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글쓴이가 경고문구를 부착한 글입니다. 읽기를 원하시면 클릭해 주세요.
('.젊은 한국사진가를 포스팅해본 것이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이미지와 작업의 수준 및 퀄리티와 무관하게, 좋은 자세를 보이는 사진가로 보인다. 이마저도 이제는 매우 희귀한 상황이다..') + + +출처 : 구글검색
사진작가 전민혁
전 민혁 작가는 ‘Light=Space’ 시리즈 등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해 탐구하는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공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빛’이라고 생각한 작가는 어두운 공간에 인공의 빛을 비춰 공간을 탐구하거나, 거울을 바라보는 모델들의 모습을 담은 초상 사진을 통해 사람에 대해 탐구한다. 작업을 통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하나 둘 풀어나가고 있는 전민혁 작가를 만났다.
<편집자 註>
사 진작가 전민혁. 그의 작업의 화두는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다. 공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공간을 탐구하는 작업에서 시작해 거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초상작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
- 공간에 인공의 빛을 비추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 처음에는 공간성에 관심이 많았다. ‘공간’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많은 의미로 사용된다. 공간이 가지는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궁금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생활하는 자체가 자기 안에서 그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셈이다. 그런 공간의 이미지가 어떤 원리를 통해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간에게 있어서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질까,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감각을 통해 지각하고 인식하고 사유하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빛으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지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얘기했을 때 지각은 감각으로 느끼는데 감각 중 의존도가 높은 게 시각이다. 공간을 느끼려면 눈으로 봐야 한다. 빛이 없으면 공간을 인식하고 사용하기 어렵다. 아주 어두운 공간 안에 빛으로 인간의 공간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생활하는 장면들을 넣고 사진을 찍었다.
<Light Space #7>, 2009, pigment print, 120 x 100cm |
- 공간 작업은 어떤 작업으로 이어졌나.
▲ 공간 작업으로 작업에 대한 욕구가 시작됐다. 외부의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심을 가졌다가 그 다음은 내적공간으로 옮겨갔다. 내면이라는 말을 우리가 쉽게 얘기한다. 내면은 외면이 있으니까 존재한다. 내면이라는 말은 이미 공간성을 상정한 단어다. 안에 있는 내적공간에는 뭐가 있을까, 거기에 어떻게 하면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 그게 거울 작업으로 이어졌다. 내면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사람을 생각했고, 사람을 어떻게 찍을까 하다가 거울을 보는 사람을 생각했다. 거울을 보면 내가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이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된다. 사람이 자기를 바라보는 순간 내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해서 거울작업을 구상했다.
- 작업의 주요 주제는 무엇인가.
▲ 지금 계속 작업을 하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의 구상도 그렇고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다. 인간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에 다가가는 작업이 주제다. 그게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다. 계속 노크를 한다. 작업도 전시도 그 과정 중에 있는 셈이다. 내가 생각할 때 우리가 각자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큰 틀로 보면 보편적이다. 모델들에게 거울을 보면서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쓰라고 했을 때 이들이 쓴 이야기들이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이었다. 그게 재미있었다.
<Not for nothing(할머니)>, 2011, pigment print, 120 x 100cm |
-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어떤 작업인가.
▲ 최근에는 불 작업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기억에서 연결된 작업이다. 외가가 경남 함양 시골인데 대학 때도 아궁이가 있었다. 아궁이 앞에 가서 불장난을 하며 놀았다. 불을 보면 내면으로 침잠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기억이 떠올랐다. 왜 우리는 불에 원초적으로 끌리나. 주변에 물어봐도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불에 대한 원초적 끌림이 있다고 했다. 현대사회는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게 많다. 자극적인 외부 세계가 우리의 감각을 자꾸 밖으로 잡아끌기 때문에 사유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불을 볼 때만큼은 사유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불을 마주했을 때 내부로의 방향성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불을 이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
<Sink ver.1 #3>, 2013, pigment print, 120 x 90cm |
- 불을 이용한 작업은 어떤 형태로 진행되나.
▲ 두 가지 형태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완성될지는 모르겠다. 첫 번째는 내가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을 보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다. 현대인이 불이라는 원초적인 형태의 에너지를 마주할 일이 별로 없다. 캠핑을 가서 모닥불을 피우지만 그건 고기를 구워먹을 때만 쓴다. 불앞에서 몽상하고 자신을 사유하는 순간은 별로 없다. 나는 그런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또 한 가지 형태는 일상적인 도시에서 불과 마주하는 사람을 담고 있다. 넓은 화각으로 배경을 넓게 잡고 사람을 작게 넣는다. 그렇게 불과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마치 원시인처럼 보인다.
<Sink ver.1 #4>, 2013, pigment print, 120 x 90cm |
- 전업 작가로 계속 작업할 계획인가.
▲ 그렇다. 그 이유는 첫째 내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매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궁금해 하는 것들, 보여주려는 것들이 매우 가치가 있고.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소명의식이 있다. 둘째는 나 스스로 작업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작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행복하다.
-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업과 생계의 조화를 어떻게 해나가는지.
▲ 작업과 동시에 어떻게 생존해나갈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생존에 대해 모색한 게 학업을 조금 더 하는 거였다. 그래서 현재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특히 교육 쪽으로 활동한다. 사진을 가르치기도 하고 강의를 하고 기도 한다. 치열하게 작업해야 할 뿐 아니라 살아나가야 한다. 나는 아직 아기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로서도, 작업도, 생활인으로서도 그렇다. 버텨나가야 한다.
- 예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인간이 고귀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왜냐하면 사유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유라는 게 생활세계 안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에 머물게 된다. 실제 내가 가지고 있는 외적 조건 안에서 생각하게 된다. 예술은 사고를 환기시켜준다. 또 세계를 확장시켜준다. 밀실 안에 공기가 갇혀있는데 창문을 열어 막힌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 같은 게 예술의 역할이라고 본다.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우리 자신을 확장시키는 것. 그 흐름을 좀 더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예술가는 그걸 도와주는 사람이다. 창 밖에 뭐가 있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이런 걸 대신 봐주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창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Sink ver.2 #4>, 2013, pigment print, 90 x 90cm |
- 사진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 농담 같지만 그림을 못 그려서 사진을 택했다. 사진을 하면서 애정이 점점 더 생긴다. 사진을 과학 분야에 비유하자면 더 많은 사례를 수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더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근원성에 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사진인 것 같다. 그림은 결국 작가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 같다. 사진도 작가의 내면에서 나오지만 재료를 밖에서 가져온다. 우리가 실제 보는 세계에서 가져와서 제시할 수 있다는 게 사진의 장점인 것 같다.
-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안토니오 곰리다. 그 작가는 영혼을 담는 그릇으로써의 신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 자기 몸을 석고로 떠내는데 그게 영혼의 형태를 떠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는 작업을 할 때 자기 몸을 불편하게 한다. 석고를 바르고 굳는 걸 기다리는 동안 그의 내면에 엄청난 사유의 확장이 이뤄질 거라고 본다. 내 작업과 형태는 다르지만 개념은 비슷하다고 생각해 매력을 느낀다.
<Sink ver.2 #9>, 2014, pigment print, 90 x 90cm |
- 나중에 어떤 작가로 평가받고 싶나.
▲내 작업 앞에 서서 작업을 본 사람들이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
- 젊은 작가로서 기성 미술계에 하고 싶은 말은.
▲ 그런 건 생각 안 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들의 열정 페이 같은 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또 국공립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소신을 갖고 전시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할 것 같다. 경기가 안 좋으면 문화예술예산이 깎이는 문제도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이 당신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윤빈)>, 2010, pigment print, 80 x 100cm |
- 올해 전시 계획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9월에 열리는 그룹전에 참여한다. 그 전시에서 인물을 정면으로 찍은 작업을 전시할 계획이다.
전민혁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 호기심에서 시작한 사적인 이야기를 확장해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 사진작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주제를 자신의 내면을 통해 충분히 사유한 뒤 조사를 거친 후에야 작업을 하는 등 신중하게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공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공간을 탐구하는 작업에서 시작해 거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초상작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중이다.
<당신이 당신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재환)>, 2010, pigment print, 80 x 100cm |
전 작가에게 사진작업이란 자신을 명상하는 도구인 동시에 관람객에게 명상의 시간을 제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치지 않고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작업, 공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는 전 작가는 자신의 사유와 작업의 결과물이 이 사회에 큰 의미를 지닌다는 자부심을 가진 젊은 작가다.
글 ‧ 사진=김효원 스포츠서울 기자 hwk@artmuseums.kr
작품사진=작가제공
2015. 4. 13 ©Art Museum
<글 ․ 사진 무단전재, 복제, 재배포 금지>
<Y-Artist 추천사유>
사진의 역사는 곧 초상 사진의 역사라 할 만큼 사진은 끊임없이 사람의 얼굴을 재현해 왔다. 그리고 이 말은 새로운 방식의 초상 사진을 제작하는 일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민혁은 하프 미러를 통해 초상 사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하프 미러는 말 그대로 한 면은 거울이고, 한 면은 유리이다. 촬영 대상이 되는 사람은 카메라가 아닌 거울을 보게 되며, 촬영자는 유리를 통해 거울을 보고 있는 사람을 촬영하게 되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줄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 대부분의 기존 초상 사진이었다면, 이는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는 초상 사진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또한 전민혁은 촬영 대상이 직접 작성한 노트를 작품과 함께 배치시킴으로써 코드 없는 메시지로서의 사진의 특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의 이미지를 관찰하는 각 개인의 다양한 방식들을 제시하고 있다.
<장정민 미술평론가>
<전민혁 프로필>
2010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2011년 영아티스트프로그램(갤러리아트 사간), 2011년 동탄아트스페이스 작가공모 기획전(화성시문화재단), 경기2012년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단체전으로는 2010년 아시아프, 2011년 제12회 사진비평상 수상작 전시(갤러리 이룸), 2012년 부산비엔날레(부산문화회관), 2013년 ‘이어지다_Tie’전(갤러리 이앙) 등이 있다. 2011년 사진비평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