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함과 받음으로서 새로운 양식의 생산이 돌발될 수도 있음을. 또한 이런 방식의 죄지음이 복종에 근간하고 있음을 좌시하지 말 것..') + + +출처 : 구글 검색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라는 두 글자를 사이에 두고 선택을 하는 자와 선택을 받는 자 모두가 설레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는 '행복한 삶'을 규정짓는 큰 단위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정치의 위기'를 말할 시에는 행복을 누려야 할 존재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며, 이 행복을 누려야 할 존재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국민 주권론의 주체, 즉, 국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누구를 국민으로 지칭할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물음이 될 것이다.
허나 '누가 국민이냐?'가 아니라 '누가 국민이 아니냐?'를 물음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정치철학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 1942~)이다.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 연작으로 정치에 대한 독창적인 사유를 펼쳐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의 흥행브랜드 '호모 사케르'는 고대 로마에서 사회추방을 당한 죄인을 가리키던 용어였다. 이들은 사형을 당하지는 않지만, 시민으로서의 법적 권리를 잃어 단순한 생명체로 전락해버린 존재들이다. 극단적인 경우 누군가 호모 사케르를 살해한다고 해도 살인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호모 사케르는 생명은 있되 법적으로는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언제 호모 사케르가 될지 몰라
벌거벗은 삶, 호모 사케르의 위상은 독특하다. 그들은 추방되었으나 추방되었다는 사실로 법에 존속된 자들이다. 한마디로 배제된 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국가주권, 정치권력이 이 호모 사케르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양산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왔다는 것이다. 권력은 호모 사케르를 배제하면서 정상인을 규정하고, 또 그들을 포함하면서 그들을 잊지 않게 한다. 호모 사케르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계엄령을 통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강제수용소와 같은 예외적인 공간을 만들어 법의 작동방식을 멈춰버리면 된다. 그곳에 갇힌 이들은 모기장 속 모기와 같은 신세가 돼버린다. 어떤 법적 외피도 없는 헐벗은 삶, 우리는 이러한 호모 사케르들을 안다. 역사적으로는 아우슈비츠의 유대인들, 전 지구적 차원의 무국적자, 이주노동자들이 있으며, 한국의 비정규직을 포함한 억압받는 다양한 소수자들이 여기 속한다.
주권자는 이렇게 예외상태 속 호모 사케르를 솎아내고 또 도로 포함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한다. 동시에 감옥, 학교, 수용소 같은 곳에서 주체화를 진행하며 생명체의 삶에 규정, 제어, 코드를 입히는 것이다. 그렇게 주체화된 우리는 잠재적인 '호모 사케르'가 됨으로써 '호모 사케르'가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 않지만 하지 않는 바가 없다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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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호모 사케르는 추방된 자들인데, 이들은 추방된 채로 법에 구속되어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추방된 자들이 자신을 추방한 법을 존중하고 누구보다 그것을 열심히 따른다는 점이다. 아감벤은 이 역설을 타개할 방법으로 무능력의 능력, 하지 않음의 능력을 제시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재태'에서 차용한 '~을 하지 않고 남아 있음'의 개념이다. 즉, 연주를 할 수 있으나 하지 않은 채로 있는 것. 집을 지을 수 있으나 집을 짓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이다. 국가 권력이나 법에 의해 정해진 목적을 열심히 따르는 바가 아닌 하지 않음으로써 통치 기계의 공회전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권력의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존재가 창출된다.
삶은 쉽게 코드화되거나 규정되는 속성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실 속 우리는 코드를 벗어나면 행여 '호모 사케르'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코드를 따르고 혹은 직접 '호모 사케르'를 양산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아감벤에 의하면 진정한 정치적 행위는 통치기계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거나 폭력을 좌시하는 것이 아닌 배제된 '호모 사케르'들을 한데 묶어 인간의 잠재적인 역량을 목적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통을 주면 그저 고통을 받는 존재가 아닌 고통을 무화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아감벤이 말하는 '행복한 삶'이며, 진정한 정치인 것이다. Written by nilnilist (nilnilist@artnstudy.com)
modified at 2012.02.29 17:11:04 by z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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