 인쇄 매체에서 수집한 이미지들로 가득한
테페이 가네우지(Teppei Kanueuji)의 콜라주 작업은 하나의 조각 언어를 예기하는 듯하다. 그의 콜라주는 2차원 공간에 표현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중력, 덩어리, 구조 등의 문제들을 건드릴 뿐 아니라 마치 소조처럼 재료를 덧붙여가는 방식으로 구축된다. 「White Discharge」와「Hakuchizu」연작에서는 이 콜라주 작업이 3차원 공간으로 옮겨진다. 두 연작 모두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이 두꺼운 흰색 수지나 하얀 가루에 뒤덮인 채 집적된 모습을 연출한다. ● 사진작가
유키 기무라(Yuki Kimura)는 '발견된 사진'에 소위 "타아他我"와 "그림자"를 부여한 그녀의 주요 연작「Post-disembodiment」(2006)을 소개한다. 사진 속 이미지에서 오려낸 형태를 본 따 만든 나무와 플렉스글래스 패널들은 사진 이미지 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의 층들에 물질적 형태를 부여한다. 곧, 사진 이미지를 의미론적으로 파괴함과 동시에 사진을 위한 새로운 조각 언어를 구축하는 것이다. ●
코키 다나카(Koki Tanaka)의 작업은 물건과 행동의 관계를 탐색하는 비디오와 설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의 비디오는 "별 일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평범한 물건을 가지고 행하는 간단한 제스처들을 기록한다. 그러나 영상의 반복적인 구성과 디테일에 쏟은 대단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 비디오들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의 세속적인 현상들을 주목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무심결에 행해지는 행동들에서 일정한 패턴과 기하학적 형태들이 튀어나오고, 그 결과 마냥 평범하게만 보였던 사물들은 변신을 한다. 그리고 그 일상적 순간들로부터 일종의 현현(顯現)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나카는 이렇게 인간과 사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조각과 퍼포먼스 사이의 모호한 공간을 탐색한다. ■
원앤제이갤러리 -------------
In & Out Project
김철유_이수진展 2012_0322 ▶ 2012_0421 / 일,월요일 휴관
- 김철유_Delta Quadrant 4 (Nowhere #18)_종이에 펜_80×120cm_2011
오프닝공연 / 2012_0322_목요일_06:00pm_뮤지션 하림
참여작가 김철유 (Nowhere展) 이수진 (The Deep Stay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가인갤러리 GAAIN GALLERY 서울 종로구 평창동 512-2번지 Tel. +82.2.394.3631 www.gaainart.com
『In & Out Project_ 김철유, 이수진』은 갤러리의 내부 공간(In)과 외부 공간(Out)을 모두 사용하되 두 작가가 각자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방식을 지칭하며, 내부 전시공간에서는 김철유 작가의 『Nowhere』가, 건물의 파사드를 비롯해 평소에는 숨겨졌거나 가려진 갤러리의 틈새 공간들 곳곳에서는 이수진 작가의 『The Deep Stay』가 펼쳐진다.
- 김철유_Delta Quadrant 3 #2_종이에 수채_76×112cm_2005
김철유 작가는 중앙대 조소과와 뉴욕 브루클린 칼리지 대학원을 졸업한 후, 그의 첫 개인전을 뉴욕 첼시에 위치한 비영리 미술단체인 큐 미술재단(CUE Art Foundation)에서 열었다. 미국 전역에서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니키리(Nikki S. Lee)에 의해 기획된 이 전시에서 김철유는 자신의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수채화, 펜 드로잉과 함께 건축 드로잉에 쓰이는 두꺼운 도화지에 갖가지 비행물체 모양을 칼로 오려낸 종이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니키리에 의하면, 김철유의 작품에는 그 어떤 다른 작가에 의해서 대체될 수 없을 만한 고유의 독특함이 있고(cannot be done without this artist), 끊임없이 지적인 자극과 흥미를 제공하며(incite my mind), 작가의 아이디어가 시각적으로 충분히 소통될 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exceptional in visual communicability)는 것이다.
- 김철유_Delta Quadrant 2 #29_종이에 수채_66×137cm_2008
- 김철유_Delta Quadrant 2 #21_종이에 수채_82×132cm_2006
이후, 2008년 뉴욕 슬레이트 갤러리(Slate Gallery)에서의 개인전과 2009년의 국내 개인전, 그리고 수많은 그룹전을 거치면서 김철유의 작품은 조형적으로 밀도와 깊이를 더해갔지만, 그의 작품에는 여전히 지속되는 원형의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강원도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이미지들, 예컨대 삐라 풍선, 헬기, 낙하산, 미사일에서 파생되고 연상되는 이미지들과 씨앗이나 곤충, 아메바나 암모나이트 조개와 같은 생물체의 기원에 가까운 이미지들이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그 공간에서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펼쳐졌을 작가의 상상력은 하늘 너머의 무한한 공간, 우주로 확장되었고, 미국 유학시절 접한 TV 프로그램 스타트랙(Star Trek)과의 만남은 상상 속의 이미지들을 화면 속에 펼쳐놓을 추동력으로 작용했다. 작품의 제목인 "델타 쿼드런트(Delta Quadrant)"나 전시 제목이 미지의 우주공간을 지칭하는 『Nowhere』인 것은 이런 이유이며, 작가는 "오래된 벽화 같이, 먼 미래의 풍경화 같이, 시간이 무의미하고 공간이 애매한, 마치 꿈 속 혹은 깊은 바다 속 같이 무중력 상태로 부유하는 공간에서 내가 생각하고 보아 온 꿈과 현실, 또는 끝없이 펼쳐진 우주너머의 상상도"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 이수진_SOFT WALL PROJECT-Flexible inn_자동밴드_가변설치_2011
- 이수진_SOFT WALL PROJECT-Flexible inn_자동밴드_가변설치_2011
김철유 작가가 프로젝트 기획전의 내부(In)를 담당한다면, 외부(Out)는
이수진 작가의 몫이다.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을 수료한 후, 도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인사미술공간을 비롯한 여러 대안공간의 주요 그룹전을 거친 이수진은 도시의 물리적 지형과 심리적인 표정을 재현하는 데에 관심을 가졌고, 청계창작스튜디오에서의 전시 『Tied up』에서 서울의 오랜 도심지역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의 풍경을 그 지역에서 흔한 재료들을 통해 설치작업으로 보여주었다. 이후 2011년 통의동 보안여관에서의 전시 『유연한 벽』을 통해서 작가는 기존의 파티션이나 페인트들이 다 벗겨진 오래되고 허물어져 가는 6,70년대 건물이라는 특정한 장소를 탐구하되, 재료들을 이용한 설치작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간'이라는 요소와 작가의 신체를 통한 '수행'의 의미가 강조된 퍼포먼스로 발전시켜 나간다. 건물의 외벽을 선으로 채우고, 벽과 문틈 사이로 새로운 벽과 천장을 만들어내며, 재료를 이용해 덮고 채우고 변형하고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기존에 보이지 않던 물질과 장소 그 너머의 이미지를 끌어내며 유연한 공간을 우리 앞에 내어 놓은 것이다.
- 이수진_SOFT WALL PROJECT-Flexible inn_자동밴드_가변설치_2011
- 이수진_SOFT WALL PROJECT-Flexible inn_자동밴드_가변설치_2011
이번 전시 『The Deep Stay』는 이처럼 유연한 공간에 대한 탐구의 연장선상인 동시에, 2013년까지 2년 동안 이어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전시의 제목이 잘 보여주듯이 작가는 도시 속에 존재하는 특정한 장소를 찾아 그곳에 머무르면서, 그 공간에 존재하는 요소들을 시각적 혹은 공감각적인 이야기로 구성해내는데 집중한다. 이때의 요소들이란 "공간 속에 존재하는 시간과 사람들, 경험과 관련된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 스며든 다양한 행동과 심리, 생활방식, 지형, 일기를 포괄하는 것"이며, 단지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공간만이 아니라 엄연히 우리 옆에 존재하지만 눈길을 끌지 않는 후미지고 소외된 공간이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지역에서의 장소 특정적인 작업과 수행적인 퍼포먼스가 포함된다. 이번 가인갤러리에서의 전시에서는 자동밴드를 이용한 외벽 설치와 지류상과 종이공장에서 용도 폐기된 종이더미들이 틈새 공간 곳곳에 쌓이고 엉기고 무너지고 흩어지는 광경이 전시기간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
윤형주 ------------
일상생활의 승리 The Triumph of Daily Life
김한나展 / KIMHANNA / 金한나 / mixed media 2012_0322 ▶ 2012_0429 / 월요일 휴관
- 김한나_내 통장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1024g | 김한나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322_목요일_06:00pm
후원/협찬/주최/기획 / 아라리오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삼청 ARARIO GALLERY SEOUL samcheong 서울 종로구 소격동 149-2번지 Tel. +82.2.723.6190 www.arariogallery.co.kr
김한나의 개인전이 3월 22일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삼청에서 열린다. 김한나는 페인팅,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작가의 상상 속 내러티브가 반영된 서술 구조의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기존 작업들에 비해 보다 탄탄해진 구성과 색채감으로 현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 김한나_게으름 바라보기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 나무사다리_가변크기_2010~2
- 김한나_일등이 될 거야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2
한나와 토끼 ● 김한나에게 토끼는 단순한 작업의 소재가 아닌 절친한 친구이자 작가의 내면을 지탱해주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작가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함께 지내는 김한나 자신과 토끼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의 이전 작업들은 토끼와의 첫 만남과 의도치 않은 헤어짐 이후에 서로를 그리워하며 찾아 헤매는 여정을 그린 것이었다. 짧은 첫 만남 이후 둘은 원인 모를 강렬함을 느껴 서로를 갈구하며 찾아다닌다. 위험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위장술을 사용해 숨기도 하는 등 여러 고비의 여정들을 거친 후 둘은 끝내 재회하게 된다. 어렵게 만난 한나와 토끼는 뻐꾸기시계 안에 둘만의 평온한 보금자리를 만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한나와 토끼는 불안정하기에 서로를 갈구하며 둘이 함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 관계이다. 작가는 한나의 시점과 토끼의 시점 두 가지를 동시에 드러내어 관람객들에게 그들이 느꼈던 두려움과 불안감 또는 서로가 함께일 때의 안정감 등을 공감하게 만든다. 또한 관람객의 손에 의해 움직이는 장난감 카메라는 토끼와 한나를 지켜보는 3인칭의 시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그들에게 동화되었다가 이내 전지적 시점의 관찰자가 되기도 하면서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를 드나들게 된다. 단편적인 내러티브를 다양한 시점으로 능숙하게 제시하며 공감을 이끌어 내었던 작가가 이번 개인전에서는 다시 만난 한나와 토끼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생기는 단편들을 보여준다.
- 김한나_도토루에 보낸 편지_캔버스에 유채_90.9×72.7cm×2_2011
- 김한나_구름에 맞닿은 날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11
일상으로 돌아온 한나와 토끼의 '승리' ● 이번 전시는 어느 날 동네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 후로도 계속되는 동네 주민들의 안부 (오로지 학교 졸업과 취업 여부만을 묻는) 들은 한나와 토끼가 느낀 하루의 소소한 성취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들을 실패한 청춘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주민들의 안부는 이내 위로로 바뀐다. 좋은 학교의 졸업과 대기업의 취업, 연애와 결혼 등 모두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삶의 모습이 아닌 것은 가차 없이 인생의 경로에서 뒤쳐진 것 마냥 건네는 위로 한마디 한마디가 한나와 토끼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한나와 토끼는 조금씩 저축을 하고, 조금 더 자고 싶지만 일어나 운동을 하는 등 일상의 삶 속에서 작은 일들을 하나씩 그리고 함께 해나가고 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크고 좁은 목표들만을 꿈꾸기 보다는 어제 그리고 오늘도 삶 속에서 주어진 작은 일들을 해나가며 지금을 충실히 보내는 것이야말로 일상생활에서의 진정한 승리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 김한나_잘 자라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11
- 김한나_바람에 걸리다1, 2_ 캔버스에 유채_53×33.4cm×2_2011
한나와 토끼가 보낸 일상의 단편들은 다채로운 파스텔 톤의 색채와 인물 중심의 독특한 구성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동화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지만 일명 '88만원 세대'라는 현 시대의 청춘상을 꼬집어 읽어낼 수 있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한나와 토끼의 독백조의 작품들은 열심히 현실을 살고 있지만 턱없이 높은 취업의 문턱을 통과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내달리고 있는 현 세대의 청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이전 작업들에 비해 풍부해진 색채감과 깊이감 있는 작품들은 페인팅 28점 외에도 비디오, 드로잉, 조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면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
아라리오 갤러리 ------------
집 속의 집
서도호展 / SUHDOHO / 徐道濩 / mixed media 2012_0322 ▶ 2012_0603 / 월요일 휴관
- ⓒ서도호_서울 집 / 서울 집 Seoul Home / Seoul Home_실크, 금속 틀_391×1457×717cm_2012
초대일시 / 2012_0321_수요일_05:00pm
전시 강연회 1차 / 2012_0324_토요일_02:00pm~04:00pm_리움 강당 Nic Clear(Greenwich 건축학교 학과장)_우혜수(큐레이터) 2차 / 2012_0407_토요일_02:00pm~04:00pm_리움 강당 서도호(작가)_우정아(포스텍 교수) 신청기간 / 1차_2012_0313 ▶ 2012_0323 / 2차_2012_0322 ▶ 2012_0406 차수당 150명 선착순 마감 / 홈페이지(www.leeum.org)에서 접수
청소년을 위한「전시감상 워크북」 도슨트 전시설명 / 무료, 약 60분 소요 화~일_11시, 1시, 3시, 주말 2시 영어설명 추가
서도호『집 속의 집』展_일반 7,000원 / 초중고생 4,000원 상설전_일반 10,000원 / 초중고생 6,000원 Day Pass(상설+기획전 패키지)_일반 13,000원 / 초중고생 8,000원 * 예약제 없이 편리하게 Leeum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20인 이상 단체 예약 필수(관람료 할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_버스 110, 405, 03, 0018번 한강진역 하차 문의 / 02-2014-6900 / www.leeum.org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전시실 Samsung Museum Of Art Leeum 서울 용산구 한남2동 747-18번지 Tel. +82.2.2014.6901 www.leeum.org
리움 건축물 안에 또 다른 집을 짓다-공간들의 대화, 서도호의 『집 속의 집』 ● 삼성미술관 Leeum은 2012년 첫 전시로 3월 22일부터 6월 3일까지 해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아티스트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집 속의 집』을 개최한다. 로드 아일랜드 스쿨과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하고 2001년 제 49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서도호는 이후 10여 년간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미술관과 서펜타인 갤러리, 도쿄 모리 미술관, 시애틀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백남준, 이우환을 잇는 대표적인 한국 작가로 발돋움하였다.
- ⓒ서도호_집 속의 집 – 1/11 – 프로토타입 Home within Home – 1/11th Scale – Prototype_ 스테레오리토그래피_236×183.6×178.1cm_2009
- ⓒ서도호_별똥별 – 1/5 Fallen Star – 1/5th Scale_혼합 매체_332.7×762×368.3cm_2008~11
서울과 뉴욕, 런던에 거주하며 유목민적인 삶을 살고 있는 서도호는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집단이라는 '나' 와 '나와 다른 것과의 관계' 그리고 그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 활동을 해 왔다. 서도호를 대표하는 작품「집」은 개인이 가지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자아와 타자, 문화와 문화, 안과 밖 등의 상이한 존재들의 관계 맺음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또한, 지역성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간 '집'을 시공간을 초월하는 관점에서 표현함으로써 공감과 주목을 받고 있다.
- ⓒ서도호_투영 Reflection_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 Horizontal fabric_653×211×101cm, 가변크기_2005~11
- ⓒ서도호_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A 아파트, 복도, 계단 348 West 22nd Street, New York, NY 10011, USA–Apt. A, Corridor and Staircase_ 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 복도, 계단_245×690×430cm, 245×1240×168cm_2012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를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서울 집/LA 집」을 비롯하여 성북동 한옥과 뉴욕, 베를린의 집 등 작가의 작업 모티브이자 서도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집」시리즈를 비롯하여 공개되지 않은 신작과 조각, 영상 등 다양하게 표현된 작가의 작품들을 같이 전시한다. 반투명한 집이 환영처럼 전시장 안에 떠 있는「서울 집/서울 집(Seoul Home/Seoul Home)」은 오랜 시간 공들여 제작한 신작으로 성북동 한옥 본채를 재현한 집 연작의 완결이라 할 수 있다. 3층짜리 뉴욕 타운하우스의 전면부를 푸른 천으로 만든 「청사진((Blueprint)」은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 전시되었던 작품으로 이번 리움에서는 높이 18미터의 그라운드갤러리 안에 웅장하게 자리를 잡았다. 리움 블랙박스 전시장의 하이라이트로 운명의 바람에 휩싸여 미국으로 날아온 한옥과 아파트의 충돌을 표현한 작품 「별똥별–1/5(Fallen Star–1/5th Scale)」과 두 집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져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순간을 묘사한 작품 「집 속의 집–1/11(Home within Home–1/11소 Scale–Prototype)」도 전시된다. 「별똥별–1/5」은 그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집 내부, 작가가 살았던 집 안을 구성하였던 수없이 많은 물건들을 세밀하게 재현된 흥미로운 작품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보여 질 기회가 없었던 다이내믹한 영상작품「문-리움 버전(Gate-Leeum Version)」과「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A Perfect Home–The Bridge Project)」도 선보여 서도호의 조각 작품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 ⓒ서도호_베를린 집: 3개의 복도 Wielandstr. 18, 12159 Berlin, Germany–3 Corridors_ 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_2011
- ⓒ서도호_청사진 (리움 버전) Blueprint (Leeum Version)_폴리에스터 천, 금속 틀_ 1337.9×663.4×377.4cm_2010~2
또한「집」조각과는 다르게 보이지만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와 경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같은 개념을 보여 주는 서도호의 집합적 조각 작품「인연(Karma)」도 리움의 로비에 설치되어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작가는 리움의 블랙박스가 '건물' 안의 '건물'이듯이 작가 서도호의 '집'을 렘 쿨하스의 '집' 안에 넣어 '집' 속의 '집'이라는 새로운 관계항을 만들었다. 같은 작품이라도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장소 특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작품과 공간이 갖는 상호작용의 결과를 관람객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따라서 리움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의 의도로 해석하자면 모두가 신작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번 서도호의 개인전『집 속의 집』은 2003년 이후 10여 년 만의 한국 개인전인 동시에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리움에서 개최하는 한국작가 개인전으로 집을 중심으로 한 그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조망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지 않는 작품들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함께 상영되어 서도호의 창조적 예술의 여정을 한 눈에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우혜수 -------------------
신소장작품 2011
NEW ACQUISITIONS 2011展 2012_0327 ▶ 2012_04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김신일_노상균_베르나르 브네_문범_홍명섭_도윤희_윤정미 관람시간 / 10:00am~08:00pm / 토,일,공휴일_10:00am~06:00pm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SEOUL MUSEUM OF ART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서소문동 37번지) 1층 Tel. +82.2.2124.8800 www.seoulmoa.org
참여작가 / 박은하_마티아스 쾨스터_지호준_백지순_황신영_정재호 관람시간 / 10:00am~08:00pm / 토,일,공휴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NAM SEOUL ANNEX BUILDING OF THE SEOUL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Tel. +82.2.598.6247 seoulmoa.seoul.go.kr
서울시립미술관은 3월 27일부터 4월 22일까지 '신소장작품 2011'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난해에 수집한 신소장작품을 일반에 선보이는 자리로 이준, 홍명섭, 노상균, 베르나르 브네, 윤정미 등 현대미술작가의 미술작품 100여점으로 꾸며진다.
- 김신일_Eye Level, Divided Sight, Individuality_수공제작된 구조물, 에폭시, 폴리스타일렌_ 32.5×199×61.3cm_2010~11
- 노상균_별자리9<쌍둥이 자리>_캔버스에 시퀸스_218.3×218.3_2010
- 베르나르 브네_오른쪽에 11개의 수직점이 있는 포화 Saturation with Eleven Vertical points on the right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200cm_2006
신소장작품 2011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이 2011년 한 해 동안 수집한 새로운 소장작품을 일반에 소개하는 연례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수집한 총 257점의 작품 중 100여점을 선별하여 공개한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역사적 작품과 미래지향적인 경향을 담은 동시대 작가들의 대표작품, 그리고 대중친화적인 작품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다양한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올해는 서소문 본관과 남서울미술관의 연계성과 시민의 관람기회를 증진하기 위해 본관과 남서울미술관으로 전시장소를 확대하여 개최였다. 미술관 본관에는 작고작가부터 원로작가, 해외작가,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50여점을 선보이며, 남서울미술관에서는 장르별, 소재별로 다양한 작품 50여점을 소개한다.
- 문범_Secret Garden#251_black, gol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오일스틱_194×259cm_2011
- 홍명섭_탈제_종이에 한지_장지에 한지_116×90×15cm_1984~2009
- 윤정미_핑크 프로젝트 Ⅱ- 서우와 서우의 핑크색 물건들_사진, 라이트젯 프린트_145.5×145.5cm_2008
2011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요 수집 작품들을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한국현대미술의 대표작으로는 채색화로서 민족회화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박생광의 초기작, 서정적 추상의 대가 이준의 초기작, 하모니즘의 선구자 김흥수의 작품 등 작고작가 및 원로작가의 작품을 비롯하여 송수남, 오숙환, 이여운 등 현대적 동양화의 변이를 살펴보는 실험동양화, 한국 동시대 미술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중심작가 홍명섭, 노상균, 도윤희, 황혜선, 윤정미, 김신일, 활발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공고히 해온 중견작가 박영남, 조문자의 회화작품, 김태곤, 고명근의 입체작품 등이다. 또한 지난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브네를 포함하여 기하학적 추상의 거장이자 네온아트의 선구자 프랑수아 모렐레, 모노크롬 회화로 현대미술 운동에 다양한 영향을 준 스위스 출신 작가 올리비에 모세 등 국제적인 작가들의 작품도 수집하였다.
- 박은하_나란희 In a Row_캔버스에 유채_193.5×129.7cm_2008
- 마티아스 쾨스터_Venus Tattoo_알루미늄에 유채_250.5×124.5cm_2008
- 지호준_환영을 가장한 향연_디지털 프린트_90×169.5cm_2009
남서울미술관은 장르별, 소재별 구분을 방별로 선보여 친근하게 접근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잊혀져가는 장날의 풍경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이흥재의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작품들과 인체, 풍경, 식물과 동물을 그려낸 다채로운 작품, 일상풍경을 팝적인 방식으로 담아내는 박은하, 정재호 등 젊은 작가들의 회화작품, 다양한 재료의 조각, 전통적 필치의 수묵담채화에서부터 사진처럼 극사실적인 한국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방별로 구성, 대중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 백지순_Single Woman1_Scrip Writer, Eunyoung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3×87.7cm_2006
- 황신영_황무지의 꿈-위로 compassion_순지, 석채, 석분_120.5×120.5cm_2011
- 정재호_Aren't_캔버스에 유채_171.5×122cm_2010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장과 남서울미술관 전관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서울시립미술관 『신소장작품 2011』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지난 한 해 성과를 일반에 공개하고, 소장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도와 흐름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작년에 귀중한 작품을 기증한 주명덕, 황규태의 사진작품은 차후에 기증작가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서울시립미술관----------------
이상권展 / LEESANGKWON / 李相權 / painting 2012_0328 ▶ 2012_0403
- 이상권_1995~201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0
초대일시 / 2012_03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익숙하고 기이한 - 이상권의 그림들에 대하여 ● 이상권이 오랜만에 개인전을 연다. 17년만인가 18년 만인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반갑다. 그의 작업실엘 찾아가 그림을 본다. 나름 동안인 그도 별 수 없이 제법 중년의 얼굴과 몸을 하고, 여전히 일상적인 중년 아저씨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전에 했던 그의 전시도 비슷한 내용이었고 분위기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18년 전의 그림이 남의 세계처럼 보였다면, 이번의 전시는 자신의 세계, 자기 이야기가 되었다. 18년 전에 내가 그의 전시 서문으로 썼던 글을 다시 찾아 뭐라고 썼나 살펴본다. ●
그의 그림은 앙리 르페브르가 말하는 도시의 일상성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인 셈이다. 앙리 르페브르는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인 일상성은 도시를 무대로 일어나며, 사람들은 그것을 끔찍하게 지겨워하면서도 동시에 거기서 밀려날까봐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교통지옥 속의 출퇴근이라는 강제된 시간, 지겨워하면서도 할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의무의 시간, 그리고 술집과 유원지에서 보내는 자유시간이라는 세 가지 양태의 시간 속에서 헛살고 있다는 것이다. 강제된 시간은 점점 증대되고 자유 시간은 줄어드는 속에서 극도의 권태,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사람들이 일상성에서 떨려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실직의 공포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직은 단순히 돈을 못 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상실감을 동반한다. 이러한 권태, 피로, 공포감을 잊기 위해, 아니 잠시라도 해방되기 위해 사람들은 여가 시간에 기대를 건다. 아마도 술집은 그것이 어떤 형태든 간에 그와 같은 여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장소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위로를 받기에는 세상은 너무 병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상권의 그림은 그것에도 회의적인 것처럼 보인다.'이 세상은 몰락한 백만장자가 기증해준 우리의 병실'이라는 엘리어트의 시귀처럼. ● 인용이 길었지만 그의 그림은 그 범위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놀라운 것이 아니다. 첫 개인전 이후 그의 삶은 삶 자체에 바쳐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청년이 되어 중년이 된 자신을 보며 그에 관해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이상권_귀갓길_캔버스에 혼합재료_45×116.5cm_2011
- 이상권_내 말은 그게 아니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9×162cm_2011
그의 이번 전시는 주로 술집과 식당과 거리가 주된 장소이다. 주로 중년 남자들 그곳에 모여서 마시고, 옛날이야기를 하고, 정치가들을 씹고 아니면 혼자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그런 일들이 지겨워서 밴드를 조직하고, 그를 핑계 삼아 또 한잔 하고 노래를 부른다. 배경은 연립 주택과 약간 낡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이면 도로나 골목 초입의 술집이나 음식점, 혹은 거리이다. 그의 작업실이 있는 장소와 비슷해 보인다. 이게 그의 강점이다. 이 상권은 오버하지 않는다. 자신이 뭘 하고, 뭘 알고 있는 지에서 시작한다. 지극히 구체적이다. 그리는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이 뭘 하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할 이야기가 있고 그에 따른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들은 나직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아니 주장 한다기보다 이야기를 걸어온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묘한 설득력이 있어 그림 자체와 인물들의 직업, 배경과 그들이 무슨 말을 나누고 있을까를 상상하게 한다. 즉 일종의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그림들이 가지는 일러스트적 효과와 서사적 성격 때문일 것이다. 즉 그가 그린 장면들은 현실의 장면을 사진 찍듯 옮긴 것도 완전히 상상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그의 그림들은 현실과 그것에 바탕을 둔 허구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배합된 내용들은 일종의 데자 뷰 효과를 낳는다. 언젠가 저런 자리에 내가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몇몇 친구들은 약속 장소에 늦게 오고, 시시한 이야기를 하고, 잠시 이야기가 끊기고, 누군가는 혼자 행복했던 시절을 생각한다. 이 시시함, 그리고 구체성이 굳이 그림들을 시간에 따라 서사적 배열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연상을 하게 만든다. 즉 그의 그림 속에는 한편의 연속된 소설 같은 서사성이 있다. 이 서사는 문자로 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연상을 지속하게 하는 이미지의 서사이다. 비슷한 얼굴과 분위기를 가진 인물들이 마치 캐릭터를 지닌 것 처럼 몇몇 그림에 등장한다. 그것이 그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에 장면들-미장센 속에서 그 이미지들은 기억과 현실 사이에 걸려 그림에 살짝 홀리게 한다. 누군가 봄꽃이 만개한 길로 행복한 출근을 한다. 일하는 장면은 생략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 누군가가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대개 짐작이 간다. 어쩌면 일하는 동안은 그의 삶의 일부가 아니라 강제된 시간일 것이다. 퇴근길에 날나리 여중생과 마주치고, 퇴근 후, 혹은 점심시간에 뭔가를 먹고 마시고, 놀고, 떠들면서 보낸다. 식당과, 술집과 거리에서...
- 이상권_늦게 온 친구2_캔버스에 유채_80×116cm_2011
- 이상권_정치면 읽는 남자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11
이러한 삶, 일상은 뭘 지향하는 것일까? 아무도 뭘 지향하는지 모른다. 세속적인 의미에서 행복한 삶일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어떤 생각」속의 남자는 맨발에 턱을 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옛날 생각만 하는 남자」는 또 뭘 생각하는 것일까? 이상권의 그림은 그려진 장면이 아니라 그려지지 않은 장면들이 더 중요해 보인다. 아니 그려지지 않은 장면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림 속에는 고통스러운 장면, 삶의 신산함이 거의 한 장면도 그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그려지지 않은, 말해지지 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에 관해서 알튀세 식으로 일종의 징후적 독해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징후적 독해란 이중적 독해이다. 한편으로는 명백하게 눈에 읽히는 텍스트를 해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기에서 간과되고 결여된 것을 뒤져 숨어 있는 텍스트가 무엇인가를 찾아 읽는 것이다. 이상권이 그림으로 그리지 않은 것, 말하지 않은 것들, 은폐되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삶이 보여주는 모순, 불가해한 폭력, 미래에 대한 공포, 일상의 지리멸렬함일 것이다. 이상권의 그림에서 우선 눈에 띄는 문제 설정은 여가의 시간, 혹은 노동 이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장소들 역시 노동과 가족을 벗어난 곳이다. 술집과 까페와 거리에서 사람들은 잠시 개인이 된다. 아니면 개인이 되었다는, 자신이 주체적 존재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친구와 지인들에 의해 범위는 확대된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들은 일시적인 해방의 장소에서 벗어나 집과, 일터로 되돌아간다. 어쩌면 이상권이 말하고 보여주려는 세계는 바로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지 않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고, 그에 관해 대부분 무심하고,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 다 살기가 힘들어지지만 그 이유가 안보이거나 은폐되어 있는 세계이다. 그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얻는 소소한 위안은 커피잔과 맥주잔과 의자에 있다. 그것은 희극으로 포장된 비극의 세계이다.
- 이상권_코러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9×130.3cm_2011
이상권의 그림은 현실의 고통에 관해 말하지 않음으로써 뭔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은 회화에 관해서도 유사해 보인다. 물론 이것이 그의 의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리자 필립스가 이십여 년 전에 쓴『이미지 세계: 시각예술과 미디어 문화』에서 말한 이유들과도 일치할 것이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현대에 있어
'재현이라는 것이 개인의 상상력이라는 절대 영역 내에서만 이루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무엇인가를 의미하도록 허용하는 특정한 컨텍스트들 속에서 실현되는 권력의 기구이다.' 라고. 이 말은 오늘날의 화가, 미술가들이 재현하는 세계란 한 개인의 해석이 아니라 그런 해석을 용인하고 허용하는 미술, 혹은 사회적 문맥 속에서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사실 오늘날의 다양한 재현 방식들은 새롭고 낯선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점에 있고, 그것이 가능한 척하는 제스처만이 허용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이상권의 그림들은 알기 쉬운 기법과 배치를 통해 대중적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대중적인 것이 무엇인가, 혹은 우리에게 허용된 재현의 방법의 핵심을 찌른다. 그것은 회화적이되 읽히기 쉬운 외양을 하고 있다. 더 이상 가봐야 별거 없다는 듯이 아는 길을 걸어간다. 물론 이러한 관습적인 이미지 제작방식의 한계도 있다. 너무 익숙해서 여간해서는 이 익숙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잊게 만든다. 즉 익숙함에 너무 익숙해지는 것이다.
- 이상권_행복한 출근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cm_2011
이상권의 그림에서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작업들은「늦게 온 친구 2」나「정치면 읽는 남자1.2」와 같은 그림들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인물들과 풍경을 좀 더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바라본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하는 현실감과, 상상의 분위기가 잘 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제 이상권이 가야할 길, 혹은 그림들의 방향이 그쪽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래전 이상권의 전시 서문에서 나는 레지스 드브레를 빌어 회화란「노동과 광선」이라고 썼었다. 그것은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 노동이란 회화가 떨구어 낼 수 없는 육체성을 의미한다. 아니 신체성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몸으로 느낀 것과 몸으로 다루어야 만들어지는 이미지라는 의미이다. 그 신체성은 감각과 몸이 가진 작가의 의도에 저항하는 물감들의 버팅김까지도 포함한다. 그리고 광선은 그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다. 물적, 외적 조건을 대표하는 광선이라는 말은 문화적, 역사적 무게를 털어버린 회화의 존재적 기반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 말하지 못한다. 회화란 그런 것일 것이다. 아무리 의미 구조화의 그물망 속에 놓여 있더라도 원초적인 뭔가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이상권이 그림에 끌린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다시 그 밀고 당김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가 이제 술집 골목을 나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
강홍구
modified at 2012.03.24 22:55:56 by 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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