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순간-Aha! Moment
2011_1222 ▶ 2012_0215 / 12월26일,1월30일,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 데보라 스퍼버_모나리자 이후 2_200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영민_박대조_박승모_송은영_이승오_조융희_안철현 찰리한_한호_황란_데보라 스퍼버(Devorah Sperber)
기획 및 주최 / 예술의전당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의 및 예매 / 예술의전당 Sacticket 02)580-1300
관람시간 / 11:00am~07:00pm(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12월26일, 1월30일,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제 1~2전시실, 로비 Hangaram Art Museum, Seoul Arts Center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서초동 700번지) Tel. +82.2.580.1300 www.sac.or.kr
관점-미술가의 눈과 놀이의 순간 ● 미술가는 물질로 구성된 재료를 통하여 가상을 현실로 실현해 보여 왔다. 이 놀라운 방법은 재능을 부여받은 예술가들의 고유영역이었으며, 이들은 여기에 각자의 상상력을 덧붙여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고자 했다. 이러한 방법은 숨죽인 사물에 숨결을 불어넣고, 새 생명을 가져다주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 이번 전시와 관련한 일루젼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재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왜곡된 시지각 현상에 한정하여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눈은 마치 마술사의 그것과 같은데, 가령 한스 홀바인(H. Holbein)의 「대사들 (Ambassadors)」에서 보여준 해골왜상이나 초현실주의 미술가들이 다룬 변형, 옵아트에서 추구한 시지각 원리를 이용한 일련의 미술작품이 그 사례라 하겠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틈새에서 독특한 시지각적인 방법을 통해 새로운 세상보기를 제안하는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일루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시지각을 상대로 실험하는 여러 유형의 착시나 환영적 요소는 유희적인 느낌을 준다. 때문에 대중적인 동의가 잘 이루어지고 작품자체에서 이미 이야기 거리를 생산하여 주목성도 강하다.
- 강영민_George_2006
- 데보라 스퍼버_홀바인 이후_혼합매체_193×89cm_2004
- 박대조_이항대립2_2008
새로운 일루젼을 창출하려는 미술가들은 전통적인 미술재료로 자연대상이나 사물을 충실히 옮기거나 표현하는 데에 만족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감상자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점이 분명하다. 즉 관람객으로 하여금 반응과 체험이라는 태도를 만들어낸다. 즉, 설명이나 해석을 덧붙일 필요가 없이 눈 그 자체에 작업의 초점을 맞춘다. 말하자면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자신이 '보고 있는' 세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 전시는 평범한 감상자들을 위한 미술고유의 조형적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박승모_환1037_2011
- 송은영_침범하는 방6 램프_2009
- 안철현_터널_2011
놀이의 순간 ● 새로운 일루젼 작가들의 작품은 감상자들과 일종의 놀이를 제안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소우주의 창조자가 곧 예술가라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통하여 감상자와 적극적으로 교감하고자 한다. 전시장에서 마주치는 작품들은 '놀이의 순간'을 경험하게 만든다. 이 순간은 기존의 미술감상의 방식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작품과 관객의 반응과 움직임을 유도함으로써 시간적 요인을 적극 개입시킨다. 한 점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특정 시점에서 바라보는 예전의 방법에서부터 벗어나 여러 각도로 접근하게 하여 일정 시간 동안 머물게 만든다. 그 순간 속에서 감상자는 미술가가 고안한 지각의 순간, 원리의 깨우침의 순간을 만난다. 이른바 아하! 모먼트 Aha! Moment의 시간이다. ● 보는 방식의 전환은 제작 기술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러한 방법은 공간의 구성, 물질이나 매체에 대한 이해와 구사력을 통한 눈의 반응과 관련이 있다. 놀이의 미술가들은 여기에서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실천한다. 즉, 자신의 조형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완성도를 실천하는 한편 감상자와의 합의를 도출시켜내는 일이다. 감상자는 자신이 처한 예술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그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현대미술에 대해 정신적 위안과 긴장감의 완화를 경험하게 된다.
- 이승오_교차된 결_2011
- 조융희_ANOTHER VIEW-CAR1_2010
- 찰리한_스탠드1110_2010
아하! 모먼트의 작가들 ● 참여 작가들은 눈의 반응이 어떤 지각을 얻게 되는가에 대해 묻는다. 이번 전시에는 총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들과 국내작가들이 함께 만든 전시인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역적, 환경적, 활동배경과 관계없이 공통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우리의 시지각을 교란시키는 작업들이다.
- 한호_T-40000_2011
- 황란_샛바람_2011
이중이미지(강영민, 박대조, 이승오)를 보여주거나, 공간의 눈속임을 이용한 경우(박승모, 송은영, 황 란), 오브제를 이용한 역상효과(데보라 스퍼버 Devorah Sperber), 시각적 트릭(안철현, 한 호), 왜상(조융희, 찰리 한) 등으로 분류될 수 있겠다. 눈여겨 볼 점은 참여 작가들이 통상적인, 혹은 순응된 눈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신체감각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되는지에 대해 작가들은 집요한 연구를 거치고 있다. ● 예술가가 우리와 다르다면 분명 뭔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정 사실을 수정하고 확장하며, 응용한다. 질서를 교란시키거나 원리 자체를 바꾸며, 규모를 조율한다. 어떤 사실을 제거하거나 덧붙이며 의미와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 이러한 갖가지 방법으로 세계를 재구성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감상자로 하여금 대단히 흥미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준다. 작품들은 사물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일상을 새롭게 정의 내리고 있다. ● 여기 출품한 일련의 작품들은 미술의 작은 원리 안에서도 상당한 범위의 지각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느슨하거나 혹은 숨 가쁜 일상으로 인해 놓쳐버리기 쉬운 순간들을 습관적으로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이 점에서 이 전시는, 일루젼은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새로운 바라보기를 유도하고 있고,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새롭게 대하게 해준다.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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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al Fantasy
장현주展 / CHANGHYUNJOO / 蔣賢珠 / painting 2011_1110 ▶ 2011_1124 / 일,공휴일 휴관
- 장현주_Practical Paradis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오일페인팅_180×240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726a | 장현주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포스코
관람시간 / 09:00pm~08:00pm / 토요일_09:00pm~03:00pm / 일,공휴일 휴관
포스코미술관 POSCO ART MUSEUM 서울 강남구 대치4동 892번지 포스코센터 서관 2층 Tel. +82.2.3457.1665 www.poscoartmuseum.org
장현주의 프랙티컬 판타지 Practical Fantasy ● 영국의 신학자이며 법률가이자 정치가인 토마스 모어는 선원 히스로디에게 그들이 사는 세상과는 조금 다른 풍속과 제도를 가진 섬 이야기를 정리하는 형식으로 글을 남겼다. 그 섬은 정치와 종교가 이상적인 유토피아였다. 진나라 문인으로서 상급기관에 굽신거려야 함을 깨닫고는 관리를 그만두고 초야에 묻힌 도연명은 어느 날 무릉의 어부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복숭아꽃 만발한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본 이야기에 대해 기록하였다. 그곳은 신선이나 노닐만한 아름다운 자연 지역 무릉도원이었다. 허균은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배에 태우고 홍길동이 율도국으로 갔다고 하였고, 올드 헉슬리는 자유롭고 탐욕에 물들지 않은 팔라인들이 사는 평화로운 섬 「아일랜드」에 대해 썼다. 배를 타거나 난파되거나 샹그릴라처럼 길을 잃어야 이를 수 있는 이곳들을 우리는 이상향(理想鄕)이라 부른다. ● 만하임은 통일적 세계상의 붕괴 이후 수많은 세계상을 발견하게 되었고, 전통적으로 그렇다고 생각되던 모든 것들에 대한 회의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어떤 사물에 대한 기능이나 해석이 여러 갈래로 이루어질 수 있음은 곧 종교라는 지배적 금기의 힘이 와해된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기토(Cogito)는 바로 이러한 새로운 세계를 인지하기 위한 인식이다. 고유한 세계관에 맞는 의미해명이 가능한 시대를 사는 지금, 이상향은 바로 코기토의 실천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체험과 가치에 의해 구조화되는 이상향은 구체성을 지니기 어렵다.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는 공간은 흔들리는 가치관과 자기발견의 욕구와 사물과 상호관계가 모호한 때문이다. ● 1956년에 러시아 우주항공국은 공기가 없는 달나라에 지하기지를 건설하는 드로잉을 공개하였는데, 그 도시의 모습은 돔이 투명창으로 변환된 것일 뿐 로마시대 이후 지속된 장소들의 특성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새로운 장소를 만들 때조차 인간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탓일 게다. ● 조심스럽게 내면의 흔들림에 대해 그리고 의식의 흐름에 대해 집중하던 작가 장현주의 화면에서 행성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작가는 화성을 선택한 이유가 전쟁도 없고 사랑만이 가득한 이상향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이나 바다를 건너 위치해오던 이상향이 작가에게는 우주의 바다를 건너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상향을 장소의 떠낢을 통해서야만 이를 수 있다는 인류학적 입장을 견지한다. 따라서 아는 것만큼, 생각하는 것만큼의 이상향을 구사하는 당위성을 얻는다.
- 장현주_Practical Paradis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오일페인팅_180×240cm_2011
인간의 경험이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확인되듯, 한 개인의 이상향에는 집단의 생각들이 공존한다. 단지 '별'이었던 행성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그 머나먼 곳에서 전송된 사진들 속에서 이미지를 찾아 또 다른 공간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1970년대 말 화성사진이 공개되자 지나친 확대로 인하여 픽셀에 깨짐 현상이 나타난 그 사진들을 보고 피라미드와 펜타곤과 스타디움을 찾아냈다. 과학자들이 지구의 미래를 건설한 장소로서 탐사한 행성에서, 지구의 과거를 보는 이들은 그룹을 형성하고 믿음을 공유하며 지식을 나눈다. 그 메마른 땅에서 이상향을 만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경험이 발동한 탓이다. ● 우주를 배경으로 한 그의 이상향은 '또 다른 지역' 혹은 장소로 명명된다. 이상향이라는 장소성보다는 그곳에 의미를 두거나 이상향을 만들어가는 주체성을 중시하는 명제라 할 것이다. 이곳을 전제로 한 그곳의 장소성은 원형을 기반으로 한 도상을 지닌 형태의 상징으로 구성된다. 원색과 흑백으로 제작한 「practical paradise」는 동일 지역의 낮과 밤으로 보이기도 하고 외연과 내부, 형식과 내용과 같은 이분법으로 보이기도 하고, 시적 언어인 대구법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이 두 화면은 분명 작가가 구성하는 세계의 구현방식을 드러내고 있다.
- 장현주_Open your mi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과슈, 유채, 오일파스텔_130×162cm_2011
먼저 원색의 「practical paradise」 곳곳에서 훑어가는 눈길이 내려지는 것은 익숙한 형태들이 끊임없이 상호지시하고 은유하며 간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색으로 빛나는 우주를 뒤로 하고 작은 산들이 둘러싼 행성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하단 중앙에 자리한 배를 젓는 인물이다. 대지와 물의 이미지가 그곳에 위치한 인물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역시 하단 우측에는 그림자를 잡아먹는 새가 그리고 좌측에는 돌들이 강하게 시선을 끈다. ● 현란하고 비현실적 색채 속에서 흑백의 형태들은 화면 전체에 무게감을 주고 있다. 이들 형태 위로는 두 인물이 화면의 무게를 둘로 나누어주고 있는데, 지나치게 화사한 주황색 화관을 쓰고 가슴에 붉은 십자가를 띠고 있는 동정녀 마리아와 아기를 안고 있는 흑백의 성모상이다. 사차원으로 가는 문이 있고, 통곡하는 사람들과 망연히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그리고 계단과 건물, 연못과 폭포, 의자와 종이배 등 해석 가능한 익숙한 형태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모호하며 무의식에 지배된 여러 형태들이 떠오르는 단순 나열을 보여준다. 기억의 저장소에서 돌출되어 튀어나온 형상들 즉 손이 기억하는 형상들인 자동차, 안락의자 등 일상생활의 모습들이 작품 안에서 필요한 것들이 있는 이상향의 구현 요소로 작동한다. 하지만 화면 전체를 감싼 불길하면서도 무언가 불편한 감을 주는 요소들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지구와는 이질적인 색채에 의해 현상이 아닌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성서에 등장하는 예수 통곡의 장소인 게세마네 동산이 화성의 형태를 빌어 작가 앞에 이상향으로 펼쳐진 것이다. 죽음을 부르는 듯하고 기분 나쁜 머리가 잘린 동물 모양이나 좌절한 인간의 뒷모습은 지옥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될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향이라는 곳,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디스토피아로 비춰진 것도 총통과는 다른 가치체계를 가진 야만인에 빙의한 우리 시선 때문이 아닌가. 악이 있어야 선이 빛난다는 중세의 관념처럼 작가의 화면은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통곡과 희열이 공존한다.
- 장현주_Trut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과슈_130×130cm_2011
흑백의 「practical paradise」에서 형태는 어두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야트막한 산 아래 광할한 대지에 흩뿌려져 있다. 호주국립대의 사이먼 드라이버 박사에 따르면 우주에 있는 별들의 수는 7000억의 1000억 배라고 한다. 지구에 있는 모든 모래를 합한 수보다 10배나 많다는 것이다. 육안으로는 밤하늘에서 2000개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별들이 실은 셀 수 없는 엄청난 수가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은 수많은 존재가 있고 그 존재는 또 다른 수많은 존재를 포함한다. 화성이라는 실재하면서도 이르러 보지 못한 그 가상의 공간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일러 "화성과 유사한 돌산과 사막의 풍경 속에서 화성이 감추고 있는 기타 생명체와 문명의 흔적들을 엑스레이로 투과하듯, 드러내놓고 노출시킨 드로잉"이라 한다. 지구인이 추측하는 화성의 모습이기도 하고, 화성인이 추측하기도 하는 지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 실제로 보여지는 것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있을 수 있으며, 우리가 내뱉는 말 중에는 얼마나 표면화되지 못한 의미들이 많을까. 그리하여 그의 야심찬 위 두 작품은 작가 내면의 지형도이다. 항상 나는 누구일까를 추구하는 존재론적인 인식과, 인류학적 입장에서 인간을 추적하는 과정이 드러나 있다. 말수가 적고 무던한 사람이 세상과 만나는 지점에서 종종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 외형이나 드러나는 사실로만 판단하는 시선에 의해 재단되는 자신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할 수밖에 없을 때 느끼는 무력감이 고독의 모습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 화성이라는, 현실감각이 뛰어난 인물에게는 황당하기만 한 공간을 작가는 '몽유도원도를 그리듯' 이상향으로 펼쳐놓고 있다. 강을 건너거나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돌다 만나게 되는 이상향처럼 그는 우리의 현실계인 지구가 아닌 행성으로 이상향을 옮겨놓음으로써, 시간과 공간이 확장된 과거의 이상향과 조우한다. 광속으로 날아가 도착한 행성에서 지구의 문화사적 흔적들을 설치함으로써 돌 하나를 보고도 생각만으로 건물이 되게 한다. 실재하는 유적과 자신의 상상을 결합시킴으로써 작가 스스로 공간을 창조하는 인물인 동시에 기존의 의식에 지배받는 인물임을 또한 인정하고 있다.
- 장현주_Practical Fantasy_장지에 연필_65×94cm_2011_부분
작가에게「practical paradise」는 먼 화성에 뿌려놓은 지구상의 기억들로 나타나기도 하고 지금의 주변이 다르게 작동하는 시간의 엇갈림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시계를 들고 뛰어가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흰토끼를 생경한 장소에 놓음으로써 하면 속 공간은 시간의 거리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주제로 보이는 「breath」에서도 흰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손을 내민 토끼는 공간과 시간의 뒤섞임 속에서 "다 괜찮아, 이리 와."라는 위로를 보낸다. 죽죽 그어진 비현실적 색채 위에 얹힌 토끼는 'real'이라는 문자를 데리고 있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토끼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영원히 친근한 어린시절의 털실인형처럼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는 영원한 친구이자 자신의 모습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토끼로 보여지는 존재로서의 인간 이외에 인간의 형상을 한 「breath」 시리즈는 작가가 천착하는 주제인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직접적 물음을 담고 있다. 인체 해부도에서 빌어온 인간 몸통 내부에는 위장, 대장 등 장기가 담겨 있기도 하고 그릇들이 담겨 있기도 하며 색채로 가득하기도 하다.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인체의 조직들은 인간의 신체를 우주화한다. 우리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 지구는 화성과 같은 우주의 모래 한 알의 존재임을 소우주, 인간의 몸을 통해 사유하는 것이다. ● 이제는 용도폐기된 인체 내부에 한때는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었던 움직이는 장난감의 부속들을 채워넣음으로써 필요를 상실한 것들에게 새로움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은 이 작은 것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에서 발원한다. 결코 물신주의는 아니나 작은 장난감 부속들이 얼마나 귀중하게 다루어졌는지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모두가 경험한 것일 터, 작은 것들조차 사랑으로 감싸는 애정의 작업인 것이다. 또한 그러한 망가지거나 쓸모가 없어진 장난감에 대한 사랑은 다름아닌 자신의 자녀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여인에게 있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내가 또 하나의 우주임을 실감하는 일이며 새로 태어난 소우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넘침을 깨닫는 순간 나를 창조한 그 어떤 존재의 사랑의 깊이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 그리하여 성모 도상이 나타나고 힌두교의 우주론이 펼쳐지지만 그 어느 곳에도 정박하지 않는 그의 화면은 그 어느 곳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탐구의 여정에 대한 담담한 기록이다.
- 장현주_Breath_장지에 연필_90×63cm_2011
그의 화면에는 결코 알아서는 안 되는 말이나 정체를 의미하는 모자이크 처리된 말풍선을 지닌 비너스와 두루마리 휴지와 서커스 천막과 관절인형들이 한 화면에 크기의 기준 없이 흩어져 있다. 이들은 상관관계 아래 이해해야 하는 나레이션의 구조에 속한 단어가 아닌 음소로서 개개의 형태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각각의 존재는 개별자의 모습을 띠지만 관객에게는 통합되어 한 화면의 구조로 나타난다. 화면 내부에 원근법과는 거리가 없지만 내용의 깊이가 실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회화적 출발이 동양화에 있기에 가능한 시각이다. 새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는 시각처럼 그림의 표면 렌즈를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그 렌즈는 진실의 위치에서 컴퓨터 합성이미지가 넘치는 가상의 세상에서 왜곡된 형태이지만 손으로 그려짐으로써 사물이 뒤섞인 진짜 세계를 보여준다. 이상향 혹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노력의 과정으로 그의 작업이 존재하는 지점이 바로 이 '그려짐'이다. ● 그는 화면에 목탄으로 형태를 그리고 그 위에 바니쉬를 뿌려서 흘러내리게 한다. 의도적인 형상에 우연이란 효과가 작용하는데 거기에는 시간의 요소가 중요하다. 이른바 타이밍에 따라 동양화에서 볼 수 있는 선염이나 번짐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작품 전체가 드로잉으로 보이는 그의 화면은 전통 동양화와는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표피성을 통해 깊이를 창출하는 방식은 전통에서 온 것이다. 쌓아올려진 이미지가 아니라 스며들고 지워짐으로써 나타나는 방식이라는 말이다. 시감을-물감을 쌓아 이룩한 화면에서 볼 수 없는 자재하고 영화로운 화면 구성은 바로 이러한 동양화적 구조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의 반영이 아닌 진실의 창으로 존재하는 화면은 마음 속 세상을 쏟아내는 배설과도 같은 본능적 즐거움의 공간을 보여준다. ● 그리기의 즐거움은 입체에서도 재생되고 있다. 일고 있는 거의 색채와 문양이 동원된 인체는 그러한 감정을 확인시킨다. 색동, 물방울무늬, 모자이크 무늬의 인간 형상들이 화성이라 여겨지는 이상한 공간에 위치한다. 이들 인간의 형상 100여 개는 그의 화면에 일관되게 나타난 익명의 인간 모습 그대로이다. 다양한 무늬들은 일기를 쓰듯 일상의 감정이 시각화한 것이다. 곧 인물 하나하나는 하나의 인간 100인이 모여 있는 것이기도 하고, 100개의 감정을 가진 한 인간이 소우주에 위치한 것이기도 하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고 여러 감정이 모여 순간이 되기도 하는 인간에 대해 가시화한 것이다.
- 장현주_Practical Fantasy_설치, 영상, FRP 모형, 캔버스천_2011
그의 화면은 주체적 시각, 코기토를 기본으로 한다. 영상작업은 내부에 다면체의 거울을 두고 반짝이는 물질을 넣어 보는 만화경(kaleidoscope)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만화경 내부에서의 이미지 조합이 무한하듯, 인간은 모두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인간은 같은 공간 안에서 대화를 하는 중에도 각기 무수한 생각의 골로 빠져든다. 그 생각의 출구는 결코 동일할 수도 없으며 이르는 곳은 더욱 그렇다. 「Gateway」에는 2차원에 존재하는 3차원의 문을 설치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의 세계를 묘사해놓았다. ● 그는 이 주관적 환상을 예술이라는 문을 통해 객관화시키고 있다. 이 세상에서의 금기가 허용되는 이상향은 입장에 따라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되는 것처럼 주관성의 공간이다. 현실의 반전은 언어 속의 이상향에도, 만화경 속의 환상 속에도 존재한다. 현실이 갑갑하면 할수록 의식은 우주를 떠돌고 조합되는 유리조각이 조잡해질수록 만화경 속 이미지는 현란해진다. 작가에게 있어 진보, 발전,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상향은 은일(隱逸)의 산속도, 무인도처럼 보이는 섬도 아니다. 우주선에 몸을 싣고 광속을 타고 이르는 곳, 우주 저 먼 곳에 위치한 지구라는 섬의 거울같은 공간 화성에서 보는 환상이다. 신이 창조한 세상에 대한 외경심을 유지한 채, 하지만 내가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믿음으로 그는 구체적이고도 실용적인 이상향을 만화경 속 반짝이 틈에서도 컵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에서도 발견한다. ■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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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닌 어딘가
송준호_붉은구슬 2인展 2011_1223 ▶ 2012_0111 / 12월25~26일, 1월1~2일,9일 휴관
- 송준호_날개_금속체인, 아크릴 보드_240×100×40cm_2011
작가와의 대화 / 2011_1227_화요일
주최 / 구로문화재단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구로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12월25~26일, 1월1~2일,9일 휴관
구로아트밸리 갤러리 GUROARTSVALLEY GALLERY 서울 구로구 의사당길 12 Tel. +82.2.2029.1700, 1742 www.guroartsvalley.or.kr
절대적 실체 지우기, 상대적 실체 그리기 ● 작가 송준호는 체인이나 금속선으로 만들어진 작업을 통해 절대적인 존재나 가치가 사라진 세상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고 하였다. 절대적인 존재는 무엇이고, 가치가 사라진 세상은 무엇일까? 체인이나 금속선으로 만든 희랍건축의 기둥을 보면 그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이 분명 서양 문명의 흐름과 관련이 있고, 그의 문제의식이 존재론에 대한 어떤 근본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작가는 역시 사회적 산물이며 시대와 전통을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주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 송준호_자소상_금속체인, 스테인레스 보드_169×165×50cm_2009
- 송준호_왕관_금속체인, 나무, 비즈_55×45×45cm_2011
- 송준호_금과 슬_금속체인, 나무, 비즈_120×90×45cm_2010
선적인 재료들은 참으로 신비로운 특징을 가진다. 자체적으로 완전한 육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어떤 형상의 흔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즉 형상은 있되, 형태는 없는 그런 이중적인 파러독스한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 이러한 선적 구조의 특성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대상을 이러한 선적 재료들을 이용하여 표현함으로써 그 육중하고 절대적인 존재감을 정면 돌파하여 훌훌 털어내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소박하고 겸손한 육성과는 달리, 이것은 크게 보면 서양의 존재론적 전통, 작게 보면 존재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에 대한 근본적인 도발이라고 볼 수 있다. ● 많은 작가들이 얄팍한 아이디어나 코앞의 상황만을 응시하면서 빈곤한 주제의식을 우려먹는 풍토에, 송준호라는 작가의 이런 가볍지 않은 행보는 설사 그것이 지금 어떤 정확한 해답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도 우리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던져준다. 그것만으로도 작가에 대한 기대를 금할 수 없게 된다. ■
최경원
- 붉은구슬_그림자 뒤에서_ 플라스틱, 유리안구_60×20×13cm_2011
붉은구슬의 작업 ● 작품은 읽는 것인가 아니면 눈으로 보는 것일까. 붉은구슬의 작품을 보면서 이 문제를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느낀다. ● 붉은구슬이 사용하는 조형 언어 가운데 특이한 것이 하나있다. 그들이 만든 인물상과 함께 등장하는 신화적 모티브, 사실 이것은 시간성 그 자체를 부정하고 살아가는 현대인과는 매우 대조적인 관계를 지닌 소재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편으로는 생소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마 그것은 신화가 지니고 있는 인간의 원초적인 심상이라는 개념과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현대개념이 매우 대조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붉은구슬은 신화, 이것을 왜 자신들의 작품에 도입하고 있는 것 일까. 그의 작업을 보면 융(C. G Jung)이 그의 저서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 Man and his Symbols』에서 서술한 문장이 생각난다. '인간의 육체가 진화의 오랜 역사를 지닌 여러 기관들의 박물관인 것처럼 마음 역시 비슷한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음에 대해서도 경험 많은 연구가는 현대인의 꿈의 상(象)과 원시심성의 산물-집단적 이미지들-신화적인 주제 사이의 유사성을 알아 낼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신화적 개념을 다시 만들어 내는 일 역시 일종의 신화적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렇다면 붉은구슬은 인간의 여러 가지 심상 속에서 인간적인 그 어떤 것의 원형성을 발견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작가일까. ● 아무튼 그는 자신의 작업에 등장하는 일련의 인물상들을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유형을 빌어 인간의 번뇌, 고통, 욕구 등의 감정을 표현해 내고 있다. 마치 이러한 다양한 감정의 유형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를 상징이라도 하듯 작품 속에 유난히도 눈동자의 존재를 강조하고 있다.
- 붉은구슬_숲속의 기사_ 플라스틱, 유리안구_30×6×7cm_2011
- 붉은구슬_숲속의 기사_ 플라스틱, 유리안구_30×6×7cm_2011_부분
붉은구슬이 설정한 인물상에 등장하는 유리안구로 처리된 눈동자, 이들은 관객의 이동에 따라 계속 움직이며 마치 관객을 감시라도 하듯 쫓아가며 감상자를 응시하고 있다. 쌍방 간의 설정, 눈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화를 시도라도 하듯이 작업을 통하여 작가는 조심스럽게 세상을 관찰하고 있으며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시선을 의식함으로서 침묵의 호소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만약 그의 작품 속에 이러한 의도가 밑에 깊이 깔려 있다면 그는 세상을 보는 눈과 세상이 보는 눈을 한 공간에서 연출해내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바로 이점에 있어 그가 설정한 관계 속에는 패러독스가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예술의 감상 문제는 감상자에게 일방적으로 맡겨져 왔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렉티브한 작업 방식이 일상생활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쌍방소통이 가능한 멀티미디어적인 작업들이 현대미술에 흔히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가가 탄생시킨 인물상은 전통적인 방식인 나무 조각과 채색기법을 통하여 인간의 소통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의 새로운 참신함을 발견하게 된다. ● 현대는 새로운 신화가 필요하다. 물질문명이 풍요로워질수록 자신에 대한 연민은 더 커지고 있다. 더욱이 물질의 풍요로움의 막바지에 신음하는 이 시대에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신화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내보이면서 자신의 화두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인 관심사, 즉 우리들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작업에 눈길이 간다. ■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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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5_Kumho Young Artist
2011_1207 ▶ 2012_022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1_1207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금호영아티스트 선정작가 1부/ 2011_1207 ▶ 2012_0119 강석호_강유진_김수영_김현준_박혜수_박희섭_안정주 오진령_이문주_이상원_이정민_이지숙_이형욱_정윤석 정재호_조종성_차영석_최준경_최지영 2부 / 2012_0127 ▶ 2012_0226 김민정_김희정_박진아_박형근_송명진_아르장틴리_오병재 오용석_우종택_윤정선_이소정_이재명_이재훈_이지은_이영민 이우림_임자혁_임태규_정규리_정기훈_정소영_하용주_하지훈_홍남기
기획 / 금호미술관
관람료 / 성인_2,000원(대학생 포함) / 학생_1,000원
관람시간 / 화~일요일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1, 2층 Tel. +82.2.720.5114 www.kumhomuseum.com
2005년 전후의 시기에 30대의 젊은 작가들은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계의 다양한 흐름과 그들이 성장해온 시대 혹은 현재 생활의 과정에서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른 지점에 노출되었다. 젊은 작가들의 시기별 특징에 대한 해석은 절대적이거나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작가들이 작업에 담는 주제들이나 작업을 대하는 태도는 시기별로 분명히 다른 지점들이 있었다. ● 금호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의 45명의 작가로 구성되는 『No.45 — Kumho Young Asrtist』는 이들을 통해서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작업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한 흐름을 감지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적 관점과 작품의 대상에 대한 개입의 강도에 따라 중간자적 시선(중성적), 기록, 기억의 수집, 개입의 인식, 연극적인, 바니타스/메멘토모리의 6가지의 주제로 구성된다.
_중간자적 시선(중성적) : 강석호, 김수영, 안정주, 오진령, 이상원, 이정민, 이형욱, 조종성 _기록 : 박혜수, 이문주, 정재호, 정윤석 _바니타스/ 메멘토모리 : 강유진, 김현준, 박희섭, 이지숙, 차영석, 최준경, 최지영 _기억의 수집 : 박진아, 윤정선, 이지은, 임자혁 _개입에의 인식 : 김민정, 김희정, 박형근, 이재명, 정기훈, 정소영, 하지훈 보편적 개입 : 아르장틴리, 오병재, 우종택, 이재훈, 정규리 _연극적인 : 오용석, 이소정, 이영민, 이우림, 임태규, 송명진, 하용주, 홍남기
- 금호미술관 1층 전시전경 : 아카이브+라운지(Archive+Lounge)
이들 6가지 주제의 키워드는 약간의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작가가 작품의 대상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의 개입은 상당히 이전세대와는 다른 중성적 혹은 중간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인 것 같다. 특히, 익숙한 어떤 도시의 풍경이나 한국 현대사의 단면 등을 철저하게 그리기 혹은 작품 제작의 다양한 방식을 연구하기 위한 대상으로서만 제한하는 작업들(1부. 중간자적인 시선_김수영, 강석호, 이형욱 등), 사회에 대한 기록이나 정보에 대한 수집과 아카이빙이 절대적인 작업의 중간단계로서 작용은 하지만 어떠한 주관적 입장을 극적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기록'의 방식으로서의 작업들(1부. 기록_ 박혜수, 이문주, 정재호 등)이 주로 등장한다.
- 금호미술관 2층 전시전경 : 중간자적 시선(Neutral Gaze)
또한 이런 중성적인 입장보다는 대상에 대해 상대적으로 주관적이고, 혹은 아주 사소하거나 약간의 깊이 있는 개입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이전 세대의 작업방식과는 달리 사회/문화의 보편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재단하거나, 혹은 대상의 아주 사소한 부분의 개입 등으로 대상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통한 개입으로 만들어지는 작품들(2부. 기억의 수집_ 박진아, 윤정선, 임자혁 등 / 2부. 개입에의 인식_ 김민정, 박형근, 정소영, 이재명, 오병재 등)이 상당수를 이룬다.
- 금호미술관 3층 전시전경 : 기록(Documentary)
혹은 좀 더 적극적인 대상에 대해서 강도 있는 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작품의 계열들 (2부. 연극적인_ 오용석, 이우림, 임태규, 송명진 등/ 1부. 바니타스, 메멘토리_ 강유진, 김현준, 박희섭, 최지영 등) 또한 현실과 초현실의 풍경을 교차시키거나, 어떠한 존재에 대한 고찰을 드러내지만 작가가 대상이나 상황과의 극적인 몰입이나 등가적인 동일시화하는 태도는 드러나지 않는다. ● 45인의 작가가 동시대 젊은 작가 전체를 절대적으로 대변할 수 없지만 그들이 그 이전세대와는 뚜렷하게 다른 차이들이 그들의 작품 내외에서 읽히며, 그 차이들의 징후는 지난 10년간 한국화단 내에서의 빠른 변화들-제도적 구조의 변화와 젊은 세대를 흡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들이 다양한 곳에서 발견된다. 미술기관을 비롯하여 대안적인 혹은 상업적인 공간 곳곳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젊은 작가들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하였고, 그러한 흐름의 하나로서 『금호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의 탄생과 전개를 바라볼 수 있다. ● 이 프로그램의 짧은 역사와 이를 통해 배출된 젊은 작가들을 통하여 살펴본,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작업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분명히 어떠한 공동분모와 다양한 시선들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는 분명히, 한국 현대사의 한 진행형의 과정에 노출된 그들의 삶과 우리 미술계의 지형도가 그들에게 준 기회들이 얽힌 한 흐름일 것이다. ■
김윤옥
- 금호미술관 지하1층 전시전경 : 바니타스/메멘토모리(Vanitas/Memento Mori)
□ 기타 행사명: 전시연계교육프로그램 [뮤지엄 키즈팝콘 '금호영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미술수업'] 일정 : 1월7일, 1월14일, 1월28일, 2월4일 총4회, 토요일 오후2-4시 대상 : 8-11세 어린이 (참가비 있음) 장소 : 금호미술관 3층 세미나실 문의 : 02-720-5114 www.kumho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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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CHAIRS
서용인 · 최욱 2인전
2012.1.6(fri.) - 2.11(sat.)
Opening Reception: 2012.1.6 6pm
TV12 Gallery
B1, Daylight Bldg. 81-11,
Chungdam-dong, Gangnam-ku,
Seoul, Korea(135-954)
T. 82)2.3143.1210
F. 82)2.3143.1215
www.television1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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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NEW WAVE展 2011_1214 ▶ 2012_0129
초대일시 / 2012_1228_수요일_06:00pm_가나아트 부산
참여작가 강인구_곽순곤_김경호_김철환_김택기_김학제 도영준_도태근_문병탁_박상호_박승모_박주현_소현우 손현욱_송승용_임동락_임혜니_정동명_정장영
2011_1214 ▶ 2011_1226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2011_1228 ▶ 2012_0129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가나아트 부산 GANA ART BUSAN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1405-16번지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 4층 Tel. +82.51.744.2020 www.ganaart.com
새로운 바람은 불어 오는가? 이 전시회의 타이틀은『南風- new wave』, 즉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는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일단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전시 타이틀에서 우리는 이 그룹의 원대한 의지를 읽으며 아울러 그들의 정신적 배경에 관심을 갖게 된다. 우선 기획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 프랑스의 남부 니스는 한국의 부산과 환경이 유사한 도시다. 프랑스 현대미술에 있어 한 시대를 니스출신들의 미술가(에꼴 니스파)들이 대변하고 이끌어 왔다. 오늘의 한국 현대조각을 살펴 보는데 있어 한국의 남부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의 다양하고 개성적인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재조명 하므로서, 그 지역적 특성과 개성이 한국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진단하고, 오늘날 한국 현대조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강인구_바위에대한기억III_돌맹이,철사_130×50×50cm_2011
이렇게 기획자는 프랑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니스 지역의 활동에 주목하고 부산의 지리적 입지의 유사성을 근거로 한국현대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부산의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 기획자는 이젠 장성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 후학들에게 우리 미술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것을 기대하며, 그들의 예술적 저력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한다. 이렇게 사제지간을 초월하여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다보니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하나의 에콜이 형성되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 김철환_내가생산한것(머리카락)_머리카락, 나무, 아크릴, 스테인레스 스틸_143×59×34cm_2000~6
무릇 같은 환경에서 자란 지역의 작가들은 공통된 특징을 지니게 미련이긴 하다. 즉 생각과 관점에서 비슷한 주제 영역을 다루며 표현 방식과 취향에서도 닮아 있어 논리와 감성 면에서 공통의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한테 보여 지는 모습은 정반대로 각기 자유로운 개성 속에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점을 주목하여 볼 때 한국의 남부 부산이란 특정지역이 갖는 역사와 지리적인 환경이 만들어낸 새로운 지역적 특성이 아닌 가 본다. ● 이 점에서 이번 "남풍-뉴 웨이브"가 하나의 학파로서 한국현대미술의 주요한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그 취지를 잘 살려 이번 한번의 프리젠테이션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다양하게 지속되어야하며 병행하여 일관성 있는 인문사회학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또한 이번 『남풍-뉴 웨이브』는 decentralization의 의미를 드러낸다. 그 동안의 우리 미술의 발전을 저해한 것은 지나치게 중앙으로만 향한 시선과 그에 따른 가치판단이라는 편중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미술문화계에서는 다양하고 참신한 생각들이 미쳐 열리지도 못하고, 길들여진 형식의 틀 속에서 형성되는 경직성 때문에 사장되기 일쑤였다.
- 박승모_환_스테인레스 스틸_200×220cm_2011
그러나 우리 IT산업의 눈부신 발달과 보급으로 인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 왔으며 비로소 진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해졌던 것이다. 변방으로 밀려있던 소수집단이나 개인은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일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써 중앙집중화에서의 해방이라는 decentralization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갖게 된 유연한 사고 속에서 해결되는 듯 싶다.
- 손현욱_배변의 기술_페인트 스틸_25×55×35cm_2009
decentralization의 문제를 연관하여 보면 부산은 가장 중요한 지역임에 틀림없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문물의 수입과 송출이 이루어진 육로와 뱃길이 연결되는 곳이어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여 항상 개방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으며, 1950년 6.25전쟁 때에는 전국의 피난민이 부산에 집결하게 됨으로써 팔도각지의 문화가 섞이고 충돌하는 상황이 이루어진 곳이다. 어떻게 표현하면 아수라장이라고 볼 수 있는 이 형국은 다른 한편에서 보면 '새로운 사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되는 카오스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부산이 지니고 있는 다양함을 수용하는 포용성이 한국 근대사에서 빚어진 문화적 혼융 사실에 기인하고 있고, 또 하나의 특성으로는 해양성이라는 지리적 여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 송승용_Object-O_자작나무, 한지_220×180×180cm_2011
여기서 우리는 부산의 문화란 '어울림의 미학'이며 '비빔밥 문화'라고해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부산의 문화적 저력은 쉽게 발휘되지 못하였다. 국내 정서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구호주의에 가려지기도 하였으며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헤게모니 싸움 속에 예술혼이 잠식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여 왔으며 지역의 새로운 세대는 나름대로의 의지를 펼쳐 왔다. 이들은 진정한 삶을 노래하고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뉴 밀레니엄이 열린지 11년이 또 지났다. 새로운 세대는 긴 호흡으로 멀리 볼 줄 알게 되었고 지구촌을 보다 폭 넓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젠 어디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을 자신의 확신과 예술적 과업을 확실히 하고 각자 자기 길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남풍-뉴 웨이브~! 남쪽에서 거대한 바람이 불어온다. ■
최승훈
- 임동락_Point-빛에서_스테인레스 스틸_200×300×300cm_2006
프랑스 남부 니스는 한국의 부산과 환경이 유사한 도시다. 프랑스 현대미술에 있어 한 시대를 니스 출신들의 미술가(에꼴 니스파)들이 대변하고 이끌어왔다. 오늘의 한국 현대조각을 살펴 보는데 있어 한국의 남부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의 다양하고 개성적인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재조명 함으로써 그 지역의 특성과 개성이 한국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진단하고 오늘날 한국 현대조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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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김재범_이은종_임선영_하태범展 2011_1222 ▶ 2012_0115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1_1222_목요일_06:00pm
오프닝 퍼포먼스 / 2011_1222_목요일_06:40pm With 하태범_Dance on The City
관람시간 / 11:00am~07:3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ART SPACE GALLERY JUNGMISO 서울 종로구 동숭동 199-17번지 객석빌딩 2층 Tel. +82.2.743.5378
오늘 김정일의 사망소식이 전세계에 보도되었다. 한 사람의 사망사건 때문에 언론사, 지식인, 일반일등의 다양성과 계층을 막론하고 이를 둘러싼 각종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내용들이 제각기 다른 옷을 입고 시민들에게 보도, 전달 될 것이다. 한가지의 이슈를 두고 각종 언론사들은 모두 다른 관점을 가지고 해석하고 분석해 낸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그 보도내역들을 무 비판적으로 접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러한 수집된 상황자체들을 놓고 분석해 나가며 전문적인 견해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라디오와 TV를 통해 접하게 된 세상의 크고, 작은 보도내역들은 일방적으로 사람들이게 전달되었고, 그 이후에 이를 받아 들이는 계층들의 대답은 그저 오프라인의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활발히 되었다. ●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 이후, 사건사고를 전달하고 수용하는 방식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기에 한가지의 보도 이슈를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견해를 접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보도 낸 내역 이외의 다른 통로를 통해 보도내역을 바탕으로 파생되는 여러 파급효과들을 흡수하기도 하고, 다시 또 다른 내용들을 재생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술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보도내역들은 어떠한가? 어떠한 방식으로 사건들을 접하고, 어떻게 예술을 통해 드러내는가? 바로 이 부분이 사건의 재구성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다.
- 김재범_Let's wait and see_install(ID picture)_244×366cm_2011
- 김재범_sakakibara_C프린트_120×150cm_2009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김재범은 보도된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진작업을 진행시킨다. 조두순 사건을 화두로 하여 제작한 「Let's wait and see」는 2011년 6월을 시작으로 성범죄자 알림-e 시스템에 등재된 성 범죄자들의 얼굴을 수집하여 모자이크 모양으로 배열시킨 뒤, 그 위에 조두순 사건 장면을 오버랩하여 완성된 사진이다. 이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 보도이미지 자체 위에 그 사건에서 파생되고 연루된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재 조합시킨 행위다. 이를 통해 사건 자체의 현재성과 동시에 그 사건과 관련된 상황들과 전개 될 법한 장면들을 연출하여 사건의 폭력성보다는 그 사건이 가지고 있는 사건의 빌미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 이은종_N #0615_프로젝트_2009
- 이은종_S #0616_프로젝트_2009
보도내역에서 비롯된 이미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어떠한 사건이 연출되었다는 전제를 테제로 사진결과물을 제작해 내는 이은종은 다양한 장소특정적인 공간을 탐색하여 그 공간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적, 공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들을 자신이 설정해 놓은 코드로 다시금 탈 맥락화 시킨다. 그렇기에 기존에 일반적으로 통용되었던 공간의 기능은 상실된다. 2002년 여관이라는 공간을 시작으로 이 작업의 맥락은 작업실, 모텔, 미술관으로 연결되었으며, 이번에 전시되는 섹션은 미술관 프로젝트로, 이는 미술의 거대담론의 중심인 미술관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무너뜨리고, 재 탐색하면서 연출된 다양한 장면을 선보인다.
- 임선영_집[Home]_설치_2011
- 임선영_나뭇가지들[Branches]_디지털 C프린트_82.44×120cm_2011
은밀하면서도 폭력적인 사적 공간을 재현하는 임선영은 그 공간에서 막 어떠한 사건이 벌어진 것 같은 징후를 남기는 연출장면을 사진에 담아낸다. 깨끗한 카펫에 죽어있는 토끼와 핏자국, TV앞에 깨져 있는 작은 화분 등의 사진들은 분명 어떠한 불길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혹은 벌어진 상황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Home 작업의 연결, 확장 작업으로 집의 안과 밖의 모습을 전시장에 마치 세트장처럼 재현했다. 박제된 뿔과 겨울에 촬영한 앙상한 나뭇가지사진으로 밖의 장면을 TV와 깨진 화분과 커튼은 집의 내부로 상정한다. 이렇게 꾸려진 집의 안과 밖의 세트장에서는 오늘도 새로운 사진을 위한 촬영이 시작된다.
- 하태범_italiaearth_120×180cm
- 하태범_pakistan_120×180cm
임선영의 사진에서 사건일 일어나기 이전의 징후를 엿볼 수 있다면 하태범은 인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끔찍한 각종의 보도사건들로 파생된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폐허가 된 현장공간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의 최근 작품 「WHITE 2008~2011」시리즈에서 일관된 시간성은 모든 현상의 마지막 단계이다. 따라서 그 화면에는 폐허의 공허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으며, 쓸쓸하고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그렇기에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들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는 이제 더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폐허와 공허로 가득 찬 사진의 현장성을 구축한다. 이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다양한 사건과 사고의 장면을 작은 모형으로 제작하고, 그 공간을 메우는 오브제들을 하얗게 탈색시킨다. 사진을 완성하기 위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재 공간성의 문제를 덮어버리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실제의 상황들을 자신만의 색으로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시사적인 보도내역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 사건의 이야기와 그와는 대조적으로 각자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소한 사건들까지, 이 모두가 우리의 인생을 메우고 있는 소재거리이다. 어쩌면 별일 아닌 것 같이 여겨지는 세세한 것들이 예술가의 시각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거대하게 확대되어 보여줄 수 도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상황을 모두가 접하더라도, 순간 우리가 잊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크든 작든 우리는 항상 어떠한 특정 사고, 사건과 마주한다. 또 그러한 사건들은 기억 속에 잊혀지기도 하고, 또 해결되어 버리고 끝을 맺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단지 그것을 대처하는 방법적인 것과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올 한 해 마무리를 앞두고 이 전시가 의미가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길기도 했던 한 해 동안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재구성전의 4인의 작가 분들의 작업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이 어떻게 해석되고 바라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새로운 시점을 얻어감과 동시에 개개인들의 올 한 해의 여러 사건들의 상황들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이은주
2011.12.25 01:46:51 / Good :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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